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24 이슈] “공공장소에서 모유 수유를 허하라!”…다시 불붙은 논란

입력 2014.12.09 (18:09) 수정 2014.12.09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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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아기와 엄마의 건강을 위해서 모유 수유 해라, 라고 의료계나 정부가 권장 많이 하죠.

그런데, 아기 어머니들, 집이 아닌 공공 장소에서 모유 수유 하시다가 불편해하는 주위 시선 때문에 불쾌해지신 경험 있으실 겁니다.

공공 장소에서의 모유 수유 논란은 많은 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데요.

최근 영국에선 엄마들의 모유 수유 시위도 있었습니다.

오늘, 이 문제, 국제부 김영인 기자와 알아보겠습니다.

김 기자, 어서오세요.

<질문>
사진을 준비해오셨는데...

엄마가 아기에게 모유를 먹이는 모습이네요?

<답변>
네, 그렇습니다.

그런데, 이 사진, 보기에 어떠십니까? (뭐, 전혀 이상하지 않은데요...)

그러면, 사진의 원래 배경을 살려보죠.

네, 여기는 식당이었습니다.

이번에는 어떠신가요?

뭐라고 콕 집어 얘기하긴 어렵지만 '아까 사진과는 좀 느낌이 다르다', '아, 저래도 되나', 이런 생각드신 분들 있으실텐데요.

이같은 '뭔가 이상한 느낌', 이게 바로 공공장소 모유 수유 논란의 시작점일 겁니다.

<질문>
그럼 이 문제 때문에 실제로 생활 속에서 갈등이 빚어지기도 하나요?

<답변>
네, 마침 며칠 전에 영국 런던의 한 호텔에서 이 모유 수유 문제를 놓고 사달이 벌어졌습니다.

지금 보시는 여성은 30대 아기 엄마 루이스 번스인데요.

런던의 한 고급호텔에서 3살된 아기에게 젖을 주고 있었습니다.

보시면, 가슴을 많이 드러낸 것도 아니죠.

그런데, 호텔 관계자가 오더니 가슴 부분을 천으로 가려라, 라고 요구했습니다.

다른 손님들을 위해 신중하게 행동하라는 거였습니다.

번스의 말을 한 번 들어보시죠.

<녹취> 루이스 번스 : "정말 조심스럽게, 그리고 신중하게 아이에게 수유를 하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누가 다가오더라고요. 호텔의 방침이 수유할 때는 천으로 가려야 한다는 거예요. 그들의 태도에 정말 화가 났어요."

번스는 자신의 트위터에, 너무 수치스러워서 두 번 다시는 그 호텔에 가지 않겠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질문>
드라마 제목처럼, 그야마로, 엄마가 뿔났네요.

<답변>
네, 엄마라면 다 뿔날 상황이죠.

그래서, 뿔난 엄마들이 호텔 앞으로 모였는데요.

이 엄마들 뭐하고 있는 걸까요?

네, 호텔 앞 인도에서 아기에게 젖을 주고 있습니다.

모유 수유 시위를 벌이고 있는 겁니다.

시위에 참가한 여성들의 생각을 한 번 들어보시죠.

<녹취> 시위 참여 여성 : "'모유 수유를 할 때는 신중해야 한다'는 게 호텔 방침인 것 같은데요. 하지만 그녀는 충분히 신중하게 수유를 했어요. (호텔 측은) 모유 수유 자체를 문제 삼은 거예요."

<녹취> 시위 참여 여성 : "(호텔 측은) 다른 고객들이 불편하게 여길 것을 우려했어요. 완전히 잘못된 생각이죠. 어떻게 모유 수유가 누군가를 불쾌하게 하나요?"

네, 이건 비단 영국에서만 벌어지는 논란은 아닙니다.

공공장소에서 모유 수유를 하는 것이 적합하냐, 적합하지 않냐에 대한 논란은 영국 외에도 미국이나 스페인, 코스타리카, 그러니까, 북미, 유럽, 중남미 등 거의 전세계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질문>
오프라인 뿐만 아니라, 온라인에서도 논란이 뜨겁다고요?

<답변>
네, 논란의 진원지는 페이스북입니다.

지금 보시는 건, 두 달 전, 영국의 엠마라는 여성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인데요.

딸이 출산 예정일보다 12주나 일찍 태어났는데, 이렇게 모유 수유를 할 수 있게 돼서 감격스럽다, 는 내용의 글도 함께 올렸습니다.

페이스북 측은 이 사진을 삭제했습니다.

이유는 자사의 '누드 규정에 어긋난다'는 것이었습니다.

엠마의 말을 들어보시죠.

<녹취> 엠마 본드 : "(모유 수유를) 성적인 것으로 보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많은 엄마들이 혼란스러워 하고, 논란거리가 되는 거죠."

페이스북은 2년 전에도 미국의 지나라는 여성이 올린 모유 수유 사진을 '적절하지 않은 행위'라면서 삭제해버린 적이 있습니다.

<질문>
그럼, 이런 모유 수유 논란, 쟁점이 뭔가요?

<답변>
공공장소에서 모유 수유하는 것을 반대하는 쪽 입장부터 알아볼까요?

여성이 가슴을 공공장소에서 드러내는 것이 성적 상상을 유발할 수 있다, 다른 사람들이 불편해할 수 있다,라는 겁니다.

반대론자의 말을 들어보시겠습니다.

<녹취> 나이젤 파라지(영국 독립당 당수) : "상식적으로 모유 수유 장면을 보면 매우 당혹스러울 수 밖에 없습니다. (모유 수유를) 구석에서 한다든지 뭔가 다른 방법이 있겠죠."

찬성 쪽 입장은 어떨까요?

어린 아기가 배고프다고 보채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당장 편한 장소에서 모유를 줄 수 밖에 없다는 겁니다.

수유실을 찾을 여유가 없는 경우가 많다는 거죠.

<녹취> 모유 수유 여성 : "(모유 수유를 하는데) 직원이 다가와서 수유실에 가서 했으면 좋겠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제가 그랬죠. '아니요. 고맙지만, 전 여기가 편해요. 제 2살된 아이도 여기가 더 좋은 것 같고요' 라고요."

<질문>
공공장소에서의 모유 수유, 법적으로는 어떻게 되나요?

<답변>
네, 법적으론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오히려, 그 권리를 법으로 보장해주고 있습니다.

영국에선 지난 2010년 평등법령을 시행해서 어떤 사업장이든 모유 수유 여성을 차별하는 것을 불법으로 규정했습니다.

미국 뉴욕 주도 주민법에 따라 여성들이 장소에 관계없이 모유 수유를 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시민단체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시죠.

<녹취> 커스틴 고아(모유 수유 운동가) : "여성들은 모유 수유를 할 권리가 있고, 아기나 어린이도 언제 어디서든 모유 수유를 받을 권리가 있죠. 이것은 인권 문제입니다."

법과 제도로는 자유로운 모유 수유가 보장돼 있지만 사람들의 인식이 문제가 되고 있는 겁니다.

우리나라의 모유 수유율은 어느 정도인지 아시나요? (글쎄요. 높을 것 같지는 않은데요)

네, 생후 6개월까지 엄마 젖을 먹는 아기가 10명 가운데 3명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모유 수유율이 낮아서 아직 외국처럼 문제가 크진 않지만 공공장소 모유 수유 논란, 우리도 예외는 아니겠죠?

모유 수유는 엄마가 아이에게 먹을 것을 주는 따뜻한 행위다, 당연한, 이런 인식을 사회가 공유한다면 불필요한 논란과 갈등은 피할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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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24 이슈] “공공장소에서 모유 수유를 허하라!”…다시 불붙은 논란
    • 입력 2014-12-09 18:11:25
    • 수정2014-12-09 18:52:58
    글로벌24
<앵커 멘트>

아기와 엄마의 건강을 위해서 모유 수유 해라, 라고 의료계나 정부가 권장 많이 하죠.

그런데, 아기 어머니들, 집이 아닌 공공 장소에서 모유 수유 하시다가 불편해하는 주위 시선 때문에 불쾌해지신 경험 있으실 겁니다.

공공 장소에서의 모유 수유 논란은 많은 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데요.

최근 영국에선 엄마들의 모유 수유 시위도 있었습니다.

오늘, 이 문제, 국제부 김영인 기자와 알아보겠습니다.

김 기자, 어서오세요.

<질문>
사진을 준비해오셨는데...

엄마가 아기에게 모유를 먹이는 모습이네요?

<답변>
네, 그렇습니다.

그런데, 이 사진, 보기에 어떠십니까? (뭐, 전혀 이상하지 않은데요...)

그러면, 사진의 원래 배경을 살려보죠.

네, 여기는 식당이었습니다.

이번에는 어떠신가요?

뭐라고 콕 집어 얘기하긴 어렵지만 '아까 사진과는 좀 느낌이 다르다', '아, 저래도 되나', 이런 생각드신 분들 있으실텐데요.

이같은 '뭔가 이상한 느낌', 이게 바로 공공장소 모유 수유 논란의 시작점일 겁니다.

<질문>
그럼 이 문제 때문에 실제로 생활 속에서 갈등이 빚어지기도 하나요?

<답변>
네, 마침 며칠 전에 영국 런던의 한 호텔에서 이 모유 수유 문제를 놓고 사달이 벌어졌습니다.

지금 보시는 여성은 30대 아기 엄마 루이스 번스인데요.

런던의 한 고급호텔에서 3살된 아기에게 젖을 주고 있었습니다.

보시면, 가슴을 많이 드러낸 것도 아니죠.

그런데, 호텔 관계자가 오더니 가슴 부분을 천으로 가려라, 라고 요구했습니다.

다른 손님들을 위해 신중하게 행동하라는 거였습니다.

번스의 말을 한 번 들어보시죠.

<녹취> 루이스 번스 : "정말 조심스럽게, 그리고 신중하게 아이에게 수유를 하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누가 다가오더라고요. 호텔의 방침이 수유할 때는 천으로 가려야 한다는 거예요. 그들의 태도에 정말 화가 났어요."

번스는 자신의 트위터에, 너무 수치스러워서 두 번 다시는 그 호텔에 가지 않겠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질문>
드라마 제목처럼, 그야마로, 엄마가 뿔났네요.

<답변>
네, 엄마라면 다 뿔날 상황이죠.

그래서, 뿔난 엄마들이 호텔 앞으로 모였는데요.

이 엄마들 뭐하고 있는 걸까요?

네, 호텔 앞 인도에서 아기에게 젖을 주고 있습니다.

모유 수유 시위를 벌이고 있는 겁니다.

시위에 참가한 여성들의 생각을 한 번 들어보시죠.

<녹취> 시위 참여 여성 : "'모유 수유를 할 때는 신중해야 한다'는 게 호텔 방침인 것 같은데요. 하지만 그녀는 충분히 신중하게 수유를 했어요. (호텔 측은) 모유 수유 자체를 문제 삼은 거예요."

<녹취> 시위 참여 여성 : "(호텔 측은) 다른 고객들이 불편하게 여길 것을 우려했어요. 완전히 잘못된 생각이죠. 어떻게 모유 수유가 누군가를 불쾌하게 하나요?"

네, 이건 비단 영국에서만 벌어지는 논란은 아닙니다.

공공장소에서 모유 수유를 하는 것이 적합하냐, 적합하지 않냐에 대한 논란은 영국 외에도 미국이나 스페인, 코스타리카, 그러니까, 북미, 유럽, 중남미 등 거의 전세계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질문>
오프라인 뿐만 아니라, 온라인에서도 논란이 뜨겁다고요?

<답변>
네, 논란의 진원지는 페이스북입니다.

지금 보시는 건, 두 달 전, 영국의 엠마라는 여성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인데요.

딸이 출산 예정일보다 12주나 일찍 태어났는데, 이렇게 모유 수유를 할 수 있게 돼서 감격스럽다, 는 내용의 글도 함께 올렸습니다.

페이스북 측은 이 사진을 삭제했습니다.

이유는 자사의 '누드 규정에 어긋난다'는 것이었습니다.

엠마의 말을 들어보시죠.

<녹취> 엠마 본드 : "(모유 수유를) 성적인 것으로 보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많은 엄마들이 혼란스러워 하고, 논란거리가 되는 거죠."

페이스북은 2년 전에도 미국의 지나라는 여성이 올린 모유 수유 사진을 '적절하지 않은 행위'라면서 삭제해버린 적이 있습니다.

<질문>
그럼, 이런 모유 수유 논란, 쟁점이 뭔가요?

<답변>
공공장소에서 모유 수유하는 것을 반대하는 쪽 입장부터 알아볼까요?

여성이 가슴을 공공장소에서 드러내는 것이 성적 상상을 유발할 수 있다, 다른 사람들이 불편해할 수 있다,라는 겁니다.

반대론자의 말을 들어보시겠습니다.

<녹취> 나이젤 파라지(영국 독립당 당수) : "상식적으로 모유 수유 장면을 보면 매우 당혹스러울 수 밖에 없습니다. (모유 수유를) 구석에서 한다든지 뭔가 다른 방법이 있겠죠."

찬성 쪽 입장은 어떨까요?

어린 아기가 배고프다고 보채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당장 편한 장소에서 모유를 줄 수 밖에 없다는 겁니다.

수유실을 찾을 여유가 없는 경우가 많다는 거죠.

<녹취> 모유 수유 여성 : "(모유 수유를 하는데) 직원이 다가와서 수유실에 가서 했으면 좋겠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제가 그랬죠. '아니요. 고맙지만, 전 여기가 편해요. 제 2살된 아이도 여기가 더 좋은 것 같고요' 라고요."

<질문>
공공장소에서의 모유 수유, 법적으로는 어떻게 되나요?

<답변>
네, 법적으론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오히려, 그 권리를 법으로 보장해주고 있습니다.

영국에선 지난 2010년 평등법령을 시행해서 어떤 사업장이든 모유 수유 여성을 차별하는 것을 불법으로 규정했습니다.

미국 뉴욕 주도 주민법에 따라 여성들이 장소에 관계없이 모유 수유를 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시민단체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시죠.

<녹취> 커스틴 고아(모유 수유 운동가) : "여성들은 모유 수유를 할 권리가 있고, 아기나 어린이도 언제 어디서든 모유 수유를 받을 권리가 있죠. 이것은 인권 문제입니다."

법과 제도로는 자유로운 모유 수유가 보장돼 있지만 사람들의 인식이 문제가 되고 있는 겁니다.

우리나라의 모유 수유율은 어느 정도인지 아시나요? (글쎄요. 높을 것 같지는 않은데요)

네, 생후 6개월까지 엄마 젖을 먹는 아기가 10명 가운데 3명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모유 수유율이 낮아서 아직 외국처럼 문제가 크진 않지만 공공장소 모유 수유 논란, 우리도 예외는 아니겠죠?

모유 수유는 엄마가 아이에게 먹을 것을 주는 따뜻한 행위다, 당연한, 이런 인식을 사회가 공유한다면 불필요한 논란과 갈등은 피할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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