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5초 만에 기절’ F-15K 타려다…

입력 2014.01.02 (17:06) 수정 2014.01.02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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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에 힘주고 호흡 유지하세요. 호흡 유지하고! 다리에다 힘주고! 배에 힘주고, 배에 힘주고!"

"하나, 둘, 셋, 읖! 하나, 둘, 셋, 읖!"

'윙~' 소리를 내며 로봇 팔처럼 생긴 거대한 곤돌라가 움직입니다. 얼굴은 오만상, 눈 앞은 캄캄... 누군가 머릿속 피를 모두 뽑아내는 듯한 느낌이 몰려옵니다. 조금만 더 버티면 된다고 생각하는 순간, 헤드셋을 통해 "내리세요"라는 훈련 교관의 안내가 나옵니다. "5초 만에 기절하셨습니다"라는 설명이지만, 도통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억울했습니다.



2014년 새해 첫날, 초계 비행에 나서는 우리 공군의 주력 전투기 'F-15K 슬램이글'을 타기 전, 충북 청원군에 있는 항공우주의료원을 찾았습니다.

먼저 맞닥뜨린 것은 'G-테스트'라 불리는 '중력 가속도 내성 검사'. 인체가 받는 중력을 '1G'(Gravity)로 볼 때 전투기가 급상승.강하할 때의 중력인 '6G' 상태에서 20초를 버텨내야 하는 테스트입니다. 놀이공원 롤러코스터가 떨어질 때 느끼는 중력은 보통 2G 정도라고 하는군요.

6G의 위력은 어느 정도일까요. 피가 한쪽으로 쏠리고 망막 시세포에 전달되는 혈류량이 줄면서 시야가 좁아집니다. 눈 앞의 초록색 전구 불빛 두개가 사라집니다. 이른바 '그레이 아웃'(gray out) 현상인데 곧 시야가 완전히 까맣게 되는 '블랙아웃'(black out)으로 이어졌습니다. 시쳇말로 '눈은 뜨고 있는데 뵈는 건 없는' 상태가 되더군요.

뇌에 피가 전달되지 않으니 몇 초동안 의식을 잃기도 했습니다. 이른바 'G-LOC'(중력에 의한 의식 상실)인데 기자 역시 보기좋게 고개를 쳐박은 겁니다. 20초, 이 짧은 시간이 천국과 지옥의 갈림길처럼 느껴집니다. 기동이 잦은 전투기 조종사들은 더 나아가 '9G'까지 버텨내야 한답니다.



이를 악물고 재도전!

"내가 지금 깨어 있는 걸까?" (그래, 이런 생각을 하는 걸 보니 아직 의식을 잃지 않았나 보다!) "흡! 퍼~흡! 퍼~흡!"

이렇게 'G-테스트'를 턱걸이 통과하니 이번엔 '고공 저압 환경 훈련'이 기다립니다. 2만 5천 피트(약 7600미터) 상공의 저기압 상태로 만든 훈련실에 들어가 그 안에서 나타나는 신체 변화를 검사하는 테스트입니다.
"고막이 찢어질 수도 있다"는 경고를 들은 터라 심장은 바운스 바운스!!
고도가 올라갈수록 숨이 가빠옵니다. 기압이 낮아진 듯, 천정에 매달린 쭈그러진 풍선이 퉁퉁 부풀어 오릅니다. 산소 마스크를 벗자 종이와 펜이 주어집니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라는 문장을 똑바로 쓰지 못합니다. 옆 동료 기자는 구구단을 제대로 풀지 못하더군요. '7×7=64', 정작 본인은 정답이라고 착각합니다.

이에 비하면 불의의 사고를 당했을 때 필요한 '비상 탈출 훈련'이나 평형 감각의 오류를 느끼는 '비행 착각 훈련'(SD)은 비교적 누워서 떡먹기 수준이었습니다.



모든 훈련을 통과하고 비로소 F-15K 탑승 자격을 얻었습니다. 감격의 수료증을 만져보고 또 만져보고...자신이 그저 대견할 뿐이었습니다.

우리의 영공을 지키는 전투기 조종사들! 하늘에 올라가 수백 번, 같은 기동을 반복해도 똑같은 경우가 한 번도 없다고 합니다. 비행복 패치의 실밥도 제대로 떨어지지 않은 새파란 후배랑 같은 편조가 되어 비행을 하면 등줄기가 땀으로 범벅이 된다고 합니다.

급변하는 공중 전투 상황에서 'G의 고문'을 견뎌내며 적기와 교전해야 하는 전투기 조종사들, 그 '극한의 예술'에 도전하는 그 분들이 존경스러울 따름입니다. 대한민국 공군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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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5초 만에 기절’ F-15K 타려다…
    • 입력 2014-01-02 17:06:16
    • 수정2014-01-02 18:12:05
    취재후·사건후
"다리에 힘주고 호흡 유지하세요. 호흡 유지하고! 다리에다 힘주고! 배에 힘주고, 배에 힘주고!"

"하나, 둘, 셋, 읖! 하나, 둘, 셋, 읖!"

'윙~' 소리를 내며 로봇 팔처럼 생긴 거대한 곤돌라가 움직입니다. 얼굴은 오만상, 눈 앞은 캄캄... 누군가 머릿속 피를 모두 뽑아내는 듯한 느낌이 몰려옵니다. 조금만 더 버티면 된다고 생각하는 순간, 헤드셋을 통해 "내리세요"라는 훈련 교관의 안내가 나옵니다. "5초 만에 기절하셨습니다"라는 설명이지만, 도통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억울했습니다.



2014년 새해 첫날, 초계 비행에 나서는 우리 공군의 주력 전투기 'F-15K 슬램이글'을 타기 전, 충북 청원군에 있는 항공우주의료원을 찾았습니다.

먼저 맞닥뜨린 것은 'G-테스트'라 불리는 '중력 가속도 내성 검사'. 인체가 받는 중력을 '1G'(Gravity)로 볼 때 전투기가 급상승.강하할 때의 중력인 '6G' 상태에서 20초를 버텨내야 하는 테스트입니다. 놀이공원 롤러코스터가 떨어질 때 느끼는 중력은 보통 2G 정도라고 하는군요.

6G의 위력은 어느 정도일까요. 피가 한쪽으로 쏠리고 망막 시세포에 전달되는 혈류량이 줄면서 시야가 좁아집니다. 눈 앞의 초록색 전구 불빛 두개가 사라집니다. 이른바 '그레이 아웃'(gray out) 현상인데 곧 시야가 완전히 까맣게 되는 '블랙아웃'(black out)으로 이어졌습니다. 시쳇말로 '눈은 뜨고 있는데 뵈는 건 없는' 상태가 되더군요.

뇌에 피가 전달되지 않으니 몇 초동안 의식을 잃기도 했습니다. 이른바 'G-LOC'(중력에 의한 의식 상실)인데 기자 역시 보기좋게 고개를 쳐박은 겁니다. 20초, 이 짧은 시간이 천국과 지옥의 갈림길처럼 느껴집니다. 기동이 잦은 전투기 조종사들은 더 나아가 '9G'까지 버텨내야 한답니다.



이를 악물고 재도전!

"내가 지금 깨어 있는 걸까?" (그래, 이런 생각을 하는 걸 보니 아직 의식을 잃지 않았나 보다!) "흡! 퍼~흡! 퍼~흡!"

이렇게 'G-테스트'를 턱걸이 통과하니 이번엔 '고공 저압 환경 훈련'이 기다립니다. 2만 5천 피트(약 7600미터) 상공의 저기압 상태로 만든 훈련실에 들어가 그 안에서 나타나는 신체 변화를 검사하는 테스트입니다.
"고막이 찢어질 수도 있다"는 경고를 들은 터라 심장은 바운스 바운스!!
고도가 올라갈수록 숨이 가빠옵니다. 기압이 낮아진 듯, 천정에 매달린 쭈그러진 풍선이 퉁퉁 부풀어 오릅니다. 산소 마스크를 벗자 종이와 펜이 주어집니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라는 문장을 똑바로 쓰지 못합니다. 옆 동료 기자는 구구단을 제대로 풀지 못하더군요. '7×7=64', 정작 본인은 정답이라고 착각합니다.

이에 비하면 불의의 사고를 당했을 때 필요한 '비상 탈출 훈련'이나 평형 감각의 오류를 느끼는 '비행 착각 훈련'(SD)은 비교적 누워서 떡먹기 수준이었습니다.



모든 훈련을 통과하고 비로소 F-15K 탑승 자격을 얻었습니다. 감격의 수료증을 만져보고 또 만져보고...자신이 그저 대견할 뿐이었습니다.

우리의 영공을 지키는 전투기 조종사들! 하늘에 올라가 수백 번, 같은 기동을 반복해도 똑같은 경우가 한 번도 없다고 합니다. 비행복 패치의 실밥도 제대로 떨어지지 않은 새파란 후배랑 같은 편조가 되어 비행을 하면 등줄기가 땀으로 범벅이 된다고 합니다.

급변하는 공중 전투 상황에서 'G의 고문'을 견뎌내며 적기와 교전해야 하는 전투기 조종사들, 그 '극한의 예술'에 도전하는 그 분들이 존경스러울 따름입니다. 대한민국 공군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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