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96차례 방화 ‘봉대산 불다람쥐’ 덜미

입력 2011.03.29 (08:57) 수정 2011.03.29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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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어떻게 멀쩡한 50대 가장이 이런 일을 저지를 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울산 지역에서 악명을 떨친 연쇄 방화 용의자 이른바 '불다람쥐'가 붙잡혔는데 경찰이 확인해보니 대기업에서 26년간 근무한 중간 관리자였습니다.

정수영 기자, 대기업 간부가 어쩌다 이런 일을 저지르게 된 건가요?

<리포트>

이유도 어처구니 없습니다. 경찰에 붙잡힌 피의자는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개인적 괴로움을 잊기 위해서였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저 스트레스 풀겠다고 16년간 저지른 산불이 96차롑니다. 산불이 얼마나 자주 났던지 성한 나무보다 불탄 나무가 더 많을 지경입니다. 도대체 왜 그런 짓을 했는지 동료들도 허탈해 할 따름입니다.

50대 남성 한 명이 등산로에서 내려와 아파트 단지로 황급히 사라집니다.

남자가 걸어 나온 산기슭에서 불길이 솟구칩니다.

지난 12일 울산 동부동 마골산에서 일어난 산불 방화사건 용의자 모습입니다.

<인터뷰>이정우(울산 동구청 산불진화대) : "이 나무 다 살리려면 새로 심어야 해요. 그때까지 50년 이상 걸려야 해요 여기 지금"

울산 동부동 마골산과 봉대산 일대에서 산불이 계속된 것은 16년 전인 지난 1994년 부터였습니다.

봉대산 일대 반경 3km 이내에서 일어난 산불은 무려 100여 건에 이릅니다.

봉대산 일대 아파트 주민들은 잊을 만하면 일어나는 산불에 끊임없이 시달려야 했습니다.

<인터뷰>봉대산 인근 주민 : "무서워요 겁도 나고. 바람이 불면 불똥이 팍 날아오거든. 바람으로 번지니까 무섭죠."

<인터뷰>봉대산 인근 주민 : "불안하죠. 여기 불 한 번씩 나면 아파트 경비 아저씨들 나와서 차 빼라 그러고 아파트 (주민이) 잠을 못 자요."

미처 복구될 틈도 없이 계속된 산불로 봉대산 일대 임야는 황폐해질 대로 황폐해졌습니다.

<인터뷰>산불 감시원 : "봉대산 앞에는 조금 나무 있지만요. 뒤로 넘어가면 나무가 없습니다. 다 타고. 그냥 하얀 이런 돌하고 이런 거 밖에 없고 나무가 없습니다."

<인터뷰>봉대산 인근 주민 : "산에 불이 많이 타서 나무가 많이 타서 짐승도 별로 없을 것 같아요."

얼굴 없는 방화범에는 언제부턴가 이른바 불다람쥐라는 별명이 붙었습니다.

경찰이 이미 오래 전부터 수사에 착수했지만 범인이 워낙 철저히 흔적을 남기지 않는 탓에 수사는 늘 제자리를 맴돌았습니다.

<인터뷰>장승호 \(팀장/울산 동구 경찰서) : "범행현장에서 바로 라이터로 불을 지른 것이 아니고 자기가 고안한 도구를 이용해서 불을 붙이고 내려오면 한 30분에서 2시간 후에 산에 불이 붙기 때문에 저희 경찰관들이 출동하고 소방관이나 행정관들이 출동하면 그때는 벌써 범인이 장소를 이탈해서 집에 가 있는 상태기 때문에 빨리 잡을 수 없는 그런 상태였습니다."

산불이 끊이지 않자 인근 공무원 수백 명은 해마다 10여 차례씩 봉대산 주변을 지키느라 밤잠을 설쳤습니다.

<인터뷰>산불진화 공무원 : "(공무원들은) 다섯 시 반 가까이 되면 (봉대산 순찰하러) 다 나와요. 막 구석구석에 공무원들이 토요일 일요일 쉬지도 못하고 나와서 (보초를 섰어요.)"

2009년 11월에는 경찰이 내건 현상금이 3천 만 원에서 3억 원으로 10배 오르기까지 했습니다.

경찰은 결국 지난해 10월 형사 5명으로 이른바 불다람쥐 검거 전담팀을 구성했습니다.

5개월에 가까운 탐문 수사 끝에 마침내 결정적 단서가 잡혔습니다.

지난 12일 화재 지점 인근의 아파트 CCTV에서 방화 시점 산에서 내려오는 범인 모습을 포착했습니다.

<인터뷰>장승호(팀장/울산 동구 경찰서) : "CCTV를 직원들이 수백 번 분석하면서 이 사람의 신체 특징을 파악할 수 있었던 게 범인을 검거하는데 도움이 많이 됐습니다."

경찰은 산불 지점 인근 아파트 단지 10곳의 CCTV 화면을 이 잡듯이 뒤져 결국 용의자 얼굴과 신원을 파악했고 피의자 51살 김모 씨를 체포했습니다.

악명 높은 불다람쥐 실체를 파악한 경찰은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피의자가 멀쩡한 대기업 중간 관리자인 50대 가장이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방화범 직장 동료 : "멀쩡하니깐 회사 다니지.. 그렇지 않겠어요? 착하다고 하는데 직급도 팀장급인데.."

연쇄 방화 피의자 김 씨는 1985년 고졸사원으로 입사해 26년간 근무했고 중간 간부로 승진해 연봉이 1억 원에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 씨가 첫 범행을 저지른 것은 지난 1994년 12월로 충동적으로 라이터로 산불을 낸 뒤 잇단 방화에서 비정상적 만족감을 느껴 범행을 계속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인터뷰>장승호("팀장/울산 동구 경찰서) : "개인의 괴로움, 스트레스 이런 것들을 불을 지르면서 스트레스가 해소되고
괴로움이 잊혀 지니까 불을 계속 지르게 됐다."

방화를 96차례나 거듭하면서 수법은 갈수록 교묘해졌습니다.

화장지를 꼬아 만든 도구로 불씨를 일으키는가 하면 너트에 성냥과 휴지를 묶어 불을 붙인 뒤 던져 방화하는 수법까지 고안했습니다.

김 씨는 방화범 감시 상황을 알기 위해 은밀히 산불감시원들과 친분을 쌓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인터뷰>산불진화 공무원 : "우리가 근무 서면 아침에 나오면 (피의자가) 회사 출근하면서 갈 적에도 인사하고 퇴근하면서 인사하고 ‘범인 잡혔습니까?’ 이렇게 돌아다녔어요."

지난 1994년부터 16년 동안 김 씨가 불태운 임야는 모두 81.9ha. 축구장 114개 면적으로 피해액은 18억 원에 달합니다.

경찰은 울산 봉대산 일대에서 96차례에 걸쳐 방화를 저지른 혐의로 김 씨를 구속하고 여죄를 추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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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11-03-29 09:2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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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어떻게 멀쩡한 50대 가장이 이런 일을 저지를 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울산 지역에서 악명을 떨친 연쇄 방화 용의자 이른바 '불다람쥐'가 붙잡혔는데 경찰이 확인해보니 대기업에서 26년간 근무한 중간 관리자였습니다. 정수영 기자, 대기업 간부가 어쩌다 이런 일을 저지르게 된 건가요? <리포트> 이유도 어처구니 없습니다. 경찰에 붙잡힌 피의자는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개인적 괴로움을 잊기 위해서였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저 스트레스 풀겠다고 16년간 저지른 산불이 96차롑니다. 산불이 얼마나 자주 났던지 성한 나무보다 불탄 나무가 더 많을 지경입니다. 도대체 왜 그런 짓을 했는지 동료들도 허탈해 할 따름입니다. 50대 남성 한 명이 등산로에서 내려와 아파트 단지로 황급히 사라집니다. 남자가 걸어 나온 산기슭에서 불길이 솟구칩니다. 지난 12일 울산 동부동 마골산에서 일어난 산불 방화사건 용의자 모습입니다. <인터뷰>이정우(울산 동구청 산불진화대) : "이 나무 다 살리려면 새로 심어야 해요. 그때까지 50년 이상 걸려야 해요 여기 지금" 울산 동부동 마골산과 봉대산 일대에서 산불이 계속된 것은 16년 전인 지난 1994년 부터였습니다. 봉대산 일대 반경 3km 이내에서 일어난 산불은 무려 100여 건에 이릅니다. 봉대산 일대 아파트 주민들은 잊을 만하면 일어나는 산불에 끊임없이 시달려야 했습니다. <인터뷰>봉대산 인근 주민 : "무서워요 겁도 나고. 바람이 불면 불똥이 팍 날아오거든. 바람으로 번지니까 무섭죠." <인터뷰>봉대산 인근 주민 : "불안하죠. 여기 불 한 번씩 나면 아파트 경비 아저씨들 나와서 차 빼라 그러고 아파트 (주민이) 잠을 못 자요." 미처 복구될 틈도 없이 계속된 산불로 봉대산 일대 임야는 황폐해질 대로 황폐해졌습니다. <인터뷰>산불 감시원 : "봉대산 앞에는 조금 나무 있지만요. 뒤로 넘어가면 나무가 없습니다. 다 타고. 그냥 하얀 이런 돌하고 이런 거 밖에 없고 나무가 없습니다." <인터뷰>봉대산 인근 주민 : "산에 불이 많이 타서 나무가 많이 타서 짐승도 별로 없을 것 같아요." 얼굴 없는 방화범에는 언제부턴가 이른바 불다람쥐라는 별명이 붙었습니다. 경찰이 이미 오래 전부터 수사에 착수했지만 범인이 워낙 철저히 흔적을 남기지 않는 탓에 수사는 늘 제자리를 맴돌았습니다. <인터뷰>장승호 \(팀장/울산 동구 경찰서) : "범행현장에서 바로 라이터로 불을 지른 것이 아니고 자기가 고안한 도구를 이용해서 불을 붙이고 내려오면 한 30분에서 2시간 후에 산에 불이 붙기 때문에 저희 경찰관들이 출동하고 소방관이나 행정관들이 출동하면 그때는 벌써 범인이 장소를 이탈해서 집에 가 있는 상태기 때문에 빨리 잡을 수 없는 그런 상태였습니다." 산불이 끊이지 않자 인근 공무원 수백 명은 해마다 10여 차례씩 봉대산 주변을 지키느라 밤잠을 설쳤습니다. <인터뷰>산불진화 공무원 : "(공무원들은) 다섯 시 반 가까이 되면 (봉대산 순찰하러) 다 나와요. 막 구석구석에 공무원들이 토요일 일요일 쉬지도 못하고 나와서 (보초를 섰어요.)" 2009년 11월에는 경찰이 내건 현상금이 3천 만 원에서 3억 원으로 10배 오르기까지 했습니다. 경찰은 결국 지난해 10월 형사 5명으로 이른바 불다람쥐 검거 전담팀을 구성했습니다. 5개월에 가까운 탐문 수사 끝에 마침내 결정적 단서가 잡혔습니다. 지난 12일 화재 지점 인근의 아파트 CCTV에서 방화 시점 산에서 내려오는 범인 모습을 포착했습니다. <인터뷰>장승호(팀장/울산 동구 경찰서) : "CCTV를 직원들이 수백 번 분석하면서 이 사람의 신체 특징을 파악할 수 있었던 게 범인을 검거하는데 도움이 많이 됐습니다." 경찰은 산불 지점 인근 아파트 단지 10곳의 CCTV 화면을 이 잡듯이 뒤져 결국 용의자 얼굴과 신원을 파악했고 피의자 51살 김모 씨를 체포했습니다. 악명 높은 불다람쥐 실체를 파악한 경찰은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피의자가 멀쩡한 대기업 중간 관리자인 50대 가장이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방화범 직장 동료 : "멀쩡하니깐 회사 다니지.. 그렇지 않겠어요? 착하다고 하는데 직급도 팀장급인데.." 연쇄 방화 피의자 김 씨는 1985년 고졸사원으로 입사해 26년간 근무했고 중간 간부로 승진해 연봉이 1억 원에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 씨가 첫 범행을 저지른 것은 지난 1994년 12월로 충동적으로 라이터로 산불을 낸 뒤 잇단 방화에서 비정상적 만족감을 느껴 범행을 계속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인터뷰>장승호("팀장/울산 동구 경찰서) : "개인의 괴로움, 스트레스 이런 것들을 불을 지르면서 스트레스가 해소되고 괴로움이 잊혀 지니까 불을 계속 지르게 됐다." 방화를 96차례나 거듭하면서 수법은 갈수록 교묘해졌습니다. 화장지를 꼬아 만든 도구로 불씨를 일으키는가 하면 너트에 성냥과 휴지를 묶어 불을 붙인 뒤 던져 방화하는 수법까지 고안했습니다. 김 씨는 방화범 감시 상황을 알기 위해 은밀히 산불감시원들과 친분을 쌓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인터뷰>산불진화 공무원 : "우리가 근무 서면 아침에 나오면 (피의자가) 회사 출근하면서 갈 적에도 인사하고 퇴근하면서 인사하고 ‘범인 잡혔습니까?’ 이렇게 돌아다녔어요." 지난 1994년부터 16년 동안 김 씨가 불태운 임야는 모두 81.9ha. 축구장 114개 면적으로 피해액은 18억 원에 달합니다. 경찰은 울산 봉대산 일대에서 96차례에 걸쳐 방화를 저지른 혐의로 김 씨를 구속하고 여죄를 추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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