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기물 계란’이 과자에 빵에…

입력 2015.02.15 (23:25) 수정 2015.02.15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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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취> "굉장히 비위생적이네..."

<녹취> " 저거 살균해도 안 먹어. 한 번 생각해봐요. 애들 이거 사주겠어?"

<녹취> "이 상황의 심각성은 너무 충격적인데..."

<녹취> "이거 되게 지저분한데요? 제가 볼 때는..."

계란 가공공장에선 무슨 일이?

<녹취> "계란을 깨잖아요. 이 안에 흰자가 남아있거든요. 이거를 분쇄를 하죠. 갈죠. 갈아가지고 국물이 나오는 거죠. 이 액을 다시 같이 납품하는 거죠."

<녹취> "그러니까 짤순이를 생각하시면 되요. 짤순이가 다 탈수시켜버리면 건조되죠. 그 수분을 다 뺀 것을 펌프를 통해서 계란 깐 것에다 혼합을 하는 겁니다."

우리나라 국민 한 사람이 한 해에 먹는 계란은 약 200개 정도입니다.

저렴하면서도 맛있고, 또 영양이 풍부해 완전식품으로 불리며 사랑받고 있는데요.

이런 계란을 직접 먹는 경우도 있지만 또 상당량은 과자나 빵을 통해 먹게 됩니다.

과자나 빵, 혹은 반찬 등에 들어가는 계란은 이런 공장에서 가공과정을 거치게 되는데요.

가공공장의 위생상태가 생각보다 훨씬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대로라면 우리 아이들이 먹는 과자나 빵, 결코 안심할 수가 없습니다.

계란가공공장 내부 화면을 입수했습니다.

한국양계농협이 운영하는 계란 가공공장입니다.

이 공장에서 일하는 한 작업자가 통에 들어있는 계란을 어디론가 쏟아버립니다.

통 안엔 껍질과 섞인 계란이 잔뜩 들어있습니다.

한 눈에 보기에도 먹을 수 없는 계란 찌꺼기.

투입구 위에도 폐기물을 처리하는 곳이라는 표시가 붙어있습니다.

작업 과정에서 실수로 깨지거나, 바닥에 떨어져 폐기하는 과정입니다.

<녹취> 제보자 : "기계 작업하다가 떨어진 것도 있고, 또 작업자들이 실수로 떨어뜨릴 수도 있고. 오만가지가 다 들어간 거예요./폐기물이라고 써놨잖아요."

이 폐기물은 기계를 통해 공장 밖으로 옮겨집니다.

폐기물이 옮겨진 곳은, 계란 껍질을 파쇄하는 이른바 '난각처리기'.

<녹취> 제보자 : "계란 껍데기가 갈아버리면 그 부피가 확 줄어드니까. 수분을 제거하면서 가는 건데, 산업폐기물 양을 줄이는거죠."

원심력을 이용해 계란 껍질에 남아있던 흰자를 제거한 뒤 껍질만 잘게 부수는 겁니다.

<녹취> 제보자 : "이게 고속회전을 하면서 갈아줘요. 계란을. 그러면 분쇄를 해준다고요. 그러면서 원심력에 의해서 그 국물이 여기로 빠지는 거예요. 이 밑으로..."

실제로 이 기계에서 계란 찌꺼기로 보이는 액체가 흘러나옵니다.

흘러나온 액체는 준비된 통에 담깁니다.

액체가 채워질수록 하얀 거품도 차오릅니다.

이 거품 안으로 또 다른 장치가 보입니다.

이 장치는 전기 펌프.

펌프는 붉은색 호스와 연결돼 있습니다.

이 호스를 따라가봤습니다.

그런데, 호스는 다시 공장 내부로 연결되고, 가공 과정을 거치는 다른 정상 계란과 섞입니다.

<녹취> 제보자 : "계란을 파쇄하고, 파쇄하면서 나오는 그 계란 국물을 통에 모아놨다가 수중펌프로 빨아서 지금 정상제품 나오는 데에다가 섞는 거예요."

폐기물로 버려진 계란을 다시 사용하는 겁니다.

이런 폐기물의 재사용은 다른 동영상을 통해서도 수 차례 확인됩니다.

<녹취> 제보자 : "가정에서 음식물쓰레기 양을 줄이기 위해서 짜잖아요. 그런데 그 국물을 예를 들어서 육수처럼 썼다면 저희가 먹을 수 있겠냐고요."

믿을 수 없는 광경에 전문가들도 놀랍니다.

<인터뷰> 정승헌(건국대학교 동물자원학과 교수) : "이거야말로 산업폐기물이야. 이거는../폐기물을 자기들이 임의로 가공해서 여기에다 다시 제품화시키는 건 있을 수가 없어...."

껍질과 내용물이 섞이면서 세균에 감염될 위험도 커진다는 지적입니다.

<인터뷰> 이학태(녹색식품안전연구원 원장) : "달걀 그 난각(껍질)부분에 남아있던 그런 것들을 다시 모아서 원료에다 넣는다는 것은요, 대단히 위험한 거죠. 이 상태는 이미 껍질과 그 난각 자체에 오염된 부분과 이 알맹이가 섞이는 상태거든요."

이 난각처리기에서 나오는 폐기 계란은 하루 수백 킬로그램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전부 폐수처리를 해야하지만 다시 재료로 쓰면서 이 공장은 폐수처리비용과 함께 원료비까지 아끼고 있다는 게 내부 직원의 주장입니다.

<녹취> 제보자 : "폐수로 흘려보내면 폐수 처리하는 데도 시간이 많이 걸린단 말이예요. 계란 찌꺼기... 그거 안 돌리면 하루에 1톤이니까 많죠. 돈으로 계산하면... 돈이 그만큼 적자가 날 것 아닙니까?"

공장 적자를 줄이기 위해 폐수로 흘려보내야 하는 계란 찌꺼기를 식품으로 둔갑시켰다는 겁니다.

농장에서 들여온 계란을 가공 기계에 넣는 곳입니다.

이 계란들은 세척과 건조 과정을 거친 뒤 할란기, 즉 계란을 깨는 장치로 옮겨지게 됩니다.

그런데 한 직원이 깨진 계란을 직접 들어 기계 위에 쏟아 붓습니다.

옆에는 노른자가 훤히 보이는 파란, 즉 깨진 계란이 쌓여있습니다.

기계 위엔 껍질만 남은 계란이 굴러갑니다.

이런 깨진 계란은 식용으로 사용이 금지돼 있습니다.

<녹취> 제보자 : "상식적으로 일단 파란(깨진 계란)이라는 건 유통되지 말아야 될 제품인데 유통이 돼서 버젓이 쓰고 있다는 거죠. 지금."

깨진 계란뿐만이 아닙니다.

이물질이 잔뜩 묻은 계란도 마구잡이로 기계에 투입됩니다.

때로는 썪은 계란이 공장 내부로 반입돼 직원들조차 놀랄 정도입니다.

<녹취> 제보자 : "똥인지 곰팡이인지 구분이 안 가는 정도예요. 똥에 곰팡이가 핀 건지 아니면 곰팡인지도 몰라요. 엄청납니다. 이게 지금..."

겉으로 보기에 깨끗한 계란이라 해도 세척과 건조 과정은 반드시 거쳐야합니다.

하지만 동영상 속엔 세척기가 가동되지 않습니다.

입구에서 세척액이 쏟아지는 가동 상태의 모습과는 확연히 다릅니다.

건조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습니다.

세척기를 통과해도 오염물질과 함께 계란 노른자가 그대로 묻어있습니다.

<인터뷰> 녹색식품안전연구원 원장 : "이 곰팡이는 어느 정도의 더운 물로도 잘 제거가 되지 않아요. 그래서 이런 부분은 사실은 특히 계분이거든요. 곰팡이도 있고 계분도 있고 이렇게 되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사실은 잘 세척을 해야 되는게 첫번째고요."

이렇게 오염이 우려되는 깨진 계란을 세척과 건조 과정도 없이 가공하다보니, 흰자와 노른자의 상태에도 문제가 있다는 게 영상을 제보한 직원의 주장입니다.

노른자가 풀려있고, 검은색의 오염물질이 떠있거나, 보라색 이물질이 보이기도 합니다.

이런 이물질을 건져내 버린 뒤 남은 계란은 그대로 제품으로 가공한다고 말합니다.

<녹취> 제보자 : "골라내는데...골라내는 게 문제가 아니라 이 부분이 다 오염됐다고 봐야 되는 거예요. 폐기를 해야 되는 거죠. 그런데 폐기를 안 하고 여기 눈에 보이는 것만 버리는거죠."

원칙대로라면 모두 폐기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이후 공정에서 분해와 살균처리 과정을 거치더라도 100% 안전을 장담할 수 없다는 겁니다.

<인터뷰> 정승헌(건국대학교 동물자원학과 교수) : "걷어내는 게 문제가 아니죠. 폐기시켜야지. 그러니까 이거는 식용이 아니라 비식용, 예를 들면 사료용이라든지 다른 가공용으로 써야지. 사람이 먹지 않는..."

이렇게 만들어진 제품에 이상은 없을까?

영상 속 작업자들이 계란 제품이 들어있는 플라스틱 상자를 살균실로 옮깁니다.

살균실은 제조 공정의 마지막 단계이자, 위생상 가장 중요한 곳으로 완성된 제품이 다시 들어가서는 안 됩니다.

제품의 제조일자는 지난해 3월 20일.

작업자들은 왜 제품을 다시 살균실 안으로 옮긴 걸까?

<녹취> 제보자 : "납품을 했는데 이게 균이 나와서 반품이 들어왔어요. 그런데 이 반품 들어온 거를 보관했다가 다시 또 쓰려고 가지고 들어가는 거죠. 살균실에..."

취재 결과, 실제로 지난해 3월, 한 식품업체에 공급한 제품이 부적합 판정을 받고 반품됐습니다.

<녹취> 식품업체 관계자 : "저희 공장 품질 기준에 미흡해서 반품처리를 한 경우입니다. 미생물 검사에서 발견된 것 같고요. 3월이 맞다고 들었고요."

또 비슷한 시기 이 공장은 경기도축산위생연구소의 성분규격검사에서 부적합 판정을 받고 과징금 5천만 원이 부과됐습니다.

이 때문에 공장 관계자 3명이 징계위원회에 회부되기도 했습니다.

동영상을 제보한 직원은 반품된 제품을 다시 쓰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주장합니다.

<녹취> 제보자 : "이걸(반품된 제품을) 쓸 수 있는지 없는지를 어떻게 판단하냐하면, 실험을 해서 pH를 잴 거예요. 산도를. 그래서 어느정도 산도가 나오면 괜찮다 싶으면 섞어 쓰는 거죠."

실제로 이 직원이 촬영한 동영상에는 보관 창고에 반품된 것으로 추정되는 제품이 수없이 등장합니다.

제조일자 10월 9일, 용량은 1000킬로그램으로 적혀 있지만 촬영일자는 10월 13일이고, 1000킬로그램 들이 통엔 계란이 3분의 1가량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유통기한이 이미 지난 제품도 보입니다.

제과업체가 사용하고 남긴 계란을 반품한 것이란 게 직원의 설명입니다.

<녹취> 제보자 : "○○제과 ○○공장에 납품을 했다는 건데 이거를 반품시킨 겁니다. (이걸 다시 시중에 푼다는 거죠?) 네, 정상 제품이랑 섞어서..."

한 작업자가 플라스틱 상자에 붙어있는 라벨을 떼어냅니다.

상자 위엔 떼어낸 라벨이 쌓여 있습니다.

버려지는 라벨에 적힌 제조일자는 지난해 11월 20일.

작업자는 능숙하게 새 라벨을 상제에 붙입니다.

새로 붙인 라벨을 살펴보닌 제조일자는 하루 뒤인 11월 21일로 적혀있습니다.

직원들은 이를 '라벨갈이'라고 부릅니다.

<녹취> 제보자 : "보통 쓰다가 남으면 2~3일 정도 있다가 바꾸는 경우도 있어요."

앞서 지난해 7월.

작업자들이 포장까지 끝난 제품을 뜯어 다른 상자에 옮겨담습니다.

라벨에 적힌 제조일자는 지난해 7월 24일.

옮겨담은 상자를 다시 포장합니다.

그리고 새로 포장된 상자에 붙은 라벨엔 제조일자가 하루 뒤인 7월 25일로 적혀있습니다.

<녹취> 제보자 : "하루도 안 빠지고 매일 해요. 매일 하는 이유는 미리 제품을 많이 만들어요. 전날 미리. 만든 날짜는 그 날짜를 붙여요. 그럼 누가 오더라도 맞잖아요. 그 날짜니까. 그럼 다음날 발주가 뜨잖아요? 그러면 발주서 보고 수량 맞으면 스티커를 바꾸는 거죠."

아예 포장 상자를 통째로 바꿔버리기도 합니다.

작업자들이 플라스틱 상자에 들어있는 제품을 종이 상자로 옮겨 담습니다.

플라스틱 상자에 붙어있는 라벨엔 제조일자가 지난해 12월 1일로 적혀있습니다.

그런데 옮겨담은 종이상자에는 다음날인 12월 2일이 찍혀있습니다.

이 제품의 유통기한은 불과 일주일.

제조일자를 바꾸는 이른바 '라벨갈이'를 한 덕에 유통기한까지 하루 더 늘어납니다.

<인터뷰> 녹색식품안전연구원 원장 : "아무리 안전하게 만들어진 제품이라 하더라도 절대적인 유통기한이라는 게 설정이 되거든요. 그런데 그거를 이렇게 임의로 변조한다라는 것은 그건 당연히 법에 저촉이 되죠."

이렇게 만들어진 제품은 어디로 갈까?

이 공장에서 제품을 싣고 나오는 차량을 따라가 봤습니다.

공장을 출발해 두 시간 가량을 달려 도착한 곳은 한 대형 제과업체의 생산공장.

운전기사는 매일 이 공장으로 계란을 운반한다고 말합니다.

<녹취> 운전기사 : "매일 와요. (매일 오세요?) 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계란은 과자를 만드는데 사용됩니다.

<녹취> 제과업체 공장 관계자 : "○○○과자 만드는데 들어가는 거예요. 냉장해서 와서 바로 냉장실로 들어가는 거예요."

실제로 이 제과업체는 지난해에만 2천톤이 넘는 계란을 문제의 공장으로부터 납품받았습니다.

취재진이 입수한 이 계란가공공장의 거래자료에 따르면, 이 대형 제과업체 외에도 다른 유명 제과업체와 제빵업체는 물론, 음료업체와 외식업체 등도 제품을 공급받고 있습니다.

거래처 중엔 학교 급식 사업을 하는 업체도 포함돼 있습니다.

지난해 생산량은 계란 1억 6백만여 개로 5천8백여 톤.

매출액은 140억 원을 넘습니다.

<녹취> 제보자 : "(음식에) 다 들어가요. 라면 스프에 계란 가루가 들어가요. 피할 수가 없죠. 과자 같은 거, 빵, 다 들어가죠. 빵에 다 계란이 첨가돼요."

계란이 공급된 이 대형 제과업체는 과자 원료를 납품하는 업체들에 대해 불시에 위생 점검을 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제과업체 관계자 : "저희가 원재료를 공급해주는 업체에 대해서 수시로 관리를 합니다. 저희가 지정해 놓은 기준 원칙이 있을 거 아닙니까. 그 원칙에 대해서 수시로 가서 확인을 하고 불시, 정기, 항상 저희가 검사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문제를 밝혀내진 못했습니다.

<녹취> 제보자 : "다 알려주죠. ○○에서 온다, 어디서 온다 그러면 미리 알긴 알죠. 그리고 심지어 3,4일 전부터 다 아는데... 일주일이나. 그러니까 알고 오는 거니까 준비를 한다고요."

문제의 계란가공공장을 직접 찾았습니다.

<녹취> "KBS에서 왔는데요."

깨진 계란을 사용하고 세척기를 가동하지 않는다는 제보 내용에 대해 물었습니다.

<녹취> 계란가공공장 관계자 : "파란을 쓴다는 건 법적으로 말도 안 되는 거고요. (세척을) 안 하면 저희가 납품하는 업체 있잖습니까. 그 업체에서 항의가 엄청 들어와요."

반품된 계란을 정상 제품에 섞는 일도 전혀 없고, 제조일자를 바꾸는 이른바 '라벨갈이'에 대해서도 강하게 부정합니다.

난각처리기를 이용한 폐기물 재활용도 없다고 말합니다.

<녹취> 계란가공공장 관계자 : "분쇄기를 통해서 껍질을 갈아요. 그러면 갈은 액체는 폐수처리장, 폐수처리기로 다 정상적인 폐수 처리를 하는 거고."

공장 내부를 보여달라는 취재진의 요구는 거부했습니다.

<녹취> 계란가공공장 관계자 : "현장을 보여드리는 건 상관 없는데, 지금 AI 집중 관리기간이기 때문에 현장을 보여드리는 부분은 사실은 조금 어렵고..."

하지만 이후 취재진이 입수한 동영상을 보여주자 말이 바뀝니다.

난각처리기에서 나온 폐기물은 일부 제품에만 활용한다고 털어놨습니다.

<녹취> 계란가공공장 관계자 : "저희가 분말제품이 있어요. 그 용도로는 사용을 하고 있습니다. 계란을 어떻게 깨라는 규정은 없어요. 그렇기 때문에 (난각처리기로) 탈수된 계란을 쓴다고 해서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는 않습니다."

계란 운송 중에 계란이 깨지는 경우가 있지만 파손된 계란을 구입해 사용한 적은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또 반품된 제품을 바로 버릴 수 없어 잠시 제품 창고에 보관할 뿐, 이를 재활용하는 일은 없고, 라벨을 새로 붙이는 건 거래처의 주문이 갑자기 변경됐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녹취> 계란가공공장 관계자 : "저희가 하루하루 나갈 거를 타이트하게 발주량을 맞춰요. 우리는 물건 다 만들었는데 취소되고, 그 논리로 따지면 그거 다 버려야 되는 거거든요. 이게 1,2 킬로그램도 아니고 1, 2, 3톤을 어떻게 버립니까. 그리고 저희 직원이 그거랑 관련해서 잘못 붙였을 수도 있고..."

하지만 이런 행위는 소비자와의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입니다.

<인터뷰> 정승헌(건국대학교 동물자원학과 교수) : "날짜가 좀 지났는데 문제는 없다. 그러니까 다시 라벨링을 바꿔서 다시 제품화할 수 있다. 이건 굉장히 위험한 사고입니다. 그래선 안 되는 거죠."

제보된 동영상을 통해 다양한 문제점이 발견된 이 공장은, 지난 2008년 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 즉 해썹 인증을 받은 곳입니다.

해썹은 식품의 원재료부터 제조, 가공, 유통과정을 거쳐 최종소비자에게 전달될 때까지 위험요소를 파악해 관리하는 시스템입니다.

이 공장도 해썹 인증을 받은 뒤 정기적으로 검사를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직원들은 검사 일정을 미리 알고 준비했다고 말합니다.

<녹취> 제보자 : "해썹 점검 나온다고 그러면, 벌써 3일 전부터 사람도 못 다니게 하고 싹 치워놓거든요." "만약에 안 알려주고 가면 어떻게 되는 거죠?" "해썹 취소되죠. 제가 알고 있는 사업장들 거의 90% 이상이 취소될 가능성이 높죠."

이런 검사 방식이 문제가 되자 최근엔 날짜를 알려주지 않고 검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여전히 형식적인 관리만 이뤄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인터뷰> 박지호(경실련 소비자정의센터 간사) : "해썹을 인증하는 단계부터 시작해서 해썹을 어긴 업체들에 대한 처벌, 그리고 이런 것들의 승인 취소, 이런 부분에 있어서는 형식적인 모니터링에 그치고 있어서 업체들이 이걸 역이용하고 있고, 지금에 와서는 해썹 표시가 우리 소비자들을 기만하는 표시가 되어가고 있다..."

문제가 된 계란가공공장도 지난 2009년 비슷한 사건을 겪었습니다.

이 부적합 계란을 가공하다 적발돼 직원 2명이 구속됐지만 해썹 인증은 취소되지 않았습니다.

취재가 진행되자 계란가공공장 측은 공장 내부를 취재진에게 공개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녹취> "한 시간에 9만 개를 처리할 수가 있습니다."

공장 내부는 동영상 속 모습과는 사뭇 달라 보입니다.

문제의 난각처리기는 여전히 가동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흘러나온 폐수를 담은 통은 한쪽으로 치워버렸습니다.

<녹취> 계란가공공장 관계자 : "(이 통은 왜 치우셨어요?) 오해받을까봐 치웠어요. 옆으로...(어제는 분말제품에 다시 사용한다고 하지 않으셨어요?)..."

공장 책임자인 조합장은 이 폐수를 동물 사료로 사용한다고 또 다른 설명을 합니다.

<인터뷰> 오정길(조합장) : "사료용으로도 사용하는데...필요할 때만 하는 거지 그렇지 않을 때는 전부 다 폐수로 흘려보내는 겁니다."

폐수로 처리하거나, 동물 사료로 써야할 계란까지 식탁 위에 오르고 있는 충격적인 현실은 내부 고발자가 폭로한 영상을 통해 생생하게 드러났습니다.

계란이 들어간 많은 제품들이 오늘도 우리 아이들의 간식이 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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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폐기물 계란’이 과자에 빵에…
    • 입력 2015-02-15 23:23:04
    • 수정2015-02-15 23:59:40
    취재파일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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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취> " 저거 살균해도 안 먹어. 한 번 생각해봐요. 애들 이거 사주겠어?"

<녹취> "이 상황의 심각성은 너무 충격적인데..."

<녹취> "이거 되게 지저분한데요? 제가 볼 때는..."

계란 가공공장에선 무슨 일이?

<녹취> "계란을 깨잖아요. 이 안에 흰자가 남아있거든요. 이거를 분쇄를 하죠. 갈죠. 갈아가지고 국물이 나오는 거죠. 이 액을 다시 같이 납품하는 거죠."

<녹취> "그러니까 짤순이를 생각하시면 되요. 짤순이가 다 탈수시켜버리면 건조되죠. 그 수분을 다 뺀 것을 펌프를 통해서 계란 깐 것에다 혼합을 하는 겁니다."

우리나라 국민 한 사람이 한 해에 먹는 계란은 약 200개 정도입니다.

저렴하면서도 맛있고, 또 영양이 풍부해 완전식품으로 불리며 사랑받고 있는데요.

이런 계란을 직접 먹는 경우도 있지만 또 상당량은 과자나 빵을 통해 먹게 됩니다.

과자나 빵, 혹은 반찬 등에 들어가는 계란은 이런 공장에서 가공과정을 거치게 되는데요.

가공공장의 위생상태가 생각보다 훨씬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대로라면 우리 아이들이 먹는 과자나 빵, 결코 안심할 수가 없습니다.

계란가공공장 내부 화면을 입수했습니다.

한국양계농협이 운영하는 계란 가공공장입니다.

이 공장에서 일하는 한 작업자가 통에 들어있는 계란을 어디론가 쏟아버립니다.

통 안엔 껍질과 섞인 계란이 잔뜩 들어있습니다.

한 눈에 보기에도 먹을 수 없는 계란 찌꺼기.

투입구 위에도 폐기물을 처리하는 곳이라는 표시가 붙어있습니다.

작업 과정에서 실수로 깨지거나, 바닥에 떨어져 폐기하는 과정입니다.

<녹취> 제보자 : "기계 작업하다가 떨어진 것도 있고, 또 작업자들이 실수로 떨어뜨릴 수도 있고. 오만가지가 다 들어간 거예요./폐기물이라고 써놨잖아요."

이 폐기물은 기계를 통해 공장 밖으로 옮겨집니다.

폐기물이 옮겨진 곳은, 계란 껍질을 파쇄하는 이른바 '난각처리기'.

<녹취> 제보자 : "계란 껍데기가 갈아버리면 그 부피가 확 줄어드니까. 수분을 제거하면서 가는 건데, 산업폐기물 양을 줄이는거죠."

원심력을 이용해 계란 껍질에 남아있던 흰자를 제거한 뒤 껍질만 잘게 부수는 겁니다.

<녹취> 제보자 : "이게 고속회전을 하면서 갈아줘요. 계란을. 그러면 분쇄를 해준다고요. 그러면서 원심력에 의해서 그 국물이 여기로 빠지는 거예요. 이 밑으로..."

실제로 이 기계에서 계란 찌꺼기로 보이는 액체가 흘러나옵니다.

흘러나온 액체는 준비된 통에 담깁니다.

액체가 채워질수록 하얀 거품도 차오릅니다.

이 거품 안으로 또 다른 장치가 보입니다.

이 장치는 전기 펌프.

펌프는 붉은색 호스와 연결돼 있습니다.

이 호스를 따라가봤습니다.

그런데, 호스는 다시 공장 내부로 연결되고, 가공 과정을 거치는 다른 정상 계란과 섞입니다.

<녹취> 제보자 : "계란을 파쇄하고, 파쇄하면서 나오는 그 계란 국물을 통에 모아놨다가 수중펌프로 빨아서 지금 정상제품 나오는 데에다가 섞는 거예요."

폐기물로 버려진 계란을 다시 사용하는 겁니다.

이런 폐기물의 재사용은 다른 동영상을 통해서도 수 차례 확인됩니다.

<녹취> 제보자 : "가정에서 음식물쓰레기 양을 줄이기 위해서 짜잖아요. 그런데 그 국물을 예를 들어서 육수처럼 썼다면 저희가 먹을 수 있겠냐고요."

믿을 수 없는 광경에 전문가들도 놀랍니다.

<인터뷰> 정승헌(건국대학교 동물자원학과 교수) : "이거야말로 산업폐기물이야. 이거는../폐기물을 자기들이 임의로 가공해서 여기에다 다시 제품화시키는 건 있을 수가 없어...."

껍질과 내용물이 섞이면서 세균에 감염될 위험도 커진다는 지적입니다.

<인터뷰> 이학태(녹색식품안전연구원 원장) : "달걀 그 난각(껍질)부분에 남아있던 그런 것들을 다시 모아서 원료에다 넣는다는 것은요, 대단히 위험한 거죠. 이 상태는 이미 껍질과 그 난각 자체에 오염된 부분과 이 알맹이가 섞이는 상태거든요."

이 난각처리기에서 나오는 폐기 계란은 하루 수백 킬로그램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전부 폐수처리를 해야하지만 다시 재료로 쓰면서 이 공장은 폐수처리비용과 함께 원료비까지 아끼고 있다는 게 내부 직원의 주장입니다.

<녹취> 제보자 : "폐수로 흘려보내면 폐수 처리하는 데도 시간이 많이 걸린단 말이예요. 계란 찌꺼기... 그거 안 돌리면 하루에 1톤이니까 많죠. 돈으로 계산하면... 돈이 그만큼 적자가 날 것 아닙니까?"

공장 적자를 줄이기 위해 폐수로 흘려보내야 하는 계란 찌꺼기를 식품으로 둔갑시켰다는 겁니다.

농장에서 들여온 계란을 가공 기계에 넣는 곳입니다.

이 계란들은 세척과 건조 과정을 거친 뒤 할란기, 즉 계란을 깨는 장치로 옮겨지게 됩니다.

그런데 한 직원이 깨진 계란을 직접 들어 기계 위에 쏟아 붓습니다.

옆에는 노른자가 훤히 보이는 파란, 즉 깨진 계란이 쌓여있습니다.

기계 위엔 껍질만 남은 계란이 굴러갑니다.

이런 깨진 계란은 식용으로 사용이 금지돼 있습니다.

<녹취> 제보자 : "상식적으로 일단 파란(깨진 계란)이라는 건 유통되지 말아야 될 제품인데 유통이 돼서 버젓이 쓰고 있다는 거죠. 지금."

깨진 계란뿐만이 아닙니다.

이물질이 잔뜩 묻은 계란도 마구잡이로 기계에 투입됩니다.

때로는 썪은 계란이 공장 내부로 반입돼 직원들조차 놀랄 정도입니다.

<녹취> 제보자 : "똥인지 곰팡이인지 구분이 안 가는 정도예요. 똥에 곰팡이가 핀 건지 아니면 곰팡인지도 몰라요. 엄청납니다. 이게 지금..."

겉으로 보기에 깨끗한 계란이라 해도 세척과 건조 과정은 반드시 거쳐야합니다.

하지만 동영상 속엔 세척기가 가동되지 않습니다.

입구에서 세척액이 쏟아지는 가동 상태의 모습과는 확연히 다릅니다.

건조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습니다.

세척기를 통과해도 오염물질과 함께 계란 노른자가 그대로 묻어있습니다.

<인터뷰> 녹색식품안전연구원 원장 : "이 곰팡이는 어느 정도의 더운 물로도 잘 제거가 되지 않아요. 그래서 이런 부분은 사실은 특히 계분이거든요. 곰팡이도 있고 계분도 있고 이렇게 되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사실은 잘 세척을 해야 되는게 첫번째고요."

이렇게 오염이 우려되는 깨진 계란을 세척과 건조 과정도 없이 가공하다보니, 흰자와 노른자의 상태에도 문제가 있다는 게 영상을 제보한 직원의 주장입니다.

노른자가 풀려있고, 검은색의 오염물질이 떠있거나, 보라색 이물질이 보이기도 합니다.

이런 이물질을 건져내 버린 뒤 남은 계란은 그대로 제품으로 가공한다고 말합니다.

<녹취> 제보자 : "골라내는데...골라내는 게 문제가 아니라 이 부분이 다 오염됐다고 봐야 되는 거예요. 폐기를 해야 되는 거죠. 그런데 폐기를 안 하고 여기 눈에 보이는 것만 버리는거죠."

원칙대로라면 모두 폐기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이후 공정에서 분해와 살균처리 과정을 거치더라도 100% 안전을 장담할 수 없다는 겁니다.

<인터뷰> 정승헌(건국대학교 동물자원학과 교수) : "걷어내는 게 문제가 아니죠. 폐기시켜야지. 그러니까 이거는 식용이 아니라 비식용, 예를 들면 사료용이라든지 다른 가공용으로 써야지. 사람이 먹지 않는..."

이렇게 만들어진 제품에 이상은 없을까?

영상 속 작업자들이 계란 제품이 들어있는 플라스틱 상자를 살균실로 옮깁니다.

살균실은 제조 공정의 마지막 단계이자, 위생상 가장 중요한 곳으로 완성된 제품이 다시 들어가서는 안 됩니다.

제품의 제조일자는 지난해 3월 20일.

작업자들은 왜 제품을 다시 살균실 안으로 옮긴 걸까?

<녹취> 제보자 : "납품을 했는데 이게 균이 나와서 반품이 들어왔어요. 그런데 이 반품 들어온 거를 보관했다가 다시 또 쓰려고 가지고 들어가는 거죠. 살균실에..."

취재 결과, 실제로 지난해 3월, 한 식품업체에 공급한 제품이 부적합 판정을 받고 반품됐습니다.

<녹취> 식품업체 관계자 : "저희 공장 품질 기준에 미흡해서 반품처리를 한 경우입니다. 미생물 검사에서 발견된 것 같고요. 3월이 맞다고 들었고요."

또 비슷한 시기 이 공장은 경기도축산위생연구소의 성분규격검사에서 부적합 판정을 받고 과징금 5천만 원이 부과됐습니다.

이 때문에 공장 관계자 3명이 징계위원회에 회부되기도 했습니다.

동영상을 제보한 직원은 반품된 제품을 다시 쓰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주장합니다.

<녹취> 제보자 : "이걸(반품된 제품을) 쓸 수 있는지 없는지를 어떻게 판단하냐하면, 실험을 해서 pH를 잴 거예요. 산도를. 그래서 어느정도 산도가 나오면 괜찮다 싶으면 섞어 쓰는 거죠."

실제로 이 직원이 촬영한 동영상에는 보관 창고에 반품된 것으로 추정되는 제품이 수없이 등장합니다.

제조일자 10월 9일, 용량은 1000킬로그램으로 적혀 있지만 촬영일자는 10월 13일이고, 1000킬로그램 들이 통엔 계란이 3분의 1가량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유통기한이 이미 지난 제품도 보입니다.

제과업체가 사용하고 남긴 계란을 반품한 것이란 게 직원의 설명입니다.

<녹취> 제보자 : "○○제과 ○○공장에 납품을 했다는 건데 이거를 반품시킨 겁니다. (이걸 다시 시중에 푼다는 거죠?) 네, 정상 제품이랑 섞어서..."

한 작업자가 플라스틱 상자에 붙어있는 라벨을 떼어냅니다.

상자 위엔 떼어낸 라벨이 쌓여 있습니다.

버려지는 라벨에 적힌 제조일자는 지난해 11월 20일.

작업자는 능숙하게 새 라벨을 상제에 붙입니다.

새로 붙인 라벨을 살펴보닌 제조일자는 하루 뒤인 11월 21일로 적혀있습니다.

직원들은 이를 '라벨갈이'라고 부릅니다.

<녹취> 제보자 : "보통 쓰다가 남으면 2~3일 정도 있다가 바꾸는 경우도 있어요."

앞서 지난해 7월.

작업자들이 포장까지 끝난 제품을 뜯어 다른 상자에 옮겨담습니다.

라벨에 적힌 제조일자는 지난해 7월 24일.

옮겨담은 상자를 다시 포장합니다.

그리고 새로 포장된 상자에 붙은 라벨엔 제조일자가 하루 뒤인 7월 25일로 적혀있습니다.

<녹취> 제보자 : "하루도 안 빠지고 매일 해요. 매일 하는 이유는 미리 제품을 많이 만들어요. 전날 미리. 만든 날짜는 그 날짜를 붙여요. 그럼 누가 오더라도 맞잖아요. 그 날짜니까. 그럼 다음날 발주가 뜨잖아요? 그러면 발주서 보고 수량 맞으면 스티커를 바꾸는 거죠."

아예 포장 상자를 통째로 바꿔버리기도 합니다.

작업자들이 플라스틱 상자에 들어있는 제품을 종이 상자로 옮겨 담습니다.

플라스틱 상자에 붙어있는 라벨엔 제조일자가 지난해 12월 1일로 적혀있습니다.

그런데 옮겨담은 종이상자에는 다음날인 12월 2일이 찍혀있습니다.

이 제품의 유통기한은 불과 일주일.

제조일자를 바꾸는 이른바 '라벨갈이'를 한 덕에 유통기한까지 하루 더 늘어납니다.

<인터뷰> 녹색식품안전연구원 원장 : "아무리 안전하게 만들어진 제품이라 하더라도 절대적인 유통기한이라는 게 설정이 되거든요. 그런데 그거를 이렇게 임의로 변조한다라는 것은 그건 당연히 법에 저촉이 되죠."

이렇게 만들어진 제품은 어디로 갈까?

이 공장에서 제품을 싣고 나오는 차량을 따라가 봤습니다.

공장을 출발해 두 시간 가량을 달려 도착한 곳은 한 대형 제과업체의 생산공장.

운전기사는 매일 이 공장으로 계란을 운반한다고 말합니다.

<녹취> 운전기사 : "매일 와요. (매일 오세요?) 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계란은 과자를 만드는데 사용됩니다.

<녹취> 제과업체 공장 관계자 : "○○○과자 만드는데 들어가는 거예요. 냉장해서 와서 바로 냉장실로 들어가는 거예요."

실제로 이 제과업체는 지난해에만 2천톤이 넘는 계란을 문제의 공장으로부터 납품받았습니다.

취재진이 입수한 이 계란가공공장의 거래자료에 따르면, 이 대형 제과업체 외에도 다른 유명 제과업체와 제빵업체는 물론, 음료업체와 외식업체 등도 제품을 공급받고 있습니다.

거래처 중엔 학교 급식 사업을 하는 업체도 포함돼 있습니다.

지난해 생산량은 계란 1억 6백만여 개로 5천8백여 톤.

매출액은 140억 원을 넘습니다.

<녹취> 제보자 : "(음식에) 다 들어가요. 라면 스프에 계란 가루가 들어가요. 피할 수가 없죠. 과자 같은 거, 빵, 다 들어가죠. 빵에 다 계란이 첨가돼요."

계란이 공급된 이 대형 제과업체는 과자 원료를 납품하는 업체들에 대해 불시에 위생 점검을 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제과업체 관계자 : "저희가 원재료를 공급해주는 업체에 대해서 수시로 관리를 합니다. 저희가 지정해 놓은 기준 원칙이 있을 거 아닙니까. 그 원칙에 대해서 수시로 가서 확인을 하고 불시, 정기, 항상 저희가 검사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문제를 밝혀내진 못했습니다.

<녹취> 제보자 : "다 알려주죠. ○○에서 온다, 어디서 온다 그러면 미리 알긴 알죠. 그리고 심지어 3,4일 전부터 다 아는데... 일주일이나. 그러니까 알고 오는 거니까 준비를 한다고요."

문제의 계란가공공장을 직접 찾았습니다.

<녹취> "KBS에서 왔는데요."

깨진 계란을 사용하고 세척기를 가동하지 않는다는 제보 내용에 대해 물었습니다.

<녹취> 계란가공공장 관계자 : "파란을 쓴다는 건 법적으로 말도 안 되는 거고요. (세척을) 안 하면 저희가 납품하는 업체 있잖습니까. 그 업체에서 항의가 엄청 들어와요."

반품된 계란을 정상 제품에 섞는 일도 전혀 없고, 제조일자를 바꾸는 이른바 '라벨갈이'에 대해서도 강하게 부정합니다.

난각처리기를 이용한 폐기물 재활용도 없다고 말합니다.

<녹취> 계란가공공장 관계자 : "분쇄기를 통해서 껍질을 갈아요. 그러면 갈은 액체는 폐수처리장, 폐수처리기로 다 정상적인 폐수 처리를 하는 거고."

공장 내부를 보여달라는 취재진의 요구는 거부했습니다.

<녹취> 계란가공공장 관계자 : "현장을 보여드리는 건 상관 없는데, 지금 AI 집중 관리기간이기 때문에 현장을 보여드리는 부분은 사실은 조금 어렵고..."

하지만 이후 취재진이 입수한 동영상을 보여주자 말이 바뀝니다.

난각처리기에서 나온 폐기물은 일부 제품에만 활용한다고 털어놨습니다.

<녹취> 계란가공공장 관계자 : "저희가 분말제품이 있어요. 그 용도로는 사용을 하고 있습니다. 계란을 어떻게 깨라는 규정은 없어요. 그렇기 때문에 (난각처리기로) 탈수된 계란을 쓴다고 해서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는 않습니다."

계란 운송 중에 계란이 깨지는 경우가 있지만 파손된 계란을 구입해 사용한 적은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또 반품된 제품을 바로 버릴 수 없어 잠시 제품 창고에 보관할 뿐, 이를 재활용하는 일은 없고, 라벨을 새로 붙이는 건 거래처의 주문이 갑자기 변경됐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녹취> 계란가공공장 관계자 : "저희가 하루하루 나갈 거를 타이트하게 발주량을 맞춰요. 우리는 물건 다 만들었는데 취소되고, 그 논리로 따지면 그거 다 버려야 되는 거거든요. 이게 1,2 킬로그램도 아니고 1, 2, 3톤을 어떻게 버립니까. 그리고 저희 직원이 그거랑 관련해서 잘못 붙였을 수도 있고..."

하지만 이런 행위는 소비자와의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입니다.

<인터뷰> 정승헌(건국대학교 동물자원학과 교수) : "날짜가 좀 지났는데 문제는 없다. 그러니까 다시 라벨링을 바꿔서 다시 제품화할 수 있다. 이건 굉장히 위험한 사고입니다. 그래선 안 되는 거죠."

제보된 동영상을 통해 다양한 문제점이 발견된 이 공장은, 지난 2008년 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 즉 해썹 인증을 받은 곳입니다.

해썹은 식품의 원재료부터 제조, 가공, 유통과정을 거쳐 최종소비자에게 전달될 때까지 위험요소를 파악해 관리하는 시스템입니다.

이 공장도 해썹 인증을 받은 뒤 정기적으로 검사를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직원들은 검사 일정을 미리 알고 준비했다고 말합니다.

<녹취> 제보자 : "해썹 점검 나온다고 그러면, 벌써 3일 전부터 사람도 못 다니게 하고 싹 치워놓거든요." "만약에 안 알려주고 가면 어떻게 되는 거죠?" "해썹 취소되죠. 제가 알고 있는 사업장들 거의 90% 이상이 취소될 가능성이 높죠."

이런 검사 방식이 문제가 되자 최근엔 날짜를 알려주지 않고 검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여전히 형식적인 관리만 이뤄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인터뷰> 박지호(경실련 소비자정의센터 간사) : "해썹을 인증하는 단계부터 시작해서 해썹을 어긴 업체들에 대한 처벌, 그리고 이런 것들의 승인 취소, 이런 부분에 있어서는 형식적인 모니터링에 그치고 있어서 업체들이 이걸 역이용하고 있고, 지금에 와서는 해썹 표시가 우리 소비자들을 기만하는 표시가 되어가고 있다..."

문제가 된 계란가공공장도 지난 2009년 비슷한 사건을 겪었습니다.

이 부적합 계란을 가공하다 적발돼 직원 2명이 구속됐지만 해썹 인증은 취소되지 않았습니다.

취재가 진행되자 계란가공공장 측은 공장 내부를 취재진에게 공개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녹취> "한 시간에 9만 개를 처리할 수가 있습니다."

공장 내부는 동영상 속 모습과는 사뭇 달라 보입니다.

문제의 난각처리기는 여전히 가동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흘러나온 폐수를 담은 통은 한쪽으로 치워버렸습니다.

<녹취> 계란가공공장 관계자 : "(이 통은 왜 치우셨어요?) 오해받을까봐 치웠어요. 옆으로...(어제는 분말제품에 다시 사용한다고 하지 않으셨어요?)..."

공장 책임자인 조합장은 이 폐수를 동물 사료로 사용한다고 또 다른 설명을 합니다.

<인터뷰> 오정길(조합장) : "사료용으로도 사용하는데...필요할 때만 하는 거지 그렇지 않을 때는 전부 다 폐수로 흘려보내는 겁니다."

폐수로 처리하거나, 동물 사료로 써야할 계란까지 식탁 위에 오르고 있는 충격적인 현실은 내부 고발자가 폭로한 영상을 통해 생생하게 드러났습니다.

계란이 들어간 많은 제품들이 오늘도 우리 아이들의 간식이 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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