日 법원 “오키나와 집단 자살, 군 강요”

입력 2008.03.29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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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태평양 전쟁 말기에 오키나와 주민들의 집단 자살은 당시 일본군이 명령했다고 믿을 만한 상당한 증거가 있다는 판결이 일본 법원에서 처음 나왔습니다.

도쿄 홍지명 특파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일본 오사카 지방법원이 한 서적의 출판을 중지해달라며 구 일본군 장교가 낸 소송을 기각했습니다.

1994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일본의 오에 겐자부로가 쓴 "오키나와 노트"라는 책에는 태평양 전쟁 말기 오키나와 주민들의 집단 자살 상황이 자세히 적혀있습니다.

당시 오키나와 한 섬의 수비대장이었던 일본군 장교는 이 책에서 자신이 주민에게 집단자살을 명령했다고 써있어 명예를 훼손당했다며 소송을 냈었습니다.

재판부는 그러나 일본군이 주민들에게 수류탄을 건넸다는 증언이 많고 집단 자살이 있었던 모든 장소에 일본군이 주둔하는 등 군이 깊이 관련된 것으로 인정된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단정할 순 없더라도 학설과 문헌,그리고 책을 쓴 작가의 취재 등에서 이 장교가 자살을 명령했다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증인으로 직접 법정에 출석했던 오에씨는 수많은 사람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것은 군의 범죄라며 당연한 판결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오에 겐자부로(오키나와 노트 작가/노벨 문학상 수상자): "내 <오키나와 노트>를 정확히 읽어서 이런 판결이 나왔다고 생각합니다."

지난해 일본 교과서 검정에서도 이 재판을 이유로 집단 자살에서 군의 개입 조항이 삭제당한 전례가 있어 이번 판결이 향후 일본의 교과서 검정에 어떤 영향을 줄지 주목되고 있습니다.

도쿄에서 KBS 뉴스 홍지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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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 법원 “오키나와 집단 자살, 군 강요”
    • 입력 2008-03-29 07:53:33
    뉴스광장 1부
<앵커 멘트> 태평양 전쟁 말기에 오키나와 주민들의 집단 자살은 당시 일본군이 명령했다고 믿을 만한 상당한 증거가 있다는 판결이 일본 법원에서 처음 나왔습니다. 도쿄 홍지명 특파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일본 오사카 지방법원이 한 서적의 출판을 중지해달라며 구 일본군 장교가 낸 소송을 기각했습니다. 1994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일본의 오에 겐자부로가 쓴 "오키나와 노트"라는 책에는 태평양 전쟁 말기 오키나와 주민들의 집단 자살 상황이 자세히 적혀있습니다. 당시 오키나와 한 섬의 수비대장이었던 일본군 장교는 이 책에서 자신이 주민에게 집단자살을 명령했다고 써있어 명예를 훼손당했다며 소송을 냈었습니다. 재판부는 그러나 일본군이 주민들에게 수류탄을 건넸다는 증언이 많고 집단 자살이 있었던 모든 장소에 일본군이 주둔하는 등 군이 깊이 관련된 것으로 인정된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단정할 순 없더라도 학설과 문헌,그리고 책을 쓴 작가의 취재 등에서 이 장교가 자살을 명령했다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증인으로 직접 법정에 출석했던 오에씨는 수많은 사람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것은 군의 범죄라며 당연한 판결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오에 겐자부로(오키나와 노트 작가/노벨 문학상 수상자): "내 <오키나와 노트>를 정확히 읽어서 이런 판결이 나왔다고 생각합니다." 지난해 일본 교과서 검정에서도 이 재판을 이유로 집단 자살에서 군의 개입 조항이 삭제당한 전례가 있어 이번 판결이 향후 일본의 교과서 검정에 어떤 영향을 줄지 주목되고 있습니다. 도쿄에서 KBS 뉴스 홍지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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