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 벽화 팝니다?

입력 2010.03.15 (08:54) 수정 2012.05.29 (18:56)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멘트>



10년 전 중국에서 국보급 고구려 벽화 수십 점이 도굴됐습니다.



당시 도굴꾼들은 모두 잡혀서 사형을 당했지만 도굴된 벽화는 종적을 감췄습니다.



벽화는 대체 어디로 간 걸까요? 고구려 벽화의 행방을 추적했습니다.



<리포트>



무너진 성벽들과 버려진 옛 무덤들이 곳곳에 널려 있습니다.



400년 동안 고구려 수도였던 국내성이 있던 곳입니다.



광개토 대왕비가 옛날의 영화를 증명하듯 우뚝 서있습니다.



이 지역에서 확인된 고구려 옛 무덤은 무려 만 2천기에 이릅니다.



그 가운데 벽화가 있는 무덤은 30기 정도입니다.



<녹취> 중국인 안내인 : “이쪽은 도굴된 흔적이 뚜렷합니다”



교과서에 수록돼 잘 알려진 수렵도와 씨름도 역시 이 지역 무덤에서 출토됐습니다.



수많은 무덤 가운데 입구가 시멘트로 봉쇄된 무덤이 있습니다.



10년 전 도굴된 삼실총입니다.



주변에는 폐쇄회로 카메라도 곳곳에 설치돼 있습니다.



함께 도굴된 장천 1호분 역시 울타리로 둘러쳐져 접근이 아예 불가능합니다.



도굴된 뒤 경계가 더욱 철저해졌다고 합니다.



장천 1호분에 있던 생활 풍속도에는 고구려인의 일상생활이 자세히 묘사돼 있어 의복이나 놀이 문화 등 생활사 연구에서 매우 중요한 자료로 여겨집니다.



주작도와 백호도 등 사신도는 고구려 전기에서 후기로 넘어가는 최초 단계의 작품들이어서 사료적 가치가 높습니다.



<인터뷰> 이태호(명지대 교수) : "말달리고 춤추고, 이런 고구려적인 활달함을 굉장히 사실적인 묘사력이 발전된 상태로 그려진 벽화들이에요.



그래서 이런 벽화들은 분명히 남쪽에 있었으면 국보급 문화재들이죠.



“ 도굴범들은 곧바로 잡혔습니다.



<녹취> “지린성 고등 법원은 도굴사건의 주범인 김권홍, 한형국, 한창국 등 3명에 사형을 판결하고 상부에 보고했다.”



<녹취> “훔친 벽화를 모두 한국인 이만식에게 55만 위안을 받고 팔았다” 도굴범들은 중국 동포였습니다.



경찰 조사에서 도굴한 벽화를 이만식이라는 한국인에게 팔았다고 진술했습니다.



단동에는 사형당한 도굴범들을 잘 아는 사람이 있습니다.



<녹취> 이00(도굴 사건 관계자) : "(사형 당하신 분들하고 원래 잘 아는 사이세요?) 네, 잘 알죠. 같이 식사도 하고 술도 마셔보고. 마을 사람들이니까 자주 만나기도 하고."



이 씨는 도굴범들과 친한 친구 사이였습니다.



도굴범들에게서 자세한 얘기를 들었다고 합니다.



<녹취>이 모씨(중국 동포) : “어떻게 됐냐 하면, 무덤을 열어서 사람이 세명 들어가서, 그건 베었단 말이야. 그리고 그 안에서 며칠 일하고. 한주일 정도 (1주일이요?) 네, 일주일”



도굴 장비는 한국에서 들어왔다고 합니다.



처음부터 한국인과 모의를 하고 도굴했다는 겁니다.



<녹취> 이 모씨(중국 동포) : "그러니까 한국인이 와서, 얼마 줄테니까 계획을 하고 그렇게 하자, 해서 이 사람들이 손댔죠. 돈 대니까 손댔고, 설비는 한국에서 들어왔다고."



그러나 이씨는 벽화를 사갔다는 한국인 이만식씨를 보지는 못했습니다.



<녹취> 이 모씨(중국 동포) : "(그러면 그 물건을 사갔다는 한국 사람, 이 사람에 대해서는 아시는 게 좀 있으세요? 어떤 사람인지?) 한국 사람이에요. (그러니까 무덤에서 나온 물건 가져간 사람) 가져간 사람은 모르죠.”



그렇다면 벽화는 정말 한국으로 들어온 걸까? 벽화가 도굴된 직후, 한국의 고미술계에는 고구려 벽화를 판다는 얘기가 나돌았습니다.



국내에서 이 벽화를 직접 봤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인터뷰> 황 모씨(가명/고미술 상인) : "물건 이거 진짜라고. 틀림없다, 해온 거니까. 사라고. 우리가 물건 진가 가리는데 안목이 있으니까 우리가 봐도 딱 맞는 진품이더만.”



벽화 가격으로 10억 원 정도를 요구했다고 합니다.



<인터뷰> 황 모씨(가명/고미술 상인) : “한 박스에 담아있었는데, 3,40센티 되던가요. 그 정도 크기로 잘라서 박스에 넣었는데 박스가 한 7,8개 있고. 하나만 내려서 봤기 때문에 하나만 보고 거기 여인상이 그려져 있더만요. 그거 하나만 보고 제가 안 사겠다, 요즘 돈이 없어서..”



황 씨가 본 게 사실이라면 도굴된 고구려 벽화는 쉽게 유통될 수 있는 크기로 잘려서 들어온 것으로 추정됩니다.



벽화를 봤다는 사람은 또 있습니다.



<인터뷰> 이모씨(가명/고미술 상인) : “처음에는 비공개된 거라고 나한테 보여줬어요. 판매의뢰를 할 때는. 그러다가 내가 이거 책에 나온 건데 무슨 말이냐. 삼실총 벽화 고분 책에 실린 거하고 대조를 해서 내가 나무랐죠.”



벽화를 보여준 사람은 고미술계에 잘 알려진 유명인사라고 합니다.



<인터뷰> 이 모씨(가명/고미술 상인) : “하도 오래되서 기억이 잘 안나는데 2000년대 초 경에. 그러니까 2001년이 될지 2002년이 될지 그건 기억이 안나요.”



황 씨 등이 벽화를 봤다는 시점은 모두 2000년대 초반입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 다시 고미술계에 벽화에 대한 소문이 돌고 있습니다.



큰 물건을 취급하는 몇몇 상인들에게 벽화를 사지 않겠느냐는 제안이 들어왔다는 겁니다.



<녹취> 황 모씨(가명/고미술 상인) : “10억에서 30억, 그런 얘기가 돌아요.가격은 뭐 무값으로 상당한 거액이면 팔 의사가 있다, 그런 소문이 들리고 있어요”



<녹취> 이 모씨(가명/고미술 상인) : “판매를 하려고 계속 타진하고 있다는 얘기만 언뜻 들었습니다.”



한 고미술 중개상이 몇몇 상인들에게 은밀하게 구매 의사를 타진했다고 합니다.



지난달 23일, 문제의 중개상이 술자리에서 다른 상인들과 나눈 대화 내용입니다.



<녹취> "누가 갖고 있는지 아세요?"



<녹취> "네가 얘기했잖아, 고리대금업자지?"



<녹취> "금융업 하는 분인데, 고리대금업 그런 건 아냐. 투자자문회사하고 금융계통 하는 분인데, OOO이하고 계산할 게 있어가지고, 그냥 떠안은 거죠. 이 말씀 어디다 하면 안되는데. 일체 함구해달라고 하더라고요. 지금은 시기가 아니니까, 50억을 줘도 안 팔고 100억을 줘도 안판대요"



이 중개상이 벽화를 갖고 있다고 지목한 사람은 소장가 모 씨입니다.



취재진은 수도권에 위치한 모 씨의 별장을 찾았습니다.



별장에는 모 씨의 소장품들이 보관돼 있습니다.



관리인은 취재인이 오기 하루 전에 경찰이 왔었다고 합니다.



<녹취> 별장 관리인 : “어제 샅샅이 뒤졌으니까 물건 있었으면 어제 찾았을 거야."



서울 경찰청 광역수사대가 별장을 압수 수색 했다는 겁니다.



<녹취> 별장 관리인 : “거의 10명 가까이. 차가 3대, 봉고차 2대, 승합차 하나. 그리고 나중에 봉고차 하나 왔으니까. 안 뒤진데가 없어요. 내가 짜증날 정도로 안 뒤진데가 없는데 내가 알기로는 못 찾은 것 같아”



경찰 역시 취재진과 같은 첩보를 입수하고 수사에 나선 것입니다.



경찰은 모 씨의 별장과 자택을 동시에 뒤졌지만 벽화를 찾지는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녹취>경찰 관계자 : "압색(압수 수색) 정보가 샌 거 같아요. 그러니까 빼돌렸겠지 뭐. 아 정황상 거기 있어야 되는데.."



그렇다면 대체 벽화는 어디에 있는 걸까? 2000년대 초반 벽화를 직접 봤다는 사람들의 진술과 최근 나도는 얘기에는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인물이 있습니다.



현재 고미술업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한 고미술 상인입니다.



벽화를 봤다는 상인들이 자신들에게 벽화를 보여줬다고 지목한 인물입니다.



문제의 고미술상은 최근 압수수색을 당한 소장가와도 오래전부터 금전 관계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취재진은 당사자에게 직접 사실 확인을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문제의 인물은 전혀 근거 없는 주장이라며 자신과의 관련성을 부인했습니다.



자신을 반대하는 상인들이 고미술 업계의 주도권을 빼앗기 위해 근거없는 사실을 퍼트리고 있다는 게 그의 주장입니다.



고구려 벽화가 마지막으로 도굴된 것은 지난 2000년 7월, 문화재 관리법에 따른 장물취득과 은닉 혐의를 적용한다면 공소 시효 10년이 거의 끝나갑니다.



뒤늦게 벽화를 찾더라도 국내법으로는 처벌이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더 걱정되는 것은 벽화의 보존 상태입니다.



<인터뷰> 이태호(명지대 교수) : “고분 안의 뚜껑만 열어도 문만 열고 공기가 외부로 합쳐지면 바로 변색이 된다든지 하여튼 원형을 잃게 되거든요. 그런데 그걸 떼어서 비행기로 옮겼던 배로 옮겼던 포장을 제대로 했겠어요? 아무튼 아주 최악의 상태일거다, 라고 상상이 되지요.”



고구려 고분 벽화는 유네스코 세계 문화 유산으로도 지정됐습니다.



탐욕에 눈 먼 후손 때문에 지금도 선조들의 소중한 유산이 조금씩 사라지고 있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고구려 벽화 팝니다?
    • 입력 2010-03-15 08:54:24
    • 수정2012-05-29 18:56:21
    취재파일K
<앵커 멘트>

10년 전 중국에서 국보급 고구려 벽화 수십 점이 도굴됐습니다.

당시 도굴꾼들은 모두 잡혀서 사형을 당했지만 도굴된 벽화는 종적을 감췄습니다.

벽화는 대체 어디로 간 걸까요? 고구려 벽화의 행방을 추적했습니다.

<리포트>

무너진 성벽들과 버려진 옛 무덤들이 곳곳에 널려 있습니다.

400년 동안 고구려 수도였던 국내성이 있던 곳입니다.

광개토 대왕비가 옛날의 영화를 증명하듯 우뚝 서있습니다.

이 지역에서 확인된 고구려 옛 무덤은 무려 만 2천기에 이릅니다.

그 가운데 벽화가 있는 무덤은 30기 정도입니다.

<녹취> 중국인 안내인 : “이쪽은 도굴된 흔적이 뚜렷합니다”

교과서에 수록돼 잘 알려진 수렵도와 씨름도 역시 이 지역 무덤에서 출토됐습니다.

수많은 무덤 가운데 입구가 시멘트로 봉쇄된 무덤이 있습니다.

10년 전 도굴된 삼실총입니다.

주변에는 폐쇄회로 카메라도 곳곳에 설치돼 있습니다.

함께 도굴된 장천 1호분 역시 울타리로 둘러쳐져 접근이 아예 불가능합니다.

도굴된 뒤 경계가 더욱 철저해졌다고 합니다.

장천 1호분에 있던 생활 풍속도에는 고구려인의 일상생활이 자세히 묘사돼 있어 의복이나 놀이 문화 등 생활사 연구에서 매우 중요한 자료로 여겨집니다.

주작도와 백호도 등 사신도는 고구려 전기에서 후기로 넘어가는 최초 단계의 작품들이어서 사료적 가치가 높습니다.

<인터뷰> 이태호(명지대 교수) : "말달리고 춤추고, 이런 고구려적인 활달함을 굉장히 사실적인 묘사력이 발전된 상태로 그려진 벽화들이에요.

그래서 이런 벽화들은 분명히 남쪽에 있었으면 국보급 문화재들이죠.

“ 도굴범들은 곧바로 잡혔습니다.

<녹취> “지린성 고등 법원은 도굴사건의 주범인 김권홍, 한형국, 한창국 등 3명에 사형을 판결하고 상부에 보고했다.”

<녹취> “훔친 벽화를 모두 한국인 이만식에게 55만 위안을 받고 팔았다” 도굴범들은 중국 동포였습니다.

경찰 조사에서 도굴한 벽화를 이만식이라는 한국인에게 팔았다고 진술했습니다.

단동에는 사형당한 도굴범들을 잘 아는 사람이 있습니다.

<녹취> 이00(도굴 사건 관계자) : "(사형 당하신 분들하고 원래 잘 아는 사이세요?) 네, 잘 알죠. 같이 식사도 하고 술도 마셔보고. 마을 사람들이니까 자주 만나기도 하고."

이 씨는 도굴범들과 친한 친구 사이였습니다.

도굴범들에게서 자세한 얘기를 들었다고 합니다.

<녹취>이 모씨(중국 동포) : “어떻게 됐냐 하면, 무덤을 열어서 사람이 세명 들어가서, 그건 베었단 말이야. 그리고 그 안에서 며칠 일하고. 한주일 정도 (1주일이요?) 네, 일주일”

도굴 장비는 한국에서 들어왔다고 합니다.

처음부터 한국인과 모의를 하고 도굴했다는 겁니다.

<녹취> 이 모씨(중국 동포) : "그러니까 한국인이 와서, 얼마 줄테니까 계획을 하고 그렇게 하자, 해서 이 사람들이 손댔죠. 돈 대니까 손댔고, 설비는 한국에서 들어왔다고."

그러나 이씨는 벽화를 사갔다는 한국인 이만식씨를 보지는 못했습니다.

<녹취> 이 모씨(중국 동포) : "(그러면 그 물건을 사갔다는 한국 사람, 이 사람에 대해서는 아시는 게 좀 있으세요? 어떤 사람인지?) 한국 사람이에요. (그러니까 무덤에서 나온 물건 가져간 사람) 가져간 사람은 모르죠.”

그렇다면 벽화는 정말 한국으로 들어온 걸까? 벽화가 도굴된 직후, 한국의 고미술계에는 고구려 벽화를 판다는 얘기가 나돌았습니다.

국내에서 이 벽화를 직접 봤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인터뷰> 황 모씨(가명/고미술 상인) : "물건 이거 진짜라고. 틀림없다, 해온 거니까. 사라고. 우리가 물건 진가 가리는데 안목이 있으니까 우리가 봐도 딱 맞는 진품이더만.”

벽화 가격으로 10억 원 정도를 요구했다고 합니다.

<인터뷰> 황 모씨(가명/고미술 상인) : “한 박스에 담아있었는데, 3,40센티 되던가요. 그 정도 크기로 잘라서 박스에 넣었는데 박스가 한 7,8개 있고. 하나만 내려서 봤기 때문에 하나만 보고 거기 여인상이 그려져 있더만요. 그거 하나만 보고 제가 안 사겠다, 요즘 돈이 없어서..”

황 씨가 본 게 사실이라면 도굴된 고구려 벽화는 쉽게 유통될 수 있는 크기로 잘려서 들어온 것으로 추정됩니다.

벽화를 봤다는 사람은 또 있습니다.

<인터뷰> 이모씨(가명/고미술 상인) : “처음에는 비공개된 거라고 나한테 보여줬어요. 판매의뢰를 할 때는. 그러다가 내가 이거 책에 나온 건데 무슨 말이냐. 삼실총 벽화 고분 책에 실린 거하고 대조를 해서 내가 나무랐죠.”

벽화를 보여준 사람은 고미술계에 잘 알려진 유명인사라고 합니다.

<인터뷰> 이 모씨(가명/고미술 상인) : “하도 오래되서 기억이 잘 안나는데 2000년대 초 경에. 그러니까 2001년이 될지 2002년이 될지 그건 기억이 안나요.”

황 씨 등이 벽화를 봤다는 시점은 모두 2000년대 초반입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 다시 고미술계에 벽화에 대한 소문이 돌고 있습니다.

큰 물건을 취급하는 몇몇 상인들에게 벽화를 사지 않겠느냐는 제안이 들어왔다는 겁니다.

<녹취> 황 모씨(가명/고미술 상인) : “10억에서 30억, 그런 얘기가 돌아요.가격은 뭐 무값으로 상당한 거액이면 팔 의사가 있다, 그런 소문이 들리고 있어요”

<녹취> 이 모씨(가명/고미술 상인) : “판매를 하려고 계속 타진하고 있다는 얘기만 언뜻 들었습니다.”

한 고미술 중개상이 몇몇 상인들에게 은밀하게 구매 의사를 타진했다고 합니다.

지난달 23일, 문제의 중개상이 술자리에서 다른 상인들과 나눈 대화 내용입니다.

<녹취> "누가 갖고 있는지 아세요?"

<녹취> "네가 얘기했잖아, 고리대금업자지?"

<녹취> "금융업 하는 분인데, 고리대금업 그런 건 아냐. 투자자문회사하고 금융계통 하는 분인데, OOO이하고 계산할 게 있어가지고, 그냥 떠안은 거죠. 이 말씀 어디다 하면 안되는데. 일체 함구해달라고 하더라고요. 지금은 시기가 아니니까, 50억을 줘도 안 팔고 100억을 줘도 안판대요"

이 중개상이 벽화를 갖고 있다고 지목한 사람은 소장가 모 씨입니다.

취재진은 수도권에 위치한 모 씨의 별장을 찾았습니다.

별장에는 모 씨의 소장품들이 보관돼 있습니다.

관리인은 취재인이 오기 하루 전에 경찰이 왔었다고 합니다.

<녹취> 별장 관리인 : “어제 샅샅이 뒤졌으니까 물건 있었으면 어제 찾았을 거야."

서울 경찰청 광역수사대가 별장을 압수 수색 했다는 겁니다.

<녹취> 별장 관리인 : “거의 10명 가까이. 차가 3대, 봉고차 2대, 승합차 하나. 그리고 나중에 봉고차 하나 왔으니까. 안 뒤진데가 없어요. 내가 짜증날 정도로 안 뒤진데가 없는데 내가 알기로는 못 찾은 것 같아”

경찰 역시 취재진과 같은 첩보를 입수하고 수사에 나선 것입니다.

경찰은 모 씨의 별장과 자택을 동시에 뒤졌지만 벽화를 찾지는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녹취>경찰 관계자 : "압색(압수 수색) 정보가 샌 거 같아요. 그러니까 빼돌렸겠지 뭐. 아 정황상 거기 있어야 되는데.."

그렇다면 대체 벽화는 어디에 있는 걸까? 2000년대 초반 벽화를 직접 봤다는 사람들의 진술과 최근 나도는 얘기에는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인물이 있습니다.

현재 고미술업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한 고미술 상인입니다.

벽화를 봤다는 상인들이 자신들에게 벽화를 보여줬다고 지목한 인물입니다.

문제의 고미술상은 최근 압수수색을 당한 소장가와도 오래전부터 금전 관계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취재진은 당사자에게 직접 사실 확인을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문제의 인물은 전혀 근거 없는 주장이라며 자신과의 관련성을 부인했습니다.

자신을 반대하는 상인들이 고미술 업계의 주도권을 빼앗기 위해 근거없는 사실을 퍼트리고 있다는 게 그의 주장입니다.

고구려 벽화가 마지막으로 도굴된 것은 지난 2000년 7월, 문화재 관리법에 따른 장물취득과 은닉 혐의를 적용한다면 공소 시효 10년이 거의 끝나갑니다.

뒤늦게 벽화를 찾더라도 국내법으로는 처벌이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더 걱정되는 것은 벽화의 보존 상태입니다.

<인터뷰> 이태호(명지대 교수) : “고분 안의 뚜껑만 열어도 문만 열고 공기가 외부로 합쳐지면 바로 변색이 된다든지 하여튼 원형을 잃게 되거든요. 그런데 그걸 떼어서 비행기로 옮겼던 배로 옮겼던 포장을 제대로 했겠어요? 아무튼 아주 최악의 상태일거다, 라고 상상이 되지요.”

고구려 고분 벽화는 유네스코 세계 문화 유산으로도 지정됐습니다.

탐욕에 눈 먼 후손 때문에 지금도 선조들의 소중한 유산이 조금씩 사라지고 있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