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 2천 명, 위험사회의 진실

입력 2013.07.09 (22:02) 수정 2013.07.09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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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기획의도

지난해 대한민국에서는 1,864명이 산업현장에서 재해로 사망했다. 하루 평균 5명이 일터에서 목숨을 잃은 것이다. 우리나라의 산재 사망률은 OECD 국가 가운데 단연 최고 수준이다. 노동자의 안전보다는 기업의 이익이 우선시되는 사회, 하도급 노동자에게 위험은 전가하고 책임은 회피하는 기업의 풍토가 빚어낸 결과다. 산업안전 후진국! 경제선진국 문턱에 서있는 대한민국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일터의 안전은 개인뿐만 아니라 가정과 사회의 안전과 행복을 지키는 생명선이다. 위험사회 대한민국의 진실을 취재했다.

2. 주요내용

《현대제철 하도급 노동자 5명 가스 사망, 공기단축 위한 동시작업 관행이 부른 참사》

- 5월 10일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에서 전로(轉爐) 보수 작업 중이던 노동자 5명이 사망했다. 사망원인은 아르곤 가스에 의한 산소결핍 질식사다. 사망자들은 현대제철 하도급 업체인 한국내화의 직원들이다. 사고 당시 전로 내부에서 내화벽돌 교체 작업을 진행 중이었다. 사고는 또 다른 하도급 업체인 신화엠앤알이 현대제철의 작업 지시와 감독을 받고 하루 전인 5월 9일 오후 가스 배관을 전로에 연결했고, 아르곤 가스가 전로 내부에 유입되면서 일어났다.

-이번 사고는 공기단축을 위한 동시작업 관행이 부른 인재다. 현대제철의 전로보수공정을 보면, 사고 전로 보수공정의 전체기간은 5월 2일부터 11일까지로 돼 있다. 전로 내부 내화벽돌 교체작업은 4일 새벽부터 10일 새벽까지로 예정돼 있다. 가스배관 연결을 포함한 추가작업은 10일에 하도록 돼 있다. 전로 내부 내화벽돌축조와 가스배관 연결은 작업 순서가 구분되지 않은 채 동시작업으로 진행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하루 전날인 5월 9일 가스배관이 연결돼 보수공정도 지키지 않았다.

-가스배관 사전 연결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번을 포함해 모두 24차례 중 22차례가 동시작업으로 진행됐으며, 전로 내부 내화벽돌 축조가 90% 정도 진행됐을 때 관행적으로 가스 배관을 연결해왔다는 게 현대제철 측의 설명이다. 또 가스배관을 전로 내부작업 전에 연결한 것은 공기 단축을 위한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제철소에서 시간은 돈이다. 전로 가동 중단은 철강 생산 중단을 의미한다. 때문에 전로 재가동을 하루라도 빨리 앞당기기 위해 동시작업이 진행돼 왔고, 관행적으로 가스 배관을 먼저 연결해왔다는 것이다. 전로보수의 주공정인 내부 내화벽돌 교체작업은 최근 몇 년 간 12일에서 6일로 단축됐다.

《하도급 노동자들은 몰랐다》

-전로 공정은 강철을 만들 때 쇳물의 불순물을 제거하는 공정이다. 전로(轉爐)는 높이 12.5m, 최대 지름 8m의 거대한 항아리 모양으로 사실상 밀폐공간이나 다름없다. 전로 내부에서 내화벽돌 축조 작업을 진행해온 노동자들은 작업 중에 가스 배관이 전로에 연결된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들은 현대제철이 가스 배관 사실을 사전에 자신들에게 통보하지 않았고 , 이 때문에 전로 내부 보수 작업자들은 평소 가스탐지기와 산소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을 해왔다고 증언했다.

《위험 신호 무시한 예고된 인재》

-전로 보수 기간 사고도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최근 3년 동안 이번 사고를 포함해 모두 10건의 크고 작은 사고가 전로 보수 기간에 발생했다. 2011년 5월 전로 위쪽에서 부원료인 백운석이 떨어져 작업자 1명이 안구 외상을 입었고, 2011년 8월에는 전로 상부 후드에서 스래그와 지금이 떨어져 작업자 5명이 다쳤다. 특히 지난해 4월 20일에는 전로 내부에서 13명이 작업 중인 상황에서 전로가 갑자기 기울어 중대재해로 이어질 뻔했다. 동시작업으로 인한 잇단 사고는 중대재해의 위험 신호였다. 그러나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한 근본 대책은 세워지지 않았다.

■ 취재: 원종진
■ 촬영: 이병권
■ 방송일자: 2013년 7월 9일(화) 22:00~22:50
■ 제목: 시사기획 창 <사망 2천 명, 위험사회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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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망 2천 명, 위험사회의 진실
    • 입력 2013-07-09 22:27:28
    • 수정2013-07-09 22:5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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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기획의도

지난해 대한민국에서는 1,864명이 산업현장에서 재해로 사망했다. 하루 평균 5명이 일터에서 목숨을 잃은 것이다. 우리나라의 산재 사망률은 OECD 국가 가운데 단연 최고 수준이다. 노동자의 안전보다는 기업의 이익이 우선시되는 사회, 하도급 노동자에게 위험은 전가하고 책임은 회피하는 기업의 풍토가 빚어낸 결과다. 산업안전 후진국! 경제선진국 문턱에 서있는 대한민국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일터의 안전은 개인뿐만 아니라 가정과 사회의 안전과 행복을 지키는 생명선이다. 위험사회 대한민국의 진실을 취재했다.

2. 주요내용

《현대제철 하도급 노동자 5명 가스 사망, 공기단축 위한 동시작업 관행이 부른 참사》

- 5월 10일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에서 전로(轉爐) 보수 작업 중이던 노동자 5명이 사망했다. 사망원인은 아르곤 가스에 의한 산소결핍 질식사다. 사망자들은 현대제철 하도급 업체인 한국내화의 직원들이다. 사고 당시 전로 내부에서 내화벽돌 교체 작업을 진행 중이었다. 사고는 또 다른 하도급 업체인 신화엠앤알이 현대제철의 작업 지시와 감독을 받고 하루 전인 5월 9일 오후 가스 배관을 전로에 연결했고, 아르곤 가스가 전로 내부에 유입되면서 일어났다.

-이번 사고는 공기단축을 위한 동시작업 관행이 부른 인재다. 현대제철의 전로보수공정을 보면, 사고 전로 보수공정의 전체기간은 5월 2일부터 11일까지로 돼 있다. 전로 내부 내화벽돌 교체작업은 4일 새벽부터 10일 새벽까지로 예정돼 있다. 가스배관 연결을 포함한 추가작업은 10일에 하도록 돼 있다. 전로 내부 내화벽돌축조와 가스배관 연결은 작업 순서가 구분되지 않은 채 동시작업으로 진행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하루 전날인 5월 9일 가스배관이 연결돼 보수공정도 지키지 않았다.

-가스배관 사전 연결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번을 포함해 모두 24차례 중 22차례가 동시작업으로 진행됐으며, 전로 내부 내화벽돌 축조가 90% 정도 진행됐을 때 관행적으로 가스 배관을 연결해왔다는 게 현대제철 측의 설명이다. 또 가스배관을 전로 내부작업 전에 연결한 것은 공기 단축을 위한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제철소에서 시간은 돈이다. 전로 가동 중단은 철강 생산 중단을 의미한다. 때문에 전로 재가동을 하루라도 빨리 앞당기기 위해 동시작업이 진행돼 왔고, 관행적으로 가스 배관을 먼저 연결해왔다는 것이다. 전로보수의 주공정인 내부 내화벽돌 교체작업은 최근 몇 년 간 12일에서 6일로 단축됐다.

《하도급 노동자들은 몰랐다》

-전로 공정은 강철을 만들 때 쇳물의 불순물을 제거하는 공정이다. 전로(轉爐)는 높이 12.5m, 최대 지름 8m의 거대한 항아리 모양으로 사실상 밀폐공간이나 다름없다. 전로 내부에서 내화벽돌 축조 작업을 진행해온 노동자들은 작업 중에 가스 배관이 전로에 연결된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들은 현대제철이 가스 배관 사실을 사전에 자신들에게 통보하지 않았고 , 이 때문에 전로 내부 보수 작업자들은 평소 가스탐지기와 산소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을 해왔다고 증언했다.

《위험 신호 무시한 예고된 인재》

-전로 보수 기간 사고도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최근 3년 동안 이번 사고를 포함해 모두 10건의 크고 작은 사고가 전로 보수 기간에 발생했다. 2011년 5월 전로 위쪽에서 부원료인 백운석이 떨어져 작업자 1명이 안구 외상을 입었고, 2011년 8월에는 전로 상부 후드에서 스래그와 지금이 떨어져 작업자 5명이 다쳤다. 특히 지난해 4월 20일에는 전로 내부에서 13명이 작업 중인 상황에서 전로가 갑자기 기울어 중대재해로 이어질 뻔했다. 동시작업으로 인한 잇단 사고는 중대재해의 위험 신호였다. 그러나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한 근본 대책은 세워지지 않았다.

■ 취재: 원종진
■ 촬영: 이병권
■ 방송일자: 2013년 7월 9일(화) 22:00~22:50
■ 제목: 시사기획 창 <사망 2천 명, 위험사회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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