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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간다] 건보료 징수의 두 얼굴
입력 2013.12.06 (23:12) 수정 2013.12.12 (14:44) 취재파일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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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간다] 건보료 징수의 두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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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건강보험은, 사회보험이라고 해서 세금과는 다르지만, 국민의 건강을 위해서 의무적으로 보험금을 내고 서로서로 함께 쓰는 제도입니다.

이 보험료를 일정기간 체납하게 되면 재산을 압류하거나 하는 강제로 징수하는 조치가 따르게 되는데요.

살림살이가 어려워 몇십만 원 밀린 서민들은 가차없이 통장이 압류돼 생활에 곤란을 겪는 반면, 재산이 있으면서도 내지 않는 일부 부유층은 요리조리 빠져나가고 있다고 합니다.

'기자가 간다', 오늘은 불합리한 건강보험료 징수 실태를 최건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서울의 한 시민단체 사무실.

방 한 칸 따로 없는 이 사무실에서 살고 있는 71살의 김성예 할머니를 만났습니다.

5년 전 조그만 가게를 운영하던 김 할머니는 사기를 당해, 길바닥에 나앉게 됐습니다.

그리고 이어진 통장 압류 통보....

김 할머니 명의의 모든 은행 통장을 압류한 곳은 바로 건강보험공단이었습니다.

보험료가 밀렸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김성예(건강보험 체납자) : "그 마음은 청천벼락 같죠. 이게 웬일인가, 그리고 나는 (건강보험)공단에서까지, 공과금 밀린 것까지 압류를 한다는 건 이건 피를 말리는 거다, 인간의…."

밀린 보험료는 3백만 원.

공단 측은 김 할머니의 아들에게까지 대납을 요구했습니다.

<인터뷰> 김성예(건강보험 체납자) : "(아들이) 그때 80만 원인가 받는데, 월급 타는 데다가 압류를 하니까. 애가 그만 신경질이 나니까…. 거기서 50 얼마씩 떼어주다 보니까 생활도 못하고 직장을 때려치워 버리고 그냥."

김 할머니는 지금까지도 200만 원의 보험료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억울함을 호소하려 찾아왔던 이 시민단체에서 허드렛일을 도우며 5년째 숙식을 해결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성예(건강보험 체납자) : "제일 미안한 게, 우리 아들들 보기가 너무 미안해서, 아들들 출세길 막아놓고, 어머니가 돼 가지고…."

오늘도 할머니는 겨울바람이 들이치는 사무실 현관 옆에 조용히 이불을 깔고 눕습니다.

김 할머니처럼 건강보험료 체납으로 인해 예금을 압류당한 사례는 2008년 2천 3백여 건이던 것이, 2009년에는 4만 7천여 건, 2011년에는 24만여 건으로 4년 만에 무려 100배 이상 늘었습니다.

2009년 건강보험공단이 행정비용 감소를 목적으로 금융결제원 등과 예금압류 전자화 협약을 맺고부터 압류 건수가 급증했습니다.

<인터뷰> 김민학(건강보험공단 징수관리팀 차장) : "(그동안 압류를) 시중 전체 은행에 대해서 일괄적으로 했었습니다. 그래서 그게 과한 측면이 있어서, 주거래은행을 저희가 잠정치를 가지고 5개 은행으로 (압류를) 제한시켰습니다."

하지만, 체납 서민들의 고통은 여전합니다.

두 아이를 둔 가정주부 이모씨.

일정한 수입이 없는 남편, 어려운 가정 형편에 건강보험료를 제대로 내지 못했습니다.

밀린 보험료는 120여만 원.

지난 4월 이 씨는 은행에서 예금 압류 통보를 받았습니다.

<녹취> 이모씨 (대역) : "이런 살림에서 생활비가 들어있는 통장을 압류한다는 건 정말 저희에게 굶어 죽으라는 소리잖아요."

나눠서 내겠다며 사정을 했지만 체납금의 절반을 내야 압류를 풀 수 있다는 답변만 들었다고 합니다.

<녹취> 이모씨 (대역) : "제가 고의로 미납을 할 생각이었으면, 어떻게 분할 납부 신청을 했겠어요? 애 둘 데리고 어찌 살라고 일을 이런 식으로 하시는지?"

결국, 이씨는 국민권익위원회에 도움을 요청해, 20여만 원을 먼저 납부하고 나머지는 분할 납부하는 조건으로 압류를 풀 수 있었습니다.

<인터뷰> 전성휘(국민권익위원회 조사관) : "가장 민원인들이 많이 불편을 호소하시는 것은 통장 압류 건이에요. 당장 오늘 먹을거리조차도 통장에서 돈을 찾아서 먹을 것을 사야하는데 사지 못하셔서 어려움을 겪고 계시다는 그런 내용들로 민원이 많이 들어오죠."

2008년 국민권익위원회 출범 이후 건강보험 관련 민원은 지난해 말 기준 천 6백여 건.

이 가운데, 징수와 관련된 민원이 21%로 보험료 부과에 이어 두 번쨉니다.

현행법에 따르면 150만 원 미만 예금에 대해서는 압류를 할 수 없습니다.

<인터뷰> 김균태(변호사) : "민사집행법은 최저생계비 보장을 위해서 1개월 간 생계유지에 필요한 예금, 지금 법으로는 150만 원 정도인데요. 그것을 압류금지 채권으로 정해놨습니다. 여기에 대해서 예금 압류가 들어왔을 경우에는 채무자는 자신의 형편이나 경제적 사정을 밝혀서 법원에 압류 명령의 취소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왜 건강보험공단은 몇십만 원 통장부터, 잔액이 없는 통장까지 모두 압류를 하는 것일까?

<인터뷰> 김민학(건강보험공단 징수관리팀 차장) : "지금 계좌 조회권이 없습니다. 그것은 개인정보보호 차원도 되고, 그렇기 때문에 어느 은행에, 그 사람의 주거래 은행을 파악할 방법은 없습니다."

체납자가 어떤 계좌를 가지고 있는지는 파악이 돼도, 그 계좌에 얼마가 들어있는지는 알 수 없기 때문에 무조건 계좌 모두를 압류하고 있다는 얘깁니다.

결국, 현재로선 얼마 안 되는 생계비까지도 압류할 수밖에 없다는 얘깁니다.

달리 말하면 건강보험공단이 위법을 하고 있는 셈입니다.

<인터뷰> 김민학(건강보험공단 징수관리팀 차장) : "지금 저희가 계좌조회권에 대해서는 의원입법 발의가 돼 있는 상탭니다. 그렇게 된다면, 저희가 업무를 진행하는데 민원인을 고려한 업무 행위를 충분히 좀 많이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압류 업무를 맡은 공단 징수팀에는 민원인들의 불만이 폭주합니다.

<녹취> 건강보험공단 관계자(음변) : "신나 가지고 오시는 분도 있어요. 예전에 00지사는 와서 뿌리기도 했고, 사무실 집기, 비품을 다 둘러엎었어요."

문제는 이런 예금 압류 등으로 경제적 압박을 받는 장기 체납자의 68%가 월 보험료 5만 원 이하의 생계형 체납자로 사실상, 체납액을 내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체납 보험료 징수의 칼날이 무딘 곳도 있습니다.

서울의 마포의 한 유명 음식점.

일어나면 앉고, 앉으면 일어나고, 쉴새없이 손님이 밀려듭니다.

하지만, 전 사장이 내지 않은 체납액은 5천백여만 원에 이릅니다.

서울 동대문의 대형 쇼핑몰.

이 상가 대표였던 신모씨도 2008년 이래 지금까지 건강보험료 4억 원을 내지 않았습니다.

현재 이들은 모두 사업장을 떠난 상태. 음식점 관계자(음변)<녹취> "사장님은 여기 그만두셨거든요. 대표님이 바뀌셨어요."

<녹취> 쇼핑몰 관계자 : "예전에 가지고 계셨다가 이쪽에서 빠지신 분이시라 연락처는 개인정보라서 알려드릴 수 없는 상황이고."

이들 두 사람의 부동산과 자동차 등에 대해 압류조치가 이뤄졌지만, 공단 측은 한 푼도 받아내지 못했습니다.

<녹취> 건강보험공단 관계자 : "저희 공단은 어차피 사회보험료이기 때문에 일단 압류를 해서 체납자에게 경제적 제재를 하는, 거기까지만 저희가 업무추진을 하고 있어요."

서류상 압류에 그칠 뿐, 실제로 체납자 재산을 팔아 현금으로 받아내지는 않고 있다는 얘깁니다.

그렇다면, 은행 예금에서는 왜 빼내지 못하는 걸까?

<녹취> 건강보험공단 관계자 : "가진 분들 같은 경우는 그런 것에 대해서 굉장히 빠르세요. 통장 압류 딱 들어가면 통장을 새로 개설해 버린다든지, 금융기관도 CS 관리라고 해서 고객관리를 하잖아요. 예를 들어서 어디에서 압류가 지금 왔어요. 압류 들어오면 좋을 거 없으니까. CS 관리를 해서 고객들에게 (미리) 알려줘요."

계좌 압류 전 예금을 모두 빼내갈 수 있다는 겁니다.

더 심각한 건 바로 법인회사의 보험료 체납.

도시개발 컨설팅업체인 이 회사는 체납보험료가 3억 8천만 원을 넘었습니다.

업체 대표를 만났습니다.

<녹취> 업체 대표 : "(지난번 건강보험공단에서 발표한 자료에 건강보험 체납 금액이….) 난 별로 신경 쓰고 싶지 않아요. (80여 개월 동안 3억이 넘는데요.) 그걸 전화도 안 하고 무조건 오면 어떻게 해요."

공단 측에서 체납액을 징수하려 해도 법인 명의의 재산이 거의 없는 상태.

업체 대표가 살고 있는 강남의 9억 대 아파트도 부인 명의로 돼 있습니다.

<녹취> 건강보험공단 관계자 : "법인은 있잖아요. 법인 재산만 압류를 할 수 있어요. 그래서 이분이 재산이 있더라도 그것은 손을 댈 수가 없는 거예요."

강남의 한 대형 호텔.

2008년부터 지금까지 3억 원의 건강보험료를 내지 않고 있습니다.

호텔 대표는 대주주 소유의 13억 원대 고급 빌라에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주주에게도, 대표에게도 체납액 징수는 할 수 없습니다.

법인재산만 압류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지난 7월 호텔 건물마저 다른 법인에 팔아 3억 원의 체납보험료는 받을 길이 없어졌습니다.

이처럼 건보료를 체납하는 법인들은 법인이 내야 할 보험료는 물론 직원 월급에서 원천 징수한 보험료까지 납부하지 않고, 다른 용도로 쓰고 있습니다.

국민연금 등 다른 사회보험 경우였으면 횡령 범죄입니다.

<인터뷰> 김균태(변호사) : "국민 연금 보험료 중에 개인 부담금 부분을 원천 공제한 돈을 다른 용도에 쓴 경우, 이것에 대해서 업무상 횡령죄에 해당한다는 판결이 대법원에서 있었는데요. 올해에는 서산지원에서 징역형이 선고되기도 했습니다. 고용보험이나 산재보험 같은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올해 울산지법에서 최초로 유죄판결이 선고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건강보험은 사정이 다릅니다.

<인터뷰> 김민학(건강보험공단 징수관리팀 차장) : "저희가 그래서 형사 고발을, 횡령이죠. 횡령으로 저희가 시도해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그쪽(법원)에서 횡령으로 아직까지 적용한 사례는 없습니다. 국민연금 같은 경우는 고발을 할 수 있는 법적 조항이 있습니다. 그런데 건강보험에서는 그들에 대해서 사회적인 고발을 할 권한이 없습니다."

의사 개인이나 병,의원의 건강보험료 체납도 많습니다.

천만 원 이상 체납 사례가 16곳에 이릅니다.

10년간 모두 1억 7천만 원을 체납중인 서울의 한 의료법인.

병원에서는 건강검진과 일반 진료 모두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직원들도 체납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녹취> 병원 직원 : "(왜 체납으로 등록이 돼 있는지, 의료기관이) 저희가 (취재에) 응해드려야 하나요? (아뇨. 그런 건 없습니다.) 사정이 있겠죠."

그렇다면, 건보료 상습 체납자에 대해 서류상 조치만이 아니라, 직접 재산 압류에 나설 수는 없는 것일까?

서울시 38세금징수과. 38기동대로 더 잘 알려져 있는 이 부서의 강령은 '끝까지 추적하여 반드시 징수한다'입니다.

38기동대가 지방세 체납자 집에 들어가 곳곳에 압류장을 붙입니다.

<녹취> "지방세 가지고 이런 걸 붙이는 게 어딨어요! 글쎄! (자, 법에 있습니다. 법에 의해서 집행을 하는 거니까요.)"

취재진은 건강보험 징수팀의 징수 현장을 따라가 봤습니다.

방문한 곳은 2년 동안 2천여만 원의 건강보험료를 체납한 변호사 사무실입니다.

<녹취> "건강보험공단에서 왔습니다. 징수부장인데요. 보험료가 좀 많이 밀려 있어서." "그런데 제가 재판에 가는 길이라서." "어떻게 좀 납부를 좀 해주십사 해 가지고."

38기동대와는 달리 오히려 사정을 합니다.

<녹취> "제가 언제 내겠다고 약속을 할 수가 없어요." "계속 체납하시면 신원 공개하게 돼 있어요." "알아요. 저도 알고 있어요."

<인터뷰> 최승선(건강보험공단 인천남부지사 징수부장) : "(부장님 일하시는 모습을 보니까. 참 애처로우십니다. 부장님.) 휴~ 저희도 답답합니다. 지금."

<녹취> "차량 달리..."

<인터뷰> 최승선(건강보험공단 인천남부지사 징수부장) : "건강보험법에는 징수에 관한 조항이 많지는 않습니다. 국세 징수법 예에 따르니까 들어가서 (압류)하는 게 가능하기야 하겠지만, 실질적으로 현실적으로는 그게 어렵습니다. 그렇게 하기가…."

동일한 잣대로 체납액을 징수한다지만...

서민들에게는 생계의 고통으로 이어지고, 일부 부유층 체납자들에 대해서는 손을 놓다시피 하는 실정입니다.

<인터뷰> 신현웅(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보험료 부과체계 개선 기획단 소속) : "직장가입자는 현재 소득에만 보험료를 부과하고 있는데, 지역가입자의 경우 소득, 재산, 자동차에 보험료를 부과하고 있어서, 앞으로는 보험료를 낼 능력이 있는 소득에만 보험료를 부과하도록 단일 보험료 부과체계로 개선할 예정입니다."

건강보험료 징수 문제는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논란이 됐습니다. 의원들은 건강보험공단의 고액 체납자 실태와 관리 문제에 대해 앞다퉈 질타했습니다.

정부와 공단은 보험료 부과 체계 변경 등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말로 책임을 피하려 하고, 국회는 체납보험료 징수와 관련해, 제도적으로 손발이 묶여 있는 공단만 압박하고 있습니다.

올 7월까지 건강보험료 체납 건수는 156만 건, 총 체납액은 이미 2조 2천억 원을 넘었습니다.

지난 10월부터 4대 중증질환 관련 초음파 검사의 보험 적용 등 건강보험의 보장성이 강화되면서 돈이 더 들게 됐습니다.

돈 나갈 데는 많은데 받을 돈은 제대로 못 받는 상황...

무조건 계좌 압류로 서민 체납자의 고통은 커지는데도, 있는 사람들의 체납에 대해서는 제대로 재산 압류도 못하는 상황...

우리 건강보험의 두 얼굴입니다.
  • [기자가 간다] 건보료 징수의 두 얼굴
    • 입력 2013.12.06 (23:12)
    • 수정 2013.12.12 (14:44)
    취재파일K
[기자가 간다] 건보료 징수의 두 얼굴
<앵커 멘트>

건강보험은, 사회보험이라고 해서 세금과는 다르지만, 국민의 건강을 위해서 의무적으로 보험금을 내고 서로서로 함께 쓰는 제도입니다.

이 보험료를 일정기간 체납하게 되면 재산을 압류하거나 하는 강제로 징수하는 조치가 따르게 되는데요.

살림살이가 어려워 몇십만 원 밀린 서민들은 가차없이 통장이 압류돼 생활에 곤란을 겪는 반면, 재산이 있으면서도 내지 않는 일부 부유층은 요리조리 빠져나가고 있다고 합니다.

'기자가 간다', 오늘은 불합리한 건강보험료 징수 실태를 최건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서울의 한 시민단체 사무실.

방 한 칸 따로 없는 이 사무실에서 살고 있는 71살의 김성예 할머니를 만났습니다.

5년 전 조그만 가게를 운영하던 김 할머니는 사기를 당해, 길바닥에 나앉게 됐습니다.

그리고 이어진 통장 압류 통보....

김 할머니 명의의 모든 은행 통장을 압류한 곳은 바로 건강보험공단이었습니다.

보험료가 밀렸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김성예(건강보험 체납자) : "그 마음은 청천벼락 같죠. 이게 웬일인가, 그리고 나는 (건강보험)공단에서까지, 공과금 밀린 것까지 압류를 한다는 건 이건 피를 말리는 거다, 인간의…."

밀린 보험료는 3백만 원.

공단 측은 김 할머니의 아들에게까지 대납을 요구했습니다.

<인터뷰> 김성예(건강보험 체납자) : "(아들이) 그때 80만 원인가 받는데, 월급 타는 데다가 압류를 하니까. 애가 그만 신경질이 나니까…. 거기서 50 얼마씩 떼어주다 보니까 생활도 못하고 직장을 때려치워 버리고 그냥."

김 할머니는 지금까지도 200만 원의 보험료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억울함을 호소하려 찾아왔던 이 시민단체에서 허드렛일을 도우며 5년째 숙식을 해결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성예(건강보험 체납자) : "제일 미안한 게, 우리 아들들 보기가 너무 미안해서, 아들들 출세길 막아놓고, 어머니가 돼 가지고…."

오늘도 할머니는 겨울바람이 들이치는 사무실 현관 옆에 조용히 이불을 깔고 눕습니다.

김 할머니처럼 건강보험료 체납으로 인해 예금을 압류당한 사례는 2008년 2천 3백여 건이던 것이, 2009년에는 4만 7천여 건, 2011년에는 24만여 건으로 4년 만에 무려 100배 이상 늘었습니다.

2009년 건강보험공단이 행정비용 감소를 목적으로 금융결제원 등과 예금압류 전자화 협약을 맺고부터 압류 건수가 급증했습니다.

<인터뷰> 김민학(건강보험공단 징수관리팀 차장) : "(그동안 압류를) 시중 전체 은행에 대해서 일괄적으로 했었습니다. 그래서 그게 과한 측면이 있어서, 주거래은행을 저희가 잠정치를 가지고 5개 은행으로 (압류를) 제한시켰습니다."

하지만, 체납 서민들의 고통은 여전합니다.

두 아이를 둔 가정주부 이모씨.

일정한 수입이 없는 남편, 어려운 가정 형편에 건강보험료를 제대로 내지 못했습니다.

밀린 보험료는 120여만 원.

지난 4월 이 씨는 은행에서 예금 압류 통보를 받았습니다.

<녹취> 이모씨 (대역) : "이런 살림에서 생활비가 들어있는 통장을 압류한다는 건 정말 저희에게 굶어 죽으라는 소리잖아요."

나눠서 내겠다며 사정을 했지만 체납금의 절반을 내야 압류를 풀 수 있다는 답변만 들었다고 합니다.

<녹취> 이모씨 (대역) : "제가 고의로 미납을 할 생각이었으면, 어떻게 분할 납부 신청을 했겠어요? 애 둘 데리고 어찌 살라고 일을 이런 식으로 하시는지?"

결국, 이씨는 국민권익위원회에 도움을 요청해, 20여만 원을 먼저 납부하고 나머지는 분할 납부하는 조건으로 압류를 풀 수 있었습니다.

<인터뷰> 전성휘(국민권익위원회 조사관) : "가장 민원인들이 많이 불편을 호소하시는 것은 통장 압류 건이에요. 당장 오늘 먹을거리조차도 통장에서 돈을 찾아서 먹을 것을 사야하는데 사지 못하셔서 어려움을 겪고 계시다는 그런 내용들로 민원이 많이 들어오죠."

2008년 국민권익위원회 출범 이후 건강보험 관련 민원은 지난해 말 기준 천 6백여 건.

이 가운데, 징수와 관련된 민원이 21%로 보험료 부과에 이어 두 번쨉니다.

현행법에 따르면 150만 원 미만 예금에 대해서는 압류를 할 수 없습니다.

<인터뷰> 김균태(변호사) : "민사집행법은 최저생계비 보장을 위해서 1개월 간 생계유지에 필요한 예금, 지금 법으로는 150만 원 정도인데요. 그것을 압류금지 채권으로 정해놨습니다. 여기에 대해서 예금 압류가 들어왔을 경우에는 채무자는 자신의 형편이나 경제적 사정을 밝혀서 법원에 압류 명령의 취소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왜 건강보험공단은 몇십만 원 통장부터, 잔액이 없는 통장까지 모두 압류를 하는 것일까?

<인터뷰> 김민학(건강보험공단 징수관리팀 차장) : "지금 계좌 조회권이 없습니다. 그것은 개인정보보호 차원도 되고, 그렇기 때문에 어느 은행에, 그 사람의 주거래 은행을 파악할 방법은 없습니다."

체납자가 어떤 계좌를 가지고 있는지는 파악이 돼도, 그 계좌에 얼마가 들어있는지는 알 수 없기 때문에 무조건 계좌 모두를 압류하고 있다는 얘깁니다.

결국, 현재로선 얼마 안 되는 생계비까지도 압류할 수밖에 없다는 얘깁니다.

달리 말하면 건강보험공단이 위법을 하고 있는 셈입니다.

<인터뷰> 김민학(건강보험공단 징수관리팀 차장) : "지금 저희가 계좌조회권에 대해서는 의원입법 발의가 돼 있는 상탭니다. 그렇게 된다면, 저희가 업무를 진행하는데 민원인을 고려한 업무 행위를 충분히 좀 많이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압류 업무를 맡은 공단 징수팀에는 민원인들의 불만이 폭주합니다.

<녹취> 건강보험공단 관계자(음변) : "신나 가지고 오시는 분도 있어요. 예전에 00지사는 와서 뿌리기도 했고, 사무실 집기, 비품을 다 둘러엎었어요."

문제는 이런 예금 압류 등으로 경제적 압박을 받는 장기 체납자의 68%가 월 보험료 5만 원 이하의 생계형 체납자로 사실상, 체납액을 내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체납 보험료 징수의 칼날이 무딘 곳도 있습니다.

서울의 마포의 한 유명 음식점.

일어나면 앉고, 앉으면 일어나고, 쉴새없이 손님이 밀려듭니다.

하지만, 전 사장이 내지 않은 체납액은 5천백여만 원에 이릅니다.

서울 동대문의 대형 쇼핑몰.

이 상가 대표였던 신모씨도 2008년 이래 지금까지 건강보험료 4억 원을 내지 않았습니다.

현재 이들은 모두 사업장을 떠난 상태. 음식점 관계자(음변)<녹취> "사장님은 여기 그만두셨거든요. 대표님이 바뀌셨어요."

<녹취> 쇼핑몰 관계자 : "예전에 가지고 계셨다가 이쪽에서 빠지신 분이시라 연락처는 개인정보라서 알려드릴 수 없는 상황이고."

이들 두 사람의 부동산과 자동차 등에 대해 압류조치가 이뤄졌지만, 공단 측은 한 푼도 받아내지 못했습니다.

<녹취> 건강보험공단 관계자 : "저희 공단은 어차피 사회보험료이기 때문에 일단 압류를 해서 체납자에게 경제적 제재를 하는, 거기까지만 저희가 업무추진을 하고 있어요."

서류상 압류에 그칠 뿐, 실제로 체납자 재산을 팔아 현금으로 받아내지는 않고 있다는 얘깁니다.

그렇다면, 은행 예금에서는 왜 빼내지 못하는 걸까?

<녹취> 건강보험공단 관계자 : "가진 분들 같은 경우는 그런 것에 대해서 굉장히 빠르세요. 통장 압류 딱 들어가면 통장을 새로 개설해 버린다든지, 금융기관도 CS 관리라고 해서 고객관리를 하잖아요. 예를 들어서 어디에서 압류가 지금 왔어요. 압류 들어오면 좋을 거 없으니까. CS 관리를 해서 고객들에게 (미리) 알려줘요."

계좌 압류 전 예금을 모두 빼내갈 수 있다는 겁니다.

더 심각한 건 바로 법인회사의 보험료 체납.

도시개발 컨설팅업체인 이 회사는 체납보험료가 3억 8천만 원을 넘었습니다.

업체 대표를 만났습니다.

<녹취> 업체 대표 : "(지난번 건강보험공단에서 발표한 자료에 건강보험 체납 금액이….) 난 별로 신경 쓰고 싶지 않아요. (80여 개월 동안 3억이 넘는데요.) 그걸 전화도 안 하고 무조건 오면 어떻게 해요."

공단 측에서 체납액을 징수하려 해도 법인 명의의 재산이 거의 없는 상태.

업체 대표가 살고 있는 강남의 9억 대 아파트도 부인 명의로 돼 있습니다.

<녹취> 건강보험공단 관계자 : "법인은 있잖아요. 법인 재산만 압류를 할 수 있어요. 그래서 이분이 재산이 있더라도 그것은 손을 댈 수가 없는 거예요."

강남의 한 대형 호텔.

2008년부터 지금까지 3억 원의 건강보험료를 내지 않고 있습니다.

호텔 대표는 대주주 소유의 13억 원대 고급 빌라에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주주에게도, 대표에게도 체납액 징수는 할 수 없습니다.

법인재산만 압류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지난 7월 호텔 건물마저 다른 법인에 팔아 3억 원의 체납보험료는 받을 길이 없어졌습니다.

이처럼 건보료를 체납하는 법인들은 법인이 내야 할 보험료는 물론 직원 월급에서 원천 징수한 보험료까지 납부하지 않고, 다른 용도로 쓰고 있습니다.

국민연금 등 다른 사회보험 경우였으면 횡령 범죄입니다.

<인터뷰> 김균태(변호사) : "국민 연금 보험료 중에 개인 부담금 부분을 원천 공제한 돈을 다른 용도에 쓴 경우, 이것에 대해서 업무상 횡령죄에 해당한다는 판결이 대법원에서 있었는데요. 올해에는 서산지원에서 징역형이 선고되기도 했습니다. 고용보험이나 산재보험 같은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올해 울산지법에서 최초로 유죄판결이 선고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건강보험은 사정이 다릅니다.

<인터뷰> 김민학(건강보험공단 징수관리팀 차장) : "저희가 그래서 형사 고발을, 횡령이죠. 횡령으로 저희가 시도해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그쪽(법원)에서 횡령으로 아직까지 적용한 사례는 없습니다. 국민연금 같은 경우는 고발을 할 수 있는 법적 조항이 있습니다. 그런데 건강보험에서는 그들에 대해서 사회적인 고발을 할 권한이 없습니다."

의사 개인이나 병,의원의 건강보험료 체납도 많습니다.

천만 원 이상 체납 사례가 16곳에 이릅니다.

10년간 모두 1억 7천만 원을 체납중인 서울의 한 의료법인.

병원에서는 건강검진과 일반 진료 모두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직원들도 체납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녹취> 병원 직원 : "(왜 체납으로 등록이 돼 있는지, 의료기관이) 저희가 (취재에) 응해드려야 하나요? (아뇨. 그런 건 없습니다.) 사정이 있겠죠."

그렇다면, 건보료 상습 체납자에 대해 서류상 조치만이 아니라, 직접 재산 압류에 나설 수는 없는 것일까?

서울시 38세금징수과. 38기동대로 더 잘 알려져 있는 이 부서의 강령은 '끝까지 추적하여 반드시 징수한다'입니다.

38기동대가 지방세 체납자 집에 들어가 곳곳에 압류장을 붙입니다.

<녹취> "지방세 가지고 이런 걸 붙이는 게 어딨어요! 글쎄! (자, 법에 있습니다. 법에 의해서 집행을 하는 거니까요.)"

취재진은 건강보험 징수팀의 징수 현장을 따라가 봤습니다.

방문한 곳은 2년 동안 2천여만 원의 건강보험료를 체납한 변호사 사무실입니다.

<녹취> "건강보험공단에서 왔습니다. 징수부장인데요. 보험료가 좀 많이 밀려 있어서." "그런데 제가 재판에 가는 길이라서." "어떻게 좀 납부를 좀 해주십사 해 가지고."

38기동대와는 달리 오히려 사정을 합니다.

<녹취> "제가 언제 내겠다고 약속을 할 수가 없어요." "계속 체납하시면 신원 공개하게 돼 있어요." "알아요. 저도 알고 있어요."

<인터뷰> 최승선(건강보험공단 인천남부지사 징수부장) : "(부장님 일하시는 모습을 보니까. 참 애처로우십니다. 부장님.) 휴~ 저희도 답답합니다. 지금."

<녹취> "차량 달리..."

<인터뷰> 최승선(건강보험공단 인천남부지사 징수부장) : "건강보험법에는 징수에 관한 조항이 많지는 않습니다. 국세 징수법 예에 따르니까 들어가서 (압류)하는 게 가능하기야 하겠지만, 실질적으로 현실적으로는 그게 어렵습니다. 그렇게 하기가…."

동일한 잣대로 체납액을 징수한다지만...

서민들에게는 생계의 고통으로 이어지고, 일부 부유층 체납자들에 대해서는 손을 놓다시피 하는 실정입니다.

<인터뷰> 신현웅(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보험료 부과체계 개선 기획단 소속) : "직장가입자는 현재 소득에만 보험료를 부과하고 있는데, 지역가입자의 경우 소득, 재산, 자동차에 보험료를 부과하고 있어서, 앞으로는 보험료를 낼 능력이 있는 소득에만 보험료를 부과하도록 단일 보험료 부과체계로 개선할 예정입니다."

건강보험료 징수 문제는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논란이 됐습니다. 의원들은 건강보험공단의 고액 체납자 실태와 관리 문제에 대해 앞다퉈 질타했습니다.

정부와 공단은 보험료 부과 체계 변경 등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말로 책임을 피하려 하고, 국회는 체납보험료 징수와 관련해, 제도적으로 손발이 묶여 있는 공단만 압박하고 있습니다.

올 7월까지 건강보험료 체납 건수는 156만 건, 총 체납액은 이미 2조 2천억 원을 넘었습니다.

지난 10월부터 4대 중증질환 관련 초음파 검사의 보험 적용 등 건강보험의 보장성이 강화되면서 돈이 더 들게 됐습니다.

돈 나갈 데는 많은데 받을 돈은 제대로 못 받는 상황...

무조건 계좌 압류로 서민 체납자의 고통은 커지는데도, 있는 사람들의 체납에 대해서는 제대로 재산 압류도 못하는 상황...

우리 건강보험의 두 얼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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