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 졸속·부실 복원

입력 2013.11.09 (07:35) 수정 2013.11.09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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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승 해설위원]

옛 모습을 되찾은 국보 1호 숭례문이 졸속· 부실 복원에 휩싸였습니다. 대대적인 기념식을 한지 6개월도 안 돼 단청 곳곳이 벗겨지더니 기둥과 추녀가 갈라지고 있습니다. 기와는 얼어 터지지 않을까 벌써부터 걱정입니다.

당초 문화재청은 숭례문 복원에 중요 무형문화재 등 기술자들이 참여해 전통기법을 사용해 복원했음을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실상은 달랐습니다. 예산 부족과 시간에 쫓겨 외부 공개 때와 실제 공사기법이 달랐다고 합니다.

공급될 목재가 정해진 뒤 뒤늦게 목공사 책임자인 도편수가 정해지면서 나무의 건조 상태 등을 확인할 수 없었다거나 공기에 맞추느라 만족할 만큼시간적 여유가 없었다는 말도 나옵니다.

숭례문 복원에 들어간 240여억 원의 예산이 도대체 어떻게 쓰인 것 인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목재 구입에 2억 3천만 원, 안료구입에 1억8백만 원이 들었다고 합니다. 당초 예산보다 크게 깎였습니다. 반면 홍보성 사업에는 24억 원이나 썼다고 하니 쓸 돈은 안 쓰고 생색내기에 열을 올렸다는 비난을 면할 수 없습니다.

일본 법륭사의 목수 니시오카는 대형 목조 건물을 지을 때에는 나무가 아니라 산을 사라고 했습니다. 동서남북에 쓰는 나무의 성질이 다 달라 잘 골라야 한다는 것입니다. 목재를 진짜 쓰기 좋은 나무로 말리려면 대략 오십년이 걸린다고도 했습니다. 천 삼백년 동안 옛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일본의 한 사찰과 5년여 만에 끝난 숭례문의 복원과정이 비교되는 대목입니다. 이제 남은 것은 철저한 조사와 원인규명 그리고 대책입니다.

다시 숭례문에 장막을 치는 한이 있어도 앞으로 진행될 보수 공사가 시간에 쫒기거나 대충 마무리 돼서는 안 될 일입니다. 온 국민이 걱정스레 숭례문을 지켜보지 않도록 철저한 검증과 보수가 이뤄져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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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해설] 졸속·부실 복원
    • 입력 2013-11-09 07:36:52
    • 수정2013-11-09 12:2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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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승 해설위원]

옛 모습을 되찾은 국보 1호 숭례문이 졸속· 부실 복원에 휩싸였습니다. 대대적인 기념식을 한지 6개월도 안 돼 단청 곳곳이 벗겨지더니 기둥과 추녀가 갈라지고 있습니다. 기와는 얼어 터지지 않을까 벌써부터 걱정입니다.

당초 문화재청은 숭례문 복원에 중요 무형문화재 등 기술자들이 참여해 전통기법을 사용해 복원했음을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실상은 달랐습니다. 예산 부족과 시간에 쫓겨 외부 공개 때와 실제 공사기법이 달랐다고 합니다.

공급될 목재가 정해진 뒤 뒤늦게 목공사 책임자인 도편수가 정해지면서 나무의 건조 상태 등을 확인할 수 없었다거나 공기에 맞추느라 만족할 만큼시간적 여유가 없었다는 말도 나옵니다.

숭례문 복원에 들어간 240여억 원의 예산이 도대체 어떻게 쓰인 것 인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목재 구입에 2억 3천만 원, 안료구입에 1억8백만 원이 들었다고 합니다. 당초 예산보다 크게 깎였습니다. 반면 홍보성 사업에는 24억 원이나 썼다고 하니 쓸 돈은 안 쓰고 생색내기에 열을 올렸다는 비난을 면할 수 없습니다.

일본 법륭사의 목수 니시오카는 대형 목조 건물을 지을 때에는 나무가 아니라 산을 사라고 했습니다. 동서남북에 쓰는 나무의 성질이 다 달라 잘 골라야 한다는 것입니다. 목재를 진짜 쓰기 좋은 나무로 말리려면 대략 오십년이 걸린다고도 했습니다. 천 삼백년 동안 옛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일본의 한 사찰과 5년여 만에 끝난 숭례문의 복원과정이 비교되는 대목입니다. 이제 남은 것은 철저한 조사와 원인규명 그리고 대책입니다.

다시 숭례문에 장막을 치는 한이 있어도 앞으로 진행될 보수 공사가 시간에 쫒기거나 대충 마무리 돼서는 안 될 일입니다. 온 국민이 걱정스레 숭례문을 지켜보지 않도록 철저한 검증과 보수가 이뤄져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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