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술’로 피어나는 베트남 한류

입력 2013.12.07 (08:33) 수정 2013.12.07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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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보기에 참 안타까운 화면입니다.

벌써 50년이 다 돼 갑니다.

베트남 전쟁 당시 고엽제 후유증으로 태어난 아이들입니다.

입술이 갈라지고 입천장이 뚫린 구순구개열 기형아들입니다.

이런 아이들을 위해 우리 의료진들로 구성된 봉사단이 무료 수술에 나섰었죠?

올해로 벌써 10년째입니다.

인술 한류로 사랑을 전하고 있습니다.

우정화 순회 특파원이 베트남 현지를 동행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서 3시간을 달려 도착한 타이옌.

주민 대부분이 작은 논을 일구며 살아가는 전형적인 농촌 마을입니다.

2살 바기 풍.

풍의 부모는 하루도 마음 편할 날이 없습니다.

이유도 모른 채 아이 입술이 갈라지고, 입천장이 뚫린 '구순구개열'을 안고 태어났기 때문입니다.

앉은 채로 우유를 마시면 절반도 제대로 마시지 못 하는 처지.

그저 누워서 마실 수밖에 없습니다.

엄마를 제대로 부르지도 못합니다.

어려운 형편과 열악한 의료 시설 탓에 제 때 치료는 엄두조차 낼 수 없습니다.

<인터뷰> 투이(풍 어머니) : "태어났을 때부터 먹는 것도 힘들고 모든 생활이 힘들기 때문에 볼 때마다 마음이 너무 아픕니다. 누가 이런 상황을 원하겠습니까?"

그런 풍에게 최근 한 가닥 희망이 생겼습니다.

한국 의료 봉사단이 풍과 같은 아이들을 위해 무료 수술을 해 준다는 소식이 들려 온 겁니다.

엄마, 아빠는 풍을 품에 안고 한걸음에 하노이로 달려갔습니다.

심하게 비뚤어진 얼굴과 여기저기 흉터 자국.

주이도 같은 기형아입니다.

베트남 전쟁에 참여한 할아버지와 간호 장교로 근무했던 할머니 영향으로 고엽제 후유증을 앓은 탓입니다.

<녹취> 신효근(전북대 치대 악안면외과 교수) : "입이 옆에까지 갈라져 있어서 상당히 드문.. 한국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한국 의료 봉사단에게서 벌써 네 번이나 받은 수술.

다음 수술 날짜를 받은 부모는 안도의 한숨을 쉽니다.

드디어 수술!

두 살 난 풍을 혼자 수술실에 보내는 엄마는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코 쪽으로 뚫린 입천장을 막는 수술은 한 시간이 지나서야 끝났습니다.

결과는 성공적입니다.

<인터뷰> 신효근(전북대 치대 악안면외과 교수) : " 일주일 정도 입원해서 치료를 받고 일주일이 지나면 아이는 우유도 먹을 수 있고 통증 없이 잘 나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이 엄마는 이제 서야 웃을 수 있습니다.

<인터뷰> 투이(풍 어머니) : " 기쁩니다. 아직 수술 받지 못한 아이가 많은데, 우리 아이가 수술을 받게 돼 기쁘고 고맙습니다."

2004년 한 의사의 제안으로 시작된 한국 의료 봉사단의 활동.

바쁜 일정이지만 의료인들 만이 할 수 있는 진정한 봉사 활동이라는 점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현지 병원의 도움으로 이제는 20명 넘는 의사들이 참여하는 연례행사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 곳이 베트남 하노이에 위치한 국립 치과대학 병원입니다.

한국 의료 봉사단이 활동한 지 올해로 10년째인데요.

그 동안 무료 수술 혜택을 받은 현지 어린이만 3백 명에 이릅니다.

베트남에선 지금도 신생아 5백 명 가운데 한 명이 구순구개열 기형을 안고 태어납니다.

하지만 30만 원 정도 되는 수술비가 없어 치료 받지 못 하는 어린이가 18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됩니다.

<인터뷰> 정영수(연세대 치대 악안면외과 교수) : "(이곳이 인구가 많고 환자가 많기 때문에 저희가 진료지로 택하게 됐습니다.) 92년도에 수교를 하면서 인적 교류가 많이 필요하게 됐고 이런 점들이 여러 가지로 작용해서 이 곳을 진료지로 택하게 됐습니다."

수술을 통해 최고 수준의 한국 의술도 함께 전해집니다.

수술대 옆에는 늘 베트남 의사들이 몰려있습니다.

한국 의술을 직접 보고 배우기 위해서입니다.

<인터뷰> 타인(베트남 국립치과대학병원 의사) : "한국 의사들은 어려운 기술을 알려줄 때도 자세하고 정확히 전달해줘서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현지에서 우리 의술은 베트남보다 적어도 20년 넘게 앞선 것으로 평가 받습니다.

특히 턱과 얼굴을 교정하는 양악 수술의 신뢰도가 높습니다.

<인터뷰> 두엔(베트남 국립 치대병원 의사) : "입술과 입천장 갈림 수술에서 영국, 미국, 일본과 함께 한국이 세계 최고 의술을 보유하고 있는 나라라고 생각합니다."

가장 먼저 감탄하는 사람들은 3번 넘게 수술 받았던 환자와 가족!

심한 기형으로 5번이나 수술을 받은 트엉 역시 얼굴이 놀라보게 달라졌습니다.

<인터뷰> 트엉(구순구개열 환자) : " 제게 이런 얼굴을 만들어 주신 한국 의사들에게 고맙다는 말 밖에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이렇게 제 마음에 드는 얼굴을 만들어주셔서.."

베트남에서 열린 국제 학술대회.

특화된 우리 의술에 세계 의료진의 관심이 집중됩니다.

2년 마다 열리는 대회에 참석해 의료 한류를 알리고 있습니다.

봉사단 활동은 베트남 정부로 부터 표창 받을 만큼 현지에서도 인정받고 있습니다.

인술과 의술 전파는 물론 한국을 더 가깝게 느끼도록 해 주는 민간 외교 효과까지 톡톡히 봅니다.

<인터뷰> 로안('구순구개열' 주이 어머니) : "아이 얼굴을 괜찮은 얼굴로 만들어 준 한국의료봉사단의 모든 분들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싶습니다."

아시아에서 몇 안 되는 전쟁 피해국 한국과 베트남.

그리고 전쟁 뒤에도 남아 있는 한국이라는 좀 어색했던 이미지.

문화에서 시작된 뜨거운 한류 바람 뒤에서 남몰래 베푸는 의료 봉사단의 인술이 베트남에 또 다른 한류를 잔잔히 일으켜 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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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술’로 피어나는 베트남 한류
    • 입력 2013-12-07 08:40:44
    • 수정2013-12-07 11:20:32
    특파원 현장보고
<앵커 멘트>

보기에 참 안타까운 화면입니다.

벌써 50년이 다 돼 갑니다.

베트남 전쟁 당시 고엽제 후유증으로 태어난 아이들입니다.

입술이 갈라지고 입천장이 뚫린 구순구개열 기형아들입니다.

이런 아이들을 위해 우리 의료진들로 구성된 봉사단이 무료 수술에 나섰었죠?

올해로 벌써 10년째입니다.

인술 한류로 사랑을 전하고 있습니다.

우정화 순회 특파원이 베트남 현지를 동행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서 3시간을 달려 도착한 타이옌.

주민 대부분이 작은 논을 일구며 살아가는 전형적인 농촌 마을입니다.

2살 바기 풍.

풍의 부모는 하루도 마음 편할 날이 없습니다.

이유도 모른 채 아이 입술이 갈라지고, 입천장이 뚫린 '구순구개열'을 안고 태어났기 때문입니다.

앉은 채로 우유를 마시면 절반도 제대로 마시지 못 하는 처지.

그저 누워서 마실 수밖에 없습니다.

엄마를 제대로 부르지도 못합니다.

어려운 형편과 열악한 의료 시설 탓에 제 때 치료는 엄두조차 낼 수 없습니다.

<인터뷰> 투이(풍 어머니) : "태어났을 때부터 먹는 것도 힘들고 모든 생활이 힘들기 때문에 볼 때마다 마음이 너무 아픕니다. 누가 이런 상황을 원하겠습니까?"

그런 풍에게 최근 한 가닥 희망이 생겼습니다.

한국 의료 봉사단이 풍과 같은 아이들을 위해 무료 수술을 해 준다는 소식이 들려 온 겁니다.

엄마, 아빠는 풍을 품에 안고 한걸음에 하노이로 달려갔습니다.

심하게 비뚤어진 얼굴과 여기저기 흉터 자국.

주이도 같은 기형아입니다.

베트남 전쟁에 참여한 할아버지와 간호 장교로 근무했던 할머니 영향으로 고엽제 후유증을 앓은 탓입니다.

<녹취> 신효근(전북대 치대 악안면외과 교수) : "입이 옆에까지 갈라져 있어서 상당히 드문.. 한국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한국 의료 봉사단에게서 벌써 네 번이나 받은 수술.

다음 수술 날짜를 받은 부모는 안도의 한숨을 쉽니다.

드디어 수술!

두 살 난 풍을 혼자 수술실에 보내는 엄마는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코 쪽으로 뚫린 입천장을 막는 수술은 한 시간이 지나서야 끝났습니다.

결과는 성공적입니다.

<인터뷰> 신효근(전북대 치대 악안면외과 교수) : " 일주일 정도 입원해서 치료를 받고 일주일이 지나면 아이는 우유도 먹을 수 있고 통증 없이 잘 나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이 엄마는 이제 서야 웃을 수 있습니다.

<인터뷰> 투이(풍 어머니) : " 기쁩니다. 아직 수술 받지 못한 아이가 많은데, 우리 아이가 수술을 받게 돼 기쁘고 고맙습니다."

2004년 한 의사의 제안으로 시작된 한국 의료 봉사단의 활동.

바쁜 일정이지만 의료인들 만이 할 수 있는 진정한 봉사 활동이라는 점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현지 병원의 도움으로 이제는 20명 넘는 의사들이 참여하는 연례행사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 곳이 베트남 하노이에 위치한 국립 치과대학 병원입니다.

한국 의료 봉사단이 활동한 지 올해로 10년째인데요.

그 동안 무료 수술 혜택을 받은 현지 어린이만 3백 명에 이릅니다.

베트남에선 지금도 신생아 5백 명 가운데 한 명이 구순구개열 기형을 안고 태어납니다.

하지만 30만 원 정도 되는 수술비가 없어 치료 받지 못 하는 어린이가 18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됩니다.

<인터뷰> 정영수(연세대 치대 악안면외과 교수) : "(이곳이 인구가 많고 환자가 많기 때문에 저희가 진료지로 택하게 됐습니다.) 92년도에 수교를 하면서 인적 교류가 많이 필요하게 됐고 이런 점들이 여러 가지로 작용해서 이 곳을 진료지로 택하게 됐습니다."

수술을 통해 최고 수준의 한국 의술도 함께 전해집니다.

수술대 옆에는 늘 베트남 의사들이 몰려있습니다.

한국 의술을 직접 보고 배우기 위해서입니다.

<인터뷰> 타인(베트남 국립치과대학병원 의사) : "한국 의사들은 어려운 기술을 알려줄 때도 자세하고 정확히 전달해줘서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현지에서 우리 의술은 베트남보다 적어도 20년 넘게 앞선 것으로 평가 받습니다.

특히 턱과 얼굴을 교정하는 양악 수술의 신뢰도가 높습니다.

<인터뷰> 두엔(베트남 국립 치대병원 의사) : "입술과 입천장 갈림 수술에서 영국, 미국, 일본과 함께 한국이 세계 최고 의술을 보유하고 있는 나라라고 생각합니다."

가장 먼저 감탄하는 사람들은 3번 넘게 수술 받았던 환자와 가족!

심한 기형으로 5번이나 수술을 받은 트엉 역시 얼굴이 놀라보게 달라졌습니다.

<인터뷰> 트엉(구순구개열 환자) : " 제게 이런 얼굴을 만들어 주신 한국 의사들에게 고맙다는 말 밖에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이렇게 제 마음에 드는 얼굴을 만들어주셔서.."

베트남에서 열린 국제 학술대회.

특화된 우리 의술에 세계 의료진의 관심이 집중됩니다.

2년 마다 열리는 대회에 참석해 의료 한류를 알리고 있습니다.

봉사단 활동은 베트남 정부로 부터 표창 받을 만큼 현지에서도 인정받고 있습니다.

인술과 의술 전파는 물론 한국을 더 가깝게 느끼도록 해 주는 민간 외교 효과까지 톡톡히 봅니다.

<인터뷰> 로안('구순구개열' 주이 어머니) : "아이 얼굴을 괜찮은 얼굴로 만들어 준 한국의료봉사단의 모든 분들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싶습니다."

아시아에서 몇 안 되는 전쟁 피해국 한국과 베트남.

그리고 전쟁 뒤에도 남아 있는 한국이라는 좀 어색했던 이미지.

문화에서 시작된 뜨거운 한류 바람 뒤에서 남몰래 베푸는 의료 봉사단의 인술이 베트남에 또 다른 한류를 잔잔히 일으켜 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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