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성폭행 저항하다 숨진 여대생 엄마의 ‘절규’

입력 2011.01.13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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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내 딸이 성폭행에 맞서다 죽었는데, 경찰이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 한 어머니의 이런 호소가 파문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요즘 전 경찰 지휘부에 대한 수뢰 혐의 수사로 국민들의 시선이 곱지가 않은데요, 경찰이 또다시 곤혹스러워하고 있습니다.



이민우 기자, 이 어머니가 인터넷에 올린 호소, 어떤 내용인가요?



<리포트>



네, 한마디로 경찰이 엉터리 수사를 했다는 겁니다.



용의자들에게 제일 기본적인 질문도 묻지 않았고, 사고 현장에 있던 cctv도 확보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유족들이 범인으로 확신한 사람은 참고인 조사만 하고 풀어줬습니다.



한술 더 떠 이 어머니에게, 이혼녀 밑에서 자란 딸이 얼마나 행실이 나빴겠느냐, 이런 모욕까지 퍼부었다는 겁니다.



여론은 크게 분노하고 있고, 경찰도 결국 재수사에 들어가기로 했습니다.



지난 1월, 인터넷 사이트에 안타까운 사연 하나가 올라왔습니다.



<녹취> 피해자 어머니 : “성폭행에 저항하다 죽은 어린 여대생의 사연과 현실...”



성폭행에 저항하다 딸을 잃은 어머니의 눈물어린 호소였습니다.



<녹취> 피해자 어머니 : "어쩔 수없이 인터넷에 저의 억울한 사정을 글로 올리게 되었습니다. 정말 저 좀 도와주십시오, 정말 저 좀 도와주세요."



댓글만 수 천여 개, 대체 무슨 사연이기에 수많은 네티즌들이 눈시울을 붉히고, 또 분노를 참지 못했을까요.



지난 2009년 8월 당시 19살 대학생 신 모 양은 오랜만에 친구들과 어울렸습니다.



<녹취> 피해자 친구 : "피부미용 자격증을 따려고 공부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집에서 피부 미용을 하고 나서 셋이서 국수집으로 가서 소주랑 국수를 먹었어요."



이 자리에는 친구로부터 소개받은 휴가 나온 군인 김모 군과 백모 군도 합세했는데요.



술자리가 끝난 뒤, 공교롭게도 이 두 사람의 집 방향은 신 양과 같았습니다.



<녹취> 피해자 친구 : "친구랑 저랑 백군이랑 김군이랑 같이 넷이 가게 됐죠. 같이 집 방향이 같아서 걸어갔어요."



문제는 그때부터였습니다.



신 양 어머니 주장에 따르면 이 두 사람이 신 양을 인적이 드문 곳으로 끌고 가 성폭행하려 했다는 겁니다.



강하게 저항하던 신양은 심한 구타를 당했고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5일 만에 숨졌습니다.



<녹취> 피해자 어머니 : "우리 딸이 집에까지 왔었는데 백군이 뒤를 따라 성폭행을 하려고 하지 않았다면 그 자리에서 그냥 갔어야합니다. 처음 본 사람을 굳이 끌고 나갈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피해자 어머니는 김 군과 백 군이 범인임을 확신했지만, 경찰의 수사는 웬일인지 의문투성이였습니다.



사망 당시 신 양의 사진입니다. 온 몸은 구타를 당해 멍투성이였고, 목 부분은 심하게 졸린 흔적이 역력했습니다.



하지만 담당 의사의 첫 소견서에는 구타란 말은 단 한 마디도 없고, 사망 원인은 뇌출혈이라고 판명했는데요 평소 마라톤을 즐겨하던 20대 초반의 건강한 여성이 갑자기 뇌혈관이 터져 숨졌다는 것입니다.



<녹취> 피해자 어머니 : "두 아이가 때려서 병원에 실려 왔는데 구타란 말이 기록상에 아무것도 없습니까 그때서야 진단서를 이렇게 (담당 의사가) 구타로 써준 겁니다."



사고 현장에 대한 수사가 제대로 이뤄졌는지도 미심쩍었습니다.



현장 주변에 두 대의 cctv가 설치됐었지만, 경찰은 웬일인지 어느 하나도 증거물로 채택하지 않은 것입니다.



<녹취> 인근 교회 관계자 : “경찰들이 왔다 갔다 했고요 저희 cctv를 많이 보고 그랬는데 보고는 그냥 갔어요.”



유족들은 또 경찰이 초면이었던 이들이 다툰 이유도 묻지 않는 등 기본적인 수사조차 안됐다고 주장했는데요, 특히 외삼촌이 전직 경찰인 백 씨가 참고인 조사만 받고 무혐의로 풀려난 것은,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입니다.



<녹취> 피해자 지인 : "조카 사건을 외삼촌이 맡은 격이죠. 변호사 사무실에 사무장이 백군의 외삼촌이라는 겁니다."



당시 수사를 맡은 경찰은 오히려 신양 어머니의 이혼 사실을 거론하며, 죽은 신양의 행실이 나빴을 거라며 비아냥거리기까지 했다고 하는데요.



<녹취> 피해자 이모 : “우리 언니 훑어보더니 아줌마 왜 이혼했어요 대뜸 한다는 소리가 그거예요. 그리고 나한테는 어디서 봤다며, 노원 술집에서 본 거 같다 하더라고요.”



결국 군복무를 마친 김군은 서울고등법원에서 폭행 치사 혐의가 적용돼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이 선고됐지만, 유력했던 용의자 백군은 무혐의 처리됐습니다.



딸의 억울한 죽음과 경찰의 어처구니없는 수사.



어머니는 법도 믿을 수 없다며, 그 억울함을 인터넷에 호소했는데요.



<녹취> 피해자 지인 : "법에서는 보호를 못 받겠다. 민심에 호소하자는 심정으로 (글을 함께 올리게 됐습니다)"



글의 반응은 폭발적이었습니다.



하루 만에 조회 수 수십만 건이 넘었고, 이후 5만 여 명의 추모 서명까지 이뤄지고 있는데요.



사건이 일파만파로 커지자 경찰에 대한 비난도 잇따랐습니다.



결국 경찰청 수사국장과 감찰과장은 해당 인터넷 게시판에 철저한 재수사를 다짐하는 글을 올렸는데요.



<녹취> 경찰 관계자 : "정확하게 사실 관계를 규명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전담 수사팀을 꾸렸고, 원점에서 철저하게 재수사할 예정입니다."



인터넷을 달군 어머니의 눈물 어린 호소가 진실 규명으로까지 이어질지, 경찰의 재수사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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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성폭행 저항하다 숨진 여대생 엄마의 ‘절규’
    • 입력 2011-01-13 09: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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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내 딸이 성폭행에 맞서다 죽었는데, 경찰이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 한 어머니의 이런 호소가 파문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요즘 전 경찰 지휘부에 대한 수뢰 혐의 수사로 국민들의 시선이 곱지가 않은데요, 경찰이 또다시 곤혹스러워하고 있습니다.

이민우 기자, 이 어머니가 인터넷에 올린 호소, 어떤 내용인가요?

<리포트>

네, 한마디로 경찰이 엉터리 수사를 했다는 겁니다.

용의자들에게 제일 기본적인 질문도 묻지 않았고, 사고 현장에 있던 cctv도 확보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유족들이 범인으로 확신한 사람은 참고인 조사만 하고 풀어줬습니다.

한술 더 떠 이 어머니에게, 이혼녀 밑에서 자란 딸이 얼마나 행실이 나빴겠느냐, 이런 모욕까지 퍼부었다는 겁니다.

여론은 크게 분노하고 있고, 경찰도 결국 재수사에 들어가기로 했습니다.

지난 1월, 인터넷 사이트에 안타까운 사연 하나가 올라왔습니다.

<녹취> 피해자 어머니 : “성폭행에 저항하다 죽은 어린 여대생의 사연과 현실...”

성폭행에 저항하다 딸을 잃은 어머니의 눈물어린 호소였습니다.

<녹취> 피해자 어머니 : "어쩔 수없이 인터넷에 저의 억울한 사정을 글로 올리게 되었습니다. 정말 저 좀 도와주십시오, 정말 저 좀 도와주세요."

댓글만 수 천여 개, 대체 무슨 사연이기에 수많은 네티즌들이 눈시울을 붉히고, 또 분노를 참지 못했을까요.

지난 2009년 8월 당시 19살 대학생 신 모 양은 오랜만에 친구들과 어울렸습니다.

<녹취> 피해자 친구 : "피부미용 자격증을 따려고 공부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집에서 피부 미용을 하고 나서 셋이서 국수집으로 가서 소주랑 국수를 먹었어요."

이 자리에는 친구로부터 소개받은 휴가 나온 군인 김모 군과 백모 군도 합세했는데요.

술자리가 끝난 뒤, 공교롭게도 이 두 사람의 집 방향은 신 양과 같았습니다.

<녹취> 피해자 친구 : "친구랑 저랑 백군이랑 김군이랑 같이 넷이 가게 됐죠. 같이 집 방향이 같아서 걸어갔어요."

문제는 그때부터였습니다.

신 양 어머니 주장에 따르면 이 두 사람이 신 양을 인적이 드문 곳으로 끌고 가 성폭행하려 했다는 겁니다.

강하게 저항하던 신양은 심한 구타를 당했고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5일 만에 숨졌습니다.

<녹취> 피해자 어머니 : "우리 딸이 집에까지 왔었는데 백군이 뒤를 따라 성폭행을 하려고 하지 않았다면 그 자리에서 그냥 갔어야합니다. 처음 본 사람을 굳이 끌고 나갈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피해자 어머니는 김 군과 백 군이 범인임을 확신했지만, 경찰의 수사는 웬일인지 의문투성이였습니다.

사망 당시 신 양의 사진입니다. 온 몸은 구타를 당해 멍투성이였고, 목 부분은 심하게 졸린 흔적이 역력했습니다.

하지만 담당 의사의 첫 소견서에는 구타란 말은 단 한 마디도 없고, 사망 원인은 뇌출혈이라고 판명했는데요 평소 마라톤을 즐겨하던 20대 초반의 건강한 여성이 갑자기 뇌혈관이 터져 숨졌다는 것입니다.

<녹취> 피해자 어머니 : "두 아이가 때려서 병원에 실려 왔는데 구타란 말이 기록상에 아무것도 없습니까 그때서야 진단서를 이렇게 (담당 의사가) 구타로 써준 겁니다."

사고 현장에 대한 수사가 제대로 이뤄졌는지도 미심쩍었습니다.

현장 주변에 두 대의 cctv가 설치됐었지만, 경찰은 웬일인지 어느 하나도 증거물로 채택하지 않은 것입니다.

<녹취> 인근 교회 관계자 : “경찰들이 왔다 갔다 했고요 저희 cctv를 많이 보고 그랬는데 보고는 그냥 갔어요.”

유족들은 또 경찰이 초면이었던 이들이 다툰 이유도 묻지 않는 등 기본적인 수사조차 안됐다고 주장했는데요, 특히 외삼촌이 전직 경찰인 백 씨가 참고인 조사만 받고 무혐의로 풀려난 것은,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입니다.

<녹취> 피해자 지인 : "조카 사건을 외삼촌이 맡은 격이죠. 변호사 사무실에 사무장이 백군의 외삼촌이라는 겁니다."

당시 수사를 맡은 경찰은 오히려 신양 어머니의 이혼 사실을 거론하며, 죽은 신양의 행실이 나빴을 거라며 비아냥거리기까지 했다고 하는데요.

<녹취> 피해자 이모 : “우리 언니 훑어보더니 아줌마 왜 이혼했어요 대뜸 한다는 소리가 그거예요. 그리고 나한테는 어디서 봤다며, 노원 술집에서 본 거 같다 하더라고요.”

결국 군복무를 마친 김군은 서울고등법원에서 폭행 치사 혐의가 적용돼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이 선고됐지만, 유력했던 용의자 백군은 무혐의 처리됐습니다.

딸의 억울한 죽음과 경찰의 어처구니없는 수사.

어머니는 법도 믿을 수 없다며, 그 억울함을 인터넷에 호소했는데요.

<녹취> 피해자 지인 : "법에서는 보호를 못 받겠다. 민심에 호소하자는 심정으로 (글을 함께 올리게 됐습니다)"

글의 반응은 폭발적이었습니다.

하루 만에 조회 수 수십만 건이 넘었고, 이후 5만 여 명의 추모 서명까지 이뤄지고 있는데요.

사건이 일파만파로 커지자 경찰에 대한 비난도 잇따랐습니다.

결국 경찰청 수사국장과 감찰과장은 해당 인터넷 게시판에 철저한 재수사를 다짐하는 글을 올렸는데요.

<녹취> 경찰 관계자 : "정확하게 사실 관계를 규명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전담 수사팀을 꾸렸고, 원점에서 철저하게 재수사할 예정입니다."

인터넷을 달군 어머니의 눈물 어린 호소가 진실 규명으로까지 이어질지, 경찰의 재수사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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