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가계빚, 대체 몇번째 ‘1,000조 원 돌파’?

입력 2014.11.28 (09:14) 수정 2014.11.28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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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 대출 천조 원 돌파'

지난 화요일인 25일 9시 뉴스 첫 번째 순서에 나간 뉴스 제목입니다. 경제 뉴스에 관심을 가진 분들이라면, 뉴스 내용과 별개로 아마 이런 의문을 가지셨을 겁니다. 대체 몇 번째 천조 원 돌파지? 분명히 지난 번에도 이런 비슷한 뉴스를 본 것 같은데.

맞습니다. 가계 빚, 혹은 가계 부채가 천조 원을 돌파했다는 뉴스는 이번이 세 번째입니다. 이유는 가계 부채, 혹은 가계 빚과 관련된 통계가 여러 가지 있고, 그 통계에 따라 가계 빚의 범위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 1,000조 원 돌파…알고보니 2011년부터

첫 번째 가계 부채 천 조 돌파 기사는 2011년 6월15에 나갔습니다. 한국은행이 2011년 1/4분기 중 자금순환동향이라는 자료를 발표했을 때였죠. 이 자료 가운데 개인 부채라는 항목이 있는데, 당시 개인 부채가 1006조로 사상 처음 천 조를 돌파했습니다. 가계 빚 문제가 크게 부각되던 시절이기도 했고, 많은 언론에서 주목했습니다.



두 번째 천 조 돌파 기사, 올해 초 나왔습니다. 2월 25일, 역시 한국은행 자료가 근거가 됐습니다. 2013년 4분기 가계 신용 내용을 보면, 가계 부채와 판매 신용을 합한 가계 신용이 천 21조 원을 기록했습니다. 첫번째 천조 돌파 때와는 의미가 좀 다릅니다. 2011년 1분기의 '천조'에는 가계 뿐 아니라 자영업자 같은 소규모 개인 기업과 소비자 단체, 자선·구호 단체, 종교 단체, 노동조합 같은 민간비영리 단체가 포함됩니다. 순수 가계의 빚진 돈이 천 조를 넘었다, '공식적으로' 넘었다. 이렇게 주목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세 번째, 지난 화요일이었습니다. 역시 가계 신용 자료죠. 올해 3분기 기록을 보면 가계 신용 가운데 판매 신용을 제외한 가계 부채도 천조 원을 넘어섰습니다. 판매 신용이란 카드사나 캐피털 사에서 외상으로 빌린 돈, 그러니까 갚아야 할 카드 대금 같은 걸 말합니다. 빚이긴 하지만 대출이라고 볼 수 있을 지는 헷갈리는 판매 신용을 제외하고 순수하게 금융기관에서 받은 대출만 따져도 천 조를 넘었다는 게 이번 세번째 천 조 돌파 기사의 의미죠. 하지만 천 조 돌파 기사가 너무 여러 번 나와서 일까요? 이번 가계 부채 기사는 첫 번째나 두 번째보다 큰 주목을 받지 못했습니다.

뭐가 이리 복잡하냐, 생각하실 겁니다. 한 얘기를 또 하는 게 경제적인가 의문도 들 수 있죠. '사상 최초'라는 표현이나 남에게 인상을 남길 수 있는 기준을 중시하는 언론사 특유의 문화가 기사 반복을 부추기는 면도 있습니다. 다만 이번 세 번째 부채 기사 역시 의미 있게, 주의 깊게 봐야 한다는 말씀은 드리고 싶습니다.

◆ 경기 활성화라구요? 너무 빠른 증가 속도

이번 천 조 돌파는 정부에서 부동산 대출 규제를 완화하고 한국은행이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면서 나온 결과물입니다. 인터뷰했던 경제연구원의 연구위원께서 '정부의 정책 의지가 반영된 결과'라고 평할 정도죠. 경기 활성화를 해야 하니까, 빚을 내서 소비도 좀 하고 집도 사라고 대출을 늘릴 수 밖에 없는 환경을 만든 겁니다. 그래서인지 6.29 대책이라 불렸던 가계부채 종합 대책을 내놨던 2011년과 달리 지금은 정부의 시선도 느긋해 보입니다.

문제는, 빚이 너무 빨리 늘어난다는 겁니다. 지난 3분기 석달 동안 늘어난 대출액이 지난해 전체 동안 늘어난 액수와 맞먹습니다. 보통 우리 경제 규모 성장의 '부작용' 쯤으로 취급되던 가계 부채를, 이번엔 정부에서 불 지폈는데 그 불길이 생각보다 거셉니다. 저금리라 이자 비용이 싸니까 괜찮다, 늘어난 대출이 대부분 은행권 대출이라 괜찮다 이렇게 얘기할 수 있을지, 천 조 얘기가 좀 지겹더라도 한 번쯤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바로가기 [뉴스9] 가계대출 사상 첫 1,000조 돌파…주택담보대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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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가계빚, 대체 몇번째 ‘1,000조 원 돌파’?
    • 입력 2014-11-28 09:14:00
    • 수정2014-11-28 09:38:44
    취재후·사건후
'가계 대출 천조 원 돌파'

지난 화요일인 25일 9시 뉴스 첫 번째 순서에 나간 뉴스 제목입니다. 경제 뉴스에 관심을 가진 분들이라면, 뉴스 내용과 별개로 아마 이런 의문을 가지셨을 겁니다. 대체 몇 번째 천조 원 돌파지? 분명히 지난 번에도 이런 비슷한 뉴스를 본 것 같은데.

맞습니다. 가계 빚, 혹은 가계 부채가 천조 원을 돌파했다는 뉴스는 이번이 세 번째입니다. 이유는 가계 부채, 혹은 가계 빚과 관련된 통계가 여러 가지 있고, 그 통계에 따라 가계 빚의 범위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 1,000조 원 돌파…알고보니 2011년부터

첫 번째 가계 부채 천 조 돌파 기사는 2011년 6월15에 나갔습니다. 한국은행이 2011년 1/4분기 중 자금순환동향이라는 자료를 발표했을 때였죠. 이 자료 가운데 개인 부채라는 항목이 있는데, 당시 개인 부채가 1006조로 사상 처음 천 조를 돌파했습니다. 가계 빚 문제가 크게 부각되던 시절이기도 했고, 많은 언론에서 주목했습니다.



두 번째 천 조 돌파 기사, 올해 초 나왔습니다. 2월 25일, 역시 한국은행 자료가 근거가 됐습니다. 2013년 4분기 가계 신용 내용을 보면, 가계 부채와 판매 신용을 합한 가계 신용이 천 21조 원을 기록했습니다. 첫번째 천조 돌파 때와는 의미가 좀 다릅니다. 2011년 1분기의 '천조'에는 가계 뿐 아니라 자영업자 같은 소규모 개인 기업과 소비자 단체, 자선·구호 단체, 종교 단체, 노동조합 같은 민간비영리 단체가 포함됩니다. 순수 가계의 빚진 돈이 천 조를 넘었다, '공식적으로' 넘었다. 이렇게 주목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세 번째, 지난 화요일이었습니다. 역시 가계 신용 자료죠. 올해 3분기 기록을 보면 가계 신용 가운데 판매 신용을 제외한 가계 부채도 천조 원을 넘어섰습니다. 판매 신용이란 카드사나 캐피털 사에서 외상으로 빌린 돈, 그러니까 갚아야 할 카드 대금 같은 걸 말합니다. 빚이긴 하지만 대출이라고 볼 수 있을 지는 헷갈리는 판매 신용을 제외하고 순수하게 금융기관에서 받은 대출만 따져도 천 조를 넘었다는 게 이번 세번째 천 조 돌파 기사의 의미죠. 하지만 천 조 돌파 기사가 너무 여러 번 나와서 일까요? 이번 가계 부채 기사는 첫 번째나 두 번째보다 큰 주목을 받지 못했습니다.

뭐가 이리 복잡하냐, 생각하실 겁니다. 한 얘기를 또 하는 게 경제적인가 의문도 들 수 있죠. '사상 최초'라는 표현이나 남에게 인상을 남길 수 있는 기준을 중시하는 언론사 특유의 문화가 기사 반복을 부추기는 면도 있습니다. 다만 이번 세 번째 부채 기사 역시 의미 있게, 주의 깊게 봐야 한다는 말씀은 드리고 싶습니다.

◆ 경기 활성화라구요? 너무 빠른 증가 속도

이번 천 조 돌파는 정부에서 부동산 대출 규제를 완화하고 한국은행이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면서 나온 결과물입니다. 인터뷰했던 경제연구원의 연구위원께서 '정부의 정책 의지가 반영된 결과'라고 평할 정도죠. 경기 활성화를 해야 하니까, 빚을 내서 소비도 좀 하고 집도 사라고 대출을 늘릴 수 밖에 없는 환경을 만든 겁니다. 그래서인지 6.29 대책이라 불렸던 가계부채 종합 대책을 내놨던 2011년과 달리 지금은 정부의 시선도 느긋해 보입니다.

문제는, 빚이 너무 빨리 늘어난다는 겁니다. 지난 3분기 석달 동안 늘어난 대출액이 지난해 전체 동안 늘어난 액수와 맞먹습니다. 보통 우리 경제 규모 성장의 '부작용' 쯤으로 취급되던 가계 부채를, 이번엔 정부에서 불 지폈는데 그 불길이 생각보다 거셉니다. 저금리라 이자 비용이 싸니까 괜찮다, 늘어난 대출이 대부분 은행권 대출이라 괜찮다 이렇게 얘기할 수 있을지, 천 조 얘기가 좀 지겹더라도 한 번쯤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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