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약탈 문화재를 훔쳤다면 돌려줘야 하나?

입력 2015.01.08 (06:00) 수정 2015.01.08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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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일본에 있는 우리 문화재는 확인된 것만 6만 6천여 점이 넘습니다.

삼국시대와 고려시대를 거쳐 조선시대에 왜구가 약탈해간 것, 그리고 임진왜란과 일제시대를 거쳐 빼앗아간 것이 대부분일 것으로 추정됩니다.

우리 정부는 계속 반환을 요구하고 있지만, 일본 정부는 지난 1965년 한-일 협정 때 이미 끝난 일이라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 2012년 뜻밖의 일이 벌어집니다.



한국의 절도범들이 우리가 대마도로 부르는 '쓰시마'에서 통일신라시대와 고려시대 불상 2점을 완벽하게 훔쳐 한국으로 들여온 것입니다.

이들 절도범들은 이 불상들을 한국에서 팔려다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일본 정부는 장물이라며 당장 반환을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하지만,고려시대 불상은 충남 서산 부석사 것으로 당시 민중들의 십시일반 보시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우리 법원은 반환을 잠정 보류했습니다.

이후 2년 여가 지난 시점에서 일본 쓰시마로 취재를 하러 갔습니다.

쓰시마에서의 반응은 한국 정부가 훔쳐간 물건을 반환하지 않는데 대한 반감이 너무나 컸습니다.

장물을 그 나라에 돌려주는 것은 국제법 상으로도 당연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취재진이 쓰시마는 과거 '왜구'의 소굴로 한반도에 대한 약탈행위가 지속적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쓰시마 역시 훔쳐간 물건이 아니냐는 반론도 제기해 봤지만, 반응은 부정적이었습니다.

왜구가 약탈해 갔다는 증거가 과연 어디에 있느냐는 것이었습니다.

당시 한반도와 쓰시마가 선린 우호관계일 때 우정의 징표로 받았다는 주장을 펴는가 하면, 조선시대 때 유교를 숭상하고 불교를 억압하는 '숭유억불 정책'으로, 폐기처분될 위기에 놓여있던 불상들이 당시 쓰시마로 대거 유입됐다는 괘변도 늘어놓았습니다.

왜구가 약탈해갔다는 것을 한국 정부가 입증을 해야되는 것인지... 아니면 일본 정부가 정당하게 받았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되는지...

일본 속 한국 문화재를 돌려받는 데 현재 가장 어려운 문제이기도 합니다.

쓰시마에서는 훔쳐간 불상을 2년 넘게 돌려주지 않자, 반한 감정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한 쓰시마 주민은 한국 관광객이 다 문화재 절도범으로 보인다는 이야기까지 털어놓았습니다.

이 때문에 매년 개최하던 조선시대 때 일본을 방문한 '조선 통신사 행렬' 재현 행사도 지난 2013년에 중단했고, 지난해에도 태풍을 핑계로 열지 않았습니다.

약탈과 증정 여부가 규명되지 않은 이상 훔쳐간 절도품은 일단 돌려주는 것이 당연하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쓰시마 주민들 속내에는 분명히 갈등도 자리잡고 있습니다.

연간 20만 명이 넘는 한국 관광객이 쓰시마를 찾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업을 위주로 생활하던 쓰시마 주민에게 한국 관광객을 상대로 한 관광업이 2대 주요 수입원으로 자리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한 식당 주인은 한국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다면서 훔쳐간 불상문제가 원만한 협의로 잘 해결되기를 바라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11월 한-일 문화장관 회담이 일본에서 열렸을 때 시모무라 장관은 쓰시마 불상 반환을 강력하게 요구했습니다.

이에 대해 김종덕 장관은 그렇다면 일본에 있는 한국 문화재를 먼저 돌려달라고 되받아쳤습니다.

일본 내 한국 문화재 가운데 단연 많은 수를 차지하는 것은 이른바 '오구라 컬렉션'입니다.





일제 때 사업가로, '도굴 왕'이라고 불렸던 오구라가 한국에서 가져온 문화재들인데요, 지난 1982년 오구라의 아들이 도쿄 국립 박물관에 1,100여 점을 기증했습니다.

이 가운데는 경주 금관총에서 발굴된 금관과 귀걸이 등 금제 장신구 등이 있습니다.

이 것은 일제 때 조선 총독부가 공식 발굴을 한 것인데,어찌된 일인지 일부를 오구라가 일본에 가져온 것입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대한제국 때 고종 황제가 입었던 투구와 갑옷도 있다는 것입니다.



문화제 제 자리 찾기 등 시민단체들은 이 오구라 컬렉션이 일본이 훔쳐간, 명백한 장물이기 때문에 국제법 상으로 원산국에 돌려줘야 된다고 소송까지 제기했지만, 일본 법원은 한국에서 문화재 반환 요구가 잇따를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기각했습니다.

오구라 컬렉션 1,100여 점 가운데 국보급 문화재인 34점을 일본이 약탈해 갔다는 명백한 증거를 댔는데도 애써 무시한 것입니다.

도쿄 국립 박물관 측도 기증한 오구라 씨 측이 유물을 구입한 경위는 알 수가 없다는 이유로 발뺌만 하고 있습니다.

일본이 지난 1965년 한-일 협정으로 문화재 반환문제는 끝났다고 외면하지만, 당시 부속 합의록에는 분명히 일본인이 갖고 있는 한국 문화재에 대해서는 반환하도록 노력한다고 적혀 있습니다.



이 때 일본 내 한국 문화재 목록이 구체적으로 작성됐는데, 일본 외무성은 재판 당시 이 목록을 새카맣게 지우고 제출하는 꼼수를 부렸었습니다.

강제 징용. 위안부 강제 동원과 함께 자신들의 역사적 과오를 어떻게든 은폐하려는 전형적인 우익 행보입니다.

일본내 한국 문화재의 상당수가 약탈 문화재로 추정되는 상황에서 이를 반환받을 방법은 없을까요?

한국의 적극적인 문화재 반환 정책과, 일본의 전향적인 자세 전환이 없는 한 요원한 문제일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 다시보기 <특파원 현장보고> 일본 속 우리 문화재 현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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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약탈 문화재를 훔쳤다면 돌려줘야 하나?
    • 입력 2015-01-08 06:00:50
    • 수정2015-01-08 15:51:36
    취재후·사건후


현재 일본에 있는 우리 문화재는 확인된 것만 6만 6천여 점이 넘습니다.

삼국시대와 고려시대를 거쳐 조선시대에 왜구가 약탈해간 것, 그리고 임진왜란과 일제시대를 거쳐 빼앗아간 것이 대부분일 것으로 추정됩니다.

우리 정부는 계속 반환을 요구하고 있지만, 일본 정부는 지난 1965년 한-일 협정 때 이미 끝난 일이라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 2012년 뜻밖의 일이 벌어집니다.



한국의 절도범들이 우리가 대마도로 부르는 '쓰시마'에서 통일신라시대와 고려시대 불상 2점을 완벽하게 훔쳐 한국으로 들여온 것입니다.

이들 절도범들은 이 불상들을 한국에서 팔려다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일본 정부는 장물이라며 당장 반환을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하지만,고려시대 불상은 충남 서산 부석사 것으로 당시 민중들의 십시일반 보시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우리 법원은 반환을 잠정 보류했습니다.

이후 2년 여가 지난 시점에서 일본 쓰시마로 취재를 하러 갔습니다.

쓰시마에서의 반응은 한국 정부가 훔쳐간 물건을 반환하지 않는데 대한 반감이 너무나 컸습니다.

장물을 그 나라에 돌려주는 것은 국제법 상으로도 당연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취재진이 쓰시마는 과거 '왜구'의 소굴로 한반도에 대한 약탈행위가 지속적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쓰시마 역시 훔쳐간 물건이 아니냐는 반론도 제기해 봤지만, 반응은 부정적이었습니다.

왜구가 약탈해 갔다는 증거가 과연 어디에 있느냐는 것이었습니다.

당시 한반도와 쓰시마가 선린 우호관계일 때 우정의 징표로 받았다는 주장을 펴는가 하면, 조선시대 때 유교를 숭상하고 불교를 억압하는 '숭유억불 정책'으로, 폐기처분될 위기에 놓여있던 불상들이 당시 쓰시마로 대거 유입됐다는 괘변도 늘어놓았습니다.

왜구가 약탈해갔다는 것을 한국 정부가 입증을 해야되는 것인지... 아니면 일본 정부가 정당하게 받았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되는지...

일본 속 한국 문화재를 돌려받는 데 현재 가장 어려운 문제이기도 합니다.

쓰시마에서는 훔쳐간 불상을 2년 넘게 돌려주지 않자, 반한 감정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한 쓰시마 주민은 한국 관광객이 다 문화재 절도범으로 보인다는 이야기까지 털어놓았습니다.

이 때문에 매년 개최하던 조선시대 때 일본을 방문한 '조선 통신사 행렬' 재현 행사도 지난 2013년에 중단했고, 지난해에도 태풍을 핑계로 열지 않았습니다.

약탈과 증정 여부가 규명되지 않은 이상 훔쳐간 절도품은 일단 돌려주는 것이 당연하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쓰시마 주민들 속내에는 분명히 갈등도 자리잡고 있습니다.

연간 20만 명이 넘는 한국 관광객이 쓰시마를 찾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업을 위주로 생활하던 쓰시마 주민에게 한국 관광객을 상대로 한 관광업이 2대 주요 수입원으로 자리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한 식당 주인은 한국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다면서 훔쳐간 불상문제가 원만한 협의로 잘 해결되기를 바라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11월 한-일 문화장관 회담이 일본에서 열렸을 때 시모무라 장관은 쓰시마 불상 반환을 강력하게 요구했습니다.

이에 대해 김종덕 장관은 그렇다면 일본에 있는 한국 문화재를 먼저 돌려달라고 되받아쳤습니다.

일본 내 한국 문화재 가운데 단연 많은 수를 차지하는 것은 이른바 '오구라 컬렉션'입니다.





일제 때 사업가로, '도굴 왕'이라고 불렸던 오구라가 한국에서 가져온 문화재들인데요, 지난 1982년 오구라의 아들이 도쿄 국립 박물관에 1,100여 점을 기증했습니다.

이 가운데는 경주 금관총에서 발굴된 금관과 귀걸이 등 금제 장신구 등이 있습니다.

이 것은 일제 때 조선 총독부가 공식 발굴을 한 것인데,어찌된 일인지 일부를 오구라가 일본에 가져온 것입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대한제국 때 고종 황제가 입었던 투구와 갑옷도 있다는 것입니다.



문화제 제 자리 찾기 등 시민단체들은 이 오구라 컬렉션이 일본이 훔쳐간, 명백한 장물이기 때문에 국제법 상으로 원산국에 돌려줘야 된다고 소송까지 제기했지만, 일본 법원은 한국에서 문화재 반환 요구가 잇따를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기각했습니다.

오구라 컬렉션 1,100여 점 가운데 국보급 문화재인 34점을 일본이 약탈해 갔다는 명백한 증거를 댔는데도 애써 무시한 것입니다.

도쿄 국립 박물관 측도 기증한 오구라 씨 측이 유물을 구입한 경위는 알 수가 없다는 이유로 발뺌만 하고 있습니다.

일본이 지난 1965년 한-일 협정으로 문화재 반환문제는 끝났다고 외면하지만, 당시 부속 합의록에는 분명히 일본인이 갖고 있는 한국 문화재에 대해서는 반환하도록 노력한다고 적혀 있습니다.



이 때 일본 내 한국 문화재 목록이 구체적으로 작성됐는데, 일본 외무성은 재판 당시 이 목록을 새카맣게 지우고 제출하는 꼼수를 부렸었습니다.

강제 징용. 위안부 강제 동원과 함께 자신들의 역사적 과오를 어떻게든 은폐하려는 전형적인 우익 행보입니다.

일본내 한국 문화재의 상당수가 약탈 문화재로 추정되는 상황에서 이를 반환받을 방법은 없을까요?

한국의 적극적인 문화재 반환 정책과, 일본의 전향적인 자세 전환이 없는 한 요원한 문제일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 다시보기 <특파원 현장보고> 일본 속 우리 문화재 현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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