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24 이슈] 중국, 시골에 남겨진 아이들 6천만 명

입력 2014.01.27 (18:13) 수정 2014.01.27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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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고향으로 고향으로 향하는 끝없는 오토바이 행렬은 우리로 치면 설날인 중국춘절을 앞두고 펼쳐지는 민족대이동의 한 단면이죠.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간 이른바 '농민공'들이 1년에 한 번 시골에 남아 있는 가족을 만나러 가는 날이기도 한데요.

시골에 남겨진 어린이들은 고아 아닌 고아가 되어 중국에서는 농민공 문제만큼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국제부 기자와 알아보겠습니다.

유원중 기자,

<질문>
이렇게 농촌 시골에 남겨진 어린이가 얼마나 되나요?

<답변>
일자리를 찾아 농촌에서 도시로 간 사람들을 '농민공'이라고 하는데, 대략 2억 5천만 명으로 추산됩니다.

부모가 모두 농민공으로 도시에 나와 있을 경우 남겨진 자식들은 할아버지 할머니나 친척들이 돌보며 사실상 나홀로 고향을 지키고 있는데요.

이런 아이들이 무려 6천 백만명에 달한다고 합니다.

이 소녀는 수화기 너머의 아버지의 목소리만 들어도 눈물을 흘립니다.

소녀의 아버지 역시 눈물을 참지 못 하는데요,

혼자 시골집을 지키며 학교를 다니고 있는 이 소년도 오랜만에 만난 아버지를 일터가 있는 도시로 보낸 후 하염없이 눈물을 흘립니다.

부모의 보살핌 없이 사는 농촌어린이가 끔찍한 사고를 당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합니다.

2012년 11월, 10살 안팎의 중국 노숙 어린이 5명이 쓰레기통안에서 숨진 채 발견돼 중국 사회를 발칵 뒤짚어 놓은 적이 있었는데요.

부모가 도시로 떠나가 아이들끼지 구걸을 하다시피 살던 이 어린이들은 갑자기 기온이 떨어지자 추위를 피하기 위해 쓰레기통 안에서 불을 피웠다가 이산화탄소 중독으로 숨진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녹취> 이웃 주민 : "부모는 일을 가고 가끔 할머니에게 맡겨졌는데 할머니는 거의 시력을 잃었습니다. 경제상황이 좋지않아 힘들어 했습니다. "

<질문>
부모가 도시에서 일을 하러 가는데 왜 자식들을 데려 가지 않는 거죠?

<답변>
과거 중국은 호적법에 따라 주거 이동이 자유롭지 못했는데요.

그러다 1978년 덩샤오핑이 개혁개방 정책을 발표하면서 농민들이 대거 도시 노동자로 쏟아져 나온 겁니다.

이런 농민공들은 도시에서 무허가 주택이나 천막에서 생활하는데 아이들을 데리고 올 수 없겠죠.

또 호적법이 사회 변화를 쫓아오지 못해 자녀를 도시로 데리고 오면 교육이나 복지 혜택을 전혀 받을 수 없었습니다.

지난해 9월, 어린이 28명을 포함, 총 47명의 사상자를 낸 광시자치구 구이린 시 바리제 초등학교 폭발 사건 현장인데요.

한 30대 농민공이 자녀가 입학 허가를 받을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들은 뒤 학교 측과 다투고 울분을 못이겨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죠.

<녹취> 농민공 : "호적을 얻고 권리를 얻어야 신분이 생깁니다. 그래야 학교도 갈 수 있어요. 신분증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없습니다. 지금 매우 힘듭니다.”

<질문>
한창 부모의 보살핌을 받고 자라야 할 어린이들이 농촌에 홀로 남겨졌으니 심리적, 정신적 고통이 크겠어요?

<답변>
예, 부모와 떨어져 유년 시절을 보낸 아이들은 성장 후 심리 정신적 문제를 겪을 가능성이 높고, 가족이란 개념도 약해질 수 있습니다.

유수소년 즉 농촌에 남겨진 어린이들이 6천 백만명이라고 말씀드렸잖아요?

이는 전체 농촌 어린의의 무려 38%에 달하는 숫자입니다.

전문가들은 이들 상당수가 일반 아동에 비해 학업성취도가 낮고, 술과 담배, 자살 등의 유혹을 쉽게 받는다고 우려합니다.

<녹취> 두앙 쳉롱(교수) : "감성적이고 심리적인 문제가 공통적으로 발생합니다. 아이들이 부모와 함께 살고 소통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질문>
이미 이 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부각됐는데 중국 정부도 손 놓고 있지는 않을텐데요?

<답변>
중국에서 일어나는 폭동의 상당수가 이런 농민공과 시골에 남겨진 어린이 문제로 벌어지고 있어 중국 정부로서도 큰 당면과제가 아닐 수 없는데요.

시진핑 정부는 우선 농민공들이 고향에서 일할 수 있도록 서부 농촌지역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죠.

특히 문제가 되는 호적법을 개혁해 1억 6천명에 달하는 농민공에게 도시에 호적을 가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를 위해 매년 천 4백만명에게 도시 호적을 제공하고 이들이 거주할 주택을 마련하기 위해 서두르고 있지만 갈 길은 멉니다.

최소한의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가족간 생이별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 고도성장을 구가하고 있는 중국에 검은 그늘을 드리우고 있는데요.

잘 살아 보기 위해 눈코뜰 새없이 일하지만 삶은 점점 팍팍해지고 있는 모습이 다만 중국만의 문제인지, 함께 되돌아 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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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24 이슈] 중국, 시골에 남겨진 아이들 6천만 명
    • 입력 2014-01-27 18:15:06
    • 수정2014-01-27 18:26:37
    글로벌24
<앵커 멘트>

고향으로 고향으로 향하는 끝없는 오토바이 행렬은 우리로 치면 설날인 중국춘절을 앞두고 펼쳐지는 민족대이동의 한 단면이죠.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간 이른바 '농민공'들이 1년에 한 번 시골에 남아 있는 가족을 만나러 가는 날이기도 한데요.

시골에 남겨진 어린이들은 고아 아닌 고아가 되어 중국에서는 농민공 문제만큼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국제부 기자와 알아보겠습니다.

유원중 기자,

<질문>
이렇게 농촌 시골에 남겨진 어린이가 얼마나 되나요?

<답변>
일자리를 찾아 농촌에서 도시로 간 사람들을 '농민공'이라고 하는데, 대략 2억 5천만 명으로 추산됩니다.

부모가 모두 농민공으로 도시에 나와 있을 경우 남겨진 자식들은 할아버지 할머니나 친척들이 돌보며 사실상 나홀로 고향을 지키고 있는데요.

이런 아이들이 무려 6천 백만명에 달한다고 합니다.

이 소녀는 수화기 너머의 아버지의 목소리만 들어도 눈물을 흘립니다.

소녀의 아버지 역시 눈물을 참지 못 하는데요,

혼자 시골집을 지키며 학교를 다니고 있는 이 소년도 오랜만에 만난 아버지를 일터가 있는 도시로 보낸 후 하염없이 눈물을 흘립니다.

부모의 보살핌 없이 사는 농촌어린이가 끔찍한 사고를 당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합니다.

2012년 11월, 10살 안팎의 중국 노숙 어린이 5명이 쓰레기통안에서 숨진 채 발견돼 중국 사회를 발칵 뒤짚어 놓은 적이 있었는데요.

부모가 도시로 떠나가 아이들끼지 구걸을 하다시피 살던 이 어린이들은 갑자기 기온이 떨어지자 추위를 피하기 위해 쓰레기통 안에서 불을 피웠다가 이산화탄소 중독으로 숨진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녹취> 이웃 주민 : "부모는 일을 가고 가끔 할머니에게 맡겨졌는데 할머니는 거의 시력을 잃었습니다. 경제상황이 좋지않아 힘들어 했습니다. "

<질문>
부모가 도시에서 일을 하러 가는데 왜 자식들을 데려 가지 않는 거죠?

<답변>
과거 중국은 호적법에 따라 주거 이동이 자유롭지 못했는데요.

그러다 1978년 덩샤오핑이 개혁개방 정책을 발표하면서 농민들이 대거 도시 노동자로 쏟아져 나온 겁니다.

이런 농민공들은 도시에서 무허가 주택이나 천막에서 생활하는데 아이들을 데리고 올 수 없겠죠.

또 호적법이 사회 변화를 쫓아오지 못해 자녀를 도시로 데리고 오면 교육이나 복지 혜택을 전혀 받을 수 없었습니다.

지난해 9월, 어린이 28명을 포함, 총 47명의 사상자를 낸 광시자치구 구이린 시 바리제 초등학교 폭발 사건 현장인데요.

한 30대 농민공이 자녀가 입학 허가를 받을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들은 뒤 학교 측과 다투고 울분을 못이겨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죠.

<녹취> 농민공 : "호적을 얻고 권리를 얻어야 신분이 생깁니다. 그래야 학교도 갈 수 있어요. 신분증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없습니다. 지금 매우 힘듭니다.”

<질문>
한창 부모의 보살핌을 받고 자라야 할 어린이들이 농촌에 홀로 남겨졌으니 심리적, 정신적 고통이 크겠어요?

<답변>
예, 부모와 떨어져 유년 시절을 보낸 아이들은 성장 후 심리 정신적 문제를 겪을 가능성이 높고, 가족이란 개념도 약해질 수 있습니다.

유수소년 즉 농촌에 남겨진 어린이들이 6천 백만명이라고 말씀드렸잖아요?

이는 전체 농촌 어린의의 무려 38%에 달하는 숫자입니다.

전문가들은 이들 상당수가 일반 아동에 비해 학업성취도가 낮고, 술과 담배, 자살 등의 유혹을 쉽게 받는다고 우려합니다.

<녹취> 두앙 쳉롱(교수) : "감성적이고 심리적인 문제가 공통적으로 발생합니다. 아이들이 부모와 함께 살고 소통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질문>
이미 이 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부각됐는데 중국 정부도 손 놓고 있지는 않을텐데요?

<답변>
중국에서 일어나는 폭동의 상당수가 이런 농민공과 시골에 남겨진 어린이 문제로 벌어지고 있어 중국 정부로서도 큰 당면과제가 아닐 수 없는데요.

시진핑 정부는 우선 농민공들이 고향에서 일할 수 있도록 서부 농촌지역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죠.

특히 문제가 되는 호적법을 개혁해 1억 6천명에 달하는 농민공에게 도시에 호적을 가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를 위해 매년 천 4백만명에게 도시 호적을 제공하고 이들이 거주할 주택을 마련하기 위해 서두르고 있지만 갈 길은 멉니다.

최소한의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가족간 생이별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 고도성장을 구가하고 있는 중국에 검은 그늘을 드리우고 있는데요.

잘 살아 보기 위해 눈코뜰 새없이 일하지만 삶은 점점 팍팍해지고 있는 모습이 다만 중국만의 문제인지, 함께 되돌아 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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