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멘트>
나무를 베어가는 사람들과 지키는 사람들이 총을 들고 전투를 벌이는 곳이 있습니다. 태국과 캄보디아, 라오스 접경 지역인데요, 나무가 얼마나 귀하면 피를 흘리고라도 차지하려고 하는지 궁금하군요.
파융이라고 불리는 나무인데요.. 궁전을 보수하거나 최고급 가구를 만드는 데 쓰는 아주 값비싼 나무입니다. 이 나무가 불법 벌목으로 빠르게 사라지자 태국이 군대를 투입해 사수 작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밀림에서 벌어지는 나무 전쟁 현장... 한재호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태국과 라오스 접경에 펼쳐진 울창한 산림. 숲 속을 순찰하던 군인과 벌목 감시원들이 뭔가를 발견한 듯 갑자기 움직임이 긴박해집니다. 잠시 정적이 흐르는가 싶더니 이내 치열한 전투가 벌어집니다.
숨가쁜 전투와 추격전이 계속되고, 결국 불법으로 나무를 베던 벌목꾼들이 체포됩니다. 장미나무로 불리는 파융을 잘라 옮기던 사람들입니다.
요란한 나무벌레 소리가 음산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숲 속. 파융을 밴 흔적들이 곳곳에 남아 있습니다. 나무를 베어낸 자리마다 밑동만 덩그러이 남아 있고, 미처 옮기지 못한 나무들도 주위에 쓰러져 있습니다.
불법 벌목꾼들은 시야를 분간할 수 있는 낮 시간에 이 깊은 숲속에서 장미나무를 베어 낸 다음 이렇게 현장에서 잘라 숲 밖으로 밀반출합니다.
통나무를 무처럼 토막내 옮기기도 하고, 가져가기 좋게 사각형으로 잘게 잘라 놓기도 합니다. 나무를 벤지 얼마 지나지 않은 듯 톱밥이 아직도 축축합니다.
파융 불법 벌목이 상시적으로 진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숲 속에는 나무를 옮길 때 사용한 수레바퀴 자국이여기저기 깊게 패여 있습니다. 파융은 통나무로 V자형 틀을 만들어 양쪽에 바퀴를 고정시킨 간이 수레로 옮깁니다. 여기에 나무를 싣고 여러명이 달려 들어 강을 건너고 언덕도 넘어 숲을 빠져 나갑니다.
<인터뷰>차이윳(태국 동부지역 벌목감시총책임자) : "아침에 파융을 수레에 싣고 이 길을 지나 캄보디아쪽으로 간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벌목을 할 땐 보통 50~60명이 3개조로 팀을 나눠 기민하게 움직입니다. 선발대는 파융이 있는 곳을 찾아내고 주위에 감시의 눈초리가 있는 지 살핍니다. 이어 벌목조가 들어가 기계톱으로 나무를 벱니다. 소리가 요란해 발각되기도 쉽지만 큰 나무를 재빨리 베어낼 수 있어 기계톱을 씁니다. 마지막으로 운반조가 투입됩니다.
<인터뷰>파못('욧돔'자연보호구역 감시대장) : “보통 4명이 파융을 운반하는 데 벌목조도 합세해 나무를 끌고 갑니다.“
벌목꾼들은 항상 무장을 한 채 움직입니다. 감시대에 적발되면 죽음을 각오해야 되기 때문에 작정을 하고 덤벼듭니다. 이 때문에 감시대도 군인들과 함께 중무장을 한 채 숲속에 들어가 순찰을 합니다. 감시대와 벌목꾼이 충돌하는 경우도 잦아 양측에서 죽고 다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합니다.
<인터뷰>사마이(벌목감시 특수부대원) : "밀목꾼들은 AK-47로 무장하고 있고 우리와 전투를 벌이기도 합니다."
불법으로 파융을 베는 사람들은 대부분 이웃 캄보디아에서 넘어옵니다. 적발되는 밀목꾼도 대다수가 캄보디아인들입니다. 이전엔 라오스와 캄보디아에도 파융이 꽤 있었지만 지금은 남벌로 거의 멸종된 상탭니다. 이 때문에, 그나마 파융이 남아 있는 태국쪽으로 국경을 넘어들어와 몰래 베어가는 것입니다.
흔히 장미나무로 불리는 파융입니다. 불과 4~5년 전까지만 해도 숲 어디서나 볼 수 있었지만 지금은 숲 깊숙이 들어가지 않으면 찾아보기 힘듭니다.
파융은 지구상에서 태국과 캄보디아,라오스 국경지대에만 자생하는 희귀목입니다. 속이 빨간 장미처럼 붉고 아름다워 최고급 가구재나 왕궁 보수재로 쓰이고 있습니다. 한 그루에 보통 수백만원씩 하기 때문에 단번에 큰 돈을 벌 욕심에 죽음까지 각오합니다. 불법 벌목이 그치지 않는 이윱니다.
<인터뷰>찻차완(후어이살라 자연보호구역 감시대장) : "압수한 이 파융 판자는 길이 2m,넓이가 50㎝로 값이 2백만 원 정도 됩니다."
산림 감시 본부마다 벌목꾼들에게 압수한 파융 나무 야적장이 있습니다. 나무뿐아니라 이들이 사용한 총기와 밧줄, 각종 도구들도 함께나옵니다. 한켠엔 운반용 수레들도 여러대 보관하고 있습니다. 숲에서 파융을 끌어낼 때 쓰는 수레로 오토바이 바퀴를 개조해 달았습니다.
<인터뷰>프라윤('파융'벌목 감시대원):"바퀴를 이렇게 운반틀 축에 끼운 뒤 너트로 고정시킵니다. 반대쪽도 마찬가집니다."
파융이 남벌되기 시작한 시점은 베이징 올림픽이 열렸던 지난 2008년 안팎. 중국은 왕궁 보수를 위해 태국에 파융을 주문했고, 이후 복과 행운을 가져다 준다는 속설이 퍼져 불법 벌목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2009년 1200여 그루, 2010년 2730여 그루에 이어, 올해는 10월 초까지 4,850여 그루가 압수됐습니다.
올해 적발된 파융만 40억 원칩니다. 파융은 벌목과 해외 밀반출이 법으로 엄격히 금지돼 있지만 불법 행위가 그치지 않고 있습니다.
<인터뷰>프라송(방콕 세관본부장) : "태국 동부에서 싣고 온 파융들로 어린나무도 있고 큰 나무도 있습니다."
파융이 밀반출되는 경로는 크게 2가지.
태국에서 캄보디아, 라오스, 베트남을 거쳐 중국으로 들어가는 경로,, 또 하나는 방콕을 거쳐 말레이시아 갑니다.
파융이 나라 밖으로 나가면 값이 무려 10배로 껑충 뜁니다. 파융 벌목이 그치지 않자 태국은 630여명의 감시원을 긴급 편성해 캄보디아와 라오스 국경에 배치했습니다. 지난 10월 임무를 시작한 이들은 군과 함께 순찰과 단속을 벌이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60여 명을 현장에서 적발하는 성과를 올리기도 했습니다. 나무를 베러 갔던 이 5명도 특별 감시원에 적발돼 심문을 받고 있습니다. 자신들은 파융을 베러 간데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인터뷰>파융 벌목 용의자 : "집을 지으려고 다른 나무를 찾아보려 숲에 들어갔을 뿐이에요."
증거 확보를 위해 압수한 파융을 죽을 고생을 하며 숲 밖으로 옮기는 일도 감시대원의 몫. 험한 강줄기를 넘나들기도 하고..육중한 무게의 수레를 밀고 진흙창 언덕을 오르기도 합니다. 단속과정에서 흉기에 찔리거나 실종되는 등 큰 피해를 감수하면서도 파융 사수에 사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태국 정부는 이달 말로 끝나는 감시 임무를 평가한 뒤 계속 여부를 결정할 예정입니다. 라오스와 캄보디아 접경에서 이뤄지는 감시 활동이라 그만큼 상황이 민감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파융이 자생하는 프라위한 사원 일대 등 태국 동남부 지역은 태국과 캄보디아간 영유권 분쟁이 오랫동안 계속되고 있습니다.
<인터뷰>에카차이(벌목 감시대원) : "14건을 단속했는 데 캄보디아인들은 자기들 땅에서 나무를 벴다고 주장합니다."
한낮에도 숲 깊숙한 곳에서 들려오는 전기톱 소리는 파융이 앞으로도 수난을 당할 것임을 암시합니다. 지구상의 유일한 자생지, 하필 접경 지대에 걸쳐 있어 더 어렵고 민감한 보호 조건.
지키는 쪽과 베는 쪽의 싸움이 계속되는 이 순간에도 얼마남지 않은 천연 자원 파융은 한 그루 씩, 한 그루씩 넘어지고 있습니다.
나무를 베어가는 사람들과 지키는 사람들이 총을 들고 전투를 벌이는 곳이 있습니다. 태국과 캄보디아, 라오스 접경 지역인데요, 나무가 얼마나 귀하면 피를 흘리고라도 차지하려고 하는지 궁금하군요.
파융이라고 불리는 나무인데요.. 궁전을 보수하거나 최고급 가구를 만드는 데 쓰는 아주 값비싼 나무입니다. 이 나무가 불법 벌목으로 빠르게 사라지자 태국이 군대를 투입해 사수 작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밀림에서 벌어지는 나무 전쟁 현장... 한재호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태국과 라오스 접경에 펼쳐진 울창한 산림. 숲 속을 순찰하던 군인과 벌목 감시원들이 뭔가를 발견한 듯 갑자기 움직임이 긴박해집니다. 잠시 정적이 흐르는가 싶더니 이내 치열한 전투가 벌어집니다.
숨가쁜 전투와 추격전이 계속되고, 결국 불법으로 나무를 베던 벌목꾼들이 체포됩니다. 장미나무로 불리는 파융을 잘라 옮기던 사람들입니다.
요란한 나무벌레 소리가 음산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숲 속. 파융을 밴 흔적들이 곳곳에 남아 있습니다. 나무를 베어낸 자리마다 밑동만 덩그러이 남아 있고, 미처 옮기지 못한 나무들도 주위에 쓰러져 있습니다.
불법 벌목꾼들은 시야를 분간할 수 있는 낮 시간에 이 깊은 숲속에서 장미나무를 베어 낸 다음 이렇게 현장에서 잘라 숲 밖으로 밀반출합니다.
통나무를 무처럼 토막내 옮기기도 하고, 가져가기 좋게 사각형으로 잘게 잘라 놓기도 합니다. 나무를 벤지 얼마 지나지 않은 듯 톱밥이 아직도 축축합니다.
파융 불법 벌목이 상시적으로 진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숲 속에는 나무를 옮길 때 사용한 수레바퀴 자국이여기저기 깊게 패여 있습니다. 파융은 통나무로 V자형 틀을 만들어 양쪽에 바퀴를 고정시킨 간이 수레로 옮깁니다. 여기에 나무를 싣고 여러명이 달려 들어 강을 건너고 언덕도 넘어 숲을 빠져 나갑니다.
<인터뷰>차이윳(태국 동부지역 벌목감시총책임자) : "아침에 파융을 수레에 싣고 이 길을 지나 캄보디아쪽으로 간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벌목을 할 땐 보통 50~60명이 3개조로 팀을 나눠 기민하게 움직입니다. 선발대는 파융이 있는 곳을 찾아내고 주위에 감시의 눈초리가 있는 지 살핍니다. 이어 벌목조가 들어가 기계톱으로 나무를 벱니다. 소리가 요란해 발각되기도 쉽지만 큰 나무를 재빨리 베어낼 수 있어 기계톱을 씁니다. 마지막으로 운반조가 투입됩니다.
<인터뷰>파못('욧돔'자연보호구역 감시대장) : “보통 4명이 파융을 운반하는 데 벌목조도 합세해 나무를 끌고 갑니다.“
벌목꾼들은 항상 무장을 한 채 움직입니다. 감시대에 적발되면 죽음을 각오해야 되기 때문에 작정을 하고 덤벼듭니다. 이 때문에 감시대도 군인들과 함께 중무장을 한 채 숲속에 들어가 순찰을 합니다. 감시대와 벌목꾼이 충돌하는 경우도 잦아 양측에서 죽고 다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합니다.
<인터뷰>사마이(벌목감시 특수부대원) : "밀목꾼들은 AK-47로 무장하고 있고 우리와 전투를 벌이기도 합니다."
불법으로 파융을 베는 사람들은 대부분 이웃 캄보디아에서 넘어옵니다. 적발되는 밀목꾼도 대다수가 캄보디아인들입니다. 이전엔 라오스와 캄보디아에도 파융이 꽤 있었지만 지금은 남벌로 거의 멸종된 상탭니다. 이 때문에, 그나마 파융이 남아 있는 태국쪽으로 국경을 넘어들어와 몰래 베어가는 것입니다.
흔히 장미나무로 불리는 파융입니다. 불과 4~5년 전까지만 해도 숲 어디서나 볼 수 있었지만 지금은 숲 깊숙이 들어가지 않으면 찾아보기 힘듭니다.
파융은 지구상에서 태국과 캄보디아,라오스 국경지대에만 자생하는 희귀목입니다. 속이 빨간 장미처럼 붉고 아름다워 최고급 가구재나 왕궁 보수재로 쓰이고 있습니다. 한 그루에 보통 수백만원씩 하기 때문에 단번에 큰 돈을 벌 욕심에 죽음까지 각오합니다. 불법 벌목이 그치지 않는 이윱니다.
<인터뷰>찻차완(후어이살라 자연보호구역 감시대장) : "압수한 이 파융 판자는 길이 2m,넓이가 50㎝로 값이 2백만 원 정도 됩니다."
산림 감시 본부마다 벌목꾼들에게 압수한 파융 나무 야적장이 있습니다. 나무뿐아니라 이들이 사용한 총기와 밧줄, 각종 도구들도 함께나옵니다. 한켠엔 운반용 수레들도 여러대 보관하고 있습니다. 숲에서 파융을 끌어낼 때 쓰는 수레로 오토바이 바퀴를 개조해 달았습니다.
<인터뷰>프라윤('파융'벌목 감시대원):"바퀴를 이렇게 운반틀 축에 끼운 뒤 너트로 고정시킵니다. 반대쪽도 마찬가집니다."
파융이 남벌되기 시작한 시점은 베이징 올림픽이 열렸던 지난 2008년 안팎. 중국은 왕궁 보수를 위해 태국에 파융을 주문했고, 이후 복과 행운을 가져다 준다는 속설이 퍼져 불법 벌목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2009년 1200여 그루, 2010년 2730여 그루에 이어, 올해는 10월 초까지 4,850여 그루가 압수됐습니다.
올해 적발된 파융만 40억 원칩니다. 파융은 벌목과 해외 밀반출이 법으로 엄격히 금지돼 있지만 불법 행위가 그치지 않고 있습니다.
<인터뷰>프라송(방콕 세관본부장) : "태국 동부에서 싣고 온 파융들로 어린나무도 있고 큰 나무도 있습니다."
파융이 밀반출되는 경로는 크게 2가지.
태국에서 캄보디아, 라오스, 베트남을 거쳐 중국으로 들어가는 경로,, 또 하나는 방콕을 거쳐 말레이시아 갑니다.
파융이 나라 밖으로 나가면 값이 무려 10배로 껑충 뜁니다. 파융 벌목이 그치지 않자 태국은 630여명의 감시원을 긴급 편성해 캄보디아와 라오스 국경에 배치했습니다. 지난 10월 임무를 시작한 이들은 군과 함께 순찰과 단속을 벌이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60여 명을 현장에서 적발하는 성과를 올리기도 했습니다. 나무를 베러 갔던 이 5명도 특별 감시원에 적발돼 심문을 받고 있습니다. 자신들은 파융을 베러 간데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인터뷰>파융 벌목 용의자 : "집을 지으려고 다른 나무를 찾아보려 숲에 들어갔을 뿐이에요."
증거 확보를 위해 압수한 파융을 죽을 고생을 하며 숲 밖으로 옮기는 일도 감시대원의 몫. 험한 강줄기를 넘나들기도 하고..육중한 무게의 수레를 밀고 진흙창 언덕을 오르기도 합니다. 단속과정에서 흉기에 찔리거나 실종되는 등 큰 피해를 감수하면서도 파융 사수에 사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태국 정부는 이달 말로 끝나는 감시 임무를 평가한 뒤 계속 여부를 결정할 예정입니다. 라오스와 캄보디아 접경에서 이뤄지는 감시 활동이라 그만큼 상황이 민감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파융이 자생하는 프라위한 사원 일대 등 태국 동남부 지역은 태국과 캄보디아간 영유권 분쟁이 오랫동안 계속되고 있습니다.
<인터뷰>에카차이(벌목 감시대원) : "14건을 단속했는 데 캄보디아인들은 자기들 땅에서 나무를 벴다고 주장합니다."
한낮에도 숲 깊숙한 곳에서 들려오는 전기톱 소리는 파융이 앞으로도 수난을 당할 것임을 암시합니다. 지구상의 유일한 자생지, 하필 접경 지대에 걸쳐 있어 더 어렵고 민감한 보호 조건.
지키는 쪽과 베는 쪽의 싸움이 계속되는 이 순간에도 얼마남지 않은 천연 자원 파융은 한 그루 씩, 한 그루씩 넘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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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융 나무를 사수하라”
-
- 입력 2011-12-11 09:19:41
<앵커 멘트>
나무를 베어가는 사람들과 지키는 사람들이 총을 들고 전투를 벌이는 곳이 있습니다. 태국과 캄보디아, 라오스 접경 지역인데요, 나무가 얼마나 귀하면 피를 흘리고라도 차지하려고 하는지 궁금하군요.
파융이라고 불리는 나무인데요.. 궁전을 보수하거나 최고급 가구를 만드는 데 쓰는 아주 값비싼 나무입니다. 이 나무가 불법 벌목으로 빠르게 사라지자 태국이 군대를 투입해 사수 작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밀림에서 벌어지는 나무 전쟁 현장... 한재호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태국과 라오스 접경에 펼쳐진 울창한 산림. 숲 속을 순찰하던 군인과 벌목 감시원들이 뭔가를 발견한 듯 갑자기 움직임이 긴박해집니다. 잠시 정적이 흐르는가 싶더니 이내 치열한 전투가 벌어집니다.
숨가쁜 전투와 추격전이 계속되고, 결국 불법으로 나무를 베던 벌목꾼들이 체포됩니다. 장미나무로 불리는 파융을 잘라 옮기던 사람들입니다.
요란한 나무벌레 소리가 음산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숲 속. 파융을 밴 흔적들이 곳곳에 남아 있습니다. 나무를 베어낸 자리마다 밑동만 덩그러이 남아 있고, 미처 옮기지 못한 나무들도 주위에 쓰러져 있습니다.
불법 벌목꾼들은 시야를 분간할 수 있는 낮 시간에 이 깊은 숲속에서 장미나무를 베어 낸 다음 이렇게 현장에서 잘라 숲 밖으로 밀반출합니다.
통나무를 무처럼 토막내 옮기기도 하고, 가져가기 좋게 사각형으로 잘게 잘라 놓기도 합니다. 나무를 벤지 얼마 지나지 않은 듯 톱밥이 아직도 축축합니다.
파융 불법 벌목이 상시적으로 진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숲 속에는 나무를 옮길 때 사용한 수레바퀴 자국이여기저기 깊게 패여 있습니다. 파융은 통나무로 V자형 틀을 만들어 양쪽에 바퀴를 고정시킨 간이 수레로 옮깁니다. 여기에 나무를 싣고 여러명이 달려 들어 강을 건너고 언덕도 넘어 숲을 빠져 나갑니다.
<인터뷰>차이윳(태국 동부지역 벌목감시총책임자) : "아침에 파융을 수레에 싣고 이 길을 지나 캄보디아쪽으로 간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벌목을 할 땐 보통 50~60명이 3개조로 팀을 나눠 기민하게 움직입니다. 선발대는 파융이 있는 곳을 찾아내고 주위에 감시의 눈초리가 있는 지 살핍니다. 이어 벌목조가 들어가 기계톱으로 나무를 벱니다. 소리가 요란해 발각되기도 쉽지만 큰 나무를 재빨리 베어낼 수 있어 기계톱을 씁니다. 마지막으로 운반조가 투입됩니다.
<인터뷰>파못('욧돔'자연보호구역 감시대장) : “보통 4명이 파융을 운반하는 데 벌목조도 합세해 나무를 끌고 갑니다.“
벌목꾼들은 항상 무장을 한 채 움직입니다. 감시대에 적발되면 죽음을 각오해야 되기 때문에 작정을 하고 덤벼듭니다. 이 때문에 감시대도 군인들과 함께 중무장을 한 채 숲속에 들어가 순찰을 합니다. 감시대와 벌목꾼이 충돌하는 경우도 잦아 양측에서 죽고 다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합니다.
<인터뷰>사마이(벌목감시 특수부대원) : "밀목꾼들은 AK-47로 무장하고 있고 우리와 전투를 벌이기도 합니다."
불법으로 파융을 베는 사람들은 대부분 이웃 캄보디아에서 넘어옵니다. 적발되는 밀목꾼도 대다수가 캄보디아인들입니다. 이전엔 라오스와 캄보디아에도 파융이 꽤 있었지만 지금은 남벌로 거의 멸종된 상탭니다. 이 때문에, 그나마 파융이 남아 있는 태국쪽으로 국경을 넘어들어와 몰래 베어가는 것입니다.
흔히 장미나무로 불리는 파융입니다. 불과 4~5년 전까지만 해도 숲 어디서나 볼 수 있었지만 지금은 숲 깊숙이 들어가지 않으면 찾아보기 힘듭니다.
파융은 지구상에서 태국과 캄보디아,라오스 국경지대에만 자생하는 희귀목입니다. 속이 빨간 장미처럼 붉고 아름다워 최고급 가구재나 왕궁 보수재로 쓰이고 있습니다. 한 그루에 보통 수백만원씩 하기 때문에 단번에 큰 돈을 벌 욕심에 죽음까지 각오합니다. 불법 벌목이 그치지 않는 이윱니다.
<인터뷰>찻차완(후어이살라 자연보호구역 감시대장) : "압수한 이 파융 판자는 길이 2m,넓이가 50㎝로 값이 2백만 원 정도 됩니다."
산림 감시 본부마다 벌목꾼들에게 압수한 파융 나무 야적장이 있습니다. 나무뿐아니라 이들이 사용한 총기와 밧줄, 각종 도구들도 함께나옵니다. 한켠엔 운반용 수레들도 여러대 보관하고 있습니다. 숲에서 파융을 끌어낼 때 쓰는 수레로 오토바이 바퀴를 개조해 달았습니다.
<인터뷰>프라윤('파융'벌목 감시대원):"바퀴를 이렇게 운반틀 축에 끼운 뒤 너트로 고정시킵니다. 반대쪽도 마찬가집니다."
파융이 남벌되기 시작한 시점은 베이징 올림픽이 열렸던 지난 2008년 안팎. 중국은 왕궁 보수를 위해 태국에 파융을 주문했고, 이후 복과 행운을 가져다 준다는 속설이 퍼져 불법 벌목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2009년 1200여 그루, 2010년 2730여 그루에 이어, 올해는 10월 초까지 4,850여 그루가 압수됐습니다.
올해 적발된 파융만 40억 원칩니다. 파융은 벌목과 해외 밀반출이 법으로 엄격히 금지돼 있지만 불법 행위가 그치지 않고 있습니다.
<인터뷰>프라송(방콕 세관본부장) : "태국 동부에서 싣고 온 파융들로 어린나무도 있고 큰 나무도 있습니다."
파융이 밀반출되는 경로는 크게 2가지.
태국에서 캄보디아, 라오스, 베트남을 거쳐 중국으로 들어가는 경로,, 또 하나는 방콕을 거쳐 말레이시아 갑니다.
파융이 나라 밖으로 나가면 값이 무려 10배로 껑충 뜁니다. 파융 벌목이 그치지 않자 태국은 630여명의 감시원을 긴급 편성해 캄보디아와 라오스 국경에 배치했습니다. 지난 10월 임무를 시작한 이들은 군과 함께 순찰과 단속을 벌이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60여 명을 현장에서 적발하는 성과를 올리기도 했습니다. 나무를 베러 갔던 이 5명도 특별 감시원에 적발돼 심문을 받고 있습니다. 자신들은 파융을 베러 간데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인터뷰>파융 벌목 용의자 : "집을 지으려고 다른 나무를 찾아보려 숲에 들어갔을 뿐이에요."
증거 확보를 위해 압수한 파융을 죽을 고생을 하며 숲 밖으로 옮기는 일도 감시대원의 몫. 험한 강줄기를 넘나들기도 하고..육중한 무게의 수레를 밀고 진흙창 언덕을 오르기도 합니다. 단속과정에서 흉기에 찔리거나 실종되는 등 큰 피해를 감수하면서도 파융 사수에 사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태국 정부는 이달 말로 끝나는 감시 임무를 평가한 뒤 계속 여부를 결정할 예정입니다. 라오스와 캄보디아 접경에서 이뤄지는 감시 활동이라 그만큼 상황이 민감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파융이 자생하는 프라위한 사원 일대 등 태국 동남부 지역은 태국과 캄보디아간 영유권 분쟁이 오랫동안 계속되고 있습니다.
<인터뷰>에카차이(벌목 감시대원) : "14건을 단속했는 데 캄보디아인들은 자기들 땅에서 나무를 벴다고 주장합니다."
한낮에도 숲 깊숙한 곳에서 들려오는 전기톱 소리는 파융이 앞으로도 수난을 당할 것임을 암시합니다. 지구상의 유일한 자생지, 하필 접경 지대에 걸쳐 있어 더 어렵고 민감한 보호 조건.
지키는 쪽과 베는 쪽의 싸움이 계속되는 이 순간에도 얼마남지 않은 천연 자원 파융은 한 그루 씩, 한 그루씩 넘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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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재호 기자 khan007@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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