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피 연아’ 동영상 내용이 뭐길래?

서울 종로경찰서가 문화체육관광부 측의 고소로 17일 수사 중인 이른바 '회피 연아' 동영상은 밴쿠버 동계올림픽 선수단이 입국하던 지난 2일 유인촌 문화부 장관이 인천공항까지 마중 나가 선수단을 격려하는 모습을 찍은 KBS의 촬영 영상을 누군가 편집한 것이다.

편집된 동영상은 KBS 촬영분 중 유 장관이 김연아 선수에게 꽃다발을 걸어주고 어깨를 다독거리면서 축하의 말을 전하는 모습을 중심으로 하고 있으며, 그 뒤에 나오는 일행에게 손을 흔드는 장면까지 일부분만 떼어내 실제 속도보다 빠르게 반복해 보여준다.

문제는 일부 네티즌이 이 영상과 함께 '유인촌의 굴욕', '성추행' 등의 설명을 함께 달아 유 장관이 김 선수를 껴안으려고 했다가 거부당했다는 식으로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점이다.

심지어 유 장관이 김연아를 격려하고서 그 뒤에 나오는 일행에게 손을 흔드는 장면에 대해서는 김 선수가 포옹을 거부하자 유 장관이 때리려 한다는 설명을 붙인 블로그도 있다.

문화부는 수사의뢰에 대해 이날 공식 설명 자료를 내고 "악의적으로 왜곡 조작해 개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불량 누리꾼들이 경각심을 갖기를 바라며 품격 있는 인터넷 문화가 형성되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며 "당사자에 대한 처벌은 수사결과가 나오는 대로 숙고해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인터넷에 문화부 장관에 대한 많은 패러디가 있지만 이는 사람들이 패러디 또는 조작임을 분명히 알 만한 것이기 때문에 대응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며 "그러나 이번 동영상은 패러디나 유머 수준이 아니라 왜곡조작된 것을 사실처럼 포장했기에 다른 문제"라고 고소에 나선 이유를 설명했다.

앞서 문화부는 지난 3일 이 동영상이 인터넷을 통해 유포되는 것을 확인했으나 적극적인 대응은 미뤄왔다.

문화부 관계자는 "일부 실무자가 초기부터 공식 대응하자는 의견을 냈으나 그냥 웃어넘기자는 의견도 있어 대응을 미뤘다"면서 "그러나 동영상 유포가 계속되고 일부는 유머 수준을 넘어서는 악의적인 글들도 달아 지난주 고소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