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가정폭력 시달린 부인, 남편 친구 집 불…왜?

입력 2015.01.15 (08:10) 수정 2015.01.15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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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전북 전주의 한 아파트에서 불과 2주 사이에 두 차례의 화재가 발생합니다.

현장에서는 누군가 고의로 불을 지른 흔적이 발견됐는데요.

경찰이 수사를 해봤더니, 불을 낸 사람은 집주인의 오랜 친구의 부인인 한 30대 여성이었습니다.

이 여성은 왜 남편 친구의 집에 불을 지르게 된걸까요?

수사결과 밝혀진 방화의 이유가 좀 황당합니다.

사건을 따라가봤습니다.

<리포트>

지난해 2월 새벽 2시쯤.

전북 전주의 한 아파트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재가 발생합니다.

불이 난 곳은 40살 조 모 씨의 집.

화재는 신속하게 진화됐지만, 하마터면 다른 집으로까지 불이 번질 뻔한 아찔한 상황이었습니다.

<인터뷰> 아파트 주민 (음성변조) : “새벽에 냄새가 나서 나와서 보니까 불길이 솟으니까 얼른 내려왔죠.”

화재는 왜 일어난 걸까?

현장 감식에 나선 경찰은 집안에 있던 서랍장에서 누군가 고의로 불을 붙인 흔적을 발견했습니다.

하지만, 외부인의 침입 흔적은 찾을 수 없는 상황.

<인터뷰> 장윤구(경위/전주완산경찰서 형사과) : “안에 아무도 사람이 없는 상태에서 시정 장치가 돼 있었고 침입 흔적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화재가 발생했고요.”

경찰은 집안을 자연스럽게 드나들 수 있는 누군가가 불을 냈을 가능성에 대해 수사했습니다.

<인터뷰> 장윤구(경위/전주완산경찰서 형사과) : “화재가 나기 전에 딸이 집에 있다가 나갔거든요. 아빠를 보러 왔는데 아버지가 귀가를 안 하니까 그 집에 있다가 그 사람(딸)이 나간 지 20분 만에 화재가 발생한 거기 때문에 딸이 어떤 불만에 의해서 화재를 낸 게 아닌가 생각을 해서 그때 딸을 중점적으로 수사했었죠.”

그렇게 수사가 시작된 지 2주 뒤.

놀랍게도 조 씨의 집에서는 또 한 번의 화재가 발생합니다.

이번에는 집 안이 모두 탈 만큼, 큰 불이었습니다.

<녹취> 아파트 주민(음성변조) : “불길이 밖으로 이렇게 났었어요. 연기로 여기 계단이 꽉 찼었어요.”

<녹취> 아파트 관리소 관계자(음성변조) : “위층하고 아래층, 옆집. 간접 피해를 엄청 봤어요. (위층은) 바로 다음날 이사갔으니까.”

반복된 화재.

재산 피해액만도 4천만 원에 이르렀습니다.

집주인은 물론 이웃 들의 불안감도 극에 달했습니다.

<녹취> 아파트 주민(음성변조) : “두 번이나 새벽녘에. 그렇게 많이 나니까 무서워서 도저히 못 살겠다고 다 이사 갔었어요.”

그렇다면, 누가 왜 아파트에 불을 지르고 있는 걸까?

경찰은 두 건의 화재에서 공통점을 하나 찾아냈습니다.

<인터뷰> 장윤구(경위/전주완산경찰서 형사과) : “나중에 피해자의 행적을 놓고 수사를 했는데 친구 집에서 술을 먹고 난 이후에 화재가 발생, 2건 다 그렇게 됐거든요.”

화재가 일어난 지난해 2월 14일과 28일.

공교롭게도 이틀 모두 집주인인 조 씨가 친구의 집에서 술을 마셨던 날이었습니다.

경찰은 혹시 모를 가능성에, 조 씨의 친구도 용의선상에 올려놓고 수사를 진행했습니다.

그런데,

<인터뷰> 장윤구(경위/ 전주완산경찰서 형사과) : “ (친구의 부인이) 아파트 폐지 모아놓는 데 있죠? 거기서 종이박스를 가지고 왔어요.”

두 번째 화재가 일어나기 한 시간 전쯤.

친구가 사는 아파트의 CCTV에는, 친구의 아내가 재활용 분리수거장에서 종이 박스를 꺼내 차에 실은 뒤 어디론가 떠나는 모습이 촬영됐습니다.

경찰은 수상한 행동을 보이는 친구 아내의 동선을 확인했습니다.

놀랍게도, 그녀가 향한 곳은 피해자 조 씨의 집이었습니다.

<녹취> 장윤구(경위/전주완산경찰서 형사과) : “1차 때는 택시를 타고 가요. 라이터를 준비해서 택시를 타고 가서... 나와요.”

유력한 방화 용의자로 지목된 친구 부인 이모 씨.

경찰은 이 씨를 추궁한 끝에 범행 일체를 자백받습니다.

<인터뷰> 장윤구(경위/전주완산경찰서 형사과) : "불을 안방, 작은방 두 군데에 놓은 거예요. 옷가지 위에다가 불을 붙여서 신문지나 종이에다 불을 붙여서 던진 거예요.”

이 씨는 왜 남편 친구의 집에 찾아가 두 차례나 불을 지른 걸까?

경찰이 조사했더니, 그 이유가 좀 뜻밖이었습니다.

화재 피해자인 조 씨와 이 씨의 남편은 종종 술자리를 가지는 절친한 사이.

그런데,

<인터뷰> 장윤구(경위/전주완산경찰서 형사과) : “술을 마시는 과정에서 남편이 자기를 무시하고 뺨을 한 대 때렸다고 진술을 했어요. 남편은 기억이 안 난다고 하는데 (아내는) 모욕적인 어떤 부분을 받았다.”

술에 취한 남편에게 폭행을 당해 왔다는 이 씨의 진술.

그런데, 원망의 화살은 엉뚱하게도 남편이 아닌 친구 조 씨에게 돌아갔습니다.

<인터뷰> 장윤구(경위/전주완산경찰서 형사과) : “이 사람(피해자 조 씨)이 술을 먹자고 하지 않았으면 남편이 나한테 이러지 않았을 텐데. 또 남편 친구 앞에서 이렇게 당하지 않았을 거라는 게 있었죠. 약간 피해 의식이 있었다고 봐야죠.”

이 씨는 술에 취한 남편의 폭력이 있을 때마다, 남편과 술자리를 함께한 친구 조 씨를 원망했던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습니다.

<녹취> 장윤구(경위/전주완산경찰서 형사과) : “갈비뼈가 나가고 이럴 정도였으니까. 입술이 터진다든지. 폭행당하고 이런 부분들이 굉장히 서글프고 힘들었겠죠.”

경찰 조사 결과, 이 씨는 첫 번째로 불을 지른 뒤에도, 친구와 남편과의 술자리가 계속되자, 이에 격분해 두 번째 방화를 결심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인터뷰> 장윤구(경위/전주완산경찰서 형사과) : “(피해자에게) 어때요? 불이 났다면서 다 탔어요? (라고 물으니) ‘아니 좀 타다가 말았어.’ 이렇게 이야기를 했단 말이죠. 그래서 다시 또 가서 불을 낸 거예요.”

가정 폭력으로 심한 고통을 받아왔다는 이 씨.

그 분노를 극단적 행동으로 표출한 이 씨는 결국, 방화 혐의로 법정에 서게 됐습니다.

<인터뷰> 방창현(부장판사/전주지방법원) : “대형 인명피해가 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죄질이 무겁다고 보았습니다. 하지만 피고인이 반성하고 있고 동종전과가 없으며 약간의 질환을 앓고 있는 점을 참작해서 형량을 정했습니다.“

법원은 이 씨에 대해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의 형을 선고하고, 16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령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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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1-15 08:12:12
    • 수정2015-01-15 10: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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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전주의 한 아파트에서 불과 2주 사이에 두 차례의 화재가 발생합니다.

현장에서는 누군가 고의로 불을 지른 흔적이 발견됐는데요.

경찰이 수사를 해봤더니, 불을 낸 사람은 집주인의 오랜 친구의 부인인 한 30대 여성이었습니다.

이 여성은 왜 남편 친구의 집에 불을 지르게 된걸까요?

수사결과 밝혀진 방화의 이유가 좀 황당합니다.

사건을 따라가봤습니다.

<리포트>

지난해 2월 새벽 2시쯤.

전북 전주의 한 아파트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재가 발생합니다.

불이 난 곳은 40살 조 모 씨의 집.

화재는 신속하게 진화됐지만, 하마터면 다른 집으로까지 불이 번질 뻔한 아찔한 상황이었습니다.

<인터뷰> 아파트 주민 (음성변조) : “새벽에 냄새가 나서 나와서 보니까 불길이 솟으니까 얼른 내려왔죠.”

화재는 왜 일어난 걸까?

현장 감식에 나선 경찰은 집안에 있던 서랍장에서 누군가 고의로 불을 붙인 흔적을 발견했습니다.

하지만, 외부인의 침입 흔적은 찾을 수 없는 상황.

<인터뷰> 장윤구(경위/전주완산경찰서 형사과) : “안에 아무도 사람이 없는 상태에서 시정 장치가 돼 있었고 침입 흔적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화재가 발생했고요.”

경찰은 집안을 자연스럽게 드나들 수 있는 누군가가 불을 냈을 가능성에 대해 수사했습니다.

<인터뷰> 장윤구(경위/전주완산경찰서 형사과) : “화재가 나기 전에 딸이 집에 있다가 나갔거든요. 아빠를 보러 왔는데 아버지가 귀가를 안 하니까 그 집에 있다가 그 사람(딸)이 나간 지 20분 만에 화재가 발생한 거기 때문에 딸이 어떤 불만에 의해서 화재를 낸 게 아닌가 생각을 해서 그때 딸을 중점적으로 수사했었죠.”

그렇게 수사가 시작된 지 2주 뒤.

놀랍게도 조 씨의 집에서는 또 한 번의 화재가 발생합니다.

이번에는 집 안이 모두 탈 만큼, 큰 불이었습니다.

<녹취> 아파트 주민(음성변조) : “불길이 밖으로 이렇게 났었어요. 연기로 여기 계단이 꽉 찼었어요.”

<녹취> 아파트 관리소 관계자(음성변조) : “위층하고 아래층, 옆집. 간접 피해를 엄청 봤어요. (위층은) 바로 다음날 이사갔으니까.”

반복된 화재.

재산 피해액만도 4천만 원에 이르렀습니다.

집주인은 물론 이웃 들의 불안감도 극에 달했습니다.

<녹취> 아파트 주민(음성변조) : “두 번이나 새벽녘에. 그렇게 많이 나니까 무서워서 도저히 못 살겠다고 다 이사 갔었어요.”

그렇다면, 누가 왜 아파트에 불을 지르고 있는 걸까?

경찰은 두 건의 화재에서 공통점을 하나 찾아냈습니다.

<인터뷰> 장윤구(경위/전주완산경찰서 형사과) : “나중에 피해자의 행적을 놓고 수사를 했는데 친구 집에서 술을 먹고 난 이후에 화재가 발생, 2건 다 그렇게 됐거든요.”

화재가 일어난 지난해 2월 14일과 28일.

공교롭게도 이틀 모두 집주인인 조 씨가 친구의 집에서 술을 마셨던 날이었습니다.

경찰은 혹시 모를 가능성에, 조 씨의 친구도 용의선상에 올려놓고 수사를 진행했습니다.

그런데,

<인터뷰> 장윤구(경위/ 전주완산경찰서 형사과) : “ (친구의 부인이) 아파트 폐지 모아놓는 데 있죠? 거기서 종이박스를 가지고 왔어요.”

두 번째 화재가 일어나기 한 시간 전쯤.

친구가 사는 아파트의 CCTV에는, 친구의 아내가 재활용 분리수거장에서 종이 박스를 꺼내 차에 실은 뒤 어디론가 떠나는 모습이 촬영됐습니다.

경찰은 수상한 행동을 보이는 친구 아내의 동선을 확인했습니다.

놀랍게도, 그녀가 향한 곳은 피해자 조 씨의 집이었습니다.

<녹취> 장윤구(경위/전주완산경찰서 형사과) : “1차 때는 택시를 타고 가요. 라이터를 준비해서 택시를 타고 가서... 나와요.”

유력한 방화 용의자로 지목된 친구 부인 이모 씨.

경찰은 이 씨를 추궁한 끝에 범행 일체를 자백받습니다.

<인터뷰> 장윤구(경위/전주완산경찰서 형사과) : "불을 안방, 작은방 두 군데에 놓은 거예요. 옷가지 위에다가 불을 붙여서 신문지나 종이에다 불을 붙여서 던진 거예요.”

이 씨는 왜 남편 친구의 집에 찾아가 두 차례나 불을 지른 걸까?

경찰이 조사했더니, 그 이유가 좀 뜻밖이었습니다.

화재 피해자인 조 씨와 이 씨의 남편은 종종 술자리를 가지는 절친한 사이.

그런데,

<인터뷰> 장윤구(경위/전주완산경찰서 형사과) : “술을 마시는 과정에서 남편이 자기를 무시하고 뺨을 한 대 때렸다고 진술을 했어요. 남편은 기억이 안 난다고 하는데 (아내는) 모욕적인 어떤 부분을 받았다.”

술에 취한 남편에게 폭행을 당해 왔다는 이 씨의 진술.

그런데, 원망의 화살은 엉뚱하게도 남편이 아닌 친구 조 씨에게 돌아갔습니다.

<인터뷰> 장윤구(경위/전주완산경찰서 형사과) : “이 사람(피해자 조 씨)이 술을 먹자고 하지 않았으면 남편이 나한테 이러지 않았을 텐데. 또 남편 친구 앞에서 이렇게 당하지 않았을 거라는 게 있었죠. 약간 피해 의식이 있었다고 봐야죠.”

이 씨는 술에 취한 남편의 폭력이 있을 때마다, 남편과 술자리를 함께한 친구 조 씨를 원망했던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습니다.

<녹취> 장윤구(경위/전주완산경찰서 형사과) : “갈비뼈가 나가고 이럴 정도였으니까. 입술이 터진다든지. 폭행당하고 이런 부분들이 굉장히 서글프고 힘들었겠죠.”

경찰 조사 결과, 이 씨는 첫 번째로 불을 지른 뒤에도, 친구와 남편과의 술자리가 계속되자, 이에 격분해 두 번째 방화를 결심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인터뷰> 장윤구(경위/전주완산경찰서 형사과) : “(피해자에게) 어때요? 불이 났다면서 다 탔어요? (라고 물으니) ‘아니 좀 타다가 말았어.’ 이렇게 이야기를 했단 말이죠. 그래서 다시 또 가서 불을 낸 거예요.”

가정 폭력으로 심한 고통을 받아왔다는 이 씨.

그 분노를 극단적 행동으로 표출한 이 씨는 결국, 방화 혐의로 법정에 서게 됐습니다.

<인터뷰> 방창현(부장판사/전주지방법원) : “대형 인명피해가 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죄질이 무겁다고 보았습니다. 하지만 피고인이 반성하고 있고 동종전과가 없으며 약간의 질환을 앓고 있는 점을 참작해서 형량을 정했습니다.“

법원은 이 씨에 대해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의 형을 선고하고, 16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령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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