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의 덫, 일본 장기 불황의 교훈

입력 2011.02.15 (23:44) 수정 2011.02.17 (15:21)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기획의도>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이 10년 넘게 지속되면서 초등학교 1학년이 6학년의 절반에 불과한 학교들이 속출하고 있다. 아이들이 사라지고 있는데, 대한민국의 경제기적은 언제까지 계속될 수 있을까?



우리나라보다 10여년 먼저 저출산, 고령화를 겪고 있는 일본은 경기침체가 20년째 계속되고 있다. 그 밑바탕에는 저출산, 고령화가 자리 잡고 있다. 노인들은 돈이 있어도 소비를 하지 않고, 왕성하게 소비해야할 젊은이들의 인구는 반으로 줄었다. 소비할 사람이 줄어들면 경제는 쇠퇴할 수밖에 없다는 게 20년 장기침체를 겪은 일본의 교훈이다.



한국은 일본보다도 출산율이 낮다. 일본 전문가들은 몇 년 안에 일본식 경기 악순환 고리가 한국에서도 일어날 것이라 경고하고 있다. 본 프로그램에서는 ‘서서히 다가오는 재앙, 저출산’을 극복하고 성장잠재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취재했다.



1. 한국, ‘아이들이 사라지고 있다’



- 한국 경제의 견인차, 울산. 3~40대 인구 비중이 높은 가장 젊은 도시다.



- 그러나 초등학교에선 아이들이 사라지고 있다. 1학년 학생 수가 6학년의 절반인 초등학교가 속출하고 있다. 울산의 경우 5년 동안 초등학교 입학생이 3분의 1이나 줄었다. 전국적으로는 25%가 줄었다.



- 여기가 끝이 아니다. 앞으로 5년 뒤에는 한 학년에 해당되는 입학생이 줄어들게 된다. 아이들이 사라지고 있는데, 세계를 놀라게 했던 대한민국의 경제기적은 언제까지 계속될 수 있을까?



2. 일본, ‘학교가 사라지고 있다’



- 우리나라보다 저출산이 먼저 시작된 일본은 대도시에서 문을 닫는 초등학교가 줄을 잇고 있다. 폐교 도미노는 중학교까지 번져나가 도쿄 나카노 구의 경우 지난 3년간 초, 중학교 10%이상이 문을 닫았다. 우리나라에선 농촌에서 일어나는 일이 도쿄 한 복판에서 일어나고 있다.



3. 일본의 잃어버린 20년과 저출산



- 1980년대만 해도 21세기는 일본의 시대라는 게 정설이었다. 20년 전 일본의 유명 경제주간지 동양경제는 2010년이 되면 일본이 미국을 따라잡아 세계 제1의 경제대국이 될 거란 장밋빛 전망을 커버스토리로 실었다.

그러나 지난달 중국이 제2위의 경제대국으로 올라서고 일본은 3위로 밀려났다.



- 같은 시기 일본 NHK는 ‘일본증후군’을 진단하는 시리즈를 보도했다. 저출산고령화는 소비위축을 낳고, 이는 경제축소로 이어진다. 이로 인해 일자리가 불안해지면서, 젊은이들이 활력을 잃게 된다. 불안해진 젊은이들은 아이를 적게 낳게 된다. 말 그대로 악순환이다.



4. 저출산, 고령화 ‘소비할 사람이 없다’



- 일본에선 식료품을 훔치는 노인들이 10년 전보다 7배 늘었다. 노인전용 교도소까지 생겨날 정도다. 노후가 불안한 노인들은 소비를 극도로 줄인다. 퇴직 전의 5분의 1로 줄인다는 학자도 있다.



- 돈이 있는 노인들도 1주일에 만 원 정도만 쓰는 경우가 다반사다. 자신이 너무 오래 살까 불안해 소비를 줄이는 이른바 ‘장수 리스크’이다.



- 저출산이 지속되면서 젊은이들의 인구 자체가 줄어들었다. 게다가, 비정규직의 급증으로 쓸 돈이 없는 젊은이들도 급증했다. 도쿄의 명품거리 긴자에선 세이부 백화점이 문을 닫았다. 대신, 유니클로 등 중저가 브랜드들이 긴자에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5. 결혼을 못하는 젊은이들



- 일자리가 불안해진 젊은이들이 결혼을 못한다. 일본의 경우 30~34세 남성들의 결혼률을 보면, 정규직은 59%, 파견직은 28%, 시간제 근로자는 22%에 불과하다. 결혼을 못하거나 늦게 하게 되면 출산율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는 또다시 저출산 고령화를 심화시키는 악순환이다.



- 한국의 경우도 IMF 외환위기 이후 젊은이들의 결혼 건수가 36% 가량 줄었다. 실제로 2000년대초, 세계 인구학계를 깜짝 놀라게 했던 한국의 출산율 폭락은 비정규직 급증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게 한국은행의 분석결과다. 그로부터 몇 년 뒤 초등학교에선 아이들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6. 단시간 근로, 일본의 새로운 저출산 대책



- 저출산 고령화가 경제침체를 불러온다는 것을 절감한 일본 정부는 노사정 합의로 ‘일과 삶의 조화 헌장’을 제정하고 ‘육아 개호휴가법’을 개정했다. 100인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3세 이하 아이를 둔 직장여성들의 ‘하루 6시간 단시간 근로’를 의무화했다. 시간외근무도 금지시켰다. 직장에서 너무 오랜 시간을 보내면 일과 삶의 조화가 불가능해지며, 이는 저출산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저출산을 극복해야 경기회복도 가능하다는 데 노사정이 인식을 같이 한 결과다.



- 소비세 인상 등을 통한 복지예산 확보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노인들과 젊은이들의 불안을 덜어주지 않고는 경기회복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 그러나 이미 늦었다는 지적도 있다. 재정적자가 GDP의 2배를 넘었기 때문이다.



7. 저출산 대책, ‘시간이 많지 않다’



- 일본 전문가들은 출산율이 일본보다 낮은 한국에서도 몇 년 안에 일본식 위기가 다가올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일본에 비해 재정 여력이 있는 만큼 지금부터 대비하면 해결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단,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저출산의 덫, 일본 장기 불황의 교훈
    • 입력 2011-02-15 23:44:36
    • 수정2011-02-17 15:21:10
    시사기획 창
<기획의도>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이 10년 넘게 지속되면서 초등학교 1학년이 6학년의 절반에 불과한 학교들이 속출하고 있다. 아이들이 사라지고 있는데, 대한민국의 경제기적은 언제까지 계속될 수 있을까?

우리나라보다 10여년 먼저 저출산, 고령화를 겪고 있는 일본은 경기침체가 20년째 계속되고 있다. 그 밑바탕에는 저출산, 고령화가 자리 잡고 있다. 노인들은 돈이 있어도 소비를 하지 않고, 왕성하게 소비해야할 젊은이들의 인구는 반으로 줄었다. 소비할 사람이 줄어들면 경제는 쇠퇴할 수밖에 없다는 게 20년 장기침체를 겪은 일본의 교훈이다.

한국은 일본보다도 출산율이 낮다. 일본 전문가들은 몇 년 안에 일본식 경기 악순환 고리가 한국에서도 일어날 것이라 경고하고 있다. 본 프로그램에서는 ‘서서히 다가오는 재앙, 저출산’을 극복하고 성장잠재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취재했다.

1. 한국, ‘아이들이 사라지고 있다’

- 한국 경제의 견인차, 울산. 3~40대 인구 비중이 높은 가장 젊은 도시다.

- 그러나 초등학교에선 아이들이 사라지고 있다. 1학년 학생 수가 6학년의 절반인 초등학교가 속출하고 있다. 울산의 경우 5년 동안 초등학교 입학생이 3분의 1이나 줄었다. 전국적으로는 25%가 줄었다.

- 여기가 끝이 아니다. 앞으로 5년 뒤에는 한 학년에 해당되는 입학생이 줄어들게 된다. 아이들이 사라지고 있는데, 세계를 놀라게 했던 대한민국의 경제기적은 언제까지 계속될 수 있을까?

2. 일본, ‘학교가 사라지고 있다’

- 우리나라보다 저출산이 먼저 시작된 일본은 대도시에서 문을 닫는 초등학교가 줄을 잇고 있다. 폐교 도미노는 중학교까지 번져나가 도쿄 나카노 구의 경우 지난 3년간 초, 중학교 10%이상이 문을 닫았다. 우리나라에선 농촌에서 일어나는 일이 도쿄 한 복판에서 일어나고 있다.

3. 일본의 잃어버린 20년과 저출산

- 1980년대만 해도 21세기는 일본의 시대라는 게 정설이었다. 20년 전 일본의 유명 경제주간지 동양경제는 2010년이 되면 일본이 미국을 따라잡아 세계 제1의 경제대국이 될 거란 장밋빛 전망을 커버스토리로 실었다.
그러나 지난달 중국이 제2위의 경제대국으로 올라서고 일본은 3위로 밀려났다.

- 같은 시기 일본 NHK는 ‘일본증후군’을 진단하는 시리즈를 보도했다. 저출산고령화는 소비위축을 낳고, 이는 경제축소로 이어진다. 이로 인해 일자리가 불안해지면서, 젊은이들이 활력을 잃게 된다. 불안해진 젊은이들은 아이를 적게 낳게 된다. 말 그대로 악순환이다.

4. 저출산, 고령화 ‘소비할 사람이 없다’

- 일본에선 식료품을 훔치는 노인들이 10년 전보다 7배 늘었다. 노인전용 교도소까지 생겨날 정도다. 노후가 불안한 노인들은 소비를 극도로 줄인다. 퇴직 전의 5분의 1로 줄인다는 학자도 있다.

- 돈이 있는 노인들도 1주일에 만 원 정도만 쓰는 경우가 다반사다. 자신이 너무 오래 살까 불안해 소비를 줄이는 이른바 ‘장수 리스크’이다.

- 저출산이 지속되면서 젊은이들의 인구 자체가 줄어들었다. 게다가, 비정규직의 급증으로 쓸 돈이 없는 젊은이들도 급증했다. 도쿄의 명품거리 긴자에선 세이부 백화점이 문을 닫았다. 대신, 유니클로 등 중저가 브랜드들이 긴자에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5. 결혼을 못하는 젊은이들

- 일자리가 불안해진 젊은이들이 결혼을 못한다. 일본의 경우 30~34세 남성들의 결혼률을 보면, 정규직은 59%, 파견직은 28%, 시간제 근로자는 22%에 불과하다. 결혼을 못하거나 늦게 하게 되면 출산율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는 또다시 저출산 고령화를 심화시키는 악순환이다.

- 한국의 경우도 IMF 외환위기 이후 젊은이들의 결혼 건수가 36% 가량 줄었다. 실제로 2000년대초, 세계 인구학계를 깜짝 놀라게 했던 한국의 출산율 폭락은 비정규직 급증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게 한국은행의 분석결과다. 그로부터 몇 년 뒤 초등학교에선 아이들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6. 단시간 근로, 일본의 새로운 저출산 대책

- 저출산 고령화가 경제침체를 불러온다는 것을 절감한 일본 정부는 노사정 합의로 ‘일과 삶의 조화 헌장’을 제정하고 ‘육아 개호휴가법’을 개정했다. 100인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3세 이하 아이를 둔 직장여성들의 ‘하루 6시간 단시간 근로’를 의무화했다. 시간외근무도 금지시켰다. 직장에서 너무 오랜 시간을 보내면 일과 삶의 조화가 불가능해지며, 이는 저출산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저출산을 극복해야 경기회복도 가능하다는 데 노사정이 인식을 같이 한 결과다.

- 소비세 인상 등을 통한 복지예산 확보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노인들과 젊은이들의 불안을 덜어주지 않고는 경기회복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 그러나 이미 늦었다는 지적도 있다. 재정적자가 GDP의 2배를 넘었기 때문이다.

7. 저출산 대책, ‘시간이 많지 않다’

- 일본 전문가들은 출산율이 일본보다 낮은 한국에서도 몇 년 안에 일본식 위기가 다가올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일본에 비해 재정 여력이 있는 만큼 지금부터 대비하면 해결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단,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