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뉴스] ‘숨은 교통범죄’ 불법 주차…해법은?

입력 2014.09.01 (21:22) 수정 2014.09.01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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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지난 6월, 경남 창원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3살배기 어린이가 택시에 치여 숨졌습니다.

불법 주차된 차량들 때문에 택시 기사가 도로로 뛰어든 어린이를 보지 못한 게 한 원인이었습니다.

불법 주차는 '숨어 있는 교통 범죄'로 불립니다.

교통 혼잡과 이웃간 다툼을 유발하고 소방차 등 촌각을 다투는 응급 차량의 통행을 방해하기도 합니다.

서울시 콜센터 민원의 절반이 불법주차로 인한 불편 사항이고, 수도권 주민 10명 중 6명이 불법주차로 피해를 봤다는 조사도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심각한 불법 주차 실태를 최준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이른 아침, 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 주변 도로.

불법주차된 차량이 도로 양쪽을 빼곡히 메웠습니다.

주행할 차로가 줄어 아슬아슬한 상황이 종종 발생합니다.

<녹취> 주민 : "조금 위험해요. 반대쪽에서 오는 차들이랑 제가 가는 방향이랑 마주치기 때문에 그럴 때는 조금 조마조마하죠."

인근 초등학교에서 불과 백여 미터 떨어진 이곳 어린이 보호구역에도 불법으로 주차한 차량들이 줄지어 늘어섰습니다.

번화가의 상황은 더 심각합니다.

마치 주차장인 듯, 버젓이 인도에 차를 세워놓고, 건물앞 사유지와 인도 사이에 이른바 '개구리 주차'를 해놓은 차량도 많습니다.

단속반이 출동해도 그때뿐입니다.

<인터뷰> 구청 주차단속팀장 : "단속반이 오면 차를 뺍니다. 근데, 단속반이 지나가고 나면 또다시 금방 갖다 대요. 그러니까 악순환이죠, 계속."

주차장을 더 만든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닙니다.

근처 공영주차장의 한 층이 텅 비어 있지만,주변 도로는 불법 주차 차량으로 넘쳐납니다.

<녹취> 주민 : "아니, 돈을 내야 하잖아요. 우리는 두세 시간씩 있어야돼요. 매일 어떻게 거기다가 주차를 할 수가 없잖아요."

막무가내식 불법 주차로 도로가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기자 멘트>

서울 도심을 가상한 도로입니다.

잘 가던 차량이 갑자기 속도를 줄이더니 앞으로 나가지 못합니다.

앞에 있는 차량들이 도로를 빠져나가지 못하고 밀려있기 때문인데요.

불법 주차된 차량들로 인해 차로 하나를 못쓰게 돼 일어난 일입니다.

지난 1991년부터 올해 7월까지 서울의 주차 단속 건수는 5천만 건에 이릅니다,

그동안 부과된 과태료도 2조 천억 원에 달합니다.

천문학적 액수죠.

불법 주차 때문에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지불해야 하는 비용 또한 만만치 않습니다.

올해 서울시의 불법 주차 단속 예산은 백30억 원 정도로, 단속 인력 운용에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많은 90억 원이고, 단속 차량 구입과 유지에 1억 2천만 원이 지출됐습니다.

또 주차단속용 CCTV 3백여 대에 들어가는 전기료와 통신료도 8억 3천만 원에 달합니다.

하지만 최근 3년 간 불법주차 과태료 징수율은 해마다 떨어져, 미납액이 8백억 원에 달합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사회적 비용도 적지 않습니다.

교통혼잡으로 인한 불편은 말할 것도 없고, 이웃간 다툼을 부르는 심각한 사회 갈등 요인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상황이 심각한데도 해결은 요원해 보입니다.

한계에 도달한 주차공간과 미흡한 시민의식, 민원을 의식한 느슨한 주차단속 등이 여전히 걸림돌입니다.

주차장 정책은 국토부, 단속은 자치단체와 경찰이 맡는 등 담당 주체가 달라 종합적인 대책 마련이 어려운 것도 문제입니다.

불법 주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해법은 없는지 김수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주차된 차량이 없어 넓고 시원하게 느껴지는 일본의 주택가 도로입니다.

대신 인근 공영 주차장은 차량으로 가득차 있습니다.

지난 1962년에 도입한 차고지 증명제의 효과입니다.

차를 사기 전에 반드시 주차 공간을 확보해야 하는 제도인데, 이 제도 시행 이후 도쿄의 불법 주정차 단속 건수는 5분의 1로 줄었습니다.

<인터뷰> 오카다(도쿄 시민) : "불법 주차를 해버리면 정체가 극심해지므로 (차고지 증명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국내에선 유일하게 제주시가 2007년부터 차고지 증명제를 시행 중입니다.

<인터뷰> 고창윤 (제주시 동광로) : "(예전엔) 주차 공간을 계속 찾다 보니까 불편한 점이 있었는데요. 이젠 편안하게 주차할 수 있다는 게 제일 좋아요."

하지만, 차고지를 창고로 쓰거나, 정해진 주차장 대신 가까운 골목에 차를 대는 경우도 여전히 많습니다.

차고지증명제를 시행하고 있지만, 도로에선 양방향 통행이 불편할 만큼, 불법 주정차 문제가 심각합니다.

차고지 증명제의 정착을 위해서는 불법주차 단속 강화와 함께 주차공간을 추가로 확보하고, 주민들의 주차비 부담을 줄여주는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합니다.

<인터뷰> 송규진(제주교통연구소장) : "'(민간)부설 주차장을 어떻게 개방해서 수익화시킬 거냐'가 (중요한데) 정부의 예산을 50%만이라도 지원을 해주면 (큰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지정된 주차장이 조금 떨어져 있어서 불편하더라도 반드시 제자리에 주차하는 시민의식의 변화도 중요합니다.

KBS 뉴스 김수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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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뉴스] ‘숨은 교통범죄’ 불법 주차…해법은?
    • 입력 2014-09-01 21:27:43
    • 수정2014-09-01 21:3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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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경남 창원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3살배기 어린이가 택시에 치여 숨졌습니다.

불법 주차된 차량들 때문에 택시 기사가 도로로 뛰어든 어린이를 보지 못한 게 한 원인이었습니다.

불법 주차는 '숨어 있는 교통 범죄'로 불립니다.

교통 혼잡과 이웃간 다툼을 유발하고 소방차 등 촌각을 다투는 응급 차량의 통행을 방해하기도 합니다.

서울시 콜센터 민원의 절반이 불법주차로 인한 불편 사항이고, 수도권 주민 10명 중 6명이 불법주차로 피해를 봤다는 조사도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심각한 불법 주차 실태를 최준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이른 아침, 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 주변 도로.

불법주차된 차량이 도로 양쪽을 빼곡히 메웠습니다.

주행할 차로가 줄어 아슬아슬한 상황이 종종 발생합니다.

<녹취> 주민 : "조금 위험해요. 반대쪽에서 오는 차들이랑 제가 가는 방향이랑 마주치기 때문에 그럴 때는 조금 조마조마하죠."

인근 초등학교에서 불과 백여 미터 떨어진 이곳 어린이 보호구역에도 불법으로 주차한 차량들이 줄지어 늘어섰습니다.

번화가의 상황은 더 심각합니다.

마치 주차장인 듯, 버젓이 인도에 차를 세워놓고, 건물앞 사유지와 인도 사이에 이른바 '개구리 주차'를 해놓은 차량도 많습니다.

단속반이 출동해도 그때뿐입니다.

<인터뷰> 구청 주차단속팀장 : "단속반이 오면 차를 뺍니다. 근데, 단속반이 지나가고 나면 또다시 금방 갖다 대요. 그러니까 악순환이죠, 계속."

주차장을 더 만든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닙니다.

근처 공영주차장의 한 층이 텅 비어 있지만,주변 도로는 불법 주차 차량으로 넘쳐납니다.

<녹취> 주민 : "아니, 돈을 내야 하잖아요. 우리는 두세 시간씩 있어야돼요. 매일 어떻게 거기다가 주차를 할 수가 없잖아요."

막무가내식 불법 주차로 도로가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기자 멘트>

서울 도심을 가상한 도로입니다.

잘 가던 차량이 갑자기 속도를 줄이더니 앞으로 나가지 못합니다.

앞에 있는 차량들이 도로를 빠져나가지 못하고 밀려있기 때문인데요.

불법 주차된 차량들로 인해 차로 하나를 못쓰게 돼 일어난 일입니다.

지난 1991년부터 올해 7월까지 서울의 주차 단속 건수는 5천만 건에 이릅니다,

그동안 부과된 과태료도 2조 천억 원에 달합니다.

천문학적 액수죠.

불법 주차 때문에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지불해야 하는 비용 또한 만만치 않습니다.

올해 서울시의 불법 주차 단속 예산은 백30억 원 정도로, 단속 인력 운용에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많은 90억 원이고, 단속 차량 구입과 유지에 1억 2천만 원이 지출됐습니다.

또 주차단속용 CCTV 3백여 대에 들어가는 전기료와 통신료도 8억 3천만 원에 달합니다.

하지만 최근 3년 간 불법주차 과태료 징수율은 해마다 떨어져, 미납액이 8백억 원에 달합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사회적 비용도 적지 않습니다.

교통혼잡으로 인한 불편은 말할 것도 없고, 이웃간 다툼을 부르는 심각한 사회 갈등 요인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상황이 심각한데도 해결은 요원해 보입니다.

한계에 도달한 주차공간과 미흡한 시민의식, 민원을 의식한 느슨한 주차단속 등이 여전히 걸림돌입니다.

주차장 정책은 국토부, 단속은 자치단체와 경찰이 맡는 등 담당 주체가 달라 종합적인 대책 마련이 어려운 것도 문제입니다.

불법 주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해법은 없는지 김수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주차된 차량이 없어 넓고 시원하게 느껴지는 일본의 주택가 도로입니다.

대신 인근 공영 주차장은 차량으로 가득차 있습니다.

지난 1962년에 도입한 차고지 증명제의 효과입니다.

차를 사기 전에 반드시 주차 공간을 확보해야 하는 제도인데, 이 제도 시행 이후 도쿄의 불법 주정차 단속 건수는 5분의 1로 줄었습니다.

<인터뷰> 오카다(도쿄 시민) : "불법 주차를 해버리면 정체가 극심해지므로 (차고지 증명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국내에선 유일하게 제주시가 2007년부터 차고지 증명제를 시행 중입니다.

<인터뷰> 고창윤 (제주시 동광로) : "(예전엔) 주차 공간을 계속 찾다 보니까 불편한 점이 있었는데요. 이젠 편안하게 주차할 수 있다는 게 제일 좋아요."

하지만, 차고지를 창고로 쓰거나, 정해진 주차장 대신 가까운 골목에 차를 대는 경우도 여전히 많습니다.

차고지증명제를 시행하고 있지만, 도로에선 양방향 통행이 불편할 만큼, 불법 주정차 문제가 심각합니다.

차고지 증명제의 정착을 위해서는 불법주차 단속 강화와 함께 주차공간을 추가로 확보하고, 주민들의 주차비 부담을 줄여주는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합니다.

<인터뷰> 송규진(제주교통연구소장) : "'(민간)부설 주차장을 어떻게 개방해서 수익화시킬 거냐'가 (중요한데) 정부의 예산을 50%만이라도 지원을 해주면 (큰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지정된 주차장이 조금 떨어져 있어서 불편하더라도 반드시 제자리에 주차하는 시민의식의 변화도 중요합니다.

KBS 뉴스 김수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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