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뉴스] 국회의원 활동비는 국가 기밀?…불신 증폭

입력 2013.04.12 (21:26) 수정 2013.04.12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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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이번 새 정부의 인사청문회에서 국회의원들은 돈과 관련된 각종 자료를 불성실하게 제출했다며 후보자들을 맹렬하게 다그치곤 했죠.

그런데 정작 국회의원 자신들은 국민 세금으로 받은 각종 비용의 사용 내역을 제대로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무슨 근거로 그러는지 양지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각종 의혹에 시달리다 자진 사퇴한 이동흡 전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국회의원들은 이 전 후보자가 공무 활동에 써야 할 특정업무경비를 개인 펀드 계좌로 이체했다며, 사용 내역을 밝히라고 요구했습니다.

<녹취> "국민들이 보면 1억 6천만원 엄청나거든요. 이게 좀 자세히 보고 싶다는 거죠"

<녹취> "당연히 제출해 주셔야지. 왜 제출을 안하십니까?"

국회의원들도 이런 특정업무경비를 받는데 지난해에만 169억 원 넘게 썼습니다.

그런데 이 돈의 구체적 사용 내역을 공개한 의원은 한 명도 없습니다.

사용 내역이 공개되면 국가 이익이 침해된다는 이유입니다.

<녹취> 국회 사무처 직원 : "영수증 첨부가 어렵죠. 수사나 감사, 조사 이런 거에 쓰는 거라고 돼 있으니까. 그렇게 썼다고 믿고 하는거죠."

국정 수행활동에 쓰겠다며 국회의장과, 부의장, 상임위가 받아 가는 활동비.

이 돈 역시 기밀로 분류돼 사용 내역은 커녕 금액조차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녹취>前 국회의원 보좌관(음성변조) : "영수증 제출할 필요가 없으니까 보통 그 돈으로 운동(골프)도 하고 식사도 하고 엿장수 마음대로 쓰는 부분이 많지"

해외 출장시 지급되는 외교활동비 사용 내역도 의장과 부의장의 경우 최근 갑자기 비공개로 바꿨습니다.

특정업무경비, 활동비, 외교활동비.

이름은 다르지만 모두 국민 세금에서 나온 돈입니다.

<앵커 멘트>

국가 기밀이라며 공개되지 않는 이런 비용들.

사용 내역이 공개되면 정말 국가 이익이 침해 당하는 걸까요?

앞서 말씀드린 국회의장단의 외교활동비를 김성주 기자가 분석했습니다.

<리포트>

국회의원들은 해외 순방시 장관급 대우를 받습니다.

항공기의 경우 의원들은 2등석, 의장단은 1등석을 이용할 수 있는데 항공료는 국가가 지급합니다.

또 숙박비와 식비, 일비를 합쳐 많게는 하루 80만 원 정도를 받습니다.

이것만 해도 적지 않은데 지급되는 돈이 또 있습니다.

교민과의 만찬이나 현지 대사관 격려비 등에 주로 쓰는 사업추진빕니다.

국회 의장단의 경우엔 이 돈이 실비 정산되기 때문에 얼마를 쓰건 대부분 보전해 줍니다.

그런데 이 돈의 사용 내역과 액수는 전혀 공개되지 않습니다.

기밀 유지가 필요하다는 데, 과연 그럴까요?

지난 해 1월.

국회 부의장의 아프리카 방문 일정입니다.

직업훈련소 방문과 한인 간담회, 모로코 상하원 의장 예방...

도대체 어떤 일정에 보안이 필요할까요?

게다가 이런 일정들은 최근까지 국회 홈페이지에 공개돼 왔습니다.

그래서 일정은 공개하면서 돈 사용 내역은 국가 기밀이라는 게 말이 안된다는 비판이 잇따랐는데, 비판이 일자 국회사무처는 지난달 정보공개심의회를 열고 아예 일정조차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해 버렸습니다.

<기자 멘트>

국민들의 세금으로 받은 각종 비용을 이렇게 비공개할수록 국회에 대한 불신만 키운다는 지적입니다.

선진국의 사례를 통해 해법은 없는지 알아봤습니다.

최규식 기자입니다.

<리포트>

지난 2009년 대형 스캔들이 영국 정치권을 강타했습니다.

의원들이 의정활동 비용을 개인용도로 사용한 사실이 언론을 통해 폭로된 겁니다.

결국 의회 의장과 장관 6명이 물러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인터뷰> 데이비드 로즈(영국 하원의원)

이후 영국은 정부와 의회,정당으로부터 독립된 의회윤리기관을 창설해 의원들의 씀씀이 내역을 웹사이트에 공개하고 있습니다.

파장은 대서양 건너 미국에도 미쳤습니다.

<인터뷰>의장

이에 따라 미 하원은 매년 2차례만 문서로만 공개하던 의원들의 지출내역을 매 분기마다 인터넷에 올리고 있습니다.

의회 서고에 가야만 볼수 있었던 상원의원들의 지출내역도 온라인을 통해 공개됐습니다.

그 결과 지역구 사무실 운영비용에서부터 출장비용, 심지어 주차비와 탁아비용까지 영수증과 함께 일반에 공개되고 있습니다.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투명한 정보 공개 시스템은 미국 의회가 국민들의 신뢰를 유지하는데 중요한 버팀목이 되고 있습니다.

워싱턴에서 KBS 뉴스 최규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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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04-12 21:26:43
    • 수정2013-04-12 22: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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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이번 새 정부의 인사청문회에서 국회의원들은 돈과 관련된 각종 자료를 불성실하게 제출했다며 후보자들을 맹렬하게 다그치곤 했죠.

그런데 정작 국회의원 자신들은 국민 세금으로 받은 각종 비용의 사용 내역을 제대로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무슨 근거로 그러는지 양지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각종 의혹에 시달리다 자진 사퇴한 이동흡 전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국회의원들은 이 전 후보자가 공무 활동에 써야 할 특정업무경비를 개인 펀드 계좌로 이체했다며, 사용 내역을 밝히라고 요구했습니다.

<녹취> "국민들이 보면 1억 6천만원 엄청나거든요. 이게 좀 자세히 보고 싶다는 거죠"

<녹취> "당연히 제출해 주셔야지. 왜 제출을 안하십니까?"

국회의원들도 이런 특정업무경비를 받는데 지난해에만 169억 원 넘게 썼습니다.

그런데 이 돈의 구체적 사용 내역을 공개한 의원은 한 명도 없습니다.

사용 내역이 공개되면 국가 이익이 침해된다는 이유입니다.

<녹취> 국회 사무처 직원 : "영수증 첨부가 어렵죠. 수사나 감사, 조사 이런 거에 쓰는 거라고 돼 있으니까. 그렇게 썼다고 믿고 하는거죠."

국정 수행활동에 쓰겠다며 국회의장과, 부의장, 상임위가 받아 가는 활동비.

이 돈 역시 기밀로 분류돼 사용 내역은 커녕 금액조차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녹취>前 국회의원 보좌관(음성변조) : "영수증 제출할 필요가 없으니까 보통 그 돈으로 운동(골프)도 하고 식사도 하고 엿장수 마음대로 쓰는 부분이 많지"

해외 출장시 지급되는 외교활동비 사용 내역도 의장과 부의장의 경우 최근 갑자기 비공개로 바꿨습니다.

특정업무경비, 활동비, 외교활동비.

이름은 다르지만 모두 국민 세금에서 나온 돈입니다.

<앵커 멘트>

국가 기밀이라며 공개되지 않는 이런 비용들.

사용 내역이 공개되면 정말 국가 이익이 침해 당하는 걸까요?

앞서 말씀드린 국회의장단의 외교활동비를 김성주 기자가 분석했습니다.

<리포트>

국회의원들은 해외 순방시 장관급 대우를 받습니다.

항공기의 경우 의원들은 2등석, 의장단은 1등석을 이용할 수 있는데 항공료는 국가가 지급합니다.

또 숙박비와 식비, 일비를 합쳐 많게는 하루 80만 원 정도를 받습니다.

이것만 해도 적지 않은데 지급되는 돈이 또 있습니다.

교민과의 만찬이나 현지 대사관 격려비 등에 주로 쓰는 사업추진빕니다.

국회 의장단의 경우엔 이 돈이 실비 정산되기 때문에 얼마를 쓰건 대부분 보전해 줍니다.

그런데 이 돈의 사용 내역과 액수는 전혀 공개되지 않습니다.

기밀 유지가 필요하다는 데, 과연 그럴까요?

지난 해 1월.

국회 부의장의 아프리카 방문 일정입니다.

직업훈련소 방문과 한인 간담회, 모로코 상하원 의장 예방...

도대체 어떤 일정에 보안이 필요할까요?

게다가 이런 일정들은 최근까지 국회 홈페이지에 공개돼 왔습니다.

그래서 일정은 공개하면서 돈 사용 내역은 국가 기밀이라는 게 말이 안된다는 비판이 잇따랐는데, 비판이 일자 국회사무처는 지난달 정보공개심의회를 열고 아예 일정조차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해 버렸습니다.

<기자 멘트>

국민들의 세금으로 받은 각종 비용을 이렇게 비공개할수록 국회에 대한 불신만 키운다는 지적입니다.

선진국의 사례를 통해 해법은 없는지 알아봤습니다.

최규식 기자입니다.

<리포트>

지난 2009년 대형 스캔들이 영국 정치권을 강타했습니다.

의원들이 의정활동 비용을 개인용도로 사용한 사실이 언론을 통해 폭로된 겁니다.

결국 의회 의장과 장관 6명이 물러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인터뷰> 데이비드 로즈(영국 하원의원)

이후 영국은 정부와 의회,정당으로부터 독립된 의회윤리기관을 창설해 의원들의 씀씀이 내역을 웹사이트에 공개하고 있습니다.

파장은 대서양 건너 미국에도 미쳤습니다.

<인터뷰>의장

이에 따라 미 하원은 매년 2차례만 문서로만 공개하던 의원들의 지출내역을 매 분기마다 인터넷에 올리고 있습니다.

의회 서고에 가야만 볼수 있었던 상원의원들의 지출내역도 온라인을 통해 공개됐습니다.

그 결과 지역구 사무실 운영비용에서부터 출장비용, 심지어 주차비와 탁아비용까지 영수증과 함께 일반에 공개되고 있습니다.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투명한 정보 공개 시스템은 미국 의회가 국민들의 신뢰를 유지하는데 중요한 버팀목이 되고 있습니다.

워싱턴에서 KBS 뉴스 최규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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