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슈퍼 위기…빅데이터로 활로 찾는다

입력 2014.04.02 (21:25) 수정 2014.04.02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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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 틈바구니에서 동네슈퍼들은 생존 자체가 힘겹습니다.

하루종일 열심히 일해도 기대만큼 장사가 되지 않는데요.

왜 그럴까요?

네, 먼저 서울 온수동에서 동네슈퍼를 경영하고 있는 이관우 사장님의 고충부터 들어보시죠.

<리포트>

1997년 외환위기로 회사가 부도나면서 다니던 직장을 나와야 했습니다.

그 후 17년 동안 당구장, 편의점, 치킨집, 안 해 본 게 없습니다.

그나마 장사가 됐던 치킨집도 경쟁업소들이 늘어나면서 매상이 줄어 지난해 동네슈퍼마켓으로 전업했습니다.

가게 문을 열고 열심히 진열하는 이 물건들.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 농수산물 도매시장에서 제가 직접 떼어온 것들입니다.

하나하나 장부에 꼼꼼히 적고 야채는 소량으로 재포장해 일일이 바코드까지 붙입니다.

자잘한 물건도 단말기에 기록합니다.

최대한 재고물량을 줄이기 위해섭니다.

특히 생선은 남으면 골치가 아픕니다.

TV광고에 많이 나오는 커피와 우유는 손님들이 잘 보이도록 맨 앞에 진열합니다.

그래도 매상은 기대만큼 안 나옵니다.

이 동네에선 뭐가 잘 팔릴지, 어떤 물건을 얼만큼 준비할지도 쉽게 감이 안 옵니다.

<기자 멘트>

다른 동네 슈퍼 사장님도 비슷할 고민 하실 것 같은데요.

미래 창조과학부가 용역을 줘 최근 3년 동안 전국의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동네슈퍼의 판매자료를 분석해 봤습니다.

5억 4천만 건이 넘는 방대한 자료, 빅데이터인데요.

상품별 판매량뿐 아니라, 날씨나 주변 환경, 집값 등 각종 변수들을 고려한 겁니다.

예를 들어, 아이스크림, 더울수록 잘 팔릴 것 같죠?

하지만, 실제로는 4월 말과 7월 중순에 제일 많이 팔렸고 8월 초 한참 더울 땐 오히려 판매가 줄었습니다.

또 같은 커피라도 대형 마트에선 1600원대 커피가 동네슈퍼에선 400원대 캔커피가 제일 잘 팔렸습니다.

이 데이터를 이관우 사장님의 슈퍼에도 적용해볼까요?

음료수 판매대, 잘 보이는 자리엔 비싼 커피가 놓여있고 슈퍼에서 인기있는 캔커피는 이렇게 뒤에 놓여있습니다.

연관구매, 그러니까 우유를 살 때 빵이나 라면이 함께 보이면 바로 판매로 이어질 수 있는데, 빵과 우유 판매대도 서로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

고급 주택가에서는 건강식품이나 기능성 음료, 와인 매출이 높지만 이 사장님 슈퍼가 있는 곳처럼 서민 주택가에서는 커피 믹스나 세제, 라면, 두유 등이 잘 팔렸습니다.

이들 품목 판매에 보다 주력해야 한다는 겁니다.

갈수록 설 자리를 잃어가는 동네슈퍼들. 이 빅 데이터 분석을 활용하면 대형 마트의 틈새 품목은 물론 날씨나 시기에 따라 판매량 공략도 가능합니다.

<인터뷰> 권대석(수퍼 컴퓨터 업체 클루닉스 대표) : "더 많은 데이터가 있다면 삼일 뒤에 학교 소풍이라거나 가게 앞에 도로가 새로 생기거나 할 때 어떤 상품을 더 주문할지도 예측할 수 있게 됩니다."

이번 분석 자료는 한국 정보화진흥원 빅데이터분석활용센터 홈페이지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KBS 뉴스 지형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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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네슈퍼 위기…빅데이터로 활로 찾는다
    • 입력 2014-04-02 21:26:58
    • 수정2014-04-02 21:5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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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 틈바구니에서 동네슈퍼들은 생존 자체가 힘겹습니다.

하루종일 열심히 일해도 기대만큼 장사가 되지 않는데요.

왜 그럴까요?

네, 먼저 서울 온수동에서 동네슈퍼를 경영하고 있는 이관우 사장님의 고충부터 들어보시죠.

<리포트>

1997년 외환위기로 회사가 부도나면서 다니던 직장을 나와야 했습니다.

그 후 17년 동안 당구장, 편의점, 치킨집, 안 해 본 게 없습니다.

그나마 장사가 됐던 치킨집도 경쟁업소들이 늘어나면서 매상이 줄어 지난해 동네슈퍼마켓으로 전업했습니다.

가게 문을 열고 열심히 진열하는 이 물건들.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 농수산물 도매시장에서 제가 직접 떼어온 것들입니다.

하나하나 장부에 꼼꼼히 적고 야채는 소량으로 재포장해 일일이 바코드까지 붙입니다.

자잘한 물건도 단말기에 기록합니다.

최대한 재고물량을 줄이기 위해섭니다.

특히 생선은 남으면 골치가 아픕니다.

TV광고에 많이 나오는 커피와 우유는 손님들이 잘 보이도록 맨 앞에 진열합니다.

그래도 매상은 기대만큼 안 나옵니다.

이 동네에선 뭐가 잘 팔릴지, 어떤 물건을 얼만큼 준비할지도 쉽게 감이 안 옵니다.

<기자 멘트>

다른 동네 슈퍼 사장님도 비슷할 고민 하실 것 같은데요.

미래 창조과학부가 용역을 줘 최근 3년 동안 전국의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동네슈퍼의 판매자료를 분석해 봤습니다.

5억 4천만 건이 넘는 방대한 자료, 빅데이터인데요.

상품별 판매량뿐 아니라, 날씨나 주변 환경, 집값 등 각종 변수들을 고려한 겁니다.

예를 들어, 아이스크림, 더울수록 잘 팔릴 것 같죠?

하지만, 실제로는 4월 말과 7월 중순에 제일 많이 팔렸고 8월 초 한참 더울 땐 오히려 판매가 줄었습니다.

또 같은 커피라도 대형 마트에선 1600원대 커피가 동네슈퍼에선 400원대 캔커피가 제일 잘 팔렸습니다.

이 데이터를 이관우 사장님의 슈퍼에도 적용해볼까요?

음료수 판매대, 잘 보이는 자리엔 비싼 커피가 놓여있고 슈퍼에서 인기있는 캔커피는 이렇게 뒤에 놓여있습니다.

연관구매, 그러니까 우유를 살 때 빵이나 라면이 함께 보이면 바로 판매로 이어질 수 있는데, 빵과 우유 판매대도 서로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

고급 주택가에서는 건강식품이나 기능성 음료, 와인 매출이 높지만 이 사장님 슈퍼가 있는 곳처럼 서민 주택가에서는 커피 믹스나 세제, 라면, 두유 등이 잘 팔렸습니다.

이들 품목 판매에 보다 주력해야 한다는 겁니다.

갈수록 설 자리를 잃어가는 동네슈퍼들. 이 빅 데이터 분석을 활용하면 대형 마트의 틈새 품목은 물론 날씨나 시기에 따라 판매량 공략도 가능합니다.

<인터뷰> 권대석(수퍼 컴퓨터 업체 클루닉스 대표) : "더 많은 데이터가 있다면 삼일 뒤에 학교 소풍이라거나 가게 앞에 도로가 새로 생기거나 할 때 어떤 상품을 더 주문할지도 예측할 수 있게 됩니다."

이번 분석 자료는 한국 정보화진흥원 빅데이터분석활용센터 홈페이지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KBS 뉴스 지형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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