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속에 버려진 '영자'

입력 2001.02.21 (21:00) 수정 2018.08.29 (15:00)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산골소녀 영자를 기억하십니까? 강원도의 깊은 산골에서 아버지와 단 둘이 살던 화제의 주인공 이영자 양이 최근 아버지가 타살되면서 세상에 대한 불신과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순박했던 산골소녀의 삶을 이 사회가 망가뜨린 것은 아닌지 씁쓸한 마음이 드는 소식입니다.
권혁일 기자가 전합니다.
⊙기자: 세상 저편, 깊은 계곡에서 오손도손 살아가는 한 부녀의 산골생활.
부족하지만 때묻지 않은 이들의 삶은 잔잔한 감동, 그 자체였습니다.
비로소 세상사람들에게 알려진 두 부녀는 광고에도 나오게 됐습니다.
그토록 믿고 따랐던 그 아버지가 딸 영자 양 곁을 떠난지 벌써 10일이 지났습니다.
지난해 10월 영자 양이 한 후원자를 따라 경기도로 떠난 뒤 아버지 51살 이 모씨는 외딴 집을 홀로 지키다 쓸쓸히 숨을 거두었습니다.
더욱이 숨진 이 씨가 누군가의 손에 타살됐다는 경찰 조사 결과가 나오자 영자 양은 큰 충격에 빠진 듯 아예 눈물마저 매말랐습니다.
⊙이영자: 아버지가 너무 억울하게 돌아가셔서...
저도 참 믿기지 않는데요.
⊙이부연(이영자 양 큰아버지): 돈 없으면 안 죽었어요. 돈 때문에 죽은 거 예요.
⊙기자: 설상가상으로 후원회장을 자임했던 58살 김 모씨마저 영자 양의 광고 출연료와 후원금 등 600여 만원을 가로채 개인 용도로 쓰다 경찰에 구속됐습니다.
아버지 다음으로 의지했던 사람이었기에 영자 양의 배신감은 더더욱 컸습니다.
⊙이영자: 얘기하고 싶지 않아요.
⊙기자: 세상 밖으로 나온지 다섯 달째.
이제 산골소녀에게 남은 건 혼자라는 외로움과 세상에 대한 높은 불신 뿐입니다.
KBS뉴스 권혁일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세상 속에 버려진 '영자'
    • 입력 2001-02-21 21:00:00
    • 수정2018-08-29 15:00:00
    뉴스 9
⊙앵커: 산골소녀 영자를 기억하십니까? 강원도의 깊은 산골에서 아버지와 단 둘이 살던 화제의 주인공 이영자 양이 최근 아버지가 타살되면서 세상에 대한 불신과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순박했던 산골소녀의 삶을 이 사회가 망가뜨린 것은 아닌지 씁쓸한 마음이 드는 소식입니다. 권혁일 기자가 전합니다. ⊙기자: 세상 저편, 깊은 계곡에서 오손도손 살아가는 한 부녀의 산골생활. 부족하지만 때묻지 않은 이들의 삶은 잔잔한 감동, 그 자체였습니다. 비로소 세상사람들에게 알려진 두 부녀는 광고에도 나오게 됐습니다. 그토록 믿고 따랐던 그 아버지가 딸 영자 양 곁을 떠난지 벌써 10일이 지났습니다. 지난해 10월 영자 양이 한 후원자를 따라 경기도로 떠난 뒤 아버지 51살 이 모씨는 외딴 집을 홀로 지키다 쓸쓸히 숨을 거두었습니다. 더욱이 숨진 이 씨가 누군가의 손에 타살됐다는 경찰 조사 결과가 나오자 영자 양은 큰 충격에 빠진 듯 아예 눈물마저 매말랐습니다. ⊙이영자: 아버지가 너무 억울하게 돌아가셔서... 저도 참 믿기지 않는데요. ⊙이부연(이영자 양 큰아버지): 돈 없으면 안 죽었어요. 돈 때문에 죽은 거 예요. ⊙기자: 설상가상으로 후원회장을 자임했던 58살 김 모씨마저 영자 양의 광고 출연료와 후원금 등 600여 만원을 가로채 개인 용도로 쓰다 경찰에 구속됐습니다. 아버지 다음으로 의지했던 사람이었기에 영자 양의 배신감은 더더욱 컸습니다. ⊙이영자: 얘기하고 싶지 않아요. ⊙기자: 세상 밖으로 나온지 다섯 달째. 이제 산골소녀에게 남은 건 혼자라는 외로움과 세상에 대한 높은 불신 뿐입니다. KBS뉴스 권혁일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