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 1등은 알고 있는 공부에 대한 공부 2”

입력 2014.09.30 (22:02) 수정 2014.09.30 (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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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지과학이 밝혀낸 ‘궁극의 공부법’

- 실험1: 인천 만수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에게 한 장짜리 과학 지문을 내주고 7분 동안 외우게 했다. 한 팀은 7분 동안 한 번 더 외울 시간을 주고, 다른 한 팀은 외운 것을 7분 동안 기억에서 떠올려 적는 서술형 시험
을 보게 했다. 5분 뒤 단기기억 시험에선 ‘61점 대 55점’으로 공부-공부팀이 이겼다. 하지만, 1주일 뒤 장기기억 시험에서는 45 점 대 53점으로 공부-시험팀이 역전에 성공했다.

- 수동적으로 다시 읽기만 하면 배운 것이 단기기억에 있다가 사라지지만 능동적으로 기억에서 꺼내는 노력을 하면 장기기억으로 넘어가기 때문이다. 입력시켜 놓기만 하면 100% 저장해 놓는 컴퓨터와 달리, 사람의 뇌는 기억에서 꺼내는 노력이 있어야 배운 것을 장기기억으로 옮겨 저장해 놓는다.

- 따라서 효율적인 공부법은 머리에 많이 집어넣으려고 노력하기보다는 많이 꺼내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기억 꺼내기 노력’이 인지과학이 밝혀낸 ‘궁극의 공부법’이다.

■ 분산학습: 배운 것을 많이 되새김질 하게 하는 공부가 진짜 공부다.

실험2: 인천 하늘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에게 어려운 GRE 단어 40개를 외우게 했다. 20개는 4분 공부한 뒤 휴식을 갖는 방식으로 5번, 총 20분 동안 외우게 했고, 다른 20개는 쉬지 않고 20분 동안 외우게 했다. 5분 뒤

시험에선 두 방법 모두 평균 95~6점의 점수가 나왔다. 두 번 모두 100점 받은 학생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1주일 뒤 시험에선 중간중간 쉬면서 외운 단어들은 54점이었고, 쉬지 않고 외운 단어들은 33점이었다. 공부시간을 나눠서 꾸준히 공부하면 그때마다 기억 떠올리기 노력을 해야 하기 때문에 벼락치기 학습(massing)에 비해 장기기억으로 훨씬 많이 넘어간다. 인지과학자들이 ‘분산 학습(spacing)’이라고 부르는 공부법이다.

벼락치기 단기기억 공부법으로도 당장의 시험은 100점을 받을 수 있다. 중간고사 대비 단기학원에 아이를 보내도 100점을 받아올 수 있다. 그러나 좋아할 일은 아니다. 장기적으론 장기기억으로 공부한 학생들을 따라

갈 수 없다. 입시는 장기전이기 때문이다.

■ 전교 1등은 장기기억으로 공부한다.

취재진이 인천 만수고 2학년 전교 1등 학생과 하늘고 1학년 전교 1등 학생의 공부를 관찰한 결과, 2명 모두 장기기억 공부법을 사용하고 있었다.

이들은 등교시간에 학교로 걸어가면서 시간표를 떠올린다. 지난 시간에 무엇을 배웠는지를 기억에서 떠올려 보는 것이다. 기억이 잘 떠오르면 좋고, 기억이 떠오르지 않아도 아침 자습시간에 다시 찾아본다.

세인트루이스 워싱턴 대학 심리학과의 헨리 로디거(Henry Roediger III) 교수는 기억을 떠올리는 데 실패해도 좋다고 말한다. 기억 안 나는 것을 다시 찾아보는 올바른 피드백만 있으면 훨씬 기억이 오래 가기 때문이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배운 내용이 이미 알고 있던 내용과 연결되면서 조직화되고 기억이 강화된다.

아침 자습시간에 1등 학생이 지난 시간에 배운 내용을 기억에서 떠올리려 애쓰는 이유는 오늘 배울 내용과 연결시키기 위해서이다. 컴퓨터는 아무 상관이 없는 정보들을 무질서하게 저장해 놓아도 100% 기억하지만

사람의 뇌는 기억 꺼내기를 통해 서로 연관이 있는 정보들을 연결하고 조직화해야 기억할 수 있기 때문이다.

■ 공부에도 빈익빈 부익부가 있다

실험1의 경우, 같은 자리에서 같은 지문을 같은 시간 동안 공부했는데, 전교 1등은 30개 중에 24개를 기억하고 어떤 학생은 10개 밖에 기억하지 못한다.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장기기억과 깊은 관련이 있다. 장기기억에 많은 것을 남겨 놓은 학생은 새로운 것을 배웠을 때, 연결시킬 것들이 많기 때문에 훨씬 효율적으로 오래 기억할 수 있다. 반면 단기기억으로 공

부한 학생은 장기기억에 연결할 것들이 적기 때문에 연결시킬 것도 적고 기억에도 불리하다.

공부에도 빈익빈 부익부가 있다. 마치 밑천이 적으면 열심히 장사를 해도 남는 것이 적은 것과 같은 이치이다.

■ 학원이 장기기억 공부를 방해한다?

실험에 참여한 학생들을 인터뷰한 결과, 학생들은 분산학습이 더 좋겠다고 생각은 하지만 실제로 그렇게 하는 학생들은 별로 없었다.

첫 번째 이유는 학생들이 분산학습을 훨씬 힘들어 하기 때문이다. 분산학습을 하면, 지난번에 외웠던 것을 상당부분 까먹게 되는데, 그 때마다 공부가 잘 안 되는 듯한 기분이 든다. 반면, 몰아치기 공부를 할 때는 방
금 전에 외운 것을 또 반복하게 되기 때문에 공부가 잘 되는 듯 한 착각이 생겨 기분이 좋아진다.

학생들이 분산학습을 힘들어 하는 두 번째 이유는 학원에서 굳어진 공부습관이다. 상당수 학원들이 몰아치기 방식의 공부를 시킨다. 진도는 빨리 나가야 하고, 시간은 없기 때문에 쉬는 시간 없이 서너 시간씩 연속 강

의를 하는 학원들도 많다. 이런 공부에 익숙해지면 분산학습을 하기 어렵다. 책상에 오래 앉아있지만 장기기억에 남는 것은 별로 없는, 비효율적인 공부습관이다.

지금 대한민국에서는 아이들의 머릿속에 많이 입력하기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아이들은 배운 것을 되새김질할 여유가 없다. 그러나 진짜 공부는 배운 내용들을 기억에서 꺼내보고, 서로 연결하는 것이다. 전교 1등이 하고 있는 공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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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교 1등은 알고 있는 공부에 대한 공부 2”
    • 입력 2014-09-30 15:17:47
    • 수정2014-09-30 23:2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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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지과학이 밝혀낸 ‘궁극의 공부법’

- 실험1: 인천 만수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에게 한 장짜리 과학 지문을 내주고 7분 동안 외우게 했다. 한 팀은 7분 동안 한 번 더 외울 시간을 주고, 다른 한 팀은 외운 것을 7분 동안 기억에서 떠올려 적는 서술형 시험
을 보게 했다. 5분 뒤 단기기억 시험에선 ‘61점 대 55점’으로 공부-공부팀이 이겼다. 하지만, 1주일 뒤 장기기억 시험에서는 45 점 대 53점으로 공부-시험팀이 역전에 성공했다.

- 수동적으로 다시 읽기만 하면 배운 것이 단기기억에 있다가 사라지지만 능동적으로 기억에서 꺼내는 노력을 하면 장기기억으로 넘어가기 때문이다. 입력시켜 놓기만 하면 100% 저장해 놓는 컴퓨터와 달리, 사람의 뇌는 기억에서 꺼내는 노력이 있어야 배운 것을 장기기억으로 옮겨 저장해 놓는다.

- 따라서 효율적인 공부법은 머리에 많이 집어넣으려고 노력하기보다는 많이 꺼내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기억 꺼내기 노력’이 인지과학이 밝혀낸 ‘궁극의 공부법’이다.

■ 분산학습: 배운 것을 많이 되새김질 하게 하는 공부가 진짜 공부다.

실험2: 인천 하늘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에게 어려운 GRE 단어 40개를 외우게 했다. 20개는 4분 공부한 뒤 휴식을 갖는 방식으로 5번, 총 20분 동안 외우게 했고, 다른 20개는 쉬지 않고 20분 동안 외우게 했다. 5분 뒤

시험에선 두 방법 모두 평균 95~6점의 점수가 나왔다. 두 번 모두 100점 받은 학생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1주일 뒤 시험에선 중간중간 쉬면서 외운 단어들은 54점이었고, 쉬지 않고 외운 단어들은 33점이었다. 공부시간을 나눠서 꾸준히 공부하면 그때마다 기억 떠올리기 노력을 해야 하기 때문에 벼락치기 학습(massing)에 비해 장기기억으로 훨씬 많이 넘어간다. 인지과학자들이 ‘분산 학습(spacing)’이라고 부르는 공부법이다.

벼락치기 단기기억 공부법으로도 당장의 시험은 100점을 받을 수 있다. 중간고사 대비 단기학원에 아이를 보내도 100점을 받아올 수 있다. 그러나 좋아할 일은 아니다. 장기적으론 장기기억으로 공부한 학생들을 따라

갈 수 없다. 입시는 장기전이기 때문이다.

■ 전교 1등은 장기기억으로 공부한다.

취재진이 인천 만수고 2학년 전교 1등 학생과 하늘고 1학년 전교 1등 학생의 공부를 관찰한 결과, 2명 모두 장기기억 공부법을 사용하고 있었다.

이들은 등교시간에 학교로 걸어가면서 시간표를 떠올린다. 지난 시간에 무엇을 배웠는지를 기억에서 떠올려 보는 것이다. 기억이 잘 떠오르면 좋고, 기억이 떠오르지 않아도 아침 자습시간에 다시 찾아본다.

세인트루이스 워싱턴 대학 심리학과의 헨리 로디거(Henry Roediger III) 교수는 기억을 떠올리는 데 실패해도 좋다고 말한다. 기억 안 나는 것을 다시 찾아보는 올바른 피드백만 있으면 훨씬 기억이 오래 가기 때문이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배운 내용이 이미 알고 있던 내용과 연결되면서 조직화되고 기억이 강화된다.

아침 자습시간에 1등 학생이 지난 시간에 배운 내용을 기억에서 떠올리려 애쓰는 이유는 오늘 배울 내용과 연결시키기 위해서이다. 컴퓨터는 아무 상관이 없는 정보들을 무질서하게 저장해 놓아도 100% 기억하지만

사람의 뇌는 기억 꺼내기를 통해 서로 연관이 있는 정보들을 연결하고 조직화해야 기억할 수 있기 때문이다.

■ 공부에도 빈익빈 부익부가 있다

실험1의 경우, 같은 자리에서 같은 지문을 같은 시간 동안 공부했는데, 전교 1등은 30개 중에 24개를 기억하고 어떤 학생은 10개 밖에 기억하지 못한다.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장기기억과 깊은 관련이 있다. 장기기억에 많은 것을 남겨 놓은 학생은 새로운 것을 배웠을 때, 연결시킬 것들이 많기 때문에 훨씬 효율적으로 오래 기억할 수 있다. 반면 단기기억으로 공

부한 학생은 장기기억에 연결할 것들이 적기 때문에 연결시킬 것도 적고 기억에도 불리하다.

공부에도 빈익빈 부익부가 있다. 마치 밑천이 적으면 열심히 장사를 해도 남는 것이 적은 것과 같은 이치이다.

■ 학원이 장기기억 공부를 방해한다?

실험에 참여한 학생들을 인터뷰한 결과, 학생들은 분산학습이 더 좋겠다고 생각은 하지만 실제로 그렇게 하는 학생들은 별로 없었다.

첫 번째 이유는 학생들이 분산학습을 훨씬 힘들어 하기 때문이다. 분산학습을 하면, 지난번에 외웠던 것을 상당부분 까먹게 되는데, 그 때마다 공부가 잘 안 되는 듯한 기분이 든다. 반면, 몰아치기 공부를 할 때는 방
금 전에 외운 것을 또 반복하게 되기 때문에 공부가 잘 되는 듯 한 착각이 생겨 기분이 좋아진다.

학생들이 분산학습을 힘들어 하는 두 번째 이유는 학원에서 굳어진 공부습관이다. 상당수 학원들이 몰아치기 방식의 공부를 시킨다. 진도는 빨리 나가야 하고, 시간은 없기 때문에 쉬는 시간 없이 서너 시간씩 연속 강

의를 하는 학원들도 많다. 이런 공부에 익숙해지면 분산학습을 하기 어렵다. 책상에 오래 앉아있지만 장기기억에 남는 것은 별로 없는, 비효율적인 공부습관이다.

지금 대한민국에서는 아이들의 머릿속에 많이 입력하기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아이들은 배운 것을 되새김질할 여유가 없다. 그러나 진짜 공부는 배운 내용들을 기억에서 꺼내보고, 서로 연결하는 것이다. 전교 1등이 하고 있는 공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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