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지물 화재감지기

입력 2014.11.14 (23:55) 수정 2014.11.15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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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화재는 한 순간에 모든 것을 앗아갈 수 있죠.

그래서 주택과 건물마다 화재감지기 등을 설치해 놓는 건데요.

하지만 믿었던 이들 장비의 상당수가 아예 작동을 안하거나 오작동이 빈번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김영민 기자가 화재 설비의 실태와 문제점을 파헤쳐봤습니다.

<리포트>

한밤중 누구도 예상치 못한 화마가 모텔 건물을 덮쳤습니다.

황급히 뛰쳐나오는 사람들, 불은 옆 건물로도 번졌습니다.

모텔 7층에 묵고 있던 여성 한 명이 숨졌고, 투숙객 등 30여 명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습니다.

<녹취> 모텔 직원(음성변조) : "마지막에 막 당황해서 문을 다 닫아놓고 우리는 다 그 안에 앉아서 벌벌 떨고 있었어요. '죽는다, 죽는다'하고 소리치고."

사람들을 공포로 몰아넣은 그 시간, 하지만, 화재 경보기나 스프링클러 등은 작동하지 않았다는 게 투숙객들의 말입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 : "피해자들도 (작동이) 안 됐다고 얘기해요. 못 들었다고. (화재 경보를 듣지 못했다고요?)네.

해마다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화재는 4만여 건.

날마다 100건 이상 크고 작은 불이 생명과 재산을 위협합니다.

그렇다면, 화재를 대비해 설치해둔 시설은 제대로 그 기능을 할까?

경기도의 한 고층 상가 건물.

건물 완공 후 그 동안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던 철재 방화벽을 내리자, 틈이 벌어진 채 곧바로 망가져 버립니다.

<녹취> 임영근(수원소방서 소방위) : "필요가 없는 거죠. 개념이 없어지는 거죠. 연기가 다 이리로 새버리니까. 기능을 못하는 거죠."

또 다른 상가 건물. 이곳 화재 경보기의 벨은 아예 먹통이고,

<녹취> 가게 주인 : "술 먹고 잡아 뜯어서 그런거에요. 이상한 거 있으니까 눌러도 보고."

대피로의 완강기는 녹이 슬어 무용지물입니다.

<녹취> 황정애(수원소방서 소방장) : "지금 녹슬어서 띠 자체가 움직여지질 않고, 도르래 자체가 지금 없어졌어요."

건물 천장에 달린 스프링클러, 자동 방수 시설도 제대로 작동하리라 기대하긴 어렵습니다.

한 대형 마트의 스프링클러.

작동 스위치를 눌러보지만, 물은 한 방울도 나오지 않습니다.

겨울철이 다가오면서 일부 건물 관리자들이 동파 우려로 아예 물 배관 밸브를 잠가놓는 일도 허다합니다.

<녹취> 00마트 관계자 : "(왜 안 되는 겁니까?) 전자 부품이다 보니까 오작동도 있을 것이고..."

화재가 나면 작동해주리라고 평소 막연히 믿었던 소방시설들.

하지만, 실제 화재사고가 난 곳만 살펴봐도 약 20%에선 소방시설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화재 발생시 초기 대처를 위해 설치된 화재 감지기.

신속하고 정확한 화재 감지는 5분이라는 화재 골든타임을 확보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화재 감지기는 일반적으로 장소별 적합도를 고려해 연기 감지기와 열 감지기로 설치됩니다.

흔히 복도나 계단에 설치되는 연기 감지기, 하지만, 이 건물 통로에 설치된 감지기에 연기를 뿌려봐도 작동되지 않습니다.

회의실에 설치된 열 감지기에 70도 이상의 열을 내는 측정기를 대봐도 아무런 반응이 없습니다.

<인터뷰> 양병열(오산소방서 소방교) : " 전원이 차단되어있다든지 아니면 선로가 단선이 되어있다든지 그런 여러가지 이유로 실제 작동하지 않는 감지기가 상당수 존재합니다"

전문가들은 가장 기본, 기초 장비인 화재감지기의 상당수가 무용지물일뿐더러 아예 감지 시스템을 정지시키는 경우도 흔하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윤해진(한국휴먼시큐리티연구원 국장) : "건물 10개 중 6개는 관리가 어렵습니다. 가끔가다 울리고 삑삑거리고 관리자 자신이 상당히 귀찮을 수 있고 매번 울렸는데 가보면 불이 나지 않았기 때문에 밤에 꺼놓고.."

<인터뷰> 박재성(숭실대 소방방재학과 교수) : "소방설비는 그 건물에서 화재가 발생하지 않으면 그 건물이 준공이 돼서부터 철거가 될 때까지 한번도 사용하지도 않을 수 있는 것이고, 이게 고장이 나고 저가를 사용한다고 하더라도 실제 불이 발생하지 않으면 (모르는 거죠)"

오작동도 빈번합니다.

실제, 전국 주요 고층 빌딩 5곳의 화재수신기 서버에 저장된 자료를 입수해 분석해봤습니다.

두 건물은 화재 시스템이 하루 10회에서 20회까지 작동하고

이 건물의 경우 지난 5월 27일 하루 동안 134번의 화재 관련 신호가 발생했습니다.

또 다른 두 건물은 각각 58회, 39회나 화재 감지 시설이 작동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계속되는 오작동과 흡연 연기 같은 비화재 경보로 인해 건물 관리자가 이를 하나하나 확인하는 건 거의 불가능한 수준.

이중 어느 건물도 불이 났다는 신고가 접수되지 않았고, 실제 화재가 난 일도 없었습니다.

한 조사에선, 고층 빌딩 등 특정소방대상물에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자동화재속보설비, 즉 자동으로 소방서에 화재 사실을 통보해 주는 기기의 경우 신고된 천 5백여 건의 건수 중 실제 불이 난 건 단 4차례에 불과했습니다. (실크슈퍼에 자료 조사기관 명기)

이 같은 현상은 건설업계와 소방업계의 현실에 그 원인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건물을 지을때 비용을 최대한 줄이려는 건축주들은 저가의 소방시설만을 골라 설치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소방시설의 안전 기준을 책임지는 한국소방산업기술원 역시 최소한의 법정 기능만 충족하면 인증 마크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감지기의 경우에는 내구 연한도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인터뷰> 김현우(경민대 소방안전관리과 교수) : "제조회사가 좋은 것을 개발하려고 노력할 필요가 없어요. 제조회사가 좋은 거를 개발해봐야 조금만 비싸면 안팔리니까. 그리고 제조회사는 어떻게 해서든지 단가만 줄이려고 노력하는 거고.."

관련 법령 대한 지적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습니다.

과거 우리나라가 일본의 소방법을 따라 법을 제정하다 보니 실제 현실과 법이 동떨어진다는 얘기입니다.

<인터뷰> 김현우(교수) : "일본의 생활환경이라는 게 목조 주택이 많고 저층의 목조주택에 좁은 실내를 기준으로 해서 소방법이 제정됐습니다. 우리나라 현실은 시멘트 구조에 다중시설인 경우가 많고 고층화되고 그런 환경에서 일본법을 그대로 가져다가 적용한다는 것은 무리가 있습니다."

서울의 한 다세대주택.

20대 자취생 두 명이 한 방 씩 나눠쓰며 살아가는 주거 공간입니다.

보증금 500만원에 월 50만원의 월세로, 가스 보일러에 주방과 거실, 화장실 등을 다 갖췄습니다.

하지만, 이 집 어디에도 당연히 있을 거라 생각했던 화재 감지기나 소화기는 보이지 않습니다.

<인터뷰> 자취생 : "(집 구할 때) 가격적인 면이나 집에 들어오면 수압같은 것도 확인 많이 하고, 벌레 같은 거 나오는 거 없는지 확인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아무래도 그런 거(화재설비)는 많이 안 따지고 들어오죠. 우리가 뭐 화재가 날거라는 생각은 잘 안 하게 되니까."

2012년 법개정으로 모든 주택이 오는 2017년 2월까지 화재감지기를 의무적으로 달아야 하지만 참여율은 극히 저조합니다.

여기에, 속칭 쪼개기를 통해 불법 증축을 한 건물의 경우 화재에 더욱 취약할 수밖에 없습니다.

당초 4가구로 건축허가를 받은 이 건물은 준공 허가 뒤 속칭 '쪼개기'를 통해 19가구로 불법 증축을 했습니다.

쪼개진 가구에는 화재감지기 등 소방설비가 아예 없고, 복도도 좁아 여러 명이 한꺼번에 대피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녹취> 불법 증축 건물주 : "정상적인 건축을 해서는 수익률도 땅값하고 건축비에 비해서는 영 타산이 안 나오니까..."

그렇다면, 감지기가 비교적 잘 설치돼 있는 보통의 아파트나 건물은 안전하다고만 할 수 있을까?

흔히 가정의 실내에는 70도 이상의 온도에서 경보가 울리는 열 감지기가 일반적으로 설치돼있습니다.

복도, 계단 등에 설치돼 연기로 화재 경보를 울리는 연기 감지기의 가격이 만 5천원 정도인데 반해 열 감지기는 5천원 수준입니다.

현행법상 일반 가구에서는 어느 감지기를 써도 무방합니다.

일반 가정에서 사용하는 열감지기와 연기 감지기입니다.

이 열 감지기가 단가가 더 싸기 때문에 대다수의 가정에서는 이 열감지기를 사용하고 있는데요. 그런데 성능차이는 없을까요?

직접 실험을 통해 알아보겠습니다.

같은 공간에 열 감지기와 연기 감지기를 설치하고, 온도 센서를 단 뒤 목재와 옷가지를 함께 태웠습니다.

온도가 올라가면서 연기가 나기 시작합니다.

<녹취> "삐삐~~불이 났습니다."

불이 난 지 2분 31초. 51.2도의 온도에서 연기 감지기가 먼저 울리기 시작합니다.

그 뒤 한참이 지난 4분 11초. 79.2도의 화염 속에서 열 감지기가 경보를 보냅니다.

두 감지기는 그 특성상 감지 시간뿐 아니라 감지 온도에서도 1.5배 이상 차이가 났습니다.

<인터뷰> 신현준(한국건설기술연구원 선임연구원) : "초고층건물 같은 건물에서는 피난의 골든타임을 결정시켜주는 건 경보기가, 감지기가 되겠습니다.따라서 어떠한 가격적인 측면보다는 안전적인 측면에서 본다 그러면 얼마만큼 빨리 작동이 되느냐 그리고 신뢰성이 있느냐라는 것이 선택의 기준이 되어야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전국적으로 시설물에 대한 안전관리를 담당하는 소방공무원은 2천 5백여 명, 한 명당 담당해야 할 건물은 수백여 개에 이릅니다.

시설도 믿을 수 없고 외부의 점검도 신뢰하기 어려운 상황, 누군가에게 나의 안전을 맡기기에는 구조적 문제가 너무나 많은 것이 현재의 소방 실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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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용지물 화재감지기
    • 입력 2014-11-14 19:28:21
    • 수정2014-11-15 00:21:31
    취재파일K
<앵커 멘트>

화재는 한 순간에 모든 것을 앗아갈 수 있죠.

그래서 주택과 건물마다 화재감지기 등을 설치해 놓는 건데요.

하지만 믿었던 이들 장비의 상당수가 아예 작동을 안하거나 오작동이 빈번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김영민 기자가 화재 설비의 실태와 문제점을 파헤쳐봤습니다.

<리포트>

한밤중 누구도 예상치 못한 화마가 모텔 건물을 덮쳤습니다.

황급히 뛰쳐나오는 사람들, 불은 옆 건물로도 번졌습니다.

모텔 7층에 묵고 있던 여성 한 명이 숨졌고, 투숙객 등 30여 명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습니다.

<녹취> 모텔 직원(음성변조) : "마지막에 막 당황해서 문을 다 닫아놓고 우리는 다 그 안에 앉아서 벌벌 떨고 있었어요. '죽는다, 죽는다'하고 소리치고."

사람들을 공포로 몰아넣은 그 시간, 하지만, 화재 경보기나 스프링클러 등은 작동하지 않았다는 게 투숙객들의 말입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 : "피해자들도 (작동이) 안 됐다고 얘기해요. 못 들었다고. (화재 경보를 듣지 못했다고요?)네.

해마다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화재는 4만여 건.

날마다 100건 이상 크고 작은 불이 생명과 재산을 위협합니다.

그렇다면, 화재를 대비해 설치해둔 시설은 제대로 그 기능을 할까?

경기도의 한 고층 상가 건물.

건물 완공 후 그 동안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던 철재 방화벽을 내리자, 틈이 벌어진 채 곧바로 망가져 버립니다.

<녹취> 임영근(수원소방서 소방위) : "필요가 없는 거죠. 개념이 없어지는 거죠. 연기가 다 이리로 새버리니까. 기능을 못하는 거죠."

또 다른 상가 건물. 이곳 화재 경보기의 벨은 아예 먹통이고,

<녹취> 가게 주인 : "술 먹고 잡아 뜯어서 그런거에요. 이상한 거 있으니까 눌러도 보고."

대피로의 완강기는 녹이 슬어 무용지물입니다.

<녹취> 황정애(수원소방서 소방장) : "지금 녹슬어서 띠 자체가 움직여지질 않고, 도르래 자체가 지금 없어졌어요."

건물 천장에 달린 스프링클러, 자동 방수 시설도 제대로 작동하리라 기대하긴 어렵습니다.

한 대형 마트의 스프링클러.

작동 스위치를 눌러보지만, 물은 한 방울도 나오지 않습니다.

겨울철이 다가오면서 일부 건물 관리자들이 동파 우려로 아예 물 배관 밸브를 잠가놓는 일도 허다합니다.

<녹취> 00마트 관계자 : "(왜 안 되는 겁니까?) 전자 부품이다 보니까 오작동도 있을 것이고..."

화재가 나면 작동해주리라고 평소 막연히 믿었던 소방시설들.

하지만, 실제 화재사고가 난 곳만 살펴봐도 약 20%에선 소방시설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화재 발생시 초기 대처를 위해 설치된 화재 감지기.

신속하고 정확한 화재 감지는 5분이라는 화재 골든타임을 확보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화재 감지기는 일반적으로 장소별 적합도를 고려해 연기 감지기와 열 감지기로 설치됩니다.

흔히 복도나 계단에 설치되는 연기 감지기, 하지만, 이 건물 통로에 설치된 감지기에 연기를 뿌려봐도 작동되지 않습니다.

회의실에 설치된 열 감지기에 70도 이상의 열을 내는 측정기를 대봐도 아무런 반응이 없습니다.

<인터뷰> 양병열(오산소방서 소방교) : " 전원이 차단되어있다든지 아니면 선로가 단선이 되어있다든지 그런 여러가지 이유로 실제 작동하지 않는 감지기가 상당수 존재합니다"

전문가들은 가장 기본, 기초 장비인 화재감지기의 상당수가 무용지물일뿐더러 아예 감지 시스템을 정지시키는 경우도 흔하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윤해진(한국휴먼시큐리티연구원 국장) : "건물 10개 중 6개는 관리가 어렵습니다. 가끔가다 울리고 삑삑거리고 관리자 자신이 상당히 귀찮을 수 있고 매번 울렸는데 가보면 불이 나지 않았기 때문에 밤에 꺼놓고.."

<인터뷰> 박재성(숭실대 소방방재학과 교수) : "소방설비는 그 건물에서 화재가 발생하지 않으면 그 건물이 준공이 돼서부터 철거가 될 때까지 한번도 사용하지도 않을 수 있는 것이고, 이게 고장이 나고 저가를 사용한다고 하더라도 실제 불이 발생하지 않으면 (모르는 거죠)"

오작동도 빈번합니다.

실제, 전국 주요 고층 빌딩 5곳의 화재수신기 서버에 저장된 자료를 입수해 분석해봤습니다.

두 건물은 화재 시스템이 하루 10회에서 20회까지 작동하고

이 건물의 경우 지난 5월 27일 하루 동안 134번의 화재 관련 신호가 발생했습니다.

또 다른 두 건물은 각각 58회, 39회나 화재 감지 시설이 작동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계속되는 오작동과 흡연 연기 같은 비화재 경보로 인해 건물 관리자가 이를 하나하나 확인하는 건 거의 불가능한 수준.

이중 어느 건물도 불이 났다는 신고가 접수되지 않았고, 실제 화재가 난 일도 없었습니다.

한 조사에선, 고층 빌딩 등 특정소방대상물에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자동화재속보설비, 즉 자동으로 소방서에 화재 사실을 통보해 주는 기기의 경우 신고된 천 5백여 건의 건수 중 실제 불이 난 건 단 4차례에 불과했습니다. (실크슈퍼에 자료 조사기관 명기)

이 같은 현상은 건설업계와 소방업계의 현실에 그 원인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건물을 지을때 비용을 최대한 줄이려는 건축주들은 저가의 소방시설만을 골라 설치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소방시설의 안전 기준을 책임지는 한국소방산업기술원 역시 최소한의 법정 기능만 충족하면 인증 마크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감지기의 경우에는 내구 연한도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인터뷰> 김현우(경민대 소방안전관리과 교수) : "제조회사가 좋은 것을 개발하려고 노력할 필요가 없어요. 제조회사가 좋은 거를 개발해봐야 조금만 비싸면 안팔리니까. 그리고 제조회사는 어떻게 해서든지 단가만 줄이려고 노력하는 거고.."

관련 법령 대한 지적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습니다.

과거 우리나라가 일본의 소방법을 따라 법을 제정하다 보니 실제 현실과 법이 동떨어진다는 얘기입니다.

<인터뷰> 김현우(교수) : "일본의 생활환경이라는 게 목조 주택이 많고 저층의 목조주택에 좁은 실내를 기준으로 해서 소방법이 제정됐습니다. 우리나라 현실은 시멘트 구조에 다중시설인 경우가 많고 고층화되고 그런 환경에서 일본법을 그대로 가져다가 적용한다는 것은 무리가 있습니다."

서울의 한 다세대주택.

20대 자취생 두 명이 한 방 씩 나눠쓰며 살아가는 주거 공간입니다.

보증금 500만원에 월 50만원의 월세로, 가스 보일러에 주방과 거실, 화장실 등을 다 갖췄습니다.

하지만, 이 집 어디에도 당연히 있을 거라 생각했던 화재 감지기나 소화기는 보이지 않습니다.

<인터뷰> 자취생 : "(집 구할 때) 가격적인 면이나 집에 들어오면 수압같은 것도 확인 많이 하고, 벌레 같은 거 나오는 거 없는지 확인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아무래도 그런 거(화재설비)는 많이 안 따지고 들어오죠. 우리가 뭐 화재가 날거라는 생각은 잘 안 하게 되니까."

2012년 법개정으로 모든 주택이 오는 2017년 2월까지 화재감지기를 의무적으로 달아야 하지만 참여율은 극히 저조합니다.

여기에, 속칭 쪼개기를 통해 불법 증축을 한 건물의 경우 화재에 더욱 취약할 수밖에 없습니다.

당초 4가구로 건축허가를 받은 이 건물은 준공 허가 뒤 속칭 '쪼개기'를 통해 19가구로 불법 증축을 했습니다.

쪼개진 가구에는 화재감지기 등 소방설비가 아예 없고, 복도도 좁아 여러 명이 한꺼번에 대피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녹취> 불법 증축 건물주 : "정상적인 건축을 해서는 수익률도 땅값하고 건축비에 비해서는 영 타산이 안 나오니까..."

그렇다면, 감지기가 비교적 잘 설치돼 있는 보통의 아파트나 건물은 안전하다고만 할 수 있을까?

흔히 가정의 실내에는 70도 이상의 온도에서 경보가 울리는 열 감지기가 일반적으로 설치돼있습니다.

복도, 계단 등에 설치돼 연기로 화재 경보를 울리는 연기 감지기의 가격이 만 5천원 정도인데 반해 열 감지기는 5천원 수준입니다.

현행법상 일반 가구에서는 어느 감지기를 써도 무방합니다.

일반 가정에서 사용하는 열감지기와 연기 감지기입니다.

이 열 감지기가 단가가 더 싸기 때문에 대다수의 가정에서는 이 열감지기를 사용하고 있는데요. 그런데 성능차이는 없을까요?

직접 실험을 통해 알아보겠습니다.

같은 공간에 열 감지기와 연기 감지기를 설치하고, 온도 센서를 단 뒤 목재와 옷가지를 함께 태웠습니다.

온도가 올라가면서 연기가 나기 시작합니다.

<녹취> "삐삐~~불이 났습니다."

불이 난 지 2분 31초. 51.2도의 온도에서 연기 감지기가 먼저 울리기 시작합니다.

그 뒤 한참이 지난 4분 11초. 79.2도의 화염 속에서 열 감지기가 경보를 보냅니다.

두 감지기는 그 특성상 감지 시간뿐 아니라 감지 온도에서도 1.5배 이상 차이가 났습니다.

<인터뷰> 신현준(한국건설기술연구원 선임연구원) : "초고층건물 같은 건물에서는 피난의 골든타임을 결정시켜주는 건 경보기가, 감지기가 되겠습니다.따라서 어떠한 가격적인 측면보다는 안전적인 측면에서 본다 그러면 얼마만큼 빨리 작동이 되느냐 그리고 신뢰성이 있느냐라는 것이 선택의 기준이 되어야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전국적으로 시설물에 대한 안전관리를 담당하는 소방공무원은 2천 5백여 명, 한 명당 담당해야 할 건물은 수백여 개에 이릅니다.

시설도 믿을 수 없고 외부의 점검도 신뢰하기 어려운 상황, 누군가에게 나의 안전을 맡기기에는 구조적 문제가 너무나 많은 것이 현재의 소방 실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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