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무서운 골목길 ‘범죄 예방 디자인’ 눈길

입력 2012.10.22 (09:16) 수정 2012.10.22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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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늦은 밤 귀갓길 여성을 노린 강력 범죄가 잇따르면서 밤길이 더 무섭다는 분들 많은데요.

'디자인'으로 이런 범죄를 예방하겠다는 시도가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밤거리의 모습을 바꿔서 아예 범행을 하려는 생각조차 못하게 만든다는 건데요.

김기흥 기자, 그래도 이렇게만 들어선 감이 잘 안 오실 거 같아요?

<기자 멘트>

그래서 저희가 이 범죄 예방 디자인이 적용된 서울 마포구의 한 동네를 찾아가봤습니다.

이곳은 오래된 다세대주택이 다닥다닥 붙어 있어 골목이 좁은 데다 가로등도 많지 않아 어둠이 내리면 인적이 끊기는 지역인데요.

그러다 보니 강력범죄도 끊이질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곳이 최근 바뀌었습니다.

주민들이 다니길 꺼리던 길이 산책길로 변하고 동네 곳곳에 노란색 대문을 단 지킴이집도 생겼습니다.

사람들의 표정마저 환하게 밝아졌다고 하는데요.

현장을 따라가봤습니다.

<리포트>

서울 마포구 일대에서 잇따라 일어난 강력범죄, 인근 지역 주민들은 오랜 시간 불안 속에 살아왔습니다.

<인터뷰> 주민 : “돈 주고 사람 데려간다, 인신매매다, 별 거 다 있잖아요. 성범죄가 너무 많으니까 나는 그런 게 안 좋아요.”

그런데 최근 서울 마포구의 한 지역이 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변신을 시도했습니다.

동네 입구에 들어서자 ‘소금길’이란 이름의 길이 안내돼 있는데요.

길을 따라가니, 노란색 대문의 ‘소금길 지킴이집’이 나타납니다.

대문 앞엔 카메라가 설치돼 있는데요.

무엇을 하는 곳일까요?

<인터뷰> ‘소금길 지킴이집’ 주인 : “지나가다 위험한 일이 있으면 여기 CCTV도 찍히고 그렇게 되니까 저는 안에서 내다보고 주변에 연락망으로 빨리 (연락) 할 수 있고….”

노란색 전봇대엔 번호가 매겨져 있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할 때 위치를 정확히 알릴 수 있게 한 겁니다.

또 위기에 닥쳤을 때 전봇대에 있는 이 빨간색 버튼을 누르면, 요란한 소리가 울리면서 이웃에게 위험을 알릴 수 있습니다.

이 지역은 원래 마포나루를 통해 실어 온 소금을 보관하는 창고가 있던 곳입니다.

‘소금길’이란 이름이 붙은 것도 그 때문인데요.

재정비 촉진지구로 지정돼 많은 주민들이 떠나갔지만, 재개발이 늦어지면서 이 동네에는 강력 범죄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주민 : “너무 많이 위험했었어요. 예전엔 아가씨들이 오면 (범죄자 피해서) 막 도망가다 보면 막다른 길이잖아요. 그러니까 더 못 도망가고 잡히고 그랬어요. 처음에 여기 와서 그런 거 내가 몇 번 도와줬어요.”

그중에서도 이 소금길은 인적이 드물어, 가장 다니기 불안했던 길이었는데요.

하지만 지금은 전혀 다른 길이 됐습니다.

곳곳에 운동기구가 설치돼 주민들이 운동이나 산책을 하기 위해 자연스럽게 모여듭니다.

사람이 안 다니는 길에서, 일부러 찾아오는 길로 변한 겁니다.

<인터뷰> 주민 : “일단 (길이) 밝아졌고, 사람들이 페인트칠도 깔끔하게 되니까 또 운동 삼아서도 돌아보게 되고, 아이들 데리고 산책도 하니까 좋습니다.”

<인터뷰> 홍성택(위원장/주민자치위원회) : “일단 안전을 우선 생각했고요, 두 번째로 건강을 생각했고, 소금길을 걸으면서 동네 사람들끼리 커뮤니티를 만들고 그로 인해 마을의 안전을 지키자는 것이 주목적입니다.”

계단과 길바닥, 담벼락까지 형형색색의 그림이 그려졌습니다.

칙칙했던 마을이 화사하게 변한 겁니다.

이런 변화를 가장 반기는 이들이 바로 아이들입니다.

직접 그린 그림이 담벼락에 걸리고, 이젠 집밖에서 마음껏 뛰어놀 수 있게 됐습니다.

<인터뷰> 초등학교 5학년 : “(전에는) 무서워서 거의 집에만 있고 그랬어요. 지금은 조금씩 밖에 나와서 골목길 구경도 하고 그래요.”

<인터뷰> 초등학교 5학년 : “노란색 바닥 놀이터 친구들이랑 하는 것도 재미있고 길 따라 다니면서 운동하는 것도 재미있어요.”

예전엔 밤에 혼자 다닐 엄두를 못 냈던 길이, 밝아지면서 다시 사람이 다니기 시작했는데요.

<인터뷰> 주민 : “(전에는) 여기로 안 오고 저기 윗길로, 교회도 있고 초등학교도 있으니까 저 위쪽으로 많이 다녔어요. 지금은 전등도 있고 하니까 든든하고 안심이 되는 것 같아요.”

마을이 변한 건, 이곳이 서울시가 추진하는 '범죄예방 디자인 프로젝트‘의 시범지역으로 선정되면서부터입니다.

디자인을 통해 범죄자의 심리를 위축시켜 범죄를 저지르지 못하도록 사전에 막겠다는 건데요.

마을에 두루 쓰인 노란색은 누군가 지켜보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인터뷰> 이수정(경기대 범죄심리학과) : “범죄예방 설계(디자인)라는 것은 해외에서도 많이 집행을 하고 있고요, 조명 시설을 만든다거나 또는 민간인들이 어두워지고 난 이후에 치안 활동을 벌인다거나 하는 것들은 나름대로 범죄자들에게 위축감을 줄 것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범죄 예방 디자인’은 학교에도 적용됐습니다.

우리사회의 큰 문제가 되고 있는 학교 폭력을 예방하기 위한 겁니다.

서울의 한 중학교 건물 뒷벽엔 암벽 체험장이 들어섰는데요.

원래 이곳은 학생들이 위기상황에 처해도 발견하기 쉽지 않은, 관리의 사각지대였습니다.

<인터뷰> 학교 관계자 : “우범지대 같이 좋지 않은 곳이었어요. 후미진 곳, 어둡고 이런 곳인데 이렇게 밝고 얼마나 좋아요.”

삭막했던 공간에 작은 무대도 설치됐습니다.

꿈을 키우는 곳이라 해서 드림스테이지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학생들은 이 무대에서 마음껏 기량을 뽐내고 이 모습은 학교 건물에 있는 화면을 통해 실시간으로 중계됩니다.

<인터뷰> 중학교 1학년 : “이런 거 하면서 친구들이랑 (싸우지 않고) 넘어가는 거, 참는 거 배워서 폭력도 줄어들 것 같아요. 선배들과도 친해지고 덜 괴롭히는 것 같아서 좋아요.”

디자인을 통해 범죄를 막는다는 새로운 시도, 서울시는 내년에 지역 1곳과 공원 3곳에도 범죄 예방 디자인을 적용할 방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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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무서운 골목길 ‘범죄 예방 디자인’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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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12-10-22 10:2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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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늦은 밤 귀갓길 여성을 노린 강력 범죄가 잇따르면서 밤길이 더 무섭다는 분들 많은데요. '디자인'으로 이런 범죄를 예방하겠다는 시도가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밤거리의 모습을 바꿔서 아예 범행을 하려는 생각조차 못하게 만든다는 건데요. 김기흥 기자, 그래도 이렇게만 들어선 감이 잘 안 오실 거 같아요? <기자 멘트> 그래서 저희가 이 범죄 예방 디자인이 적용된 서울 마포구의 한 동네를 찾아가봤습니다. 이곳은 오래된 다세대주택이 다닥다닥 붙어 있어 골목이 좁은 데다 가로등도 많지 않아 어둠이 내리면 인적이 끊기는 지역인데요. 그러다 보니 강력범죄도 끊이질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곳이 최근 바뀌었습니다. 주민들이 다니길 꺼리던 길이 산책길로 변하고 동네 곳곳에 노란색 대문을 단 지킴이집도 생겼습니다. 사람들의 표정마저 환하게 밝아졌다고 하는데요. 현장을 따라가봤습니다. <리포트> 서울 마포구 일대에서 잇따라 일어난 강력범죄, 인근 지역 주민들은 오랜 시간 불안 속에 살아왔습니다. <인터뷰> 주민 : “돈 주고 사람 데려간다, 인신매매다, 별 거 다 있잖아요. 성범죄가 너무 많으니까 나는 그런 게 안 좋아요.” 그런데 최근 서울 마포구의 한 지역이 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변신을 시도했습니다. 동네 입구에 들어서자 ‘소금길’이란 이름의 길이 안내돼 있는데요. 길을 따라가니, 노란색 대문의 ‘소금길 지킴이집’이 나타납니다. 대문 앞엔 카메라가 설치돼 있는데요. 무엇을 하는 곳일까요? <인터뷰> ‘소금길 지킴이집’ 주인 : “지나가다 위험한 일이 있으면 여기 CCTV도 찍히고 그렇게 되니까 저는 안에서 내다보고 주변에 연락망으로 빨리 (연락) 할 수 있고….” 노란색 전봇대엔 번호가 매겨져 있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할 때 위치를 정확히 알릴 수 있게 한 겁니다. 또 위기에 닥쳤을 때 전봇대에 있는 이 빨간색 버튼을 누르면, 요란한 소리가 울리면서 이웃에게 위험을 알릴 수 있습니다. 이 지역은 원래 마포나루를 통해 실어 온 소금을 보관하는 창고가 있던 곳입니다. ‘소금길’이란 이름이 붙은 것도 그 때문인데요. 재정비 촉진지구로 지정돼 많은 주민들이 떠나갔지만, 재개발이 늦어지면서 이 동네에는 강력 범죄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주민 : “너무 많이 위험했었어요. 예전엔 아가씨들이 오면 (범죄자 피해서) 막 도망가다 보면 막다른 길이잖아요. 그러니까 더 못 도망가고 잡히고 그랬어요. 처음에 여기 와서 그런 거 내가 몇 번 도와줬어요.” 그중에서도 이 소금길은 인적이 드물어, 가장 다니기 불안했던 길이었는데요. 하지만 지금은 전혀 다른 길이 됐습니다. 곳곳에 운동기구가 설치돼 주민들이 운동이나 산책을 하기 위해 자연스럽게 모여듭니다. 사람이 안 다니는 길에서, 일부러 찾아오는 길로 변한 겁니다. <인터뷰> 주민 : “일단 (길이) 밝아졌고, 사람들이 페인트칠도 깔끔하게 되니까 또 운동 삼아서도 돌아보게 되고, 아이들 데리고 산책도 하니까 좋습니다.” <인터뷰> 홍성택(위원장/주민자치위원회) : “일단 안전을 우선 생각했고요, 두 번째로 건강을 생각했고, 소금길을 걸으면서 동네 사람들끼리 커뮤니티를 만들고 그로 인해 마을의 안전을 지키자는 것이 주목적입니다.” 계단과 길바닥, 담벼락까지 형형색색의 그림이 그려졌습니다. 칙칙했던 마을이 화사하게 변한 겁니다. 이런 변화를 가장 반기는 이들이 바로 아이들입니다. 직접 그린 그림이 담벼락에 걸리고, 이젠 집밖에서 마음껏 뛰어놀 수 있게 됐습니다. <인터뷰> 초등학교 5학년 : “(전에는) 무서워서 거의 집에만 있고 그랬어요. 지금은 조금씩 밖에 나와서 골목길 구경도 하고 그래요.” <인터뷰> 초등학교 5학년 : “노란색 바닥 놀이터 친구들이랑 하는 것도 재미있고 길 따라 다니면서 운동하는 것도 재미있어요.” 예전엔 밤에 혼자 다닐 엄두를 못 냈던 길이, 밝아지면서 다시 사람이 다니기 시작했는데요. <인터뷰> 주민 : “(전에는) 여기로 안 오고 저기 윗길로, 교회도 있고 초등학교도 있으니까 저 위쪽으로 많이 다녔어요. 지금은 전등도 있고 하니까 든든하고 안심이 되는 것 같아요.” 마을이 변한 건, 이곳이 서울시가 추진하는 '범죄예방 디자인 프로젝트‘의 시범지역으로 선정되면서부터입니다. 디자인을 통해 범죄자의 심리를 위축시켜 범죄를 저지르지 못하도록 사전에 막겠다는 건데요. 마을에 두루 쓰인 노란색은 누군가 지켜보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인터뷰> 이수정(경기대 범죄심리학과) : “범죄예방 설계(디자인)라는 것은 해외에서도 많이 집행을 하고 있고요, 조명 시설을 만든다거나 또는 민간인들이 어두워지고 난 이후에 치안 활동을 벌인다거나 하는 것들은 나름대로 범죄자들에게 위축감을 줄 것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범죄 예방 디자인’은 학교에도 적용됐습니다. 우리사회의 큰 문제가 되고 있는 학교 폭력을 예방하기 위한 겁니다. 서울의 한 중학교 건물 뒷벽엔 암벽 체험장이 들어섰는데요. 원래 이곳은 학생들이 위기상황에 처해도 발견하기 쉽지 않은, 관리의 사각지대였습니다. <인터뷰> 학교 관계자 : “우범지대 같이 좋지 않은 곳이었어요. 후미진 곳, 어둡고 이런 곳인데 이렇게 밝고 얼마나 좋아요.” 삭막했던 공간에 작은 무대도 설치됐습니다. 꿈을 키우는 곳이라 해서 드림스테이지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학생들은 이 무대에서 마음껏 기량을 뽐내고 이 모습은 학교 건물에 있는 화면을 통해 실시간으로 중계됩니다. <인터뷰> 중학교 1학년 : “이런 거 하면서 친구들이랑 (싸우지 않고) 넘어가는 거, 참는 거 배워서 폭력도 줄어들 것 같아요. 선배들과도 친해지고 덜 괴롭히는 것 같아서 좋아요.” 디자인을 통해 범죄를 막는다는 새로운 시도, 서울시는 내년에 지역 1곳과 공원 3곳에도 범죄 예방 디자인을 적용할 방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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