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면허 합격률 90%의 비밀

입력 2013.06.14 (23:15) 수정 2013.07.24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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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값비싼 외제 스포츠카들의 질주는 일반 운전자들에게는 큰 위협이 됩니다.

도로에서 급정거를 하며 차량을 가로막기도 하고 급기야 사고까지 내는 난폭 운전.

이런 무법자들만큼이나 운전자를 놀라게 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인터뷰>신장암(서울 신도림동):"전혀 우리가 예측을 할 수 없는 운전을 하고 있어요." 광고 "버스도 무섭지만, 나는 내가 제일 무섭다."

바로, 초보운전잡니다.

인터넷에는 이른바 '김여사'라고 불리는 초보운전자들의 주행모습이 다양하게 올라와 있습니다.

<녹취> "뭡니까 이게, 차를 이렇게 세워 놓고 가면 어떻게 해요!"

<인터뷰>최원홍(운전자):"(운전면허시험이) 전에 보다 굉장히 쉬워졌다고... 쉽다는 게 뭐예요. 다 완전히 갖출 걸 못 갖추고 나와서 운전을 한다는 얘기 밖에 안되죠."

지난 2011년 6월, 운전면허시험 간소화 조치 이후 딱 2년이 지났습니다.

예전보다 쉽고 빠르게 운전면허를 취득할 수 있게 되면서 합격자 수도 점차 증가하고 있는데요.

자체적으로 시험을 보는 운전전문학원의 경우, 일부 학원의 합격률이 90%를 넘는 등 제도 운영에 문제점도 드러나고 있습니다.

일부 학원들의 상술 속에 시험 자체가 무의미해진 운전면허 취득 실태를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과거 운전면허 취득의 최대 난관이었던 방향전환 코스.

조심조심 시험차량이 후진으로 들어갑니다.

아차 하는 순간,

<녹취> "6호 차 탈선입니다."

가차없이 불합격.

<녹취> "불합격입니다. 14호 차 출발지점으로 천천히 진행하십시오."

요즘 면허시험장에서는 볼 수 없는 풍경입니다.

지난 2011년 운전면허시험이 간소화되면서 장내 기능시험은 크게 달라졌습니다.

굴절구간인 S자 코스와 후면주차시 활용되는 T자 코스는 모두 없어지고, 전조등과 방향지시등 와이퍼, 기어를 조작하면 1단계 완료.

<녹취> "돌발! 돌발! 돌발!"

50미터를 주행하는 동안 돌발 상황 시 급제동을 하면서 비상점멸등을 켜면 합격입니다.

<녹취> "시험이 모두 종료되었습니다. 축하합니다. 합격입니다."

<인터뷰>김기태(도로교통공단 시험관):"(예전에 비해서 굉장히 간단해졌네요. 우습다 생각할 정도인데?) 네, 그럴 거예요. 누구나 조작법만 아시면 누구나 처음 오셔서 기능 시험을 보셔도 충분히 무난하게 합격할 수 있는 그런 수준입니다."

실제로 운전면허시험 간소화 이후 장내 기능시험 합격률은 93.3%로 크게 높아졌습니다.

<인터뷰>김기태(도로교통공단 시험관):"이런 부분들(코스 시험)을 없앴다고 해 가지고 운전 능력이 떨어지거나 그러진 않고요. 도로 주행(시험)에서도 충분히 그런 부분을 보완해 가지고서 합격, 불합격 여부를 언제든지 줄 수 있으니까요."

기능시험이 간소화된 대신 주차 등 주요 운전 능력을 주행시험을 통해 평가하기 때문에 도로 주행시험이 면허취득의 가장 중요한 항목이 된 셈입니다.

서울 도심 한복판에 위치한 강남 면허시험장.

실제 시험과 마찬가지로 4가지의 주행코스 중 한 곳에서 모의 주행시험을 진행해봤습니다.

<녹취>"주행시험을 시작합니다. 출발하십시오."

차량으로 가득한 도로와 잦은 교차로에서 좌회전과 우회전, 차로변경을 반복하며 운전자세와 기기조작 능력을 전자채점기를 통해 평가합니다.

시험장에 도착해 마지막 관문인 평행주차까지 하고 나면 감점결과가 집계돼 합격 여부가 결정됩니다.

시험 구간이 4곳으로 늘고 전자채점기까지 도입되면서 도로주행시험 합격률은 평균 62%로 다소 낮아졌습니다.

그런데, 최근 경찰청 조사 결과 도로교통공단이 관리하는 일반 면허시험장들은, 도로주행시험 합격률이 50%에서 60%대로 비슷한 반면, 운전전문학원은 최대 90%를 넘는 곳부터 30%에 불과한 곳까지 편차가 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인터뷰>조우종 (경찰청 운전면허계장):"편차가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반드시 편차 뿐만 아니라, 그 합격률이 사고에 미치는 영향을 같이 분석해서 합격률이 높더라도 사고율이 낮으면 큰 문제점으로 보지 않고, 합격률이 높고 마찬가지로 사고율도 높다고 하면 그런 학원들은 지속적으로 점검을 해서 개선을 하고 있습니다."

경찰은 높은 합격률의 이유로 일부 학원들의 도로주행코스가 너무 쉽다는 점을 들었습니다.

<인터뷰>조우종 (경찰청 운전면허계장):"울진 같은 경우에는 학원에서 7킬로미터까지 이동하는데 편도 2차로에서 차를 한 대도 만날 수 없는 그런 지리적인 여건도 있었습니다. 학원에서 응시생을 태우고 조금 번화한 읍내까지 나가서 시험 코스를 시작할 수 있도록 그렇게 조정을 했습니다."

경찰청의 이런 관리감독에도 불구하고 최근 인터넷에서는 '쉬운 코스'를 내세우며 학원생을 모집하는 학원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인기 연예인도 이틀 만에 주행시험에 합격했다며 광고를 하고 있는 이 학원.

주행시험 코스에 대해 묻자, 자신있게 대답합니다.

<녹취>운전전문학원 관계자(음성 변조):"우리나라에서 제일 쉬운 코스이에요. 여기가. 여기 코스에서 시험에 떨어진다고 하면 내가 볼 때는 운전 못 해. 직진으로 쭉 가다가 차선 한 번만 변경하면 되는데 그걸 모르겠다 그러면 어디 가서 운전해. 서울 같은 경우는 차로변경을 세 번씩 해, 유턴도 있고 막 그래."

서울 강남면허시험장과 이 학원의 도로주행코스를 비교해 봤습니다.

한눈에 봐도 난이도 차이가 명확하게 드러납니다.

주행시험 응시자 입장에서 어느 곳을 선택할까?

이런 구간이 시험코스로 허가될 수 있었던 것은 도로교통법 시행규칙 때문입니다.

도로주행시험을 실시하기 위한 도로의 기준이 고작, 차로변경 1회 이상, 좌회전 또는 우회전 1회 이상 등 최소한으로 돼 있습니다.

인근의 또 다른 운전전문학원의 주행코습니다.

이렇게 출발지점에서 도로로 나오면 우회전 1회, 곧이어 차로변경을 하고, 교차로에서 유턴, 반대편 도로를 직진한 뒤 갓길에 차를 세우면 도로주행 시험이 모두 끝납니다.

<인터뷰>박순복(전국자동차운전전문학원연합회 부회장):"현재 도로주행 시험 항목 자체가, 평가하는 자체가 굉장히 단순합니다. 조작 능력만 있어서 주행만 할 수 있는 능력이 되면, 채점 방식이 굉장히 단순해 가지고 합격을 시키는 이런 제도로 돼 있기 때문에 그런 것들이 좀 강화돼야 하고."

도로주행 합격률 90%는 과연 쉬운 코스만의 문제일까?

수도권 외곽의 또 다른 학원.

도로주행 시험 결과를 걱정하는 응시생 일행에게 시험관이 묘한 말을 던집니다.

<녹취>운전전문학원 시험관(음성 변조):"(붙으려나?) 붙겠죠. 그 양반, 검정원이 관대한 사람이라... (전자 채점으로 한다고?) 손으로 하는 것도 있어요. 꼭 다 전자가 아니라. (자동으로 되는 게 아니고요?) 어떻게 그걸 다 자동으로 될 수가 있나. 만약의 경우, 우회전을 해야 하는데, 사람이 우측을 안 보면 10점 감점이 돼요. 그런 건 컴퓨터가 못 잡기 때문에…."

결국 시험 부정을 막기 위해 도입한 전자채점기도 완벽하지 않다는 얘깁니다.

<인터뷰>정강 (녹색교통정책연구소장):"전문학원의 검정원(시험관)은 어떤 사람들이냐, 영리 목적으로 설립한 전문학원의 운영자가 고용하는 사람입니다. 이 사람들이 독자적으로 양심을 지켜서 평가하리라고는 우리가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바로 이것을 막기 위해서, 그러한 부정한, 부실한 검정을 막기 위해서 도입한 것이 바로 전자채점제도인데요. 이것이 효과가 있을 리가 없습니다."

주행시험이 시작되자, 시험관이 주차 시험을 생략하겠다고 얘기합니다.

<녹취>운전전문학원 시험관(음성변조):"시간 관계상 주차(시험)는 된 걸로 하고 시험을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주차 시험을 시작합니다. 주차 시험을 종료합니다."

시험은 시작과 동시에 종료됐다는 말, 시험을 보지 않아도 통과이라는 겁니다.

곧바로 본격적인 주행시험이 시작됩니다.

<녹취>운전전문학원 시험관(음성변조):"얘가 출발하라고 하면 출발하는 겁니다." "주행시험을 시작합니다. 출발하십시오."

학원을 빠져나간 차량은 비교적 한적한 주행코스를 달립니다.

시험 도중 차로변경 구간에서 방향지시등 대신 와이퍼를 작동시키기도 하고, 회전시 좌우 확인 동작도 취하지 않았지만, 응시자는 도로주행시험에 합격했습니다.

어떻게 이게 가능한 것일까?

<녹취>운전전문학원 시험관(음성 변조):"솔직하게 얘기하면, 학원 이런 데가 말 그대로 비영리단체가 아니잖아요. 사업이잖아요. 돈 벌려고 하는 거예요. 합격률이 자꾸 안 좋아요. 그러면 학원 망하죠? 감점을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그런 부분이 있어요. 그런 부분은 검정원 재량으로 넘어가는 거예요."

경찰도 이런 문제점을 알고 있지만, 제도를 고치는 덴 쉬 나서기가 어렵다는 속내를 보였습니다.

<인터뷰>조우종 (경찰청 운전면허계장):"현재는 87개 도로주행 시험 항목에서 25개 항목을 자동 채점 방식으로 개선을 했는데, 앞으로 추가로 도입할 계획입니다. 그렇지만, 항목이 늘면 늘수록 그에 따른 (장비)비용이 추가되기 때문에 그러한 것들을 같이 고려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운전전문학원 내부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최근 한 운전전문학원 원장은 연합회 회원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통해 도로주행 합격률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했습니다.

<내레이션> "학원 원장님께 드리는 의견, 전문학원 운영자 모두는 근시안적 이익과 입학생 유치에 혈안이 될 것이 아니라 신뢰받는 운전교육의 선봉적 단체가 돼야 할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교육과 시험의 분리가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인터뷰>정강(녹색교통정책연구소장):"공공기관이 운영하는 국가고시 이것과 민간이 운영하는 전문학원제도. 이것이 경쟁을 하고 있다는 거예요. 서로 수요 끌어오기 경쟁을 하고 있다는 겁니다. 이 점이 면허 제도를 부실하게 하는 가장 큰 원인입니다. 그래서 시험과 교육은 분리해서 운영을 해야 된다."

<앵커 멘트>

현재의 운전면허 시험제도를 둘러싼 이해 당사자들의 평가는 모두 다릅니다.

간소화 이후 신규 면허취득자의 사고율이 36%나 감소했다는 통계도 있고,

이것은 면허만 따놓고 운전을 하지 않는 사람이 많아졌기 때문이라는 반박도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나라가 OECD 국가 중 교통사고율 1위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습니다.

허술한 운전면허 시험 제도가 운전 미숙을 양산해 교통사고율 1위 국의 오명을 만들어낸 것은 아닌지 되짚어 봐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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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운전면허 합격률 90%의 비밀
    • 입력 2013-06-14 22:17:52
    • 수정2013-07-24 08:44:03
    취재파일K
<앵커 멘트>

값비싼 외제 스포츠카들의 질주는 일반 운전자들에게는 큰 위협이 됩니다.

도로에서 급정거를 하며 차량을 가로막기도 하고 급기야 사고까지 내는 난폭 운전.

이런 무법자들만큼이나 운전자를 놀라게 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인터뷰>신장암(서울 신도림동):"전혀 우리가 예측을 할 수 없는 운전을 하고 있어요." 광고 "버스도 무섭지만, 나는 내가 제일 무섭다."

바로, 초보운전잡니다.

인터넷에는 이른바 '김여사'라고 불리는 초보운전자들의 주행모습이 다양하게 올라와 있습니다.

<녹취> "뭡니까 이게, 차를 이렇게 세워 놓고 가면 어떻게 해요!"

<인터뷰>최원홍(운전자):"(운전면허시험이) 전에 보다 굉장히 쉬워졌다고... 쉽다는 게 뭐예요. 다 완전히 갖출 걸 못 갖추고 나와서 운전을 한다는 얘기 밖에 안되죠."

지난 2011년 6월, 운전면허시험 간소화 조치 이후 딱 2년이 지났습니다.

예전보다 쉽고 빠르게 운전면허를 취득할 수 있게 되면서 합격자 수도 점차 증가하고 있는데요.

자체적으로 시험을 보는 운전전문학원의 경우, 일부 학원의 합격률이 90%를 넘는 등 제도 운영에 문제점도 드러나고 있습니다.

일부 학원들의 상술 속에 시험 자체가 무의미해진 운전면허 취득 실태를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과거 운전면허 취득의 최대 난관이었던 방향전환 코스.

조심조심 시험차량이 후진으로 들어갑니다.

아차 하는 순간,

<녹취> "6호 차 탈선입니다."

가차없이 불합격.

<녹취> "불합격입니다. 14호 차 출발지점으로 천천히 진행하십시오."

요즘 면허시험장에서는 볼 수 없는 풍경입니다.

지난 2011년 운전면허시험이 간소화되면서 장내 기능시험은 크게 달라졌습니다.

굴절구간인 S자 코스와 후면주차시 활용되는 T자 코스는 모두 없어지고, 전조등과 방향지시등 와이퍼, 기어를 조작하면 1단계 완료.

<녹취> "돌발! 돌발! 돌발!"

50미터를 주행하는 동안 돌발 상황 시 급제동을 하면서 비상점멸등을 켜면 합격입니다.

<녹취> "시험이 모두 종료되었습니다. 축하합니다. 합격입니다."

<인터뷰>김기태(도로교통공단 시험관):"(예전에 비해서 굉장히 간단해졌네요. 우습다 생각할 정도인데?) 네, 그럴 거예요. 누구나 조작법만 아시면 누구나 처음 오셔서 기능 시험을 보셔도 충분히 무난하게 합격할 수 있는 그런 수준입니다."

실제로 운전면허시험 간소화 이후 장내 기능시험 합격률은 93.3%로 크게 높아졌습니다.

<인터뷰>김기태(도로교통공단 시험관):"이런 부분들(코스 시험)을 없앴다고 해 가지고 운전 능력이 떨어지거나 그러진 않고요. 도로 주행(시험)에서도 충분히 그런 부분을 보완해 가지고서 합격, 불합격 여부를 언제든지 줄 수 있으니까요."

기능시험이 간소화된 대신 주차 등 주요 운전 능력을 주행시험을 통해 평가하기 때문에 도로 주행시험이 면허취득의 가장 중요한 항목이 된 셈입니다.

서울 도심 한복판에 위치한 강남 면허시험장.

실제 시험과 마찬가지로 4가지의 주행코스 중 한 곳에서 모의 주행시험을 진행해봤습니다.

<녹취>"주행시험을 시작합니다. 출발하십시오."

차량으로 가득한 도로와 잦은 교차로에서 좌회전과 우회전, 차로변경을 반복하며 운전자세와 기기조작 능력을 전자채점기를 통해 평가합니다.

시험장에 도착해 마지막 관문인 평행주차까지 하고 나면 감점결과가 집계돼 합격 여부가 결정됩니다.

시험 구간이 4곳으로 늘고 전자채점기까지 도입되면서 도로주행시험 합격률은 평균 62%로 다소 낮아졌습니다.

그런데, 최근 경찰청 조사 결과 도로교통공단이 관리하는 일반 면허시험장들은, 도로주행시험 합격률이 50%에서 60%대로 비슷한 반면, 운전전문학원은 최대 90%를 넘는 곳부터 30%에 불과한 곳까지 편차가 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인터뷰>조우종 (경찰청 운전면허계장):"편차가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반드시 편차 뿐만 아니라, 그 합격률이 사고에 미치는 영향을 같이 분석해서 합격률이 높더라도 사고율이 낮으면 큰 문제점으로 보지 않고, 합격률이 높고 마찬가지로 사고율도 높다고 하면 그런 학원들은 지속적으로 점검을 해서 개선을 하고 있습니다."

경찰은 높은 합격률의 이유로 일부 학원들의 도로주행코스가 너무 쉽다는 점을 들었습니다.

<인터뷰>조우종 (경찰청 운전면허계장):"울진 같은 경우에는 학원에서 7킬로미터까지 이동하는데 편도 2차로에서 차를 한 대도 만날 수 없는 그런 지리적인 여건도 있었습니다. 학원에서 응시생을 태우고 조금 번화한 읍내까지 나가서 시험 코스를 시작할 수 있도록 그렇게 조정을 했습니다."

경찰청의 이런 관리감독에도 불구하고 최근 인터넷에서는 '쉬운 코스'를 내세우며 학원생을 모집하는 학원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인기 연예인도 이틀 만에 주행시험에 합격했다며 광고를 하고 있는 이 학원.

주행시험 코스에 대해 묻자, 자신있게 대답합니다.

<녹취>운전전문학원 관계자(음성 변조):"우리나라에서 제일 쉬운 코스이에요. 여기가. 여기 코스에서 시험에 떨어진다고 하면 내가 볼 때는 운전 못 해. 직진으로 쭉 가다가 차선 한 번만 변경하면 되는데 그걸 모르겠다 그러면 어디 가서 운전해. 서울 같은 경우는 차로변경을 세 번씩 해, 유턴도 있고 막 그래."

서울 강남면허시험장과 이 학원의 도로주행코스를 비교해 봤습니다.

한눈에 봐도 난이도 차이가 명확하게 드러납니다.

주행시험 응시자 입장에서 어느 곳을 선택할까?

이런 구간이 시험코스로 허가될 수 있었던 것은 도로교통법 시행규칙 때문입니다.

도로주행시험을 실시하기 위한 도로의 기준이 고작, 차로변경 1회 이상, 좌회전 또는 우회전 1회 이상 등 최소한으로 돼 있습니다.

인근의 또 다른 운전전문학원의 주행코습니다.

이렇게 출발지점에서 도로로 나오면 우회전 1회, 곧이어 차로변경을 하고, 교차로에서 유턴, 반대편 도로를 직진한 뒤 갓길에 차를 세우면 도로주행 시험이 모두 끝납니다.

<인터뷰>박순복(전국자동차운전전문학원연합회 부회장):"현재 도로주행 시험 항목 자체가, 평가하는 자체가 굉장히 단순합니다. 조작 능력만 있어서 주행만 할 수 있는 능력이 되면, 채점 방식이 굉장히 단순해 가지고 합격을 시키는 이런 제도로 돼 있기 때문에 그런 것들이 좀 강화돼야 하고."

도로주행 합격률 90%는 과연 쉬운 코스만의 문제일까?

수도권 외곽의 또 다른 학원.

도로주행 시험 결과를 걱정하는 응시생 일행에게 시험관이 묘한 말을 던집니다.

<녹취>운전전문학원 시험관(음성 변조):"(붙으려나?) 붙겠죠. 그 양반, 검정원이 관대한 사람이라... (전자 채점으로 한다고?) 손으로 하는 것도 있어요. 꼭 다 전자가 아니라. (자동으로 되는 게 아니고요?) 어떻게 그걸 다 자동으로 될 수가 있나. 만약의 경우, 우회전을 해야 하는데, 사람이 우측을 안 보면 10점 감점이 돼요. 그런 건 컴퓨터가 못 잡기 때문에…."

결국 시험 부정을 막기 위해 도입한 전자채점기도 완벽하지 않다는 얘깁니다.

<인터뷰>정강 (녹색교통정책연구소장):"전문학원의 검정원(시험관)은 어떤 사람들이냐, 영리 목적으로 설립한 전문학원의 운영자가 고용하는 사람입니다. 이 사람들이 독자적으로 양심을 지켜서 평가하리라고는 우리가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바로 이것을 막기 위해서, 그러한 부정한, 부실한 검정을 막기 위해서 도입한 것이 바로 전자채점제도인데요. 이것이 효과가 있을 리가 없습니다."

주행시험이 시작되자, 시험관이 주차 시험을 생략하겠다고 얘기합니다.

<녹취>운전전문학원 시험관(음성변조):"시간 관계상 주차(시험)는 된 걸로 하고 시험을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주차 시험을 시작합니다. 주차 시험을 종료합니다."

시험은 시작과 동시에 종료됐다는 말, 시험을 보지 않아도 통과이라는 겁니다.

곧바로 본격적인 주행시험이 시작됩니다.

<녹취>운전전문학원 시험관(음성변조):"얘가 출발하라고 하면 출발하는 겁니다." "주행시험을 시작합니다. 출발하십시오."

학원을 빠져나간 차량은 비교적 한적한 주행코스를 달립니다.

시험 도중 차로변경 구간에서 방향지시등 대신 와이퍼를 작동시키기도 하고, 회전시 좌우 확인 동작도 취하지 않았지만, 응시자는 도로주행시험에 합격했습니다.

어떻게 이게 가능한 것일까?

<녹취>운전전문학원 시험관(음성 변조):"솔직하게 얘기하면, 학원 이런 데가 말 그대로 비영리단체가 아니잖아요. 사업이잖아요. 돈 벌려고 하는 거예요. 합격률이 자꾸 안 좋아요. 그러면 학원 망하죠? 감점을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그런 부분이 있어요. 그런 부분은 검정원 재량으로 넘어가는 거예요."

경찰도 이런 문제점을 알고 있지만, 제도를 고치는 덴 쉬 나서기가 어렵다는 속내를 보였습니다.

<인터뷰>조우종 (경찰청 운전면허계장):"현재는 87개 도로주행 시험 항목에서 25개 항목을 자동 채점 방식으로 개선을 했는데, 앞으로 추가로 도입할 계획입니다. 그렇지만, 항목이 늘면 늘수록 그에 따른 (장비)비용이 추가되기 때문에 그러한 것들을 같이 고려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운전전문학원 내부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최근 한 운전전문학원 원장은 연합회 회원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통해 도로주행 합격률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했습니다.

<내레이션> "학원 원장님께 드리는 의견, 전문학원 운영자 모두는 근시안적 이익과 입학생 유치에 혈안이 될 것이 아니라 신뢰받는 운전교육의 선봉적 단체가 돼야 할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교육과 시험의 분리가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인터뷰>정강(녹색교통정책연구소장):"공공기관이 운영하는 국가고시 이것과 민간이 운영하는 전문학원제도. 이것이 경쟁을 하고 있다는 거예요. 서로 수요 끌어오기 경쟁을 하고 있다는 겁니다. 이 점이 면허 제도를 부실하게 하는 가장 큰 원인입니다. 그래서 시험과 교육은 분리해서 운영을 해야 된다."

<앵커 멘트>

현재의 운전면허 시험제도를 둘러싼 이해 당사자들의 평가는 모두 다릅니다.

간소화 이후 신규 면허취득자의 사고율이 36%나 감소했다는 통계도 있고,

이것은 면허만 따놓고 운전을 하지 않는 사람이 많아졌기 때문이라는 반박도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나라가 OECD 국가 중 교통사고율 1위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습니다.

허술한 운전면허 시험 제도가 운전 미숙을 양산해 교통사고율 1위 국의 오명을 만들어낸 것은 아닌지 되짚어 봐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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