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포착] 국민 먹거리 ‘삼겹살’의 기원을 찾아라!

입력 2013.01.23 (08:41) 수정 2013.01.23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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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외식이나 모임 메뉴, 삼겹살이 떠오르죠?

우리는 이렇게 삼겹살을 좋아하고, 불에 구워먹는 방식이 익숙하지만요.

외국에선 이런 모습을 찾기 어렵다고 하잖아요.

그만큼 삼겹살은 이제 우리만의 문화가 된 것 같습니다.

양영은 기자.

이 삼겹살이 말이죠.

처음에는 삼겹살이 아니라 세겹살이었다면서요?

<기자 멘트>

네, 삼겹살 전에는 세겹살이라는 말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세겹살이 더 맞는 말 같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한 겹, 두 겹 그 다음에는 세 겹이니까요.

실제로 70년대 이전에는 삼겹살이라는 말을 거의 못들어봤다는 분들이 많은데요.

고기라는 게 원체 귀해서 그랬기도 하겠지만 돼지고기는 주로 찜이나 탕으로 조리했다고 해요.

그렇다면 언제부터 구워먹는 삼겹살이 지금처럼 자리잡게 되었을까요?

힌트는 '돌구이'에 있습니다.

<리포트>

대한민국 오천만의 국민 음식!

고기 먹으러 가자! 하면 어떤 게 떠오르시나요?

<녹취> "삼겹살이 제일 맛있어요."

<녹취> "삼겹살 끝내주게 좋아하죠."

대표적인 서민음식, 삼겹살.

그 시작은?

<녹취> 배동환(통장/강원도 태백시) : "광산 사람들이 즐겨 먹던 거예요."

<녹취> 김종수(충청남도 보령시) : "돼지고기가 광산쟁이를 따라온 거야."

돼지가 광부들을 따라 광산으로 갔다고요?

어떻게 된 사연인지 오늘 화제포착에서 알아보겠습니다.

삼겹살의 1인당 연간 소비량은 9㎏!

국내 전체로는 26만 톤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삼겹살의 유래에 대해서 아는 사람은 드문데요.

<녹취> 여(시민) : "60~70년대부터 먹기 시작한 것 아닐까요?"

<녹취> 남(시민) : "통일신라 때부터?"

<녹취> 여(시민) : "조선 시대?"

<녹취> 남(시민) : "6?25요!"

<녹취> 남(시민) : "돼지가 있을 때부터!"

물론 삼겹살도 돼지고기니까 당연하겠죠.

<인터뷰> 김영준(근대유물전문가) : "1990년대 초에 삼겹살이라는 이름이 백과사전에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삼겹살이라는 용어 자체도 예전에 쓰지 않던 용어이기 때문에 거의 80년대 후반에 우리가 쉽게 호칭을 하니까 처음으로 90년대 초반에 (국어사전에) 올라오기 시작했다고 생각할 수 있겠죠."

90년대 이전엔 세겹살이라는 이름으로, 따라서 70년대 이전엔 삼겹살이라는 말을 거의 못 들어봤다는 사람이 태반입니다.

그 유래를 찾아 눈이 내리던 날, 태백의 광산촌으로 가봤습니다.

삼겹살 구이는 광부들이 먹던 돼지고기가 그 출발로 알려져 있는데요.

<녹취> 김준수(강원도 태백시) : "광부들에 의해서 삼겹살이 많이 먹으면 좋다고 해서 유행이 돼서 내려왔어요. 삼겹살을 돌구이!"

'돌구이'라고요?

<녹취> 김준수(강원도 태백시) : "어른들이 그렇게 이야기를 많이 했죠."

삼겹살의 원류를 찾는데 난데없이 '돌구이'라고 하는 한 광부!

삼겹살을 돌판에 구워먹는 방법은 이곳과 무관하지 않아 보였습니다.

<녹취> 피디 : "삼겹살이 태백에서 유래됐다고 해서 찾아왔는데요."

<녹취> 고영호(광부경력 35년/강원도 태백시) : "궁금하면 따라와요!"

<녹취> 피디 : "어디 가시는 건데요?"

<녹취> 고영호(광부경력 35년/강원도 태백시) : "지금 돌구이하는 데 가요."

<녹취> 윤덕구(광부경력 30년/강원도 태백시) : "돌구이 먹으러 가요."

<녹취> 피디 : "돌구이요?

오래 전 광부일을 하던 분들로부터 더 자세히 들을 수 있었는데요.

<녹취> 고영호(광부경력 35년/강원도 태백시) : "저기! 다 왔어요."

이 마을에 사는 전직 광부들은 지금도 옛 생각을 하며 이렇게 돌에다 삼겹살을 구워 먹고 있었습니다.

'돌구이'란 편평한 돌을 불판 삼아 고기를 구워먹는 탄광촌의 풍습이었는데요.

환경문제가 대두되기 전인 90년대 초반까지는 동네 개울가마다 돌구이 흔적들이 여기저기 많았다고 합니다.

<녹취> 배영준(광부경력 22년/강원도 태백시) : "(광산에서) 일할 때 야외에 나가면 돼지고기를 사서 개울가에서 돌을 펴놓고 불을 지펴서 돌구이를 해먹던 시절이 많이 있어요."

요즘 불판이라고 하면 흔히 이런 것들을 떠올리지만 광부들은 옛날부터 달랐던 거죠.

<녹취> 배영준(광부경력 22년/강원도 태백시) : "프라이팬 같은 데다 구워 먹으면 기름이 그냥 있잖아요. 그러면 고기가 느끼하지만 돌구이를 하면 기름이 빠져서 느끼한 맛이 없고 고기가 담백하고 맛있죠."

금속 불판이 아닌 돌 위에서 구워먹는 삼겹살의 맛!

불과 몇십 년 전까지만 해도 태백에서만 맛볼 수 있었던 진미라고 하는데요.

전직 광부들에겐 광산업이 활황이던 시절의 추억이기도 합니다.

60~70년대, 지하 수백 미터 갱도에서 별다른 장치도 없이 작업하던 광부들은 탄가루를 속수무책으로 마시는 일이 흔했는데요.

<녹취> 배동환(통장/광부경력 30년/강원도 태백시) : "돼지고기를 먹어서 기관지에 쌓여있던 탄가루가 씻겨 내려가라고 돌에 구워먹던 돼지고기가 광산사람들이 즐겨 먹던 것이죠."

<녹취> 김종수(광부경력 27년/충청남도 보령시) : "돼지고기가 광부들을 따라온 거예요. 돼지고기가 탄광으로 따라온 거죠."

탄광촌 '돌구이'는 이제 국민음식 '삼겹살'로 사랑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광부들에겐 아직도 특별한 향수가 어린 추억 속의 음식인데요.

<녹취> 장길수(광부경력 25년/강원도 태백시) : "옛날 생각이 나죠. 옛날 (광산에서) 일할 때 먹던 생각이 나요."

<녹취> 남(강원도 태백시) : "(광산 작업)반장님들이 생산량을 맞춰야 하거든요. 15개를 해야 돈벌이가 된다는 식의 강요를 했어요. 그러다 보면 위험작업도 하게 되고 그래서 스트레스가 쌓이고 퇴근하면 소주 한잔해야 하는데 고기가 좋다고 하니까 고기 먹고 스트레스 풀고 다음날 마음 잡고 일하러 가고, 그런 생활이 계속 이어지는 거죠."

<녹취> "두만강 푸른 물에 그리운 내 님이여, 그리운 내 님이여."

그러다 먹게 되는 고기였으니 얼마나 더 남달랐겠습니까...

고단한 광부의 작업장 밥상에서 목에 낀 탄가루를 씻어주던 삼겹살은 이제 한국인의 밥상 위에서 세계인을 만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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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제포착] 국민 먹거리 ‘삼겹살’의 기원을 찾아라!
    • 입력 2013-01-23 08:44:18
    • 수정2013-01-23 09: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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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외식이나 모임 메뉴, 삼겹살이 떠오르죠? 우리는 이렇게 삼겹살을 좋아하고, 불에 구워먹는 방식이 익숙하지만요. 외국에선 이런 모습을 찾기 어렵다고 하잖아요. 그만큼 삼겹살은 이제 우리만의 문화가 된 것 같습니다. 양영은 기자. 이 삼겹살이 말이죠. 처음에는 삼겹살이 아니라 세겹살이었다면서요? <기자 멘트> 네, 삼겹살 전에는 세겹살이라는 말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세겹살이 더 맞는 말 같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한 겹, 두 겹 그 다음에는 세 겹이니까요. 실제로 70년대 이전에는 삼겹살이라는 말을 거의 못들어봤다는 분들이 많은데요. 고기라는 게 원체 귀해서 그랬기도 하겠지만 돼지고기는 주로 찜이나 탕으로 조리했다고 해요. 그렇다면 언제부터 구워먹는 삼겹살이 지금처럼 자리잡게 되었을까요? 힌트는 '돌구이'에 있습니다. <리포트> 대한민국 오천만의 국민 음식! 고기 먹으러 가자! 하면 어떤 게 떠오르시나요? <녹취> "삼겹살이 제일 맛있어요." <녹취> "삼겹살 끝내주게 좋아하죠." 대표적인 서민음식, 삼겹살. 그 시작은? <녹취> 배동환(통장/강원도 태백시) : "광산 사람들이 즐겨 먹던 거예요." <녹취> 김종수(충청남도 보령시) : "돼지고기가 광산쟁이를 따라온 거야." 돼지가 광부들을 따라 광산으로 갔다고요? 어떻게 된 사연인지 오늘 화제포착에서 알아보겠습니다. 삼겹살의 1인당 연간 소비량은 9㎏! 국내 전체로는 26만 톤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삼겹살의 유래에 대해서 아는 사람은 드문데요. <녹취> 여(시민) : "60~70년대부터 먹기 시작한 것 아닐까요?" <녹취> 남(시민) : "통일신라 때부터?" <녹취> 여(시민) : "조선 시대?" <녹취> 남(시민) : "6?25요!" <녹취> 남(시민) : "돼지가 있을 때부터!" 물론 삼겹살도 돼지고기니까 당연하겠죠. <인터뷰> 김영준(근대유물전문가) : "1990년대 초에 삼겹살이라는 이름이 백과사전에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삼겹살이라는 용어 자체도 예전에 쓰지 않던 용어이기 때문에 거의 80년대 후반에 우리가 쉽게 호칭을 하니까 처음으로 90년대 초반에 (국어사전에) 올라오기 시작했다고 생각할 수 있겠죠." 90년대 이전엔 세겹살이라는 이름으로, 따라서 70년대 이전엔 삼겹살이라는 말을 거의 못 들어봤다는 사람이 태반입니다. 그 유래를 찾아 눈이 내리던 날, 태백의 광산촌으로 가봤습니다. 삼겹살 구이는 광부들이 먹던 돼지고기가 그 출발로 알려져 있는데요. <녹취> 김준수(강원도 태백시) : "광부들에 의해서 삼겹살이 많이 먹으면 좋다고 해서 유행이 돼서 내려왔어요. 삼겹살을 돌구이!" '돌구이'라고요? <녹취> 김준수(강원도 태백시) : "어른들이 그렇게 이야기를 많이 했죠." 삼겹살의 원류를 찾는데 난데없이 '돌구이'라고 하는 한 광부! 삼겹살을 돌판에 구워먹는 방법은 이곳과 무관하지 않아 보였습니다. <녹취> 피디 : "삼겹살이 태백에서 유래됐다고 해서 찾아왔는데요." <녹취> 고영호(광부경력 35년/강원도 태백시) : "궁금하면 따라와요!" <녹취> 피디 : "어디 가시는 건데요?" <녹취> 고영호(광부경력 35년/강원도 태백시) : "지금 돌구이하는 데 가요." <녹취> 윤덕구(광부경력 30년/강원도 태백시) : "돌구이 먹으러 가요." <녹취> 피디 : "돌구이요? 오래 전 광부일을 하던 분들로부터 더 자세히 들을 수 있었는데요. <녹취> 고영호(광부경력 35년/강원도 태백시) : "저기! 다 왔어요." 이 마을에 사는 전직 광부들은 지금도 옛 생각을 하며 이렇게 돌에다 삼겹살을 구워 먹고 있었습니다. '돌구이'란 편평한 돌을 불판 삼아 고기를 구워먹는 탄광촌의 풍습이었는데요. 환경문제가 대두되기 전인 90년대 초반까지는 동네 개울가마다 돌구이 흔적들이 여기저기 많았다고 합니다. <녹취> 배영준(광부경력 22년/강원도 태백시) : "(광산에서) 일할 때 야외에 나가면 돼지고기를 사서 개울가에서 돌을 펴놓고 불을 지펴서 돌구이를 해먹던 시절이 많이 있어요." 요즘 불판이라고 하면 흔히 이런 것들을 떠올리지만 광부들은 옛날부터 달랐던 거죠. <녹취> 배영준(광부경력 22년/강원도 태백시) : "프라이팬 같은 데다 구워 먹으면 기름이 그냥 있잖아요. 그러면 고기가 느끼하지만 돌구이를 하면 기름이 빠져서 느끼한 맛이 없고 고기가 담백하고 맛있죠." 금속 불판이 아닌 돌 위에서 구워먹는 삼겹살의 맛! 불과 몇십 년 전까지만 해도 태백에서만 맛볼 수 있었던 진미라고 하는데요. 전직 광부들에겐 광산업이 활황이던 시절의 추억이기도 합니다. 60~70년대, 지하 수백 미터 갱도에서 별다른 장치도 없이 작업하던 광부들은 탄가루를 속수무책으로 마시는 일이 흔했는데요. <녹취> 배동환(통장/광부경력 30년/강원도 태백시) : "돼지고기를 먹어서 기관지에 쌓여있던 탄가루가 씻겨 내려가라고 돌에 구워먹던 돼지고기가 광산사람들이 즐겨 먹던 것이죠." <녹취> 김종수(광부경력 27년/충청남도 보령시) : "돼지고기가 광부들을 따라온 거예요. 돼지고기가 탄광으로 따라온 거죠." 탄광촌 '돌구이'는 이제 국민음식 '삼겹살'로 사랑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광부들에겐 아직도 특별한 향수가 어린 추억 속의 음식인데요. <녹취> 장길수(광부경력 25년/강원도 태백시) : "옛날 생각이 나죠. 옛날 (광산에서) 일할 때 먹던 생각이 나요." <녹취> 남(강원도 태백시) : "(광산 작업)반장님들이 생산량을 맞춰야 하거든요. 15개를 해야 돈벌이가 된다는 식의 강요를 했어요. 그러다 보면 위험작업도 하게 되고 그래서 스트레스가 쌓이고 퇴근하면 소주 한잔해야 하는데 고기가 좋다고 하니까 고기 먹고 스트레스 풀고 다음날 마음 잡고 일하러 가고, 그런 생활이 계속 이어지는 거죠." <녹취> "두만강 푸른 물에 그리운 내 님이여, 그리운 내 님이여." 그러다 먹게 되는 고기였으니 얼마나 더 남달랐겠습니까... 고단한 광부의 작업장 밥상에서 목에 낀 탄가루를 씻어주던 삼겹살은 이제 한국인의 밥상 위에서 세계인을 만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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