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비타민제가 합성비타민보다 좋다고? “글쎄~”

입력 2014.09.17 (09:52) 수정 2014.09.17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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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초 지인들의 추석선물을 고르기 위해 백화점을 찾은 직장인 김시대(37) 씨.

종합비타민제를 사려고 마음먹었지만, 생각지도 못한 ‘천연 원료 비타민제’를 사게 됐다.

판매직원이 “화합물 합성으로 만든 비타민제보다는 천연 원료에서 뽑아낸 비타민제가 훨씬 효과도 좋고 몸에 좋다”며 일반 비타민제보다 2배 정도 비싼 제품을 적극 추천했기 때문이다.

김 씨는 “처음에는 직원의 말을 반신반의했지만, 그래도 ‘합성’ 보다는 ‘천연’이 좋을 듯 해 천연 원료 비타민제를 선택했다”고 밝혔다.

과연 김 씨의 생각처럼 시중에 유통되는 천연 원료 비타민제가 합성 비타민제 보다 효능이 좋은 걸까?

최근 몇 년 새 유행처럼 시중에 등장하기 시작한 천연 원료 비타민제의 정체는 무엇일까?



◇ 천연이지만 천연 같지 않은 천연

천연(天然)이란 단어는 ‘사람의 힘을 가하지 아니한 상태’를 뜻한다.

때문에 소비자들은 천연 원료 비타민제라고 하면, 자연에서 뽑아낸 순수한 비타민을 그대로 섭취할 수 있는 식품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제조·판매업체들이 전면에 내세우는 강점도 바로 그런 천연성이다.

사실 국내에서 ‘천연’이라는 수식어는 제품명에 마음대로 붙일 수 없다.

식품의약품안전청 규정에 따르면 인공향, 합성착색료, 합성보존료가 들어있지 않고 화학적 공정을 거치지 않은 건강기능식품의 경우에만 표시할 수 있다.

과일, 채소 등 천연 원료에서 비타민을 추출했어도 이를 알약이나 캡슐 형태로 만드는 과정에서 합성향료와 응고제 같은 화합물이 사용되기 때문에 천연 원료 비타민을 천연이라고 말할 순 없다.

업체들이 주원료가 천연임을 강조하면서도 ‘천연 비타민제’가 아닌 ‘천연 원료 비타민제’나 ‘유기농 비타민제’로 홍보하는 이유다.

하지만 식품에 천연 원료가 1%만 담겨 있어도 ‘천연 원료’라는 말을 쓸 수 있기 때문에 판매 초기에는 천연 원료 성분이 소량 들었어도 ‘천연 비타민’이라고 대대적으로 광고해 소비자들에게 혼란을 주기도 했다.

정리하자면, 소비자가 은연중 생각하게 되는 ‘100% 천연 비타민’이라는 제품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 천연 VS 합성 = 동일 효과 

학계와 의료계는 천연 원료 비타민과 합성 비타민의 효능은 함량이 같을 경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비타민을 식품에서 추출하느냐, 아니면 화합물의 화학적 합성을 통해 만드느냐의 차이일 뿐 같은 화학구조를 가진 동일한 물질이기 때문이다.

제조·판매사들은 천연 원료 비타민제가 합성 비타민제보다 소화나 체내 흡수가 잘 돼 효능이 더 뛰어나다는 점을 장점으로 내세우지만 그 근거는 빈약하다는 평가다.

김경수 서울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천연과 합성 비타민제는 효능 면에서 별반 차이가 없다. 일반적으로 순수 천연물은 합성물보다 체내 흡수가 더 잘 되는 게 상식이지만 천연비타민제는 제작과정에서 화학적으로 가공되기 때문에 흡수율이 좋다고 볼 근거가 없다”고 강조했다.

천연 원료 비타민의 함량 미달 문제도 제기된다.

다소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비타민C를 하루 1000mg이상 먹어야 항산화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게 의료계의 일반적 견해다.

때문에 보통 합성 비타민제 한 알에 1000mg의 비타민C가 함유돼있는데, 이에 비해 천연비타민제는 함량이 떨어져 1일 권장 섭취량에도 못 미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천연 원료로만 최적의 함량으로 알약 1정을 만들기가 어려워 합성 비타민이나 첨가물을 섞어 넣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대한비타민연구회장 염창환 박사(가정의학과 전문의)는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천연비타민제에 들어있는 비타민C는 대개 1g당 200~300mg 정도로, 합성 비타민제의 3분의 1수준이다. 같은 양을 섭취하려면 천연비타민제를 그만큼 더 먹어야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 천연 비타민은 식품으로 섭취하는 것이 최고!

몸에 좋은 천연 비타민은 식품을 통해 섭취하는 것이 가장 좋다. 결국 자연스러운 방법이 가장 건강한 방법이라는 지극히 단순한 진리에 도달하게 된다.

하지만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현대인들이 매일 권장량의 비타민을 식품을 통해 섭취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비타민C만 봐도 1000mg을 섭취하려면 34개 가량의 감귤을 먹어야 하는 고행(?)을 견뎌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비타민보충제와 같은 건강보조식품이 필요해지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왕 먹을 거라면 올바른 복용법을 지킬 것을 강조한다.

평소 자신의 식습관과 영양상태, 질병 등을 고려해 알맞은 비타민제를 선택하고 제품을 고를 때에는 반드시 함량을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보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 병원진료 후 자신에게 꼭 필요한 비타민을 처방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경제적 부담이 없다면 천연 원료 비타민을 먹는 것도 좋다.

천연 원료 비타민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제품 홍보 과정에서 그 효능이 너무 과장되고 있다는 것이 문제이기 때문이다.

식약처는 비타민보충제를 일정 자격을 갖춘 영업자라면 누구든지 제조·수입할 수 있는 ‘고시형 건강기능식품’으로 분류해 합성과 천연 구분 없이 똑같이 취급하고 있다.

때문에 소비자 스스로가 과대‧과장광고에 휘둘리지 않는 안목을 가지고 합성 비타민제를 먹을지 천연 원료 비타민제를 먹을지를 결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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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연비타민제가 합성비타민보다 좋다고? “글쎄~”
    • 입력 2014-09-17 09:52:53
    • 수정2014-09-17 10:18:10
    경제
이달 초 지인들의 추석선물을 고르기 위해 백화점을 찾은 직장인 김시대(37) 씨.

종합비타민제를 사려고 마음먹었지만, 생각지도 못한 ‘천연 원료 비타민제’를 사게 됐다.

판매직원이 “화합물 합성으로 만든 비타민제보다는 천연 원료에서 뽑아낸 비타민제가 훨씬 효과도 좋고 몸에 좋다”며 일반 비타민제보다 2배 정도 비싼 제품을 적극 추천했기 때문이다.

김 씨는 “처음에는 직원의 말을 반신반의했지만, 그래도 ‘합성’ 보다는 ‘천연’이 좋을 듯 해 천연 원료 비타민제를 선택했다”고 밝혔다.

과연 김 씨의 생각처럼 시중에 유통되는 천연 원료 비타민제가 합성 비타민제 보다 효능이 좋은 걸까?

최근 몇 년 새 유행처럼 시중에 등장하기 시작한 천연 원료 비타민제의 정체는 무엇일까?



◇ 천연이지만 천연 같지 않은 천연

천연(天然)이란 단어는 ‘사람의 힘을 가하지 아니한 상태’를 뜻한다.

때문에 소비자들은 천연 원료 비타민제라고 하면, 자연에서 뽑아낸 순수한 비타민을 그대로 섭취할 수 있는 식품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제조·판매업체들이 전면에 내세우는 강점도 바로 그런 천연성이다.

사실 국내에서 ‘천연’이라는 수식어는 제품명에 마음대로 붙일 수 없다.

식품의약품안전청 규정에 따르면 인공향, 합성착색료, 합성보존료가 들어있지 않고 화학적 공정을 거치지 않은 건강기능식품의 경우에만 표시할 수 있다.

과일, 채소 등 천연 원료에서 비타민을 추출했어도 이를 알약이나 캡슐 형태로 만드는 과정에서 합성향료와 응고제 같은 화합물이 사용되기 때문에 천연 원료 비타민을 천연이라고 말할 순 없다.

업체들이 주원료가 천연임을 강조하면서도 ‘천연 비타민제’가 아닌 ‘천연 원료 비타민제’나 ‘유기농 비타민제’로 홍보하는 이유다.

하지만 식품에 천연 원료가 1%만 담겨 있어도 ‘천연 원료’라는 말을 쓸 수 있기 때문에 판매 초기에는 천연 원료 성분이 소량 들었어도 ‘천연 비타민’이라고 대대적으로 광고해 소비자들에게 혼란을 주기도 했다.

정리하자면, 소비자가 은연중 생각하게 되는 ‘100% 천연 비타민’이라는 제품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 천연 VS 합성 = 동일 효과 

학계와 의료계는 천연 원료 비타민과 합성 비타민의 효능은 함량이 같을 경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비타민을 식품에서 추출하느냐, 아니면 화합물의 화학적 합성을 통해 만드느냐의 차이일 뿐 같은 화학구조를 가진 동일한 물질이기 때문이다.

제조·판매사들은 천연 원료 비타민제가 합성 비타민제보다 소화나 체내 흡수가 잘 돼 효능이 더 뛰어나다는 점을 장점으로 내세우지만 그 근거는 빈약하다는 평가다.

김경수 서울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천연과 합성 비타민제는 효능 면에서 별반 차이가 없다. 일반적으로 순수 천연물은 합성물보다 체내 흡수가 더 잘 되는 게 상식이지만 천연비타민제는 제작과정에서 화학적으로 가공되기 때문에 흡수율이 좋다고 볼 근거가 없다”고 강조했다.

천연 원료 비타민의 함량 미달 문제도 제기된다.

다소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비타민C를 하루 1000mg이상 먹어야 항산화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게 의료계의 일반적 견해다.

때문에 보통 합성 비타민제 한 알에 1000mg의 비타민C가 함유돼있는데, 이에 비해 천연비타민제는 함량이 떨어져 1일 권장 섭취량에도 못 미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천연 원료로만 최적의 함량으로 알약 1정을 만들기가 어려워 합성 비타민이나 첨가물을 섞어 넣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대한비타민연구회장 염창환 박사(가정의학과 전문의)는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천연비타민제에 들어있는 비타민C는 대개 1g당 200~300mg 정도로, 합성 비타민제의 3분의 1수준이다. 같은 양을 섭취하려면 천연비타민제를 그만큼 더 먹어야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 천연 비타민은 식품으로 섭취하는 것이 최고!

몸에 좋은 천연 비타민은 식품을 통해 섭취하는 것이 가장 좋다. 결국 자연스러운 방법이 가장 건강한 방법이라는 지극히 단순한 진리에 도달하게 된다.

하지만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현대인들이 매일 권장량의 비타민을 식품을 통해 섭취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비타민C만 봐도 1000mg을 섭취하려면 34개 가량의 감귤을 먹어야 하는 고행(?)을 견뎌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비타민보충제와 같은 건강보조식품이 필요해지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왕 먹을 거라면 올바른 복용법을 지킬 것을 강조한다.

평소 자신의 식습관과 영양상태, 질병 등을 고려해 알맞은 비타민제를 선택하고 제품을 고를 때에는 반드시 함량을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보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 병원진료 후 자신에게 꼭 필요한 비타민을 처방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경제적 부담이 없다면 천연 원료 비타민을 먹는 것도 좋다.

천연 원료 비타민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제품 홍보 과정에서 그 효능이 너무 과장되고 있다는 것이 문제이기 때문이다.

식약처는 비타민보충제를 일정 자격을 갖춘 영업자라면 누구든지 제조·수입할 수 있는 ‘고시형 건강기능식품’으로 분류해 합성과 천연 구분 없이 똑같이 취급하고 있다.

때문에 소비자 스스로가 과대‧과장광고에 휘둘리지 않는 안목을 가지고 합성 비타민제를 먹을지 천연 원료 비타민제를 먹을지를 결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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