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사의 갈림길 마지막 1시간

입력 2011.05.24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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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기획의도

“크게 다친 한국의 중상 환자들에게 살고 죽는 건 그냥 재수라는 거죠”

해마다 중상으로 숨지는 사람은 3만 명. 이 가운데 만 명은 살 수도 있었는데 죽어간 사람들이다. 받아주겠다는 병원이 없어 응급차량에 실려 이리저리 떠돌다 숨지거나, 병원에 가도 제대로 의사의 치료를 받지 못해 숨지는 사람들. 한국에 외상전문의는 전국에 3-5명에 불과하며, 이들 환자를 한두 시간 안에 수술할 수 있는 병원은 전무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에서 중상환자는 누구를 막론하고 모두 ‘의료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셈이다.

병원은 낮은 수가와 높은 비용을 이유로, 정부는 예산을 핑계로 수십 년 째 외상전문센터 건립을 외면하고 있다. 그러는 사이 우리나라 중상환자의 사망률은 선진국의 3배를 넘어섰다. 갈 곳 없이 죽어가는 한국 외상환자들의 현실과 개선책을 진단해본다.

2. 주요내용

■ 갈 곳 없는 중상환자, 의사 없는 병원

위급하게 출동해 환자를 태웠지만 119 구급차는 어느 병원이 비었는지, 어디에서 환자를 받아줄지 알 길이 없다. 치료할 의사를 잘 만나면 다행이지만 못 만나면 또 어디론가 다른 병원을 찾아 길을 헤매야 한다. 아무리 크게 다쳐도 한 시간 안에만 수술 받으면 살 수 있다고 해서 ‘골든타임’이라 이름 붙여진 황금의 한 시간. 하지만 우리나라 환자들에게 ‘골든 타임’ 안에 수술 받는 건 말 그대로 그림의 떡이다.

■ 외상환자와의 사투, 100시간의 기록

쇠붙이에 목을 찔려 기도와 식도가 완전히 망가진 40대 남성, 조금 통증만 있었을 뿐인데 알고 보니 장이 파열된 교통사고 환자, 피투성이가 될 정도로 흉기에 찔려 몇 군데 병원에서 거절당하다 시간만 보낸 환자... 이들은 어떻게 죽어가다가 어떻게 살아나게 됐을까. 이런 사람들을 살리려면 어떻게 조치해야 할까. 석해균 선장을 살려낸 이국종 교수와 그가 이끌고 있는 아주대병원 외상외과를 100시간 동안 밀착취재했다.

■ 미경 씨의 비극 - 치료할 시스템도, 의지도 없다

4년 전 남편을 잃은 미경 씨. 크게 다쳐 의식도 없고 심장까지 한 번 멎었었던 남편을 대형병원은 수술할 의사가 없다며 응급처치만 하고 중소병원으로 보냈다. 해외에서 1급 중상환자가 중소형 병원으로 다시 보내지는 일은 없다. 외상환자를 다루는 체계가 마련돼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환자를 거절해도 별다른 제재가 없으니 병원은 적자 확률이 높고 치료하기 골치아픈 중상환자는 받지 않으려 한다. 돈을 들여 암센터를 확장하고, 첨단 수술을 수시로 도입하는 우리나라 5대 병원조차 외상전문센터는 없다.

■ 기퍼즈 의원의 생환 - 기적은 가능하다

지난 1월 미국 애리조나에서 일어났던 총기사건. 당시 머리에 관통상을 입은 기퍼즈 하원의원은 불과 9분 만에 병원으로 옮겨져 도착 38분 만에 수술에 들어갔다. 그리고 기퍼즈 의원은 기적같이 살아났다. 인구 100만도 안되는 중소도시 투손에서 기적을 만든 것은 한국계 외상전문의 피터 리 박사와 체계적으로 뿌리내린 외상 치료 시스템이었다. 피터 리 박사를 만나 비결을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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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사의 갈림길 마지막 1시간
    • 입력 2011-05-24 23:4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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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기획의도 “크게 다친 한국의 중상 환자들에게 살고 죽는 건 그냥 재수라는 거죠” 해마다 중상으로 숨지는 사람은 3만 명. 이 가운데 만 명은 살 수도 있었는데 죽어간 사람들이다. 받아주겠다는 병원이 없어 응급차량에 실려 이리저리 떠돌다 숨지거나, 병원에 가도 제대로 의사의 치료를 받지 못해 숨지는 사람들. 한국에 외상전문의는 전국에 3-5명에 불과하며, 이들 환자를 한두 시간 안에 수술할 수 있는 병원은 전무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에서 중상환자는 누구를 막론하고 모두 ‘의료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셈이다. 병원은 낮은 수가와 높은 비용을 이유로, 정부는 예산을 핑계로 수십 년 째 외상전문센터 건립을 외면하고 있다. 그러는 사이 우리나라 중상환자의 사망률은 선진국의 3배를 넘어섰다. 갈 곳 없이 죽어가는 한국 외상환자들의 현실과 개선책을 진단해본다. 2. 주요내용 ■ 갈 곳 없는 중상환자, 의사 없는 병원 위급하게 출동해 환자를 태웠지만 119 구급차는 어느 병원이 비었는지, 어디에서 환자를 받아줄지 알 길이 없다. 치료할 의사를 잘 만나면 다행이지만 못 만나면 또 어디론가 다른 병원을 찾아 길을 헤매야 한다. 아무리 크게 다쳐도 한 시간 안에만 수술 받으면 살 수 있다고 해서 ‘골든타임’이라 이름 붙여진 황금의 한 시간. 하지만 우리나라 환자들에게 ‘골든 타임’ 안에 수술 받는 건 말 그대로 그림의 떡이다. ■ 외상환자와의 사투, 100시간의 기록 쇠붙이에 목을 찔려 기도와 식도가 완전히 망가진 40대 남성, 조금 통증만 있었을 뿐인데 알고 보니 장이 파열된 교통사고 환자, 피투성이가 될 정도로 흉기에 찔려 몇 군데 병원에서 거절당하다 시간만 보낸 환자... 이들은 어떻게 죽어가다가 어떻게 살아나게 됐을까. 이런 사람들을 살리려면 어떻게 조치해야 할까. 석해균 선장을 살려낸 이국종 교수와 그가 이끌고 있는 아주대병원 외상외과를 100시간 동안 밀착취재했다. ■ 미경 씨의 비극 - 치료할 시스템도, 의지도 없다 4년 전 남편을 잃은 미경 씨. 크게 다쳐 의식도 없고 심장까지 한 번 멎었었던 남편을 대형병원은 수술할 의사가 없다며 응급처치만 하고 중소병원으로 보냈다. 해외에서 1급 중상환자가 중소형 병원으로 다시 보내지는 일은 없다. 외상환자를 다루는 체계가 마련돼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환자를 거절해도 별다른 제재가 없으니 병원은 적자 확률이 높고 치료하기 골치아픈 중상환자는 받지 않으려 한다. 돈을 들여 암센터를 확장하고, 첨단 수술을 수시로 도입하는 우리나라 5대 병원조차 외상전문센터는 없다. ■ 기퍼즈 의원의 생환 - 기적은 가능하다 지난 1월 미국 애리조나에서 일어났던 총기사건. 당시 머리에 관통상을 입은 기퍼즈 하원의원은 불과 9분 만에 병원으로 옮겨져 도착 38분 만에 수술에 들어갔다. 그리고 기퍼즈 의원은 기적같이 살아났다. 인구 100만도 안되는 중소도시 투손에서 기적을 만든 것은 한국계 외상전문의 피터 리 박사와 체계적으로 뿌리내린 외상 치료 시스템이었다. 피터 리 박사를 만나 비결을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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