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부동산 15채 보유…일가족 자살 왜?

입력 2014.11.05 (08:09) 수정 2014.11.05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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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엿새 전, 인천의 한 다세대 주택에서 일가족 세 명이 숨진채 발견됐습니다.

방 안에서는 경제적 상황을 비관하는 내용의 유서가 발견됐고, 이 때문에 송파 세 모녀 자살 사건에 이어 또 다른 생활고 비관 사건으로 알려졌었습니다.

하지만 이후 부부의 명의로 무려 15채의 주택이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건은 다른 국면을 맞습니다.

이 가족은 왜 이런 극단적인 선택을 했던 걸까요?

사건을 따라가 봤습니다.

<리포트>

1년여 전부터, 서울의 한 폐기물업체에서, 일해 온 50대 남성 이 모씨.

항상 성실한 모습으로 동료들의 신뢰를 한 몸에 받아왔습니다.

<녹취> 이 씨의 직장 동료(음성변조) : “성실하고 착실하고 자기 맡은 바 업무에 충실하고 결근도 한 번도 한 적 없고요.”

그런데, 지난달 29일.

지각 한 번 하지 않았던, 이 씨가 갑자기 연락도 없이 회사에 출근하지 않습니다.

<녹취> 이 씨의 직장 동료(음성변조) : “아침에 출근이 8시인데 안 나오시는 거예요. 평생 그런적이 없던 분이. 그러니까 제가 전화를 했죠.그런데 전화기가 꺼져 있었어요. 뭔가 문제 있지 않으냐 (생각이 들었죠.)”

다음날에도 이 씨는 회사에 나오지 않았습니다.

걱정이 된 동료들은 이 씨의 집을 방문합니다.

때 마침 중학생인 이 씨 딸의 담임 선생님도 현장에 도착해 있었는데요, 담임교사 또한 이 양이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무언가 이상한 낌새를 느낀 이들.

곧바로 경찰에 신고해 집 안을 확인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그런데,

<녹취> 경찰 관계자 : “안방에 엄마, 아빠, 애가 누워 있고 연탄, 숯, 그다음에 화덕이 놓여 있었죠.”

방안에 나란히 누워 있던 부부와 딸.

안타깝게 세 가족은 이미 숨을 거둔 뒤였습니다.

방 안에서는 타다 남은 연탄재가 발견됐습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 : “1차 부검에서 일산화탄소 중독사로 확인됐습니다.”

경찰은 아내와 딸이 먼저 목숨을 끊고, 나중에 귀가한 남편이 이를 발견하고는 뒤따라 목숨을 끊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 : “시간상으로 보면 아버지가 직장 끝나고 (집에) 갔기 때문에 그 전에 먼저 (아이와) 엄마가 숨지고 아버지가 (그 모습을) 보고서 숨지지 않았나 (싶습니다.)”

학교와 직장에서는 큰 문제가 없어보였다는 세 가족.

그런데 왜 이들은 이런 절망적인 결론에 이르게 된 걸까?

방안에서는 유서로 보이는 아내 이 씨의 글이 발견됐는데요, 마이너스 통장이 늘고 있다며, 부채와 경제적 어려움을 고민하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고 합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 : “마이너스라는 말이 표현되어 있고 그런 내용이 있는 거 봐서는 그게 어느 정돈지를 저희가 파악을 해야 하고요.”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주변 사람들은 큰 충격과 슬픔에 빠졌습니다.

<녹취> 이 씨의 직장 동료(음성변조) : “(이씨가) 아이 얘기도 많이 했고 그런데 좀 많이 안타까웠죠.”

<녹취> 이웃 주민(음성변조) : “충격이죠. 이런 일이. 애까지 있는데 끔찍하죠. 애가 무슨 죄가 있느냐고요.”

그런데, 정규직인 가장의 수입이 있고, 한동안 맞벌이까지 했던 이 씨 가족이 왜 이런 극심한 경제적 어려움에 처하게 된 걸까?

이 씨 가족이 숨진 이후, 새로운 사실이 하나 알려지게 되는데요, 그건 바로 부동산이었습니다.

<녹취> 이웃 주민(음성변조) : “(집을) 사고 또 사고 한 거 같아요. 집이 15채 있었다고 하니까요.”

부부 명의의 주택이 무려 15채에 이른다는 얘기.

<녹취>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4일 남구청에서 자료 확보해서 저희가 분석한 바로는 15채는 맞고요. 그리고 빌라가 11채, 아파트가 4채(입니다). 남편 명의로 11개가 있고 여자 명의로 4채가 있습니다.”

알고보니 이 씨 부부는 경매를 통해 빌라나 아파트를 낙찰 받은 다음, 이를 담보로 대출을 얻고 대출금으로 또 다른 주택을 구입하는, 이른바 ‘돌려막기’ 방법으로 모두 15채의 주택을 구입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다른 자료도 확보해 봐야 하겠지만 일단 주택 부분에 대한 근저당이 9억 원 상당 정도가 책정되어 있어요. 그러니까 근저당이 전부 제2금융권 근저당입니다.”

그러다보니, 부채와 갚아야 할 이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는데요.

한 해 이자만 수 천만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될 정도입니다.

<녹취> 이 씨의 회사동료(음성변조) : “집 문제라든가 그런 게 있는데 대출을 받으니까 그런 대출 이자를 집이 많으면 많을수록 대출 이자를 (많이) 내는 부분이 있겠죠.”

부동산 경기 침체로 점점 더 진퇴양난의 처지에 몰리게 된 이 씨 부부.

원금과 이자를 갚을 길이 없어지자, 결국 이런 극단적인 결과에 이르고 만 것으로 추정됩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유서 내용을 토대로 정말 이 사람들의 어느 정도 채무 관계가 있었는지그다음에 여러 가지 각도로 (수사할 겁니다.) 어차피 자살하게 된 결과가 있으니까 원인까지는 저희가 그래도 여러 가지 자료를 취합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기자 멘트>

이들 가족이 있어서는 안 될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금할길이 없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이 한가지 더 있습니다.

바로, 부모와 함께 숨을 거둔 12살, 여중생 딸입니다.

<리포트>

지난 1월 충북에서는 생활고를 겪던 30대 남성이 다섯 살 난 아들과 함께 아파트에서 투신해 숨졌습니다.

또, 지난 7월 울산에서는 카드빚에 시달리던 30대 여성이 두 딸을 숨지게 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부모가 자식과 함께 목숨을 끊는 동반 자살 사례가 한 해 평균 40여 건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될 정도입니다.

전문가들은 늘고 있는 가족 동반 자살을 위험한 수준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자살이 돼서는 안되고, 특히 어린 자녀를 동반하는 건, 절대 있어서는 안되는 일이라고 강조합니다.

<인터뷰> 손석한(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좀 더 확대하여 해석하면 어떻게 보면 타살이라고도 말씀드릴 수가 있습니다. 절대 옳지 않은 선택이고요. 자살이 결코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가 없어요. 그것은 어디까지나 도망가는 수단이고 회피하는 수단입니다.”

이를 막기 위해 사회적인 결속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도 지적합니다.

<인터뷰> 손석한(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고립된 가족이라는 그런 점도 간과할 수가 없습니다. 이웃과의 결속력이 점차 약해지고요. 이런 서로 간의 연대 사회적 지지 체계가 점점 무너지기 때문에 이웃 간의 교류가 점차 활성화되고 장려되는 부분으로 바뀌어야 될 것입니다.”

누구보다 단란했던 세 가족의 안타까운 죽음.

경찰은 이번 사건의 배경에 혹시 모를 다른 이유가 있는지, 금융 거래 내역과 주변 인물 관계 등을 추가로 조사하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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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부동산 15채 보유…일가족 자살 왜?
    • 입력 2014-11-05 08:11:50
    • 수정2014-11-05 10: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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엿새 전, 인천의 한 다세대 주택에서 일가족 세 명이 숨진채 발견됐습니다.

방 안에서는 경제적 상황을 비관하는 내용의 유서가 발견됐고, 이 때문에 송파 세 모녀 자살 사건에 이어 또 다른 생활고 비관 사건으로 알려졌었습니다.

하지만 이후 부부의 명의로 무려 15채의 주택이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건은 다른 국면을 맞습니다.

이 가족은 왜 이런 극단적인 선택을 했던 걸까요?

사건을 따라가 봤습니다.

<리포트>

1년여 전부터, 서울의 한 폐기물업체에서, 일해 온 50대 남성 이 모씨.

항상 성실한 모습으로 동료들의 신뢰를 한 몸에 받아왔습니다.

<녹취> 이 씨의 직장 동료(음성변조) : “성실하고 착실하고 자기 맡은 바 업무에 충실하고 결근도 한 번도 한 적 없고요.”

그런데, 지난달 29일.

지각 한 번 하지 않았던, 이 씨가 갑자기 연락도 없이 회사에 출근하지 않습니다.

<녹취> 이 씨의 직장 동료(음성변조) : “아침에 출근이 8시인데 안 나오시는 거예요. 평생 그런적이 없던 분이. 그러니까 제가 전화를 했죠.그런데 전화기가 꺼져 있었어요. 뭔가 문제 있지 않으냐 (생각이 들었죠.)”

다음날에도 이 씨는 회사에 나오지 않았습니다.

걱정이 된 동료들은 이 씨의 집을 방문합니다.

때 마침 중학생인 이 씨 딸의 담임 선생님도 현장에 도착해 있었는데요, 담임교사 또한 이 양이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무언가 이상한 낌새를 느낀 이들.

곧바로 경찰에 신고해 집 안을 확인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그런데,

<녹취> 경찰 관계자 : “안방에 엄마, 아빠, 애가 누워 있고 연탄, 숯, 그다음에 화덕이 놓여 있었죠.”

방안에 나란히 누워 있던 부부와 딸.

안타깝게 세 가족은 이미 숨을 거둔 뒤였습니다.

방 안에서는 타다 남은 연탄재가 발견됐습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 : “1차 부검에서 일산화탄소 중독사로 확인됐습니다.”

경찰은 아내와 딸이 먼저 목숨을 끊고, 나중에 귀가한 남편이 이를 발견하고는 뒤따라 목숨을 끊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 : “시간상으로 보면 아버지가 직장 끝나고 (집에) 갔기 때문에 그 전에 먼저 (아이와) 엄마가 숨지고 아버지가 (그 모습을) 보고서 숨지지 않았나 (싶습니다.)”

학교와 직장에서는 큰 문제가 없어보였다는 세 가족.

그런데 왜 이들은 이런 절망적인 결론에 이르게 된 걸까?

방안에서는 유서로 보이는 아내 이 씨의 글이 발견됐는데요, 마이너스 통장이 늘고 있다며, 부채와 경제적 어려움을 고민하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고 합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 : “마이너스라는 말이 표현되어 있고 그런 내용이 있는 거 봐서는 그게 어느 정돈지를 저희가 파악을 해야 하고요.”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주변 사람들은 큰 충격과 슬픔에 빠졌습니다.

<녹취> 이 씨의 직장 동료(음성변조) : “(이씨가) 아이 얘기도 많이 했고 그런데 좀 많이 안타까웠죠.”

<녹취> 이웃 주민(음성변조) : “충격이죠. 이런 일이. 애까지 있는데 끔찍하죠. 애가 무슨 죄가 있느냐고요.”

그런데, 정규직인 가장의 수입이 있고, 한동안 맞벌이까지 했던 이 씨 가족이 왜 이런 극심한 경제적 어려움에 처하게 된 걸까?

이 씨 가족이 숨진 이후, 새로운 사실이 하나 알려지게 되는데요, 그건 바로 부동산이었습니다.

<녹취> 이웃 주민(음성변조) : “(집을) 사고 또 사고 한 거 같아요. 집이 15채 있었다고 하니까요.”

부부 명의의 주택이 무려 15채에 이른다는 얘기.

<녹취>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4일 남구청에서 자료 확보해서 저희가 분석한 바로는 15채는 맞고요. 그리고 빌라가 11채, 아파트가 4채(입니다). 남편 명의로 11개가 있고 여자 명의로 4채가 있습니다.”

알고보니 이 씨 부부는 경매를 통해 빌라나 아파트를 낙찰 받은 다음, 이를 담보로 대출을 얻고 대출금으로 또 다른 주택을 구입하는, 이른바 ‘돌려막기’ 방법으로 모두 15채의 주택을 구입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다른 자료도 확보해 봐야 하겠지만 일단 주택 부분에 대한 근저당이 9억 원 상당 정도가 책정되어 있어요. 그러니까 근저당이 전부 제2금융권 근저당입니다.”

그러다보니, 부채와 갚아야 할 이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는데요.

한 해 이자만 수 천만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될 정도입니다.

<녹취> 이 씨의 회사동료(음성변조) : “집 문제라든가 그런 게 있는데 대출을 받으니까 그런 대출 이자를 집이 많으면 많을수록 대출 이자를 (많이) 내는 부분이 있겠죠.”

부동산 경기 침체로 점점 더 진퇴양난의 처지에 몰리게 된 이 씨 부부.

원금과 이자를 갚을 길이 없어지자, 결국 이런 극단적인 결과에 이르고 만 것으로 추정됩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유서 내용을 토대로 정말 이 사람들의 어느 정도 채무 관계가 있었는지그다음에 여러 가지 각도로 (수사할 겁니다.) 어차피 자살하게 된 결과가 있으니까 원인까지는 저희가 그래도 여러 가지 자료를 취합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기자 멘트>

이들 가족이 있어서는 안 될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금할길이 없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이 한가지 더 있습니다.

바로, 부모와 함께 숨을 거둔 12살, 여중생 딸입니다.

<리포트>

지난 1월 충북에서는 생활고를 겪던 30대 남성이 다섯 살 난 아들과 함께 아파트에서 투신해 숨졌습니다.

또, 지난 7월 울산에서는 카드빚에 시달리던 30대 여성이 두 딸을 숨지게 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부모가 자식과 함께 목숨을 끊는 동반 자살 사례가 한 해 평균 40여 건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될 정도입니다.

전문가들은 늘고 있는 가족 동반 자살을 위험한 수준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자살이 돼서는 안되고, 특히 어린 자녀를 동반하는 건, 절대 있어서는 안되는 일이라고 강조합니다.

<인터뷰> 손석한(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좀 더 확대하여 해석하면 어떻게 보면 타살이라고도 말씀드릴 수가 있습니다. 절대 옳지 않은 선택이고요. 자살이 결코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가 없어요. 그것은 어디까지나 도망가는 수단이고 회피하는 수단입니다.”

이를 막기 위해 사회적인 결속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도 지적합니다.

<인터뷰> 손석한(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고립된 가족이라는 그런 점도 간과할 수가 없습니다. 이웃과의 결속력이 점차 약해지고요. 이런 서로 간의 연대 사회적 지지 체계가 점점 무너지기 때문에 이웃 간의 교류가 점차 활성화되고 장려되는 부분으로 바뀌어야 될 것입니다.”

누구보다 단란했던 세 가족의 안타까운 죽음.

경찰은 이번 사건의 배경에 혹시 모를 다른 이유가 있는지, 금융 거래 내역과 주변 인물 관계 등을 추가로 조사하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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