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북한] ‘선군’ 앞세운 북한, 군 실상은?

입력 2014.08.30 (08:06) 수정 2014.08.30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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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녹취> 선군절(54돌 경축 중앙보고대회/지난 24일) : "(선군정치의 위대한 승리 만세!) 만세! 만세! 만세!"

지난 24일, 선군절 54주년을 맞아 중앙보고대회가 열렸다.

김정일이 집권 기간 내세운 ‘선군 정치’를 통해, 김정은 체제의 정통성을 강조하며 다양한 선군절 행사로 분위기를 띄웠다.

김정은 시대의 북한군의 위상과 그 실상은 어떨까?

북한군의 병력은 최대 120만 명으로 추산된다.

16세부터 입영대상으로 군 복무 기간은 2003년 징병제인 ‘전민군사복무제’가 시행되면서 남성은 10년, 여성은 7년이라고 알려져 있다.

최근엔 남자 군인들이 부족해 여성 군인들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고 한다.

<녹취> 조선중앙TV (지난달 16일) : "병사원 식당에 들리시어 차려놓은 갖가지 음식들과 가마에서 펄펄 끓고 있는 고깃국을 보시며 경애하는 최고사령관 동지께서는 예고 없이 찾아 왔는데 정말 요란하다고 방어대에서 군인들의 식생활 향상을 위해 일을 잘하고 있는 것이 알린다고(알려준다고) 하셨습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의 군부대 시찰 장면으로 현지 지도 때 군인들의 식당은 빼놓지 않고 소개된다.

풍족한 먹거리와 편의시설 등 군부대의 우수한 생활환경을 선전하고 있지만, 현지지도를 위해 미리 음식을 공수해 놓는 등 철저히 연출된 것이라고 한다.

90년대 ‘고난의 행군’으로 식량난은 북한군도 피해갈 수 없었고, 군의 기강 해이까지 불러왔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군부대 식량을 자급자족하라는 지시를 내렸고, 군은 콩을 포함한 각종 농사를 지으며 자구책 마련에 나서야 했다.

<녹취> 조선중앙TV (지난달 1일) : "군인 일인당 매일 360여 그램의 콩 음식을 먹이고 있으며 식당마다에서는 물고기 비린내가 풍기고 돼지, 오리, 게사니(거위)를 비롯한 집짐승들을 많이 길러 식탁을 푸짐히 하고 있는 것은 대단히 좋은 일이라고 하셨습니다."

이렇듯 북한 군 생활의 가장 큰 문제는 턱없이 부족한 식량으로 군인들은 만성적인 영양실조에 시달린다.

<인터뷰> 백요셉(탈북자/2001년~2002년, 군 복무) : "어릴 때부터 아버지 부대에서 군인들이 당하는 그 고통들을 많이 봤어요, 일반 병사들이. 눈에 보이는 건 다 주워 먹거든요. 저희도 개구리나 쥐나 뱀이나 눈에 뵈는 것 있으면 다 주워 먹었거든요. 영양실조 걸리다보면 면역력이 없어서 속에서 그런 걸 받지 못해요. 그리고 방역 체계 가 잘 안 되어 있어서 홍역이나 아니면 설사, 콜레라 이런 것들이 한번 돌면 그냥 다 쓰러져요."

먹을 것이 부족해 군부대 주변 마을 주민들의 식량을 약탈해오는 일도 많아 군인들에 대한 감정도 좋지 않다고 한다.

식량을 공급하더라도 중간 간부들이 빼돌려 일반 병사들은 굶주림에 허덕인다.

군대 내의 비리는 고질적인 문제가 됐다.

뇌물이 만연돼 있어 군 인사를 비롯해 부대 배치까지 돈 거래가 이뤄지고 병사들에게 지급돼야 할 물자들도 중간 간부들이 빼돌려 시장에 내다 파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한다.

<인터뷰> 김진무(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 : "부대에 있는 물품들을 내다 팔아서 자기들의 어 떤 사리사욕을 챙기고 착복하는 현상이 있고, 특히 군관들은 하급 병사들한테 가는 식량을 중간 에서 빼서 자기들의 개인적인 목적으로 사용하는 그런 일이 비일비재하죠. 아마 전반적 인 북한군 내 현상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식량 다 떼먹다 보니까 옥수수, 옥수수가 대부분인 어떤 밥에다 가, 그 다음에 염장 무, 소금국. 그러니까 단백질이나 지방을 먹을 기회가 거의 없는 거죠."

<녹취> 조선중앙TV (지난달 16일) : "침실을 비롯한 여러 곳을 돌아보시며 생활의 구석구석을 육친의 정으로 세심히 헤아려주신 경애하는 최고사령관 동지께서는 세목장에 물은 제대로 나오는가 치약과 비누는 정상적으로 공급되고 있는가 그 질은 어떤가 알아보셨습니다."

그러나 선전영화와는 달리 식량난 외에도 북한 군인들은 부족한 물자보급 때문에 큰 어려움을 겪는다고 한다.

군복과 신발을 비롯해 각종 생활 용품들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는 것이다.

<인터뷰> 이소연(前 북한군 상사/1992년~2002년 군 복무) : "허리 벨트가 아니라 새끼줄 있죠. 볏짚으로 꼰 새끼줄로 허리를 묶고, 손에는 낫을 들고, 신발 은 천 운동화를 신었는데 찢어졌고, 바느질로 기웠어요. 그걸 신고 산을 오르락내리락하는 거예요. 정말 군대 나간 3개월 만에 집에 다시 가고 싶다는 후회까지 들더라고요."

땔감이 부족해 겨울철엔 추위에 떨고, 위생환경이 나빠 기생충인 이를 몸에 달고 산다고 한다.

게다가 농사철마다 영농현장에 동원돼 장기간 노동에 시달린다고 한다.

특히 김정은 정권 들어 ‘건설강국’을 내세우면서 건설전문 부대를 중심으로 군 병력을 대대적으로 건설현장에 투입하고 있다.

<인터뷰> 이소연(前 북한군 상사/1992년~2002년 군복무) : "부대에서 자체적으로 모든 생활을 해결하라고 하니까 땔감 해야 되죠, 농촌에 나가면 농사 지어 줘야 되죠, 먹는 문제 가서 채소라도 얻어 와야 되죠. 최근에 집짐승도 많이 기르라고 하는데, 우리 때부터 그랬어요. 염소 기르게 하고, 돼지 기르게 하고. 그런 각종 방법 까지 다 하다 보니 까 실지 군인들이 근무 생활이 아니라 부대가 그냥 생존하기 위한 투쟁을 하는 것 같더라고요."

부족한 물자와 식량을 확보해오는 조건으로 일부 휴가가 주어지지만, 군인들이 복귀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북한 군인들에게 휴가는 상상조차 할 수 없다.

굶주림에 지치고 열악한 환경을 이기지 못해 탈영하는 군인들도 많다고 한다.

심지어 군대를 벗어나기 위해 병을 이유로 삼거나 극단적으로 자해를 하는 병사들도 있다고 한다.

<인터뷰> 이소연(前 북한군 상사/1992년~2002년 군복무) : "어떤 친구들은 ‘나는 몸이 아픕니다.’ 라고 정말 도끼로 자기 발등을 찍어서 제대하는 군인도 있어요. 정말 최악의 방법을 쓰는 거죠. 어떤 친구 는 손가락을 딱 자릅니다. 그러면 방아쇠를 당길 수 없기 때문에 제대에요. 어떤 친구는 정신질환자처럼 놉니다. 밥 기를 아주 포기하고. 이런 식으로 해서 감정 제대되는 군인도 있어요."

이처럼 군 생활이 열악하다보니, 이전 세대가 가졌던 충성심과는 달리 군 기피 현상까지 만연돼있다.

돈이 있는 특권층의 부모들은 뇌물을 바쳐 자녀를 군에서 빼내거나 생활환경이 나은 곳으로 배치 받도록 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고 한다.

북중 국경 경비대를 비롯해 식량을 구하기 쉽거나 돈벌이가 가능한 군부대는 선호도가 높다고 한다.

<인터뷰> 백요셉(탈북자/2001년~2002년, 군 복무) : "좋은 지역으로 가려고 하는 사람들은 다 백을 쓰 거나, 아니면 돈 쓰거나 이래서 가는 사람들이 예요. 좀 잘 살고, 좀 힘 있고, 권력 좀 있고 이 런 사람들의 자녀는 대부분 다 수도 쪽으로 가거 나 아니면 국경 경비대 쪽으로 가거나, 아니면 공군 쪽으로 빠지고. 정말로 힘없는 자식들, 노동자, 농민의 자식들, 이런 사람들이 그냥 원칙대로 다 무리 배치되어가지고 제일 힘든 곳으로 가죠."

<녹취> 조선중앙TV (지난달 2일) : "경애하는 최고사령관 동지께서 잘한다고 싸움 준비에서 내일이면 늦는다는 비상한 각오를 안고 훈련으로 밤을 새우고 새날을 맞이해 온 일당백 싸움꾼들이 다르다고 치하하셨습니다."

군인들은 고된 훈련과 함께 정치사상 교육 역시 빼놓지 않고 받는다고 한다.

10년 동안 폐쇄된 공간에서 정신 무장을 하고, 훈련을 받다 보니, 군 전력은 무시할 수 없다는 평가다.

<인터뷰> 이소연(前 북한군 상사/1992년~2002년 군복무) : "우리가 북한의 전투력에 대해서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 뭐가 있냐면 군인들 정신 상태라고 봐야겠죠. 배고프고 작업을 하고 장기 노동을 하고 하는 속에서도 빼놓지 않고 하는 훈련이 있습니다. 점심시간 밥만 딱 먹고 나면 사격 조준 연습 을 시켜요. 그런 식의 조준 연습을 무조건 한 시간 두 시간씩 시킨다는 겁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선군정치’를 기조로 군을 앞세운 반면, 김정은 제1위원장은 당 중심 운영을 강조하며 군부의 힘을 뺐다.

집권 3년 동안 군 간부들의 계급 강등과 복원을 반복하며 군 길들이기에 나섰고. 그만큼 군의 위상도 이전과는 달라졌다는 평가다.

<녹취> 조선중앙TV (지난달 2일) : "사상정신상태가 아무리 좋고 군사 기술적 자질이 높다고 해도 육체적 능력이 따라서지 못하면 지휘관 자격이 없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지난달엔 나이가 든 해군 지휘관들이 밤낮에 걸쳐 수영 훈련을 했는데, 김정은이 군부의 기강을 잡으려는 의도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육군 간부들에게 사격훈련을 시키거나 60대의 오금철 총참모부 부총참모장에겐 전투기 조종을 시키기도 했다.

그러나 올해 상반기 현지지도 횟수 가운데 절반 이상이 ‘군부대’ 시찰이었을 만큼 김정은 역시,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군부의 힘이 대단히 중요하다는 분석이다.

<인터뷰> 김진무(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 : "독재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서 군을 유지해야 되 고, 또 무력을 가지고 있는 군을 잘 통제하지 못 할 때 자기 정권이 군으로부터 최후를 맞을 수도 있기 때문에 군을 잘 통제해야 됩니다. 굉장히 중요한 거죠. 그러기 때문에 선군 정치를 선전하진 않지만 선군 정치는 김정은 시대에도 가장 중요한 통치 이념이다, 이렇게 볼 수 있습니다."

정권의 안정과 체제 유지를 위해 김정은은 군을 앞세우거나 길들이려 하고 있다.

경제적 어려움과 비리로 얼룩진 북한 군부, 그 속에서 식량부족으로 고통 받는 일반 병사들의 군심을 북한정권이 다독일 수 있을지,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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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08-30 08: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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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취> 선군절(54돌 경축 중앙보고대회/지난 24일) : "(선군정치의 위대한 승리 만세!) 만세! 만세! 만세!"

지난 24일, 선군절 54주년을 맞아 중앙보고대회가 열렸다.

김정일이 집권 기간 내세운 ‘선군 정치’를 통해, 김정은 체제의 정통성을 강조하며 다양한 선군절 행사로 분위기를 띄웠다.

김정은 시대의 북한군의 위상과 그 실상은 어떨까?

북한군의 병력은 최대 120만 명으로 추산된다.

16세부터 입영대상으로 군 복무 기간은 2003년 징병제인 ‘전민군사복무제’가 시행되면서 남성은 10년, 여성은 7년이라고 알려져 있다.

최근엔 남자 군인들이 부족해 여성 군인들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고 한다.

<녹취> 조선중앙TV (지난달 16일) : "병사원 식당에 들리시어 차려놓은 갖가지 음식들과 가마에서 펄펄 끓고 있는 고깃국을 보시며 경애하는 최고사령관 동지께서는 예고 없이 찾아 왔는데 정말 요란하다고 방어대에서 군인들의 식생활 향상을 위해 일을 잘하고 있는 것이 알린다고(알려준다고) 하셨습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의 군부대 시찰 장면으로 현지 지도 때 군인들의 식당은 빼놓지 않고 소개된다.

풍족한 먹거리와 편의시설 등 군부대의 우수한 생활환경을 선전하고 있지만, 현지지도를 위해 미리 음식을 공수해 놓는 등 철저히 연출된 것이라고 한다.

90년대 ‘고난의 행군’으로 식량난은 북한군도 피해갈 수 없었고, 군의 기강 해이까지 불러왔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군부대 식량을 자급자족하라는 지시를 내렸고, 군은 콩을 포함한 각종 농사를 지으며 자구책 마련에 나서야 했다.

<녹취> 조선중앙TV (지난달 1일) : "군인 일인당 매일 360여 그램의 콩 음식을 먹이고 있으며 식당마다에서는 물고기 비린내가 풍기고 돼지, 오리, 게사니(거위)를 비롯한 집짐승들을 많이 길러 식탁을 푸짐히 하고 있는 것은 대단히 좋은 일이라고 하셨습니다."

이렇듯 북한 군 생활의 가장 큰 문제는 턱없이 부족한 식량으로 군인들은 만성적인 영양실조에 시달린다.

<인터뷰> 백요셉(탈북자/2001년~2002년, 군 복무) : "어릴 때부터 아버지 부대에서 군인들이 당하는 그 고통들을 많이 봤어요, 일반 병사들이. 눈에 보이는 건 다 주워 먹거든요. 저희도 개구리나 쥐나 뱀이나 눈에 뵈는 것 있으면 다 주워 먹었거든요. 영양실조 걸리다보면 면역력이 없어서 속에서 그런 걸 받지 못해요. 그리고 방역 체계 가 잘 안 되어 있어서 홍역이나 아니면 설사, 콜레라 이런 것들이 한번 돌면 그냥 다 쓰러져요."

먹을 것이 부족해 군부대 주변 마을 주민들의 식량을 약탈해오는 일도 많아 군인들에 대한 감정도 좋지 않다고 한다.

식량을 공급하더라도 중간 간부들이 빼돌려 일반 병사들은 굶주림에 허덕인다.

군대 내의 비리는 고질적인 문제가 됐다.

뇌물이 만연돼 있어 군 인사를 비롯해 부대 배치까지 돈 거래가 이뤄지고 병사들에게 지급돼야 할 물자들도 중간 간부들이 빼돌려 시장에 내다 파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한다.

<인터뷰> 김진무(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 : "부대에 있는 물품들을 내다 팔아서 자기들의 어 떤 사리사욕을 챙기고 착복하는 현상이 있고, 특히 군관들은 하급 병사들한테 가는 식량을 중간 에서 빼서 자기들의 개인적인 목적으로 사용하는 그런 일이 비일비재하죠. 아마 전반적 인 북한군 내 현상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식량 다 떼먹다 보니까 옥수수, 옥수수가 대부분인 어떤 밥에다 가, 그 다음에 염장 무, 소금국. 그러니까 단백질이나 지방을 먹을 기회가 거의 없는 거죠."

<녹취> 조선중앙TV (지난달 16일) : "침실을 비롯한 여러 곳을 돌아보시며 생활의 구석구석을 육친의 정으로 세심히 헤아려주신 경애하는 최고사령관 동지께서는 세목장에 물은 제대로 나오는가 치약과 비누는 정상적으로 공급되고 있는가 그 질은 어떤가 알아보셨습니다."

그러나 선전영화와는 달리 식량난 외에도 북한 군인들은 부족한 물자보급 때문에 큰 어려움을 겪는다고 한다.

군복과 신발을 비롯해 각종 생활 용품들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는 것이다.

<인터뷰> 이소연(前 북한군 상사/1992년~2002년 군 복무) : "허리 벨트가 아니라 새끼줄 있죠. 볏짚으로 꼰 새끼줄로 허리를 묶고, 손에는 낫을 들고, 신발 은 천 운동화를 신었는데 찢어졌고, 바느질로 기웠어요. 그걸 신고 산을 오르락내리락하는 거예요. 정말 군대 나간 3개월 만에 집에 다시 가고 싶다는 후회까지 들더라고요."

땔감이 부족해 겨울철엔 추위에 떨고, 위생환경이 나빠 기생충인 이를 몸에 달고 산다고 한다.

게다가 농사철마다 영농현장에 동원돼 장기간 노동에 시달린다고 한다.

특히 김정은 정권 들어 ‘건설강국’을 내세우면서 건설전문 부대를 중심으로 군 병력을 대대적으로 건설현장에 투입하고 있다.

<인터뷰> 이소연(前 북한군 상사/1992년~2002년 군복무) : "부대에서 자체적으로 모든 생활을 해결하라고 하니까 땔감 해야 되죠, 농촌에 나가면 농사 지어 줘야 되죠, 먹는 문제 가서 채소라도 얻어 와야 되죠. 최근에 집짐승도 많이 기르라고 하는데, 우리 때부터 그랬어요. 염소 기르게 하고, 돼지 기르게 하고. 그런 각종 방법 까지 다 하다 보니 까 실지 군인들이 근무 생활이 아니라 부대가 그냥 생존하기 위한 투쟁을 하는 것 같더라고요."

부족한 물자와 식량을 확보해오는 조건으로 일부 휴가가 주어지지만, 군인들이 복귀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북한 군인들에게 휴가는 상상조차 할 수 없다.

굶주림에 지치고 열악한 환경을 이기지 못해 탈영하는 군인들도 많다고 한다.

심지어 군대를 벗어나기 위해 병을 이유로 삼거나 극단적으로 자해를 하는 병사들도 있다고 한다.

<인터뷰> 이소연(前 북한군 상사/1992년~2002년 군복무) : "어떤 친구들은 ‘나는 몸이 아픕니다.’ 라고 정말 도끼로 자기 발등을 찍어서 제대하는 군인도 있어요. 정말 최악의 방법을 쓰는 거죠. 어떤 친구 는 손가락을 딱 자릅니다. 그러면 방아쇠를 당길 수 없기 때문에 제대에요. 어떤 친구는 정신질환자처럼 놉니다. 밥 기를 아주 포기하고. 이런 식으로 해서 감정 제대되는 군인도 있어요."

이처럼 군 생활이 열악하다보니, 이전 세대가 가졌던 충성심과는 달리 군 기피 현상까지 만연돼있다.

돈이 있는 특권층의 부모들은 뇌물을 바쳐 자녀를 군에서 빼내거나 생활환경이 나은 곳으로 배치 받도록 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고 한다.

북중 국경 경비대를 비롯해 식량을 구하기 쉽거나 돈벌이가 가능한 군부대는 선호도가 높다고 한다.

<인터뷰> 백요셉(탈북자/2001년~2002년, 군 복무) : "좋은 지역으로 가려고 하는 사람들은 다 백을 쓰 거나, 아니면 돈 쓰거나 이래서 가는 사람들이 예요. 좀 잘 살고, 좀 힘 있고, 권력 좀 있고 이 런 사람들의 자녀는 대부분 다 수도 쪽으로 가거 나 아니면 국경 경비대 쪽으로 가거나, 아니면 공군 쪽으로 빠지고. 정말로 힘없는 자식들, 노동자, 농민의 자식들, 이런 사람들이 그냥 원칙대로 다 무리 배치되어가지고 제일 힘든 곳으로 가죠."

<녹취> 조선중앙TV (지난달 2일) : "경애하는 최고사령관 동지께서 잘한다고 싸움 준비에서 내일이면 늦는다는 비상한 각오를 안고 훈련으로 밤을 새우고 새날을 맞이해 온 일당백 싸움꾼들이 다르다고 치하하셨습니다."

군인들은 고된 훈련과 함께 정치사상 교육 역시 빼놓지 않고 받는다고 한다.

10년 동안 폐쇄된 공간에서 정신 무장을 하고, 훈련을 받다 보니, 군 전력은 무시할 수 없다는 평가다.

<인터뷰> 이소연(前 북한군 상사/1992년~2002년 군복무) : "우리가 북한의 전투력에 대해서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 뭐가 있냐면 군인들 정신 상태라고 봐야겠죠. 배고프고 작업을 하고 장기 노동을 하고 하는 속에서도 빼놓지 않고 하는 훈련이 있습니다. 점심시간 밥만 딱 먹고 나면 사격 조준 연습 을 시켜요. 그런 식의 조준 연습을 무조건 한 시간 두 시간씩 시킨다는 겁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선군정치’를 기조로 군을 앞세운 반면, 김정은 제1위원장은 당 중심 운영을 강조하며 군부의 힘을 뺐다.

집권 3년 동안 군 간부들의 계급 강등과 복원을 반복하며 군 길들이기에 나섰고. 그만큼 군의 위상도 이전과는 달라졌다는 평가다.

<녹취> 조선중앙TV (지난달 2일) : "사상정신상태가 아무리 좋고 군사 기술적 자질이 높다고 해도 육체적 능력이 따라서지 못하면 지휘관 자격이 없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지난달엔 나이가 든 해군 지휘관들이 밤낮에 걸쳐 수영 훈련을 했는데, 김정은이 군부의 기강을 잡으려는 의도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육군 간부들에게 사격훈련을 시키거나 60대의 오금철 총참모부 부총참모장에겐 전투기 조종을 시키기도 했다.

그러나 올해 상반기 현지지도 횟수 가운데 절반 이상이 ‘군부대’ 시찰이었을 만큼 김정은 역시,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군부의 힘이 대단히 중요하다는 분석이다.

<인터뷰> 김진무(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 : "독재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서 군을 유지해야 되 고, 또 무력을 가지고 있는 군을 잘 통제하지 못 할 때 자기 정권이 군으로부터 최후를 맞을 수도 있기 때문에 군을 잘 통제해야 됩니다. 굉장히 중요한 거죠. 그러기 때문에 선군 정치를 선전하진 않지만 선군 정치는 김정은 시대에도 가장 중요한 통치 이념이다, 이렇게 볼 수 있습니다."

정권의 안정과 체제 유지를 위해 김정은은 군을 앞세우거나 길들이려 하고 있다.

경제적 어려움과 비리로 얼룩진 북한 군부, 그 속에서 식량부족으로 고통 받는 일반 병사들의 군심을 북한정권이 다독일 수 있을지,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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