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포착] 추억과 감성 전달하는 이색 우체통

입력 2014.01.06 (08:17) 수정 2014.01.06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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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지난해 대구 팔공산 갓바위에 갔었는데요.

내려오는 길에 공중전화 부스 옆에 빨간 우체통이 서 있는데 한참을 바라보고 있었더랬습니다.

그래요, 요즘 참 보기 힘든 풍경이죠?

손 편지 고이 써서 떨리는 맘으로 우체통에 넣곤 하던 추억이 새록새록한데요, 5년 전 2만 개가 넘던 우체통이 지금은 갈수록 사라지고 있다고요,

네, 노태영 기자 나와 있는데요.

그런데 이런 가운데 꿋꿋이 맥을 이어가는 우체통들이 있다면서요?

요즘은 다들 이메일이나 휴대폰, 또는 sns 등으로 안부를 묻곤 하는데요.

그래서 그런지 골목마다 있던 우체통도 점점 찾아보기 힘든 시대가 됐습니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 속에서도 새롭게 생겨나는 우체통도 있습니다.

새해의 소망을 적어 보내면 들어준다는 소원우체통부터 편지를 넣으면 1년 뒤에나 배달되는 느림우체통이 바로 그 주인공들인데요.

새롭게 태어난 전국 각지의 명물 우체통을 소개합니다.

<리포트>

중부내륙고속도로 현풍 휴게소. 긴 운전 길 도중 잠시 쉬었다 가는 이곳에 사람들 발길 붙잡는 것이 있습니다.

휴게소 옆 테마공원에 있는 느티나무인데요.

<녹취> “우와 엄청 크네?”

웅장한 크기 자랑하는 이 느티나무는 무려 500년 된 이 마을 명물입니다.

특히 마을을 지켜주고 소원을 들어준다는 전설이 전해져오고 있는데요.

그래서일까요? 많은 사람들이 느티나무 아래에서 소원을 빌고 있습니다.

<녹취> “느티나무 할아버지, 우리 손자 손녀 소원 꼭 들어주세요.”

그런데 이 느티나무보다 더 명물이 된 것이 있습니다.

바로 느티나무 옆에 만들어진 소원우체통인데요.

2012년 7월부터 사람들의 소원이 담긴 엽서를 받고 있습니다.

<인터뷰> 송영지(대구광역시 북구) : “신랑 식구들하고 우리 식구들 건강하고 아기 생기게 해달라고 적었어요.”

모두 간절한 마음을 담아 새해 소망을 적은 엽서를 우체통에 부쳐보는데요.

<인터뷰> 이정훈(대구광역시 남구) : “작년에도 와서 식구들 건강하고 집안이 행복하게 해 달라는 소원을 빌었었는데 2013년 한 해 동안 아무 탈 없이 다들 건강했고 집안도 편안했기 때문에 또 한 번 빌려고 여기 왔고요. 올해도 소원이 이뤄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우체통에 모인 소원엽서는 무려 2만여 통!

가족의 건강, 취업 성공, 출산 기원 등 내용도 다양한데요.

많은 이들의 바람이 담긴 이 소중한 엽서들은 연말에 한 권의 책으로 발행됩니다.

우체통에 넣은 내 엽서를 손 글씨까지 그대로 살린 책으로 받아볼 수 있는 것인데요.

<인터뷰> 권대희(현풍휴게소 소장) : “사람들에게는 누구에게나 소원이 있을 텐데 저희 휴게소에 있는 소원 우체통을 통해서 고객들에게 꿈과 희망을 전해 드리는 아름다운 공간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충북 제천, 해발 600미터 산 속에 위치한 리조트입니다.

이곳에는 최근 두 종류의 우체통이 새로 생겨났는데요.

가슴 속에 담아뒀던 말을 지금 당장 전해준다는 빠름우체통.

그리고 반대로 편지를 써서 넣으면 1년 뒤에나 받아볼 수 있는 느림우체통이 그 주인공입니다.

<인터뷰> 현소영(경기도 파주시) : “남편한테 쓰고 있어요.” ("바로 옆에 있는데 직접 말하지 왜 편지를 쓰세요?”) “평소에 낯간지러워서 못했던 말들을 엽서의 힘을 빌려서 한번 해 보려고요.”

가족이나 연인, 자기 자신에게 하고 싶었던 말이면 무엇이든 글로 남길 수 있는데요.

둘 중 더 인기를 끄는 것은 의외로 느림우체통!

마치 타임캡슐을 묻는 기분이라는데요.

<인터뷰> 정재근(경기도 파주시) : “일 년 뒤에 이 편지를 받았을 때 받는 가족이나 썼던 저나 보면서 옛날 생각이 날 것 같아요. 재밌을 것 같아요.”

우체통에 넣은 편지는 보관 1년 뒤 월별로 배송되는데요.

신속한 소식 대신 감성과 추억을 전달하는 느림우체통.

바쁜 일상 속 나와 내 주변을 천천히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선물해줍니다.

<인터뷰> 양은영(힐링 마스터) : “요즘 현대인들은 빠르게 움직이고 빠른 정보와 빠른 답변을 원하잖아요. 일 년 후에 이 편지를 받았을 때 내가 그곳에서 그런 생각을 하고 왔지, 하는 생각을 하면서 흥미를 갖기 때문에 느린 우체통에 더 만족을 하는 것 같습니다.”

서울의 대표 야경 명소인 북악산 팔각정.

멋진 야경만큼이나 눈길을 끄는 우체통이 이곳에도 생겼습니다.

바로 사랑하는 사람에게 편지를 쓰면 1년 뒤에 받아 볼 수 있는 우체통인데요.

데이트를 즐기러 이곳을 찾는 연인들에게 특히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녹취>“스캔 좀 해주세요”

<인터뷰> 최형규(울시 강동구) : "우체통에 엽서 넣으려고 사진 스캔하는 거예요.”

이곳에선 함께 찍은 사진을 즉석에서 인화해 엽서로 만들어주는데요.

세상에 단 하나뿐인 엽서에 둘만의 행복한 기억, 애틋한 마음을 글로 남깁니다.

1년 뒤에나 받아볼 수 있기 때문에 서로의 사랑을 지키는데도 한 몫을 한다는데요.

<인터뷰> 최형규(서울시 천호동) : “1년 뒤에는 잊어버리고 있을 텐데 그때 받으면 반갑고 기분 좋게 받을 수 있을 것 같아요.” (“혹시 헤어지면 어떻게 해요?”) “안 헤어지게 해야죠”

소중한 마음이 전해질 그날을 위해 썼다 지웠다를 반복해가며 정성스럽게 써 내려간 편지들.

벌써부터 1년 뒤 오늘이 기다려지는데요.

빠름을 강조하는 요즘 시대에서 거꾸로 시간을 붙잡는 느림우체통.

추억 속 빨간 우체통이 연인들에게 새로운 데이트 명소로 떠오르면서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습니다.

<녹취>“뭐라고 썼어요?”

<녹취> “1년 뒤에 보면 알아. 뭘 그런 걸 물어봐 ”

<인터뷰> 라로사(서울시 동대문구) : “우체통을 이용한 게 한 5년 만인 것 같은데 오랜만에 우체통을 이용해서 편지를 보내니까 설렘도 생기는 것 같고요. 서로 보관하면서 시간의 흐름에 따른 소중함이 생겨난 것 같아서 좋습니다.”

시간과 느림의 소중함을 깨닫게 해주며 기억 저편으로 사라질 뻔하다 부활한 우체통!

우체통이 전달한 편지 한 통으로 소중한 추억을 되새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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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제포착] 추억과 감성 전달하는 이색 우체통
    • 입력 2014-01-06 08:18:58
    • 수정2014-01-06 22: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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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지난해 대구 팔공산 갓바위에 갔었는데요.

내려오는 길에 공중전화 부스 옆에 빨간 우체통이 서 있는데 한참을 바라보고 있었더랬습니다.

그래요, 요즘 참 보기 힘든 풍경이죠?

손 편지 고이 써서 떨리는 맘으로 우체통에 넣곤 하던 추억이 새록새록한데요, 5년 전 2만 개가 넘던 우체통이 지금은 갈수록 사라지고 있다고요,

네, 노태영 기자 나와 있는데요.

그런데 이런 가운데 꿋꿋이 맥을 이어가는 우체통들이 있다면서요?

요즘은 다들 이메일이나 휴대폰, 또는 sns 등으로 안부를 묻곤 하는데요.

그래서 그런지 골목마다 있던 우체통도 점점 찾아보기 힘든 시대가 됐습니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 속에서도 새롭게 생겨나는 우체통도 있습니다.

새해의 소망을 적어 보내면 들어준다는 소원우체통부터 편지를 넣으면 1년 뒤에나 배달되는 느림우체통이 바로 그 주인공들인데요.

새롭게 태어난 전국 각지의 명물 우체통을 소개합니다.

<리포트>

중부내륙고속도로 현풍 휴게소. 긴 운전 길 도중 잠시 쉬었다 가는 이곳에 사람들 발길 붙잡는 것이 있습니다.

휴게소 옆 테마공원에 있는 느티나무인데요.

<녹취> “우와 엄청 크네?”

웅장한 크기 자랑하는 이 느티나무는 무려 500년 된 이 마을 명물입니다.

특히 마을을 지켜주고 소원을 들어준다는 전설이 전해져오고 있는데요.

그래서일까요? 많은 사람들이 느티나무 아래에서 소원을 빌고 있습니다.

<녹취> “느티나무 할아버지, 우리 손자 손녀 소원 꼭 들어주세요.”

그런데 이 느티나무보다 더 명물이 된 것이 있습니다.

바로 느티나무 옆에 만들어진 소원우체통인데요.

2012년 7월부터 사람들의 소원이 담긴 엽서를 받고 있습니다.

<인터뷰> 송영지(대구광역시 북구) : “신랑 식구들하고 우리 식구들 건강하고 아기 생기게 해달라고 적었어요.”

모두 간절한 마음을 담아 새해 소망을 적은 엽서를 우체통에 부쳐보는데요.

<인터뷰> 이정훈(대구광역시 남구) : “작년에도 와서 식구들 건강하고 집안이 행복하게 해 달라는 소원을 빌었었는데 2013년 한 해 동안 아무 탈 없이 다들 건강했고 집안도 편안했기 때문에 또 한 번 빌려고 여기 왔고요. 올해도 소원이 이뤄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우체통에 모인 소원엽서는 무려 2만여 통!

가족의 건강, 취업 성공, 출산 기원 등 내용도 다양한데요.

많은 이들의 바람이 담긴 이 소중한 엽서들은 연말에 한 권의 책으로 발행됩니다.

우체통에 넣은 내 엽서를 손 글씨까지 그대로 살린 책으로 받아볼 수 있는 것인데요.

<인터뷰> 권대희(현풍휴게소 소장) : “사람들에게는 누구에게나 소원이 있을 텐데 저희 휴게소에 있는 소원 우체통을 통해서 고객들에게 꿈과 희망을 전해 드리는 아름다운 공간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충북 제천, 해발 600미터 산 속에 위치한 리조트입니다.

이곳에는 최근 두 종류의 우체통이 새로 생겨났는데요.

가슴 속에 담아뒀던 말을 지금 당장 전해준다는 빠름우체통.

그리고 반대로 편지를 써서 넣으면 1년 뒤에나 받아볼 수 있는 느림우체통이 그 주인공입니다.

<인터뷰> 현소영(경기도 파주시) : “남편한테 쓰고 있어요.” ("바로 옆에 있는데 직접 말하지 왜 편지를 쓰세요?”) “평소에 낯간지러워서 못했던 말들을 엽서의 힘을 빌려서 한번 해 보려고요.”

가족이나 연인, 자기 자신에게 하고 싶었던 말이면 무엇이든 글로 남길 수 있는데요.

둘 중 더 인기를 끄는 것은 의외로 느림우체통!

마치 타임캡슐을 묻는 기분이라는데요.

<인터뷰> 정재근(경기도 파주시) : “일 년 뒤에 이 편지를 받았을 때 받는 가족이나 썼던 저나 보면서 옛날 생각이 날 것 같아요. 재밌을 것 같아요.”

우체통에 넣은 편지는 보관 1년 뒤 월별로 배송되는데요.

신속한 소식 대신 감성과 추억을 전달하는 느림우체통.

바쁜 일상 속 나와 내 주변을 천천히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선물해줍니다.

<인터뷰> 양은영(힐링 마스터) : “요즘 현대인들은 빠르게 움직이고 빠른 정보와 빠른 답변을 원하잖아요. 일 년 후에 이 편지를 받았을 때 내가 그곳에서 그런 생각을 하고 왔지, 하는 생각을 하면서 흥미를 갖기 때문에 느린 우체통에 더 만족을 하는 것 같습니다.”

서울의 대표 야경 명소인 북악산 팔각정.

멋진 야경만큼이나 눈길을 끄는 우체통이 이곳에도 생겼습니다.

바로 사랑하는 사람에게 편지를 쓰면 1년 뒤에 받아 볼 수 있는 우체통인데요.

데이트를 즐기러 이곳을 찾는 연인들에게 특히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녹취>“스캔 좀 해주세요”

<인터뷰> 최형규(울시 강동구) : "우체통에 엽서 넣으려고 사진 스캔하는 거예요.”

이곳에선 함께 찍은 사진을 즉석에서 인화해 엽서로 만들어주는데요.

세상에 단 하나뿐인 엽서에 둘만의 행복한 기억, 애틋한 마음을 글로 남깁니다.

1년 뒤에나 받아볼 수 있기 때문에 서로의 사랑을 지키는데도 한 몫을 한다는데요.

<인터뷰> 최형규(서울시 천호동) : “1년 뒤에는 잊어버리고 있을 텐데 그때 받으면 반갑고 기분 좋게 받을 수 있을 것 같아요.” (“혹시 헤어지면 어떻게 해요?”) “안 헤어지게 해야죠”

소중한 마음이 전해질 그날을 위해 썼다 지웠다를 반복해가며 정성스럽게 써 내려간 편지들.

벌써부터 1년 뒤 오늘이 기다려지는데요.

빠름을 강조하는 요즘 시대에서 거꾸로 시간을 붙잡는 느림우체통.

추억 속 빨간 우체통이 연인들에게 새로운 데이트 명소로 떠오르면서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습니다.

<녹취>“뭐라고 썼어요?”

<녹취> “1년 뒤에 보면 알아. 뭘 그런 걸 물어봐 ”

<인터뷰> 라로사(서울시 동대문구) : “우체통을 이용한 게 한 5년 만인 것 같은데 오랜만에 우체통을 이용해서 편지를 보내니까 설렘도 생기는 것 같고요. 서로 보관하면서 시간의 흐름에 따른 소중함이 생겨난 것 같아서 좋습니다.”

시간과 느림의 소중함을 깨닫게 해주며 기억 저편으로 사라질 뻔하다 부활한 우체통!

우체통이 전달한 편지 한 통으로 소중한 추억을 되새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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