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화학 전공 살려 ‘마약 제조’…교수가 왜?

입력 2010.03.11 (08:53) 수정 2010.03.11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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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신종마약을 만들어 인터넷을 통해 팔려던 한 남성을 붙잡았더니, 한번에 수천명에게 투약할 수 있는 마약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이 사람, 신분을 확인했더니 뜻밖이었습니다.



이민우 기자, 국내 대학에 재직중인 중국인 교수였다고요?



네, 서울의 한 대학에서 화학을 가르치던 중국인 교수였는데요. 이력이 화려합니다.



중국 명문대를 수석 졸업하고 박사 학위를 받자마자 29살에 한국에 교수로 특채될 정도였으니까요.



학교에서도 연구에 몰두해 평판이 좋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밤늦게까지 불을 밝혔던 연구실에선 연구 대신, 물뽕이라 불리는 신종 마약이 만들어지고 있었습니다.



촉망받던 젋은 교수가 대체 왜 이런 일을 저질렀을까요.



<리포트>



이른바, ‘물뽕’으로 불리는 신종마약, GHB. 이 마약이 만들어진 곳은 놀랍게도, 대학교 실험실. 마약을 만든 사람은 다름아닌 중국인 교수였습니다.



<인터뷰> 차00(중국인 교수): “일시적으로 판단이 흐려졌습니다. 매우 후회하고 있습니다.”



이 교수는 마약을 판매하려고까지 했습니다.



교수인 그가 왜 이런 선택을 했던 걸까요?



서울의 한 사립대학 화학 실험실. 각종 화학약품과 실험도구들이 진열돼 있습니다.



겉보기엔 평범한 실험실. 그러나 이곳에선 평범하지 않은 실험이 이뤄졌습니다. 마약제조, 그것도 대량으로 만들어졌습니다.



곳곳에 눈에 띄는 특정한 화학약품들. 마약의 원료로 사용된 것들입니다.



실험으로 마약을 직접 만든 사람은 이 대학의 중국인 교수, 32살 차 모씨였는데요.



<인터뷰> 이화성(팀장/용산경찰서 마약수사팀): “신종마약류 GHB를 자신이 근무하는 학교 내에서 만들어서 시중에 판매한 대학교수를 검거한 것입니다.”



지난 2008년 9월 차교수는 이 대학에 특채교수로 임용됩니다. 중국의 유명 대학원 화학과 출신입니다.



특히 빛과 화학반응의 관련성을 연구하는 광화학 분야에서, 장래를 촉망받는 인재였습니다.



<녹취> 대학교 관계자: “중국 최고의 대학에서 박사를 한 친구가, 그런 전도유망한 친구가 이런 일을 저지른다는 건 누구도 꿈에도 생각을 못하지 않겠어요? 잘 배운 것을 가지고 엉뚱한 곳에 활용한 거예요.”



학생들을 가르쳤던 차교수는 최근 묘한 화학약품을 사들였습니다. 마약제조에 필요한 약품들이었습니다.



교수 신분을 이용해 마약원료를 학술용으로 구입했습니다.



<인터뷰> 이화성(팀장/용산경찰서 마약수사팀): “학교에서는 학술연구용으로 마약원료물질을 구하기 쉽잖아요.”

그리고 지난 3일. 차씨는 화학전공을 살려, 신종마약인 물뽕을 직접 만들기 시작합니다.



화학약품을 일정한 비율로 기구에 넣어 혼합하는 방식으로, 하루정도 만에 손쉽게 마약을 만들었습니다.



<인터뷰> 이화성(팀장/용산경찰서 마약수사팀): “교수가 연구를 하고 실험을 하니까 그 교수가 무엇을 연구하는지, (주변 사람들은) 모르니까 (쉽게) 넘어갈 수밖에 없었죠.”



이렇게 제조한 마약의 판매 루트도 미리 염두해뒀습니다. 중국의 한 채팅 사이트에 판매 정보를 올린 겁니다.



<인터뷰> 이동훈(형사/용산경찰서 마약수사팀): “우리나라 일대일 채팅하듯이 (글을) 올려놓는다는 말이에요. 채팅을 해서 언제, 어디서 무슨 약을 거래하자, 성사가 되어서 인터넷 상에서 약속이 되면 (마약을) 보내주고 돈을 받는 방법인 것입니다.”



그러다 경찰의 정보망에 걸려들었습니다. 경찰이 마약을 살 것처럼 차교수를 유인해 붙잡은 겁니다.



이 교수가 만든 마약은 모두 320g. 시가로 무려 6천 4백여만 원에 달하는데요. 이정도면 한꺼번에 3천 2백여 명이 복용할 수 있는 어마어마한 양입니다.



<녹취> 대학생: “충격적이라 상상이 잘 안 가는데요.”



<녹취> 대학생: “교수의 자질이 있는 건가 의심이 되기도 하고, 있을 수 없는 일이에요.”



국내 대학에 특별채용 될 정도로, 인정받던 젊은 교수가 왜 이런 일을 저질렀을까.



경찰에 따르면, 차씨에게는 한국으로 유학 온 중국인 여자친구가 있었는데요. 여자 친구의 학비와 생활비를 보태기 위해서, 큰돈이 필요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인터뷰> 차00(중국인 교수): “일시적으로 판단이 흐려졌습니다. 매우 후회하고 있습니다.”



차씨가 만들어낸 마약은 소다수나 물 등 음료에 타서 마신다고 해서, ’물 필로폰‘ 또는 ’물뽕’이라고 불리는 GHB.



이 신종마약은 지난 2001년 유엔마약위원회가 향정신성의약품으로 규정한 약물인데요. 특정한 색과 맛이 없기 때문에 술이나 음료수 등에 타서 쉽게 투약할 수 있고 환각성이 강해 2,30대에서 급속도로 퍼지고 있습니다.



특히 술에 타서 마시면 효과가 빨라져 일시적으로 혼수상태에 빠질 수 있어, 위험하다고 하는데요.



<인터뷰> 이화성(팀장/용산경찰서 마약수사팀): “마약의 일종으로서, 마취 효과가 있고 (자칫) 성범죄로 악용될 수 있는 그런 약물입니다.”



경찰은 차교수가 근무하던 대학 실험실의 약품 유통과 관리 실태를 조사하고, GHB의 유통경로를 추적하고 있습니다.



차교수와 또 다른 마약 판매상은 경찰에 구속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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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03-11 08:53:11
    • 수정2010-03-11 09: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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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마약을 만들어 인터넷을 통해 팔려던 한 남성을 붙잡았더니, 한번에 수천명에게 투약할 수 있는 마약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이 사람, 신분을 확인했더니 뜻밖이었습니다.

이민우 기자, 국내 대학에 재직중인 중국인 교수였다고요?

네, 서울의 한 대학에서 화학을 가르치던 중국인 교수였는데요. 이력이 화려합니다.

중국 명문대를 수석 졸업하고 박사 학위를 받자마자 29살에 한국에 교수로 특채될 정도였으니까요.

학교에서도 연구에 몰두해 평판이 좋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밤늦게까지 불을 밝혔던 연구실에선 연구 대신, 물뽕이라 불리는 신종 마약이 만들어지고 있었습니다.

촉망받던 젋은 교수가 대체 왜 이런 일을 저질렀을까요.

<리포트>

이른바, ‘물뽕’으로 불리는 신종마약, GHB. 이 마약이 만들어진 곳은 놀랍게도, 대학교 실험실. 마약을 만든 사람은 다름아닌 중국인 교수였습니다.

<인터뷰> 차00(중국인 교수): “일시적으로 판단이 흐려졌습니다. 매우 후회하고 있습니다.”

이 교수는 마약을 판매하려고까지 했습니다.

교수인 그가 왜 이런 선택을 했던 걸까요?

서울의 한 사립대학 화학 실험실. 각종 화학약품과 실험도구들이 진열돼 있습니다.

겉보기엔 평범한 실험실. 그러나 이곳에선 평범하지 않은 실험이 이뤄졌습니다. 마약제조, 그것도 대량으로 만들어졌습니다.

곳곳에 눈에 띄는 특정한 화학약품들. 마약의 원료로 사용된 것들입니다.

실험으로 마약을 직접 만든 사람은 이 대학의 중국인 교수, 32살 차 모씨였는데요.

<인터뷰> 이화성(팀장/용산경찰서 마약수사팀): “신종마약류 GHB를 자신이 근무하는 학교 내에서 만들어서 시중에 판매한 대학교수를 검거한 것입니다.”

지난 2008년 9월 차교수는 이 대학에 특채교수로 임용됩니다. 중국의 유명 대학원 화학과 출신입니다.

특히 빛과 화학반응의 관련성을 연구하는 광화학 분야에서, 장래를 촉망받는 인재였습니다.

<녹취> 대학교 관계자: “중국 최고의 대학에서 박사를 한 친구가, 그런 전도유망한 친구가 이런 일을 저지른다는 건 누구도 꿈에도 생각을 못하지 않겠어요? 잘 배운 것을 가지고 엉뚱한 곳에 활용한 거예요.”

학생들을 가르쳤던 차교수는 최근 묘한 화학약품을 사들였습니다. 마약제조에 필요한 약품들이었습니다.

교수 신분을 이용해 마약원료를 학술용으로 구입했습니다.

<인터뷰> 이화성(팀장/용산경찰서 마약수사팀): “학교에서는 학술연구용으로 마약원료물질을 구하기 쉽잖아요.”
그리고 지난 3일. 차씨는 화학전공을 살려, 신종마약인 물뽕을 직접 만들기 시작합니다.

화학약품을 일정한 비율로 기구에 넣어 혼합하는 방식으로, 하루정도 만에 손쉽게 마약을 만들었습니다.

<인터뷰> 이화성(팀장/용산경찰서 마약수사팀): “교수가 연구를 하고 실험을 하니까 그 교수가 무엇을 연구하는지, (주변 사람들은) 모르니까 (쉽게) 넘어갈 수밖에 없었죠.”

이렇게 제조한 마약의 판매 루트도 미리 염두해뒀습니다. 중국의 한 채팅 사이트에 판매 정보를 올린 겁니다.

<인터뷰> 이동훈(형사/용산경찰서 마약수사팀): “우리나라 일대일 채팅하듯이 (글을) 올려놓는다는 말이에요. 채팅을 해서 언제, 어디서 무슨 약을 거래하자, 성사가 되어서 인터넷 상에서 약속이 되면 (마약을) 보내주고 돈을 받는 방법인 것입니다.”

그러다 경찰의 정보망에 걸려들었습니다. 경찰이 마약을 살 것처럼 차교수를 유인해 붙잡은 겁니다.

이 교수가 만든 마약은 모두 320g. 시가로 무려 6천 4백여만 원에 달하는데요. 이정도면 한꺼번에 3천 2백여 명이 복용할 수 있는 어마어마한 양입니다.

<녹취> 대학생: “충격적이라 상상이 잘 안 가는데요.”

<녹취> 대학생: “교수의 자질이 있는 건가 의심이 되기도 하고, 있을 수 없는 일이에요.”

국내 대학에 특별채용 될 정도로, 인정받던 젊은 교수가 왜 이런 일을 저질렀을까.

경찰에 따르면, 차씨에게는 한국으로 유학 온 중국인 여자친구가 있었는데요. 여자 친구의 학비와 생활비를 보태기 위해서, 큰돈이 필요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인터뷰> 차00(중국인 교수): “일시적으로 판단이 흐려졌습니다. 매우 후회하고 있습니다.”

차씨가 만들어낸 마약은 소다수나 물 등 음료에 타서 마신다고 해서, ’물 필로폰‘ 또는 ’물뽕’이라고 불리는 GHB.

이 신종마약은 지난 2001년 유엔마약위원회가 향정신성의약품으로 규정한 약물인데요. 특정한 색과 맛이 없기 때문에 술이나 음료수 등에 타서 쉽게 투약할 수 있고 환각성이 강해 2,30대에서 급속도로 퍼지고 있습니다.

특히 술에 타서 마시면 효과가 빨라져 일시적으로 혼수상태에 빠질 수 있어, 위험하다고 하는데요.

<인터뷰> 이화성(팀장/용산경찰서 마약수사팀): “마약의 일종으로서, 마취 효과가 있고 (자칫) 성범죄로 악용될 수 있는 그런 약물입니다.”

경찰은 차교수가 근무하던 대학 실험실의 약품 유통과 관리 실태를 조사하고, GHB의 유통경로를 추적하고 있습니다.

차교수와 또 다른 마약 판매상은 경찰에 구속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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