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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 난 계좌, 사라진 거액
입력 2014.11.21 (23:40) 수정 2014.11.29 (07:12) 취재파일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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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 난 계좌, 사라진 거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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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멘트>

한 은행 계좌에서 통장 주인 몰래 1억 2천만 원이란 거액이 사라지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보이스피싱이나 스미싱도 아니고, 가짜 인터넷 사이트로 유인해 개인정보를 빼가는 파밍도 아닌데, 해당 은행은 원인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갈수록 지능화되는 신종 금융사기에 금융회사와 당국의 보안 대책은 무기력하기만 합니다.

양성모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인터뷰> 이상신 : "통장에 1억2천 얼마가 있어야 되는데 마이너스 500이 돼 있으니까 너무 놀랐어요."

<녹취> "859만 원이 다 빠져나간 상태더라고요"

<인터뷰> 이준영 : "휴대폰이랑 집전화를 다 착신전환시켜놓고 못쓰게 만들어 놓고 그러니까 완전히 손발이 다 묶인거죠."

<인터뷰> 이준길 : "모든 전자금융 사고는 이미 중국에 있는 사기범들이 우리나라 국민들 정보를 다 가지고 있기 때문에 발생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50살 이상신 씨.

지난 7월 돈을 찾으러 농협에 간 이씨는 통장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합니다.

<인터뷰> 이상신(전자금융사기 피해자) : "통장에 1억 2천 얼마가 있어야 되는데 잔고가 하나도 없고 마이너스 498만 원이 돼 있는 거예요. 이게 마이너스 500만 원 통장이거든요."

통장에 들어있던 1억 2천만 원, 이 씨의 전 재산이 감쪽같이 사라진 겁니다.

<인터뷰> 이상신 : "그 돈은 저희가 결혼해서 하나도 없이 시작해가지고 15년 만에 대출 껴서 조그만 단독 주택을 구입한 돈이었어요. 사실 그게 나감으로 해서 집도 하나도 없고 다 날아간 거예요. 뭐든지 다...."

돈이 빠져나갈 당시 이 씨의 텔레 뱅킹 거래 내역입니다.

지난 6월 26일 밤 10시 51분부터, 사흘 동안 41차례에 걸쳐 299만 원, 298만 원씩 돈이 빠져나갔습니다.

최대 인출 한도 300만 원에 맞춘 겁니다.

이 씨의 돈은 11개 은행의 15개 계좌를 거쳐 즉시 인출됐지만 이 씨는 이 사실을 닷새가 지나서야 알았습니다.

<인터뷰> 이상신 : "298만 원씩 계속 이뤄진 거잖아요. 299만 원씩 41건 동안 그러면 다른 은행 같은 데는 (이상한 거래니까) 문자도 온대요. (저한테는) 한 건도 없었어요."

이 씨가 보이스피싱을 당한 건 아닙니다.

전화 텔레 뱅킹만 이용해왔기 때문에 인터넷 파밍도 아니었습니다.

은행 보안카드가 유출된 정황도 없었습니다.

<인터뷰> 이상신 : "제가 보이스피싱 당한 것도 아니고 파밍이나, 접속한 흔적을 아무 것도 못 찾았어요. "

텔레 뱅킹으로 정상 거래가 이뤄진 것으로 나오지만, 이 씨의 휴대전화 사용 기록엔 이 시간대 통화가 전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인터뷰> 이준길(변호사) : "유일하게 남아있는 것은 뭐냐, 범인들이 신분증을 위조해서 그 은행에 찾아가서 보안카드를 분실했다고 신고해서 새로 발급받아서 훔쳐가는 방법이 있는 것이 하나 남아있어요."

혹시, 누군가 은행에서 이 씨의 정보를 빼간 건 아닐까?

접속 기록이 담긴 은행 내부 문서입니다.

돈이 빠져나가기 하루 전, 의문의 IP가 이 씨의 계좌에 접속한 흔적이 남아있습니다.

조사 결과 중국 IP로 확인됐습니다.

하지만 이 IP가 접속해서 어떤 정보를 가져갔는지, 은행조차 알지 못했습니다.

<인터뷰> 김덕수(광양경찰서 경제팀장) : "이 IP가 접속한 금융기관의 사이트를 관리하는 곳에 어떠한 자료가 유출됐는지 이런 부분을 알고 싶었지만 해당사에서도 어떤 자료가 유출됐는지 알지 못한다, 이런 답이 돌아왔기 때문에 더이상 추적하기 어려웠다는 겁니다."

결국, 두 달 동안 진행된 경찰 수사에서도 아무런 단서를 찾지 못했습니다.

누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모른채 이 씨 통장의 돈만 사라진 상황.

그런데, 피해는 고스란히 이 씨 혼자 짊어지고 있습니다.

<녹취> 농협 관계자(음성변조) : "보험 약관상 이것은 저희가 배상하지 못할 거라 생각해서 보험금 지급이 어렵다, 이렇게 대답을 해준 상황입니다."

원인을 모르겠으니 한푼도 보상할 수 없다는 겁니다.

<인터뷰> 이상신 : "저희가 중대한 과실이 있고 그게 있다 그러면 저희도 인정하고 받아들여요. 내 과실이니까 받아들일 수 는 있는데... 과실은 하나도 없는데 하나도 못 준다니까 너무 억울하고..."

한 IT업체에 근무하는 이준영 씨.

이 씨 역시 보이스피싱이나 파밍에 당하지 않았는데도 지난달 15일, 갑자기 통장의 돈이 빠져나갔습니다.

<인터뷰> 이준영(전자금융사기 피해자) : "마이너스통장이었는데 거기에서도 다 빠져나갔고, 또 나머지는 돈이 있는 것도 있었는데 두개 합쳐서 859만 원이 다 빠져나갔더라고요."

사기범들은 주도면밀했습니다.

심야 시간대, 이 씨의 아이핀으로 통신사 홈페이지에 접속한 뒤, 신용카드 인증을 통해 이씨의 스마트폰을 자신들이 가진 전화로 착신전환했습니다.

그리곤 이 씨 명의의 공인인증서를 새로 발급받았습니다.

공인인증서와 휴대전화를 손에 넣은 사기범들에게 이 씨의 통장은 자신들의 것이나 다름 없었습니다.

<인터뷰> 이준영 : "제 휴대폰이랑 집전화를 다 착신전환 시켜놓고 못 쓰게 만들어 놓고, 그러니까 완전히 손발이 묶여서 제가 어떤 상황도 할 수 없게 만들어 놓고 돈은 다 빼갔던 거죠."

이씨의 돈이 흘러든 곳은 한 20대 여성의 통장이었습니다.

<녹취> 이○○ (음성변조) : "대출 받으려고 통장 가져오라고 해서 줬는 데 이런 일이 벌어졌는 지 나는 전혀 몰랐어요"

사기범들이 어떻게 이 씨의 신용카드 정보를 빼내 착신전환을 할 수 있었는지, 또 이 씨의 아이핀과 공인인증서를 어떻게 손에 넣게 됐는지, 여전히 알 수 없는 상황.

단지 이 씨가 사진으로 찍어 휴대전화에 보관했던 보안카드가 해킹으로 유출되지 않았겠냐는 추측만 가능할 뿐입니다.

<인터뷰> 이준길(변호사) : "보안카드 하나만이 범죄조직이 가지고 있지 않아요. 나머지 정보는 다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연찮게 보안카드가 PC나 핸드폰에 저장이 돼있어요. 그러면 그 보안카드를 해킹해서 나머지 인터넷뱅킹에 필요한 정보를 이미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대로 (돈을) 빼갑니다."

은행 측은 이씨도 보안카드를 관리하지 못한 책임이 있다면서 피해액 가운데 일부분만 보상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인터뷰>이준영 : "통신사 측에서 보안을 강화해서 해킹을 들어올 수 없게 만들든지, 개인이 손에 들고 다니는 건데 이게 남이 들어와서 털렸는데...개인 잘못으로만 돌린다면 휴대폰 쓸 이유가 뭐가 있겠습니까? 카메라 왜 달아놨어요?"

전자금융사기는 이제 그 수법조차 파악하기 힘들 정도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습니다.

이 두 피해 사례도 전례를 찾기 힘든 경우인데요, 하지만 모든 전자금융사기에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게 있습니다.

바로 이 타인 명의의 통장, 이른바 대포통장입니다.

<인터뷰> 이기동(금융범죄예방연구센터) : "범죄자들한테 최고 중요한 준비물이 대포통장이예요. 대포통장이 없다면 절대 국세청이다, 검찰청이다, 자녀가 납치됐다, 스미싱, 파밍, 이런 전화 안 옵니다. 왜? 인출할 준비가 안 돼있기 때문에."

이런 대포통장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최근 무작위로 뿌려지는 스팸 문자입니다.

통장을 만들어 보내면 돈을 주겠다고 합니다.

취재진이 직접 전화를 걸어봤습니다.

<녹취> 통장 모집책 : "(통장) 한 장에 230만 원이고요. 두 장 해주시면 500만 원 지급해드립니다. 오늘 보내주시면 내일 다섯시에서 일곱시 사이라고 생각해보시면 돼요."

통장을 준비했다고 하자,

<녹취> 통장 모집책(음성변조) : "기사분 보내드릴 거예요. 그 기사분께 보내주시면 되고..."

퀵 서비스 기사가 도착합니다.

<녹취> 퀵 서비스 기사(음성변조) : "(이거 물건 어디로 가져가는 겁니까?) 역삼동 가요"

통장을 건넨 뒤, 이 오토바이를 따라가봤습니다.

역삼동으로 간다던 기사는 한 시간 뒤 인천의 한 건물 앞에 멈췄습니다.

그곳에서 한 남성을 만나 통장을 건넨 뒤, 둘은 서둘러 자리를 뜹니다.

취재진은 다시 통장모집책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녹취> 통장 모집책(음성변조) : "내일 아침에 출근을 하면 그분들이 저한테 전달을 하는 겁니다. 보내주신 통장에 이상이 있는지 없는지 간단하게 테스트를 할 거고..."

점조직처럼 몇 단계를 거쳐 전달되는 겁니다.

통장을 어디에 쓸 건지 물었습니다.

<녹취> 통장 모집책(음성변조) : "저희는 온라인 카지노 업체를 운영하는 데입니다. 회원들이 배팅하기 위해서는 입금을 해야될 거 아니예요? 입금 통장 대용으로 사용하려고 통장을 임대받는 겁니다."

하지만 이렇게 모은 통장은 대부분 보이스피싱 등 전자금융사기에 이용됩니다.

회사원 심모 씨도 이런 광고를 보고 통장을 만들어줬다가 경찰 조사를 받았습니다.

<인터뷰> 심○○(통장 사기 피해자) : "(경찰에서) 제 명의로 된 통장이 보이스 피싱에 쓰여진 계좌라고 이렇게 얘기를 하시더라고요. 돈 십 원도 못 받았죠. 피해도 제가 입고..."

금융당국은 범죄에 이용되는 대포통장이 해마다 5만 개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적발된 대포통장만 2만 개가 넘었고, 올해도 상반기에만 만 천여 개가 적발됐습니다.

전문가들은 전자금융사기를 막으려면 대포통장부터 없애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인터뷰> 이기동(금융범죄예방연구센터 소장) : "통장 개설해주는 것도 은행에서 해야될 일이지만 이 통장의 용도가 뭔지 물어봐야 됩니다. 혹시 신용불량자도 대출해준다는 광고 보고 통장 만들러 온 건 아닌가. 이 통장이 정상적으로 쓰이지 않고 범죄에 악용됐을 때는 엄청난 형사 민사상 처벌을 당한다는 걸 각서에 고지를 해줘야 되는 거예요."

또 당장 피해자를 위한 보상 제도도 개선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이준길(변호사) : "외국에서는 어떻게 했느냐, 일단 사고가 나면 무조건 열흘 안에 돈을 내주게 돼있습니다. 다시 그 계좌에다가 집어 넣게 돼 있습니다. (그리고) 45일간 조사를 합니다. 조사를 해서 정말 도둑을 잡든지, 아니면 그 피해자가 범죄를 저질렀든지 했을 경우에 다시 그 돈을 회수하는 거죠."

이젠 누구도 안심할 수 없는 전자금융사기.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과 해킹에다 이제는 신종 사기까지.

금융권이 자체 보안은 강화하지 않고 고객들에게만 책임을 미루는 사이, 지난 5년 동안 피해액은 집계된 것만 해도 4천억 원을 훌쩍 넘었습니다.
  • 구멍 난 계좌, 사라진 거액
    • 입력 2014.11.21 (23:40)
    • 수정 2014.11.29 (07:12)
    취재파일K
구멍 난 계좌, 사라진 거액
<앵커멘트>

한 은행 계좌에서 통장 주인 몰래 1억 2천만 원이란 거액이 사라지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보이스피싱이나 스미싱도 아니고, 가짜 인터넷 사이트로 유인해 개인정보를 빼가는 파밍도 아닌데, 해당 은행은 원인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갈수록 지능화되는 신종 금융사기에 금융회사와 당국의 보안 대책은 무기력하기만 합니다.

양성모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인터뷰> 이상신 : "통장에 1억2천 얼마가 있어야 되는데 마이너스 500이 돼 있으니까 너무 놀랐어요."

<녹취> "859만 원이 다 빠져나간 상태더라고요"

<인터뷰> 이준영 : "휴대폰이랑 집전화를 다 착신전환시켜놓고 못쓰게 만들어 놓고 그러니까 완전히 손발이 다 묶인거죠."

<인터뷰> 이준길 : "모든 전자금융 사고는 이미 중국에 있는 사기범들이 우리나라 국민들 정보를 다 가지고 있기 때문에 발생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50살 이상신 씨.

지난 7월 돈을 찾으러 농협에 간 이씨는 통장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합니다.

<인터뷰> 이상신(전자금융사기 피해자) : "통장에 1억 2천 얼마가 있어야 되는데 잔고가 하나도 없고 마이너스 498만 원이 돼 있는 거예요. 이게 마이너스 500만 원 통장이거든요."

통장에 들어있던 1억 2천만 원, 이 씨의 전 재산이 감쪽같이 사라진 겁니다.

<인터뷰> 이상신 : "그 돈은 저희가 결혼해서 하나도 없이 시작해가지고 15년 만에 대출 껴서 조그만 단독 주택을 구입한 돈이었어요. 사실 그게 나감으로 해서 집도 하나도 없고 다 날아간 거예요. 뭐든지 다...."

돈이 빠져나갈 당시 이 씨의 텔레 뱅킹 거래 내역입니다.

지난 6월 26일 밤 10시 51분부터, 사흘 동안 41차례에 걸쳐 299만 원, 298만 원씩 돈이 빠져나갔습니다.

최대 인출 한도 300만 원에 맞춘 겁니다.

이 씨의 돈은 11개 은행의 15개 계좌를 거쳐 즉시 인출됐지만 이 씨는 이 사실을 닷새가 지나서야 알았습니다.

<인터뷰> 이상신 : "298만 원씩 계속 이뤄진 거잖아요. 299만 원씩 41건 동안 그러면 다른 은행 같은 데는 (이상한 거래니까) 문자도 온대요. (저한테는) 한 건도 없었어요."

이 씨가 보이스피싱을 당한 건 아닙니다.

전화 텔레 뱅킹만 이용해왔기 때문에 인터넷 파밍도 아니었습니다.

은행 보안카드가 유출된 정황도 없었습니다.

<인터뷰> 이상신 : "제가 보이스피싱 당한 것도 아니고 파밍이나, 접속한 흔적을 아무 것도 못 찾았어요. "

텔레 뱅킹으로 정상 거래가 이뤄진 것으로 나오지만, 이 씨의 휴대전화 사용 기록엔 이 시간대 통화가 전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인터뷰> 이준길(변호사) : "유일하게 남아있는 것은 뭐냐, 범인들이 신분증을 위조해서 그 은행에 찾아가서 보안카드를 분실했다고 신고해서 새로 발급받아서 훔쳐가는 방법이 있는 것이 하나 남아있어요."

혹시, 누군가 은행에서 이 씨의 정보를 빼간 건 아닐까?

접속 기록이 담긴 은행 내부 문서입니다.

돈이 빠져나가기 하루 전, 의문의 IP가 이 씨의 계좌에 접속한 흔적이 남아있습니다.

조사 결과 중국 IP로 확인됐습니다.

하지만 이 IP가 접속해서 어떤 정보를 가져갔는지, 은행조차 알지 못했습니다.

<인터뷰> 김덕수(광양경찰서 경제팀장) : "이 IP가 접속한 금융기관의 사이트를 관리하는 곳에 어떠한 자료가 유출됐는지 이런 부분을 알고 싶었지만 해당사에서도 어떤 자료가 유출됐는지 알지 못한다, 이런 답이 돌아왔기 때문에 더이상 추적하기 어려웠다는 겁니다."

결국, 두 달 동안 진행된 경찰 수사에서도 아무런 단서를 찾지 못했습니다.

누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모른채 이 씨 통장의 돈만 사라진 상황.

그런데, 피해는 고스란히 이 씨 혼자 짊어지고 있습니다.

<녹취> 농협 관계자(음성변조) : "보험 약관상 이것은 저희가 배상하지 못할 거라 생각해서 보험금 지급이 어렵다, 이렇게 대답을 해준 상황입니다."

원인을 모르겠으니 한푼도 보상할 수 없다는 겁니다.

<인터뷰> 이상신 : "저희가 중대한 과실이 있고 그게 있다 그러면 저희도 인정하고 받아들여요. 내 과실이니까 받아들일 수 는 있는데... 과실은 하나도 없는데 하나도 못 준다니까 너무 억울하고..."

한 IT업체에 근무하는 이준영 씨.

이 씨 역시 보이스피싱이나 파밍에 당하지 않았는데도 지난달 15일, 갑자기 통장의 돈이 빠져나갔습니다.

<인터뷰> 이준영(전자금융사기 피해자) : "마이너스통장이었는데 거기에서도 다 빠져나갔고, 또 나머지는 돈이 있는 것도 있었는데 두개 합쳐서 859만 원이 다 빠져나갔더라고요."

사기범들은 주도면밀했습니다.

심야 시간대, 이 씨의 아이핀으로 통신사 홈페이지에 접속한 뒤, 신용카드 인증을 통해 이씨의 스마트폰을 자신들이 가진 전화로 착신전환했습니다.

그리곤 이 씨 명의의 공인인증서를 새로 발급받았습니다.

공인인증서와 휴대전화를 손에 넣은 사기범들에게 이 씨의 통장은 자신들의 것이나 다름 없었습니다.

<인터뷰> 이준영 : "제 휴대폰이랑 집전화를 다 착신전환 시켜놓고 못 쓰게 만들어 놓고, 그러니까 완전히 손발이 묶여서 제가 어떤 상황도 할 수 없게 만들어 놓고 돈은 다 빼갔던 거죠."

이씨의 돈이 흘러든 곳은 한 20대 여성의 통장이었습니다.

<녹취> 이○○ (음성변조) : "대출 받으려고 통장 가져오라고 해서 줬는 데 이런 일이 벌어졌는 지 나는 전혀 몰랐어요"

사기범들이 어떻게 이 씨의 신용카드 정보를 빼내 착신전환을 할 수 있었는지, 또 이 씨의 아이핀과 공인인증서를 어떻게 손에 넣게 됐는지, 여전히 알 수 없는 상황.

단지 이 씨가 사진으로 찍어 휴대전화에 보관했던 보안카드가 해킹으로 유출되지 않았겠냐는 추측만 가능할 뿐입니다.

<인터뷰> 이준길(변호사) : "보안카드 하나만이 범죄조직이 가지고 있지 않아요. 나머지 정보는 다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연찮게 보안카드가 PC나 핸드폰에 저장이 돼있어요. 그러면 그 보안카드를 해킹해서 나머지 인터넷뱅킹에 필요한 정보를 이미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대로 (돈을) 빼갑니다."

은행 측은 이씨도 보안카드를 관리하지 못한 책임이 있다면서 피해액 가운데 일부분만 보상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인터뷰>이준영 : "통신사 측에서 보안을 강화해서 해킹을 들어올 수 없게 만들든지, 개인이 손에 들고 다니는 건데 이게 남이 들어와서 털렸는데...개인 잘못으로만 돌린다면 휴대폰 쓸 이유가 뭐가 있겠습니까? 카메라 왜 달아놨어요?"

전자금융사기는 이제 그 수법조차 파악하기 힘들 정도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습니다.

이 두 피해 사례도 전례를 찾기 힘든 경우인데요, 하지만 모든 전자금융사기에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게 있습니다.

바로 이 타인 명의의 통장, 이른바 대포통장입니다.

<인터뷰> 이기동(금융범죄예방연구센터) : "범죄자들한테 최고 중요한 준비물이 대포통장이예요. 대포통장이 없다면 절대 국세청이다, 검찰청이다, 자녀가 납치됐다, 스미싱, 파밍, 이런 전화 안 옵니다. 왜? 인출할 준비가 안 돼있기 때문에."

이런 대포통장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최근 무작위로 뿌려지는 스팸 문자입니다.

통장을 만들어 보내면 돈을 주겠다고 합니다.

취재진이 직접 전화를 걸어봤습니다.

<녹취> 통장 모집책 : "(통장) 한 장에 230만 원이고요. 두 장 해주시면 500만 원 지급해드립니다. 오늘 보내주시면 내일 다섯시에서 일곱시 사이라고 생각해보시면 돼요."

통장을 준비했다고 하자,

<녹취> 통장 모집책(음성변조) : "기사분 보내드릴 거예요. 그 기사분께 보내주시면 되고..."

퀵 서비스 기사가 도착합니다.

<녹취> 퀵 서비스 기사(음성변조) : "(이거 물건 어디로 가져가는 겁니까?) 역삼동 가요"

통장을 건넨 뒤, 이 오토바이를 따라가봤습니다.

역삼동으로 간다던 기사는 한 시간 뒤 인천의 한 건물 앞에 멈췄습니다.

그곳에서 한 남성을 만나 통장을 건넨 뒤, 둘은 서둘러 자리를 뜹니다.

취재진은 다시 통장모집책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녹취> 통장 모집책(음성변조) : "내일 아침에 출근을 하면 그분들이 저한테 전달을 하는 겁니다. 보내주신 통장에 이상이 있는지 없는지 간단하게 테스트를 할 거고..."

점조직처럼 몇 단계를 거쳐 전달되는 겁니다.

통장을 어디에 쓸 건지 물었습니다.

<녹취> 통장 모집책(음성변조) : "저희는 온라인 카지노 업체를 운영하는 데입니다. 회원들이 배팅하기 위해서는 입금을 해야될 거 아니예요? 입금 통장 대용으로 사용하려고 통장을 임대받는 겁니다."

하지만 이렇게 모은 통장은 대부분 보이스피싱 등 전자금융사기에 이용됩니다.

회사원 심모 씨도 이런 광고를 보고 통장을 만들어줬다가 경찰 조사를 받았습니다.

<인터뷰> 심○○(통장 사기 피해자) : "(경찰에서) 제 명의로 된 통장이 보이스 피싱에 쓰여진 계좌라고 이렇게 얘기를 하시더라고요. 돈 십 원도 못 받았죠. 피해도 제가 입고..."

금융당국은 범죄에 이용되는 대포통장이 해마다 5만 개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적발된 대포통장만 2만 개가 넘었고, 올해도 상반기에만 만 천여 개가 적발됐습니다.

전문가들은 전자금융사기를 막으려면 대포통장부터 없애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인터뷰> 이기동(금융범죄예방연구센터 소장) : "통장 개설해주는 것도 은행에서 해야될 일이지만 이 통장의 용도가 뭔지 물어봐야 됩니다. 혹시 신용불량자도 대출해준다는 광고 보고 통장 만들러 온 건 아닌가. 이 통장이 정상적으로 쓰이지 않고 범죄에 악용됐을 때는 엄청난 형사 민사상 처벌을 당한다는 걸 각서에 고지를 해줘야 되는 거예요."

또 당장 피해자를 위한 보상 제도도 개선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이준길(변호사) : "외국에서는 어떻게 했느냐, 일단 사고가 나면 무조건 열흘 안에 돈을 내주게 돼있습니다. 다시 그 계좌에다가 집어 넣게 돼 있습니다. (그리고) 45일간 조사를 합니다. 조사를 해서 정말 도둑을 잡든지, 아니면 그 피해자가 범죄를 저질렀든지 했을 경우에 다시 그 돈을 회수하는 거죠."

이젠 누구도 안심할 수 없는 전자금융사기.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과 해킹에다 이제는 신종 사기까지.

금융권이 자체 보안은 강화하지 않고 고객들에게만 책임을 미루는 사이, 지난 5년 동안 피해액은 집계된 것만 해도 4천억 원을 훌쩍 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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