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뉴스] ‘공장식 사육’ 해롭다…대안은?

입력 2012.06.26 (22:03) 수정 2012.06.26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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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손님 : "너무 더워서 기운이 많이 빠졌었는데 힘이 펄펄 나는 것 같아요."



<녹취> "역시 야외 나오면 삼겹살이죠~"



<앵커 멘트>



한국인들의 고기 사랑 대단하죠?



지난해 우리 국민이 소비한 닭은 6억 2천만 마리,



삼겹살은 43만 톤을 먹었습니다.



이만한 육류 조달이 가능한 건 좁은 공간에서 많은 가축을 키우는 밀집 사육 때문입니다.



먼저 국내 축산농가의 사육실태를 이윤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어두운 통로를 지나 다다른 곳.



새끼를 낳는 어미 돼지들의 방, 스톨입니다.



다리 하나 뻗기도 어려운 좁은 공간에 1년 중 350일을 갇혀 지냅니다.



목적은 오로지 새끼낳기,



더 많이, 더 빨리 낳도록 인공수정을 실시합니다.



<녹취> "(이거 뭐에요?) 수컷 정액. 1년에 2~3번, 25마리 정도 낳는다고 봐야죠."



갓 태어난 새끼 돼지들,



자리 싸움을 막기 위해 꼬리와 이빨부터 자릅니다.



<녹취> 농장 근로자 : " 공간이 좁기 때문에 서로 물고 뜯고 그래요. 그래서 미리 자르는 거예요."



밀집 사육이 더 심각한 곳은 양계 농가입니다.



햇빛과 바람이 차단된 공간.



1층부터 6층까지 이른바 아파트형 축사로 불리는 이곳에서는 약 3만 마리의 닭들이 사육되고 있습니다.



가로 세로 50센티미터 공간에 5-6마리가 살고 있습니다.



찌그러진 벼슬, 창살에 낀 발, 목 주변의 상처까지 성한 곳이 없습니다.



오로지 알 낳는 기계일 뿐입니다.



<녹취> 농장 주인 : "사료를 안 주고 물만 주는 거지. 철분이나 칼슘을 다시 축적을 시키는 거야 몸에다가. 계란을 낳는데 보탬이 되거든요."



50일 정도 자란 수컷 영계들은 더 이상 농장에 남아있을 수 없습니다.



이제 20여 일 뒤면 복날입니다.



인간의 식탁에 올려지기 위해 일생을 바치는 농장 동물들...



태어날 때부터 마지막 순간까지 공장식 사육에 방치돼 있습니다.



<앵커 멘트>



사람 살기도 힘든데 웬 동물 복지냐? 반론도 있겠지만 동물의 건강한 삶이 사람에게도 도움이 된다는 ’동물 복지’는 갈수록 공감을 얻고 있습니다.



디지털 스튜디오에서 허솔지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기자 멘트>



지금 제가 안고 있는 것은 생후 한 달 된 새끼 돼지입니다.



비좁은 우리가 아닌 이렇게 자유롭게 풀어 기르면서 동물 본래의 활동성을 보장해 주자는 게 동물 복지의 출발점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죠.



보통 닭 한 마리가 평생을 보내는 공간은 A4 용지 절반 정도의 크기인데요,



이 같은 스트레스는 동물에게 상당한 악영향을 미칩니다.



국내 한 대학 연구진 실험 결과 돼지에게 스트레스를 가할 경우 핏기가 없고 흐물흐물한 불량 육질, 일명 ’PSE 발생률’이 40%까지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면 젖소에게 옥수수 사료 대신 친환경 목초를 70%까지 먹인 결과 우유의 오메가3 함량이 일반 우유에 비해 두 배 이상 높아지기도 했습니다.



또 건강한 동물에게는 항생제를 투여할 필요도 없겠죠?



동물 복지, 사람의 건강한 먹을거리와도 무관치 않다는 얘기입니다.



그럼 우리나라의 동물 복지는 과연 어디쯤 와 있는지 현장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문이 열리자 3천 마리의 닭이 쏟아져 나옵니다.



숲 속을 노닐다가 흙 목욕을 즐기고, 달걀은 스스로 산란장을 찾아 낳습니다.



덕분에 이곳의 달걀은 흰자의 탄력과 두께가 배 이상 높고 신선도는 50% 더 유지됩니다.



<인터뷰> 정진후(대표) : "알 낳는 기계가 아니거든요 그러니까 크기도 다양하고."



환한 햇살을 받은 축사 안에서 돼지들이 자유롭게 뛰놉니다.



활동성이 높아 면역력이 좋아지다 보니 무항생제 사육 10년 째입니다.



<인터뷰> 이연원 : "햇빛에서 비타민 D 합성을 하거든요. 면역력을 높여서 약품이나 이런 거 안쓰고 사육할 수 있습니다."



국내 밀집식 양돈농가에서 투여하는 항생제는 연간 천5백 톤, 비율로는 미국의 3배 유럽의 20배에 이릅니다.



동물복지 사육은 항생제 남용을 막을 수 있는 대안입니다.



특히 우리와 FTA를 맺은 유럽연합이 밀집사육 금지를 교역조건으로 내세우면서 동물복지는 피할 수 없는 과제가 됐습니다.



문제는 비용입니다.



유럽연합 기준에 맞추기 위해선 양돈은 1.4배, 산란계는 3.9배의 공간이 더 필요합니다.



<인터뷰> 조희경(동물복지연대 대표) : "우리가 건강에 드는 비용이다, 환경 보호 비용이다, 이런 인식으로 기꺼이 비용을 지불하는 소비자 인식 전환이 필요."



건강한 사육환경과 안전한 먹을거리, 동물복지를 위한 사회적 투자와 제도적 지원책이 시급합니다.



KBS 뉴스 허솔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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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06-26 22:03:08
    • 수정2012-06-26 22:3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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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손님 : "너무 더워서 기운이 많이 빠졌었는데 힘이 펄펄 나는 것 같아요."

<녹취> "역시 야외 나오면 삼겹살이죠~"

<앵커 멘트>

한국인들의 고기 사랑 대단하죠?

지난해 우리 국민이 소비한 닭은 6억 2천만 마리,

삼겹살은 43만 톤을 먹었습니다.

이만한 육류 조달이 가능한 건 좁은 공간에서 많은 가축을 키우는 밀집 사육 때문입니다.

먼저 국내 축산농가의 사육실태를 이윤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어두운 통로를 지나 다다른 곳.

새끼를 낳는 어미 돼지들의 방, 스톨입니다.

다리 하나 뻗기도 어려운 좁은 공간에 1년 중 350일을 갇혀 지냅니다.

목적은 오로지 새끼낳기,

더 많이, 더 빨리 낳도록 인공수정을 실시합니다.

<녹취> "(이거 뭐에요?) 수컷 정액. 1년에 2~3번, 25마리 정도 낳는다고 봐야죠."

갓 태어난 새끼 돼지들,

자리 싸움을 막기 위해 꼬리와 이빨부터 자릅니다.

<녹취> 농장 근로자 : " 공간이 좁기 때문에 서로 물고 뜯고 그래요. 그래서 미리 자르는 거예요."

밀집 사육이 더 심각한 곳은 양계 농가입니다.

햇빛과 바람이 차단된 공간.

1층부터 6층까지 이른바 아파트형 축사로 불리는 이곳에서는 약 3만 마리의 닭들이 사육되고 있습니다.

가로 세로 50센티미터 공간에 5-6마리가 살고 있습니다.

찌그러진 벼슬, 창살에 낀 발, 목 주변의 상처까지 성한 곳이 없습니다.

오로지 알 낳는 기계일 뿐입니다.

<녹취> 농장 주인 : "사료를 안 주고 물만 주는 거지. 철분이나 칼슘을 다시 축적을 시키는 거야 몸에다가. 계란을 낳는데 보탬이 되거든요."

50일 정도 자란 수컷 영계들은 더 이상 농장에 남아있을 수 없습니다.

이제 20여 일 뒤면 복날입니다.

인간의 식탁에 올려지기 위해 일생을 바치는 농장 동물들...

태어날 때부터 마지막 순간까지 공장식 사육에 방치돼 있습니다.

<앵커 멘트>

사람 살기도 힘든데 웬 동물 복지냐? 반론도 있겠지만 동물의 건강한 삶이 사람에게도 도움이 된다는 ’동물 복지’는 갈수록 공감을 얻고 있습니다.

디지털 스튜디오에서 허솔지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기자 멘트>

지금 제가 안고 있는 것은 생후 한 달 된 새끼 돼지입니다.

비좁은 우리가 아닌 이렇게 자유롭게 풀어 기르면서 동물 본래의 활동성을 보장해 주자는 게 동물 복지의 출발점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죠.

보통 닭 한 마리가 평생을 보내는 공간은 A4 용지 절반 정도의 크기인데요,

이 같은 스트레스는 동물에게 상당한 악영향을 미칩니다.

국내 한 대학 연구진 실험 결과 돼지에게 스트레스를 가할 경우 핏기가 없고 흐물흐물한 불량 육질, 일명 ’PSE 발생률’이 40%까지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면 젖소에게 옥수수 사료 대신 친환경 목초를 70%까지 먹인 결과 우유의 오메가3 함량이 일반 우유에 비해 두 배 이상 높아지기도 했습니다.

또 건강한 동물에게는 항생제를 투여할 필요도 없겠죠?

동물 복지, 사람의 건강한 먹을거리와도 무관치 않다는 얘기입니다.

그럼 우리나라의 동물 복지는 과연 어디쯤 와 있는지 현장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문이 열리자 3천 마리의 닭이 쏟아져 나옵니다.

숲 속을 노닐다가 흙 목욕을 즐기고, 달걀은 스스로 산란장을 찾아 낳습니다.

덕분에 이곳의 달걀은 흰자의 탄력과 두께가 배 이상 높고 신선도는 50% 더 유지됩니다.

<인터뷰> 정진후(대표) : "알 낳는 기계가 아니거든요 그러니까 크기도 다양하고."

환한 햇살을 받은 축사 안에서 돼지들이 자유롭게 뛰놉니다.

활동성이 높아 면역력이 좋아지다 보니 무항생제 사육 10년 째입니다.

<인터뷰> 이연원 : "햇빛에서 비타민 D 합성을 하거든요. 면역력을 높여서 약품이나 이런 거 안쓰고 사육할 수 있습니다."

국내 밀집식 양돈농가에서 투여하는 항생제는 연간 천5백 톤, 비율로는 미국의 3배 유럽의 20배에 이릅니다.

동물복지 사육은 항생제 남용을 막을 수 있는 대안입니다.

특히 우리와 FTA를 맺은 유럽연합이 밀집사육 금지를 교역조건으로 내세우면서 동물복지는 피할 수 없는 과제가 됐습니다.

문제는 비용입니다.

유럽연합 기준에 맞추기 위해선 양돈은 1.4배, 산란계는 3.9배의 공간이 더 필요합니다.

<인터뷰> 조희경(동물복지연대 대표) : "우리가 건강에 드는 비용이다, 환경 보호 비용이다, 이런 인식으로 기꺼이 비용을 지불하는 소비자 인식 전환이 필요."

건강한 사육환경과 안전한 먹을거리, 동물복지를 위한 사회적 투자와 제도적 지원책이 시급합니다.

KBS 뉴스 허솔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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