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지상의 초미세먼지, 옥상에서 측정?

입력 2014.03.21 (14:36) 수정 2014.03.21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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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미세먼지'는 지름이 2.5마이크로미터(㎛)이하인 아주 작은 먼지 입자를 말합니다. 줄여서 'PM2.5' 라고도 하죠. '미세먼지'의 지름이 머리카락 굵기의 7~10분의 1 정도라면, '초미세먼지'는 2~30분의 1정도니까 눈으로는 당연히 볼 수 없을 정도로 작은 겁니다.



보이지도 않는 초미세먼지의 농도를 어떻게 측정할 수 있을까요? 여러 가지 측정법이 있지만, 환경부가 공식적으로 채택하고 있는 건 '베타선흡수법'입니다. 먼저 측정기 위쪽에 달린 작은 접시모양의 '흡기구'로 공기를 빨아들입니다. 대기중에 떠다니는 먼지 입자를 모으는 건데요. 이렇게 모은 먼지덩어리를 여과지 위에 놓고 방사선의 일종인 베타선을 쏘는 겁니다. 여과지 위의 먼지가 많이 쌓일수록 투과되는 베타선의 양은 줄어들 텐데요. 그 정도를 측정해서 농도를 계산하는 거죠.

어렵죠? 학교 다닐 때부터 과학과는 거리가 멀었던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무튼 이렇게 복잡한 과정을 거쳐 측정을 하다 보니 장비 한 대당 가격이 3천만 원이나 한다는군요. 그런데도 벌써 국내에 8백 대나 들어와 있다고 합니다. 연구기관이나 자치단체는 물론 ‘초미세먼지’에 대응해야 하는 기업들의 수요도 갈수록 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비싸고 정밀한 측정 장비를 들여온다고 해도, 제대로 된 위치에 놓지 않으면 제 기능을 발휘하기 어렵겠죠. 제가 해드리고 싶은 이야기도 사실 이 부분입니다.

초미세먼지 농도는 일반적으로 고도가 올라갈수록 옅어지고, 지표면과 가까워질수록 짙어집니다. 지표면에 가까울수록 대기의 순환이 원활하지 않아 대기 오염물질이 쌓이는데다가, 차량 등 여러 오염원이 배출하는 오염물질의 영향을 받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너무 높은 장소에 설치하면 시민들의 실생활과는 동 떨어진 '낮은' 수치가 나오고, 반대로 차량 등의 오염원이 집중된 곳에 설치하면 수치가 과대측정 될 수 있겠죠. '적정 높이'에 측정 장비를 설치해 측정값의 '대표성'을 높이는 게 중요한 이유입니다.



이를 위해 환경부는 '대기오염망 측정기준'에서 측정장비의 높이 기준을 정해놨습니다. 사람이 숨을 쉬는 지표면에서 1.5미터 높이에서 최대 10미터 높이 사이에 측정장비를 설치해야 한다는 겁니다. 하지만, 취재결과 서울시가 구마다 운영하는 25개 측정소 가운데 8곳이 환경부 기준인 10미터보다 높은 곳에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주로 주민센터나 초등학교 등 공공건물 옥상이었는데요. 이렇게 되면 초미세먼지 농도가 실제보다 더 낮게 측정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기게 됩니다. 

그 가능성을 직접 확인해보기 위해 측정소와 같은 장비로, 측정소와 100미터 떨어진 도로변에서 직접 초미세먼지를 측정해봤습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15미터 높이의 주민센터 옥상에 설치된 측정소의 값인 18㎍/㎥보다 3배나 높은 68㎍/㎥이란 수치가 나왔습니다. 예상보다 큰 차이여서 사실 저도 놀랐습니다. 물론 이번 측정을 일반화할 수는 없겠지만, 서울시가 공개하는 '옥상측정' 초미세먼지 농도가 시민들이 숨쉬는 높이에선 더 높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일부 확인한 셈입니다.



흥미로운 건, 서울시도 '자동차공해'를 측정한다는 명목으로 일부 도로변에서 초미세먼지 '눈높이' 측정을 하고 있다는 겁니다. 모두 8곳의 도로변에서 초미세먼지 농도를 재고 있는데, 그 값도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습니다. 여기서도 아까 말씀드린 '옥상측정'과 '도로변 측정'의 농도 차이를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초미세먼지가 가장 극심했던 지난달 25일 농도를 비교해보니 그 차이가 더 뚜렷하게 드러났습니다. 물론 도로변 측정이 최대 60%까지 높았죠하지만, 서울시는 이 값을 초미세먼지 예보에 반영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말 그대로 '참고' 수준인 셈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옥상측정'을 없애고, 이를 무조건 '도로변 측정'으로 대체하자는 건 아닙니다. 시민들의 '눈높이'를 반영하는, 보다 정교한 초미세먼지 측정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기준보다 높게 설치된 측정소의 위치를 재조정해야 합니다. 또, 장기적으로는 '도로변'등 시민들의 실생활공간에서 측정하는 초미세먼지 농도 수치를 '예보시스템'에 반영할 필요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이같은 상황에 대해 관련 업무를 맡은 서울시 공무원들이 억울해 할 수도 있습니다. 사실 전국에서 초미세먼지 측정시스템이 가장 잘 갖춰진 곳이 서울이기도 하거든요. 하지만, 전국에서 가장 먼저 예보시스템을 구축해 다른 자치단체들의 ‘모델’이 되는 곳도 서울인만큼, 시민들의 건강을 위해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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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지상의 초미세먼지, 옥상에서 측정?
    • 입력 2014-03-21 14:36:10
    • 수정2014-03-21 15:19:30
    취재후·사건후
'초미세먼지'는 지름이 2.5마이크로미터(㎛)이하인 아주 작은 먼지 입자를 말합니다. 줄여서 'PM2.5' 라고도 하죠. '미세먼지'의 지름이 머리카락 굵기의 7~10분의 1 정도라면, '초미세먼지'는 2~30분의 1정도니까 눈으로는 당연히 볼 수 없을 정도로 작은 겁니다.



보이지도 않는 초미세먼지의 농도를 어떻게 측정할 수 있을까요? 여러 가지 측정법이 있지만, 환경부가 공식적으로 채택하고 있는 건 '베타선흡수법'입니다. 먼저 측정기 위쪽에 달린 작은 접시모양의 '흡기구'로 공기를 빨아들입니다. 대기중에 떠다니는 먼지 입자를 모으는 건데요. 이렇게 모은 먼지덩어리를 여과지 위에 놓고 방사선의 일종인 베타선을 쏘는 겁니다. 여과지 위의 먼지가 많이 쌓일수록 투과되는 베타선의 양은 줄어들 텐데요. 그 정도를 측정해서 농도를 계산하는 거죠.

어렵죠? 학교 다닐 때부터 과학과는 거리가 멀었던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무튼 이렇게 복잡한 과정을 거쳐 측정을 하다 보니 장비 한 대당 가격이 3천만 원이나 한다는군요. 그런데도 벌써 국내에 8백 대나 들어와 있다고 합니다. 연구기관이나 자치단체는 물론 ‘초미세먼지’에 대응해야 하는 기업들의 수요도 갈수록 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비싸고 정밀한 측정 장비를 들여온다고 해도, 제대로 된 위치에 놓지 않으면 제 기능을 발휘하기 어렵겠죠. 제가 해드리고 싶은 이야기도 사실 이 부분입니다.

초미세먼지 농도는 일반적으로 고도가 올라갈수록 옅어지고, 지표면과 가까워질수록 짙어집니다. 지표면에 가까울수록 대기의 순환이 원활하지 않아 대기 오염물질이 쌓이는데다가, 차량 등 여러 오염원이 배출하는 오염물질의 영향을 받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너무 높은 장소에 설치하면 시민들의 실생활과는 동 떨어진 '낮은' 수치가 나오고, 반대로 차량 등의 오염원이 집중된 곳에 설치하면 수치가 과대측정 될 수 있겠죠. '적정 높이'에 측정 장비를 설치해 측정값의 '대표성'을 높이는 게 중요한 이유입니다.



이를 위해 환경부는 '대기오염망 측정기준'에서 측정장비의 높이 기준을 정해놨습니다. 사람이 숨을 쉬는 지표면에서 1.5미터 높이에서 최대 10미터 높이 사이에 측정장비를 설치해야 한다는 겁니다. 하지만, 취재결과 서울시가 구마다 운영하는 25개 측정소 가운데 8곳이 환경부 기준인 10미터보다 높은 곳에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주로 주민센터나 초등학교 등 공공건물 옥상이었는데요. 이렇게 되면 초미세먼지 농도가 실제보다 더 낮게 측정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기게 됩니다. 

그 가능성을 직접 확인해보기 위해 측정소와 같은 장비로, 측정소와 100미터 떨어진 도로변에서 직접 초미세먼지를 측정해봤습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15미터 높이의 주민센터 옥상에 설치된 측정소의 값인 18㎍/㎥보다 3배나 높은 68㎍/㎥이란 수치가 나왔습니다. 예상보다 큰 차이여서 사실 저도 놀랐습니다. 물론 이번 측정을 일반화할 수는 없겠지만, 서울시가 공개하는 '옥상측정' 초미세먼지 농도가 시민들이 숨쉬는 높이에선 더 높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일부 확인한 셈입니다.



흥미로운 건, 서울시도 '자동차공해'를 측정한다는 명목으로 일부 도로변에서 초미세먼지 '눈높이' 측정을 하고 있다는 겁니다. 모두 8곳의 도로변에서 초미세먼지 농도를 재고 있는데, 그 값도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습니다. 여기서도 아까 말씀드린 '옥상측정'과 '도로변 측정'의 농도 차이를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초미세먼지가 가장 극심했던 지난달 25일 농도를 비교해보니 그 차이가 더 뚜렷하게 드러났습니다. 물론 도로변 측정이 최대 60%까지 높았죠하지만, 서울시는 이 값을 초미세먼지 예보에 반영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말 그대로 '참고' 수준인 셈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옥상측정'을 없애고, 이를 무조건 '도로변 측정'으로 대체하자는 건 아닙니다. 시민들의 '눈높이'를 반영하는, 보다 정교한 초미세먼지 측정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기준보다 높게 설치된 측정소의 위치를 재조정해야 합니다. 또, 장기적으로는 '도로변'등 시민들의 실생활공간에서 측정하는 초미세먼지 농도 수치를 '예보시스템'에 반영할 필요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이같은 상황에 대해 관련 업무를 맡은 서울시 공무원들이 억울해 할 수도 있습니다. 사실 전국에서 초미세먼지 측정시스템이 가장 잘 갖춰진 곳이 서울이기도 하거든요. 하지만, 전국에서 가장 먼저 예보시스템을 구축해 다른 자치단체들의 ‘모델’이 되는 곳도 서울인만큼, 시민들의 건강을 위해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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