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울산 고양이 수백 마리 ‘실종’…왜?

입력 2014.12.09 (08:13) 수정 2014.12.09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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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울산시내에서 언제부턴가 고양이들이 사라지기 시작합니다.

길고양이, 애완용 고양이 가릴 것 없이 지난 한 달여 사이 사라진 고양이가 무려 3백마리에 이른다고 하는데요,

고양이들은 대체 어디로 간걸까요?

오늘 뉴스따라잡기는 울산에서 벌이지고 있는 고양이 실종 사건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주말, 울산 시내의 한 거리.

영하의 날씨 속에 동물보호단체 회원들이 행인들에게 안내 전단을 나눠주고 있습니다.

불법으로 고양이를 잡아가는 사람을 찾고 있다는 내용.

<인터뷰> 강원 대표(울산캣맘연대) : “불법 포획자를 신고하셔서 결정적인 제보로 범인을 잡게 되면 제보자께 현상금 백만 원을 드리기로 했어요.”

현상금까지 걸리게 된 고양이 실종 사건의 시작은 한 달여 전으로 거슬러 갑니다.

울산에서 길고양이들의 밥을 챙겨오고 있다는 신모 씨.

이 근방에서, 신 씨가 이름을 지어주고 돌보던 고양이만 열 마리가 넘었다고 하는데요,

그런데, 10월 말부터 좀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고 합니다.

<인터뷰> 신00(울산캣맘연대) : “여기 이렇게 밥을 주면요 싹 없어져요. 정말 한두 알 두고 남을 정도로만. 그런데 지금 이렇게 밥이 그대로 남아있다는 건 그만큼 (고양이가) 사라졌다는 거예요.”

신 씨가 올 시간이 되면 기다렸다는 듯이 나타나던 고양이들이 어느 순간인가 부터 한 마리도 보이지 않는 겁니다.

<인터뷰> 신00(울산캣맘연대) : “(길고양이) 개체 수를 줄이기 위한 TNR (중성화 수술)을 해서 내보내는 거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그 수술을 했다면 보통 3~5일 정도 있다가 돌아와야 되는데 안 돌아오는 거예요”

처음 겪어보는 이상한 현상.

그런데 이런 일은 신 씨만 겪고 있는 게 아니었습니다.

<인터뷰> 강원 대표(울산캣맘연대) : “저는 4년 동안 길고양이 밥을 챙겨주고 있는데요. 제가 돌보고 있는 3분의 1 이상의 고양이들이 더 이상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고양이 보호 활동가들은 즉시, 서로의 정보를 교환했습니다.

그랬더니, 비슷한 시기 울산 지역에서 사라진 고양이만 어림잡아 300마리가 넘는다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대체 이렇게 많은 고양이가 어디로 사라지고 있는 걸까?

고양이 보호단체는 즉시 목격자들을 수소문했습니다.

그리고 얼마뒤 기다리던 목격자가 나타났습니다.

<녹취> 고양이. 포획 목격자 A(음성변조) : “까만 고양이 큰 거 한 마리가 포획망에 들어가서 (먹이를) 먹으려고 얼쩡거리는 걸 내가 보고 있으니까 고양이가 못 들어간다고 빨리 가라고 하더라고요.”

주택가와 공원 곳곳에서 고양이 포획 틀을 설치하고 있다는 한 남성.

목격자가 신분을 묻자, 자신은 길고양이 개체수 조절을 위해 구청에서 나왔다는 설명을 덧붙였다고 하는데요,

<녹취> 고양이 포획 목격자 B (음성변조) : “구청에서 시켜서 하는 일이다. 수당 받고 하는 일이니까 저리 가라.”

하지만 현장에서 발견된 포획틀은 행정기관의 표식이 없는 불법 포획틀.

이런 포획틀은 공원과 야산, 주택가 할 것 없이 마구잡이로 발견됐습니다.

실제 누군가가 고양이를 대량으로 잡아가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그리고, 또 다른 목격자의 입에서 나온 좀 더 구체적인 제보.

<녹취> 고양이 포획 목격자 C : “10월 30일, 31일 이틀 동안 내가 봤거든요.잡는 것을. 통이 굉장히 크더라고요. 트럭 뒤편 반절이 그거더라고. 냉장고만한 박스를 하나 싣고 그 안에 포획 틀 있잖아요. 그래서 어떻게 하느냐 하니까 시골 농장에 데리고 가서 잘 키우고 있으니 까 걱정하지 말라고 하더라고요.”

고양이를 잃어버린 주인 20여 명과 동물보호단체는 지난달 경찰에 공식 수사를 요청하는 탄원서를 제출했습니다.

경찰은 곧바로 수사에 착수해 용의자를 쫒고 있습니다.

<녹취> 조영언(경장/울산남부경찰서 삼산지구대) : “저녁 10시에서 새벽 2시 사이에 불법 화물 차량이 수시로 고양이를 포획하고 고양이를 싣는(다는)......”

<기자 멘트>

그렇다면, 의문의 남성은 무엇을 목적으로 길거리의 고양이를 잡아가고 있는 걸까요?

동물단체들의 주장은 이렇습니다.

<리포트>

동물단체들은 목격된 남성이 고양이를 식용으로 팔 목적으로 이런 일을 벌이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인터뷰> 신00 (울산캣맘연대) : “자기들이 키우려고 잡아갔겠습니까? 제 생각에는 아마 식용 목적으로 잡혀가지 않았을까. 그거 아니면 이렇게 대량으로 고양이들이 사라지는 경우는 없어요.”

실제, 지난 1일 경찰은 잠복 끝에 고양이를 불법 포획하고 있던 50대 남성을 붙잡았는데요,

<인터뷰> 김동은(팀장/울산남부경찰서 지능1팀) : “주택가에서 이 범인이 길고양이를 포획하는 것을 여자 시민 한 분이 목격하고.”

실제 동물단체의 주장대로 이 남성은 약으로 쓰기 위해 고양이를 포획했다고 진술했습니다.

하지만, 경찰과 동물단체가 찾는 대량 포획범은 따로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인터뷰> 김동은(팀장/울산남부경찰서 지능1팀) : “관절을 치료하기 위해서 약용으로 잡아서 먹었다고 진술하고 있습니다. 진술에 의하면 1년에 약 5마리 정도, 약 5~6년간 잡아먹었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본인 진술에 의하면 약 30마리 정도.”

그렇다면, 사라진 수백 마리의 고양이는 대체 어디에 있는 걸까?

취재팀은 혹시라도 고양이가 있을만한 곳을 뒤져봤습니다.

<녹취> A 애완동물 가게(음성변조) : “고양이는 (매매) 안 해요. 예전에는 했었는데 지금은 안 해요”

<녹취> B 애완동물 가게 (음성변조) : “매매는 길고양이 보다는 수입 고양이를 많이하죠.”

고양이를 애완 동물가게에 팔았을 가능성은 사실 희박한 상황.

그렇다면, 건강원은 어떨까?

<녹취> A 건강원 주인(음성변조) : “약용으로 쓴다는 말이 있어요. 고양이 뼈 달여 먹으면 효과 있다고 하거든요.”

<녹취> B 건강원 주인(음성변조) : “하려고 하면 6마리 정도 해야 되는데. 5마리나 관절 아프고 이런 사람들이 많이 해가지고 가요. 고양이 잡으러 다니는 사람이 있는가봐.”

경찰도 이런 진술을 토대로, 고양이 포획범을 찾는 수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동은(팀장/울산남부경찰서 지능1팀) : "약용으로 잡은 것 외에 재래시장 상인들에게 판매했다고 보고 그 부분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수사하고 있습니다."

도심에서 벌어진 때아닌 고양이 실종사건.

경찰은 범인이 검거되는 대로, 동물보호법이나 축산물 위생관리법 등 관련 법규를 적용해 처벌할 방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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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울산 고양이 수백 마리 ‘실종’…왜?
    • 입력 2014-12-09 08:14:57
    • 수정2014-12-09 09:4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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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울산시내에서 언제부턴가 고양이들이 사라지기 시작합니다.

길고양이, 애완용 고양이 가릴 것 없이 지난 한 달여 사이 사라진 고양이가 무려 3백마리에 이른다고 하는데요,

고양이들은 대체 어디로 간걸까요?

오늘 뉴스따라잡기는 울산에서 벌이지고 있는 고양이 실종 사건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주말, 울산 시내의 한 거리.

영하의 날씨 속에 동물보호단체 회원들이 행인들에게 안내 전단을 나눠주고 있습니다.

불법으로 고양이를 잡아가는 사람을 찾고 있다는 내용.

<인터뷰> 강원 대표(울산캣맘연대) : “불법 포획자를 신고하셔서 결정적인 제보로 범인을 잡게 되면 제보자께 현상금 백만 원을 드리기로 했어요.”

현상금까지 걸리게 된 고양이 실종 사건의 시작은 한 달여 전으로 거슬러 갑니다.

울산에서 길고양이들의 밥을 챙겨오고 있다는 신모 씨.

이 근방에서, 신 씨가 이름을 지어주고 돌보던 고양이만 열 마리가 넘었다고 하는데요,

그런데, 10월 말부터 좀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고 합니다.

<인터뷰> 신00(울산캣맘연대) : “여기 이렇게 밥을 주면요 싹 없어져요. 정말 한두 알 두고 남을 정도로만. 그런데 지금 이렇게 밥이 그대로 남아있다는 건 그만큼 (고양이가) 사라졌다는 거예요.”

신 씨가 올 시간이 되면 기다렸다는 듯이 나타나던 고양이들이 어느 순간인가 부터 한 마리도 보이지 않는 겁니다.

<인터뷰> 신00(울산캣맘연대) : “(길고양이) 개체 수를 줄이기 위한 TNR (중성화 수술)을 해서 내보내는 거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그 수술을 했다면 보통 3~5일 정도 있다가 돌아와야 되는데 안 돌아오는 거예요”

처음 겪어보는 이상한 현상.

그런데 이런 일은 신 씨만 겪고 있는 게 아니었습니다.

<인터뷰> 강원 대표(울산캣맘연대) : “저는 4년 동안 길고양이 밥을 챙겨주고 있는데요. 제가 돌보고 있는 3분의 1 이상의 고양이들이 더 이상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고양이 보호 활동가들은 즉시, 서로의 정보를 교환했습니다.

그랬더니, 비슷한 시기 울산 지역에서 사라진 고양이만 어림잡아 300마리가 넘는다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대체 이렇게 많은 고양이가 어디로 사라지고 있는 걸까?

고양이 보호단체는 즉시 목격자들을 수소문했습니다.

그리고 얼마뒤 기다리던 목격자가 나타났습니다.

<녹취> 고양이. 포획 목격자 A(음성변조) : “까만 고양이 큰 거 한 마리가 포획망에 들어가서 (먹이를) 먹으려고 얼쩡거리는 걸 내가 보고 있으니까 고양이가 못 들어간다고 빨리 가라고 하더라고요.”

주택가와 공원 곳곳에서 고양이 포획 틀을 설치하고 있다는 한 남성.

목격자가 신분을 묻자, 자신은 길고양이 개체수 조절을 위해 구청에서 나왔다는 설명을 덧붙였다고 하는데요,

<녹취> 고양이 포획 목격자 B (음성변조) : “구청에서 시켜서 하는 일이다. 수당 받고 하는 일이니까 저리 가라.”

하지만 현장에서 발견된 포획틀은 행정기관의 표식이 없는 불법 포획틀.

이런 포획틀은 공원과 야산, 주택가 할 것 없이 마구잡이로 발견됐습니다.

실제 누군가가 고양이를 대량으로 잡아가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그리고, 또 다른 목격자의 입에서 나온 좀 더 구체적인 제보.

<녹취> 고양이 포획 목격자 C : “10월 30일, 31일 이틀 동안 내가 봤거든요.잡는 것을. 통이 굉장히 크더라고요. 트럭 뒤편 반절이 그거더라고. 냉장고만한 박스를 하나 싣고 그 안에 포획 틀 있잖아요. 그래서 어떻게 하느냐 하니까 시골 농장에 데리고 가서 잘 키우고 있으니 까 걱정하지 말라고 하더라고요.”

고양이를 잃어버린 주인 20여 명과 동물보호단체는 지난달 경찰에 공식 수사를 요청하는 탄원서를 제출했습니다.

경찰은 곧바로 수사에 착수해 용의자를 쫒고 있습니다.

<녹취> 조영언(경장/울산남부경찰서 삼산지구대) : “저녁 10시에서 새벽 2시 사이에 불법 화물 차량이 수시로 고양이를 포획하고 고양이를 싣는(다는)......”

<기자 멘트>

그렇다면, 의문의 남성은 무엇을 목적으로 길거리의 고양이를 잡아가고 있는 걸까요?

동물단체들의 주장은 이렇습니다.

<리포트>

동물단체들은 목격된 남성이 고양이를 식용으로 팔 목적으로 이런 일을 벌이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인터뷰> 신00 (울산캣맘연대) : “자기들이 키우려고 잡아갔겠습니까? 제 생각에는 아마 식용 목적으로 잡혀가지 않았을까. 그거 아니면 이렇게 대량으로 고양이들이 사라지는 경우는 없어요.”

실제, 지난 1일 경찰은 잠복 끝에 고양이를 불법 포획하고 있던 50대 남성을 붙잡았는데요,

<인터뷰> 김동은(팀장/울산남부경찰서 지능1팀) : “주택가에서 이 범인이 길고양이를 포획하는 것을 여자 시민 한 분이 목격하고.”

실제 동물단체의 주장대로 이 남성은 약으로 쓰기 위해 고양이를 포획했다고 진술했습니다.

하지만, 경찰과 동물단체가 찾는 대량 포획범은 따로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인터뷰> 김동은(팀장/울산남부경찰서 지능1팀) : “관절을 치료하기 위해서 약용으로 잡아서 먹었다고 진술하고 있습니다. 진술에 의하면 1년에 약 5마리 정도, 약 5~6년간 잡아먹었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본인 진술에 의하면 약 30마리 정도.”

그렇다면, 사라진 수백 마리의 고양이는 대체 어디에 있는 걸까?

취재팀은 혹시라도 고양이가 있을만한 곳을 뒤져봤습니다.

<녹취> A 애완동물 가게(음성변조) : “고양이는 (매매) 안 해요. 예전에는 했었는데 지금은 안 해요”

<녹취> B 애완동물 가게 (음성변조) : “매매는 길고양이 보다는 수입 고양이를 많이하죠.”

고양이를 애완 동물가게에 팔았을 가능성은 사실 희박한 상황.

그렇다면, 건강원은 어떨까?

<녹취> A 건강원 주인(음성변조) : “약용으로 쓴다는 말이 있어요. 고양이 뼈 달여 먹으면 효과 있다고 하거든요.”

<녹취> B 건강원 주인(음성변조) : “하려고 하면 6마리 정도 해야 되는데. 5마리나 관절 아프고 이런 사람들이 많이 해가지고 가요. 고양이 잡으러 다니는 사람이 있는가봐.”

경찰도 이런 진술을 토대로, 고양이 포획범을 찾는 수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동은(팀장/울산남부경찰서 지능1팀) : "약용으로 잡은 것 외에 재래시장 상인들에게 판매했다고 보고 그 부분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수사하고 있습니다."

도심에서 벌어진 때아닌 고양이 실종사건.

경찰은 범인이 검거되는 대로, 동물보호법이나 축산물 위생관리법 등 관련 법규를 적용해 처벌할 방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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