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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색어 기사’ 언제까지?
입력 2015.03.08 (17:24) 수정 2015.03.08 (17:35) 미디어 인사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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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색어 기사’ 언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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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비슷한 기사를 반복적으로 올리는, 이른바 ‘어뷰징’ 기사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어뷰징 기사가 뉴스 생태계를 혼탁하게 만드는 만큼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는 있지만, 오히려 그 수법은 날로 교묘해지고 있습니다.

근본적인 대책은 없는 걸까요?

최근 나타난 어뷰징 기사의 실태와 그걸 방지할 수 있는 방안, 최서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주말 지상파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해 호평을 받은 한 참가자의 이름이 방송 직후 포털 사이트 네이버의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올랐습니다.

그러자 인터넷에 관련 기사들이 순식간에 쏟아졌습니다.

방송 당일부터 나흘 동안 이 포털에 올라온 이 참가자 관련 기사는 천 건이 넘습니다.

한 경제지는 같은 기간 50건이 넘는 기사를 쏟아냈는데, 대부분의 내용은 이 참가자가 심사위원들의 극찬을 받았다는 것으로 거의 비슷합니다.

아예 똑같은 기사 내용을 이틀 뒤 제목만 바꿔 올린 경우도 있었습니다.

언론사가 검색을 통한 자사 기사의 조회 수를 높이기 위해 생산하는, 이른바 '어뷰징' 기사로 분류될 수 있는 것들입니다.

별다른 취재 없이 누리꾼의 댓글 내용을 바탕으로 생산한 뉴스도 많습니다.

<녹취> 이뉴스투데이 'K팝스타4' 케이티 김, 소녀시대 태연 닮은 꼴? '대박'… "어디서 많이 본 듯“

이용자가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를 조회했을 때 계속해서 잘 노출되도록 내용은 비슷한 데도 기사를 자꾸 생산하는 겁니다.

네이버는 최근에 비슷한 내용의 기사를 묶어서 보여주는 클러스터링 기법을 선보였지만 새로운 어뷰징 기법들도 발빠르게 등장했습니다.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가 기사 상하단에 여러 번 들어가 있기도 하고 당일 화제가 된 검색어들을 한꺼번에 기사에 입력하기도 합니다.

<인터뷰> 이성규(블로터 미디어랩장) : "그 묶음 중에서도 제일 상단에 걸리게 되면 트래픽이 몰려들어오는 이런 구조거든요. 상단에 걸리기 위해서 어떻게 하면 되느냐, 그걸 언론사들이 역추적을 한 거죠."

추가 취재나 확인 없이 기사를 생산하거나 다른 기사를 베끼는 경우가 많다 보니 한 기사가 오보를 내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이 번집니다.

지난해 11월 한 종합격투기 대회 업체의 부대표이기도 한 가수 박상민 씨가 격투기 경기를 관람하다 한 선수에게 욕설을 했다는 내용의 기사가 포털 뉴스페이지를 통해 빠르게 퍼졌습니다.

<녹취> 헤럴드팝 “아픈 척 하지 말고 빨리 일어나! XX야” 막말 논란

박 씨는 욕설을 한 사실이 없는데도 자신을 모욕하는 기사가 쏟아져 나오자 해당 언론을 상대로 언론중재위원회에 언론조정 신청을 했습니다.

<녹취> 언론조정 신청서 "피신청인은 사실확인도 거치지 않은 허위 내용의 기사를 불과 2시간여 만에 총 13회에 걸쳐 작성...해당 기사를 작성한 기자의 이름을 확인할 수 없는 점...자극적인 제목을 사용한 점 등으로 볼 때..."

결국 해당 신문은 정정보도를 냈습니다.

<녹취> 헤럴드 경제 "해당 경기중계영상 등을 확인한 결과 박상민 부대표는 000 선수에게 욕설이나 폭언한 사실이 없는 것으로 확인되어 이를 바로잡습니다."

그러나 이미 온라인에는 관련 기사들이 퍼진 뒤였고 박 씨가 욕설을 했다는 기사는 아직도 2백 건 넘게 온라인에 남아있습니다.

이같은 검색어 기사에 자주 인용되는 대상은 연예인으로, 과거의 사생활이 다시 파헤쳐지는 등 피해를 보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지난 달 26일 헌법재판소가 간통죄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리자 인터넷에는 과거 간통죄 혐의를 받았던 유명인들을 언급하는 비슷비슷한 기사들이 줄을 이었습니다.

한 언론은 수십 년 전 간통죄 혐의를 받았던 한 연예인의 당시 사정을 낱낱이 공개하면서 상대자의 실명까지 거론했습니다.

검색어 기사를 생산해내는 언론사뿐 아니라 이같은 기사를 게재하는 포털 사이트의 책임에도 무게가 실리고 있습니다.

포털 사이트 네이버는 문제의 기사를 양산하는 언론사에 불이익을 줄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는 입장입니다.

<인터뷰> 유봉석(네이버 미디어플랫폼 이사) : "이게 기계적인 알고리즘으로는 분명히 한계가 존재하고 어떻게 보면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미디어 업계나 언론사나 여기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이용자와 함께 이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게 시간은 더디지만 궁극적인 해결 방안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기사 조회 수에 의존해 광고 요금이 산정되는 체계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인터뷰> 최진순(건국대학교 언론홍보대학원 겸임교수, 한국경제 기자) : "언론사가 가치를 확보하려면 결국엔 트래픽에 기초할 수밖에 없다는 점. 그런 현실적인 생태계가 메이저 신문이든 아니든 간에 사실은 이런 검색 기반의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수준 낮은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특정 기사의 조회 수 뿐 아니라 기사 내용의 질적인 수준이나 이용자가 기사를 보는 시간 등을 다각도로 고려해 광고 요금을 매길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인터뷰> 이성규(블로터 미디어랩장) : "어뷰징을 많이 하는 빈도... 그 빈도가 높거나 한 언론사들에 대해서는 신뢰도 점수들을 연계시켜서 깎아내리고 실제로 검색에서는 노출의 순위들을 자꾸 낮춰버리면서 언론사가 얻고자 하는 트래픽 효과가 오히려 어뷰징 때문에 더 어려워지고 있다라는 시그널을 네이버가 던지는 것도 어느 정도는 작동할 수 있지 않을까 저는 생각합니다."

근본적으로는 기사 조회 수에 급급해 뉴스의 가치를 스스로 포기한 언론들의 인식 전환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인터뷰> 김기태(세명대 디지털콘텐츠창작학과 교수) : "뉴스의 무가치한 확대 재생산에 따른 미디어 수용자들의 피로감이 가중되면서 머지않아 인터넷 공간 자체가 외면당한다거나, 아니면 대안언론이 등장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겠고요. 인터넷 사이트 그 자체가 어떻게 보면 쓸모없는 지식이나 정보로 가득 차 있는 거대한 쓰레기통처럼 여겨지는 그런 날이 올 지도 모르겠습니다."

뉴스 이용자들의 역할도 중요합니다.

우리 사회에서 꼭 필요하고 유익한 현안을 다루는 뉴스를 선택하는, 능동적인 뉴스 이용 문화가 확산된다면 조회 수만 노린 질 낮은 기사들을 인터넷 공간에서 퇴출시키는 데 적지 않은 힘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 ‘검색어 기사’ 언제까지?
    • 입력 2015.03.08 (17:24)
    • 수정 2015.03.08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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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색어 기사’ 언제까지?
<앵커 멘트>

비슷한 기사를 반복적으로 올리는, 이른바 ‘어뷰징’ 기사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어뷰징 기사가 뉴스 생태계를 혼탁하게 만드는 만큼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는 있지만, 오히려 그 수법은 날로 교묘해지고 있습니다.

근본적인 대책은 없는 걸까요?

최근 나타난 어뷰징 기사의 실태와 그걸 방지할 수 있는 방안, 최서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주말 지상파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해 호평을 받은 한 참가자의 이름이 방송 직후 포털 사이트 네이버의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올랐습니다.

그러자 인터넷에 관련 기사들이 순식간에 쏟아졌습니다.

방송 당일부터 나흘 동안 이 포털에 올라온 이 참가자 관련 기사는 천 건이 넘습니다.

한 경제지는 같은 기간 50건이 넘는 기사를 쏟아냈는데, 대부분의 내용은 이 참가자가 심사위원들의 극찬을 받았다는 것으로 거의 비슷합니다.

아예 똑같은 기사 내용을 이틀 뒤 제목만 바꿔 올린 경우도 있었습니다.

언론사가 검색을 통한 자사 기사의 조회 수를 높이기 위해 생산하는, 이른바 '어뷰징' 기사로 분류될 수 있는 것들입니다.

별다른 취재 없이 누리꾼의 댓글 내용을 바탕으로 생산한 뉴스도 많습니다.

<녹취> 이뉴스투데이 'K팝스타4' 케이티 김, 소녀시대 태연 닮은 꼴? '대박'… "어디서 많이 본 듯“

이용자가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를 조회했을 때 계속해서 잘 노출되도록 내용은 비슷한 데도 기사를 자꾸 생산하는 겁니다.

네이버는 최근에 비슷한 내용의 기사를 묶어서 보여주는 클러스터링 기법을 선보였지만 새로운 어뷰징 기법들도 발빠르게 등장했습니다.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가 기사 상하단에 여러 번 들어가 있기도 하고 당일 화제가 된 검색어들을 한꺼번에 기사에 입력하기도 합니다.

<인터뷰> 이성규(블로터 미디어랩장) : "그 묶음 중에서도 제일 상단에 걸리게 되면 트래픽이 몰려들어오는 이런 구조거든요. 상단에 걸리기 위해서 어떻게 하면 되느냐, 그걸 언론사들이 역추적을 한 거죠."

추가 취재나 확인 없이 기사를 생산하거나 다른 기사를 베끼는 경우가 많다 보니 한 기사가 오보를 내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이 번집니다.

지난해 11월 한 종합격투기 대회 업체의 부대표이기도 한 가수 박상민 씨가 격투기 경기를 관람하다 한 선수에게 욕설을 했다는 내용의 기사가 포털 뉴스페이지를 통해 빠르게 퍼졌습니다.

<녹취> 헤럴드팝 “아픈 척 하지 말고 빨리 일어나! XX야” 막말 논란

박 씨는 욕설을 한 사실이 없는데도 자신을 모욕하는 기사가 쏟아져 나오자 해당 언론을 상대로 언론중재위원회에 언론조정 신청을 했습니다.

<녹취> 언론조정 신청서 "피신청인은 사실확인도 거치지 않은 허위 내용의 기사를 불과 2시간여 만에 총 13회에 걸쳐 작성...해당 기사를 작성한 기자의 이름을 확인할 수 없는 점...자극적인 제목을 사용한 점 등으로 볼 때..."

결국 해당 신문은 정정보도를 냈습니다.

<녹취> 헤럴드 경제 "해당 경기중계영상 등을 확인한 결과 박상민 부대표는 000 선수에게 욕설이나 폭언한 사실이 없는 것으로 확인되어 이를 바로잡습니다."

그러나 이미 온라인에는 관련 기사들이 퍼진 뒤였고 박 씨가 욕설을 했다는 기사는 아직도 2백 건 넘게 온라인에 남아있습니다.

이같은 검색어 기사에 자주 인용되는 대상은 연예인으로, 과거의 사생활이 다시 파헤쳐지는 등 피해를 보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지난 달 26일 헌법재판소가 간통죄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리자 인터넷에는 과거 간통죄 혐의를 받았던 유명인들을 언급하는 비슷비슷한 기사들이 줄을 이었습니다.

한 언론은 수십 년 전 간통죄 혐의를 받았던 한 연예인의 당시 사정을 낱낱이 공개하면서 상대자의 실명까지 거론했습니다.

검색어 기사를 생산해내는 언론사뿐 아니라 이같은 기사를 게재하는 포털 사이트의 책임에도 무게가 실리고 있습니다.

포털 사이트 네이버는 문제의 기사를 양산하는 언론사에 불이익을 줄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는 입장입니다.

<인터뷰> 유봉석(네이버 미디어플랫폼 이사) : "이게 기계적인 알고리즘으로는 분명히 한계가 존재하고 어떻게 보면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미디어 업계나 언론사나 여기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이용자와 함께 이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게 시간은 더디지만 궁극적인 해결 방안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기사 조회 수에 의존해 광고 요금이 산정되는 체계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인터뷰> 최진순(건국대학교 언론홍보대학원 겸임교수, 한국경제 기자) : "언론사가 가치를 확보하려면 결국엔 트래픽에 기초할 수밖에 없다는 점. 그런 현실적인 생태계가 메이저 신문이든 아니든 간에 사실은 이런 검색 기반의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수준 낮은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특정 기사의 조회 수 뿐 아니라 기사 내용의 질적인 수준이나 이용자가 기사를 보는 시간 등을 다각도로 고려해 광고 요금을 매길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인터뷰> 이성규(블로터 미디어랩장) : "어뷰징을 많이 하는 빈도... 그 빈도가 높거나 한 언론사들에 대해서는 신뢰도 점수들을 연계시켜서 깎아내리고 실제로 검색에서는 노출의 순위들을 자꾸 낮춰버리면서 언론사가 얻고자 하는 트래픽 효과가 오히려 어뷰징 때문에 더 어려워지고 있다라는 시그널을 네이버가 던지는 것도 어느 정도는 작동할 수 있지 않을까 저는 생각합니다."

근본적으로는 기사 조회 수에 급급해 뉴스의 가치를 스스로 포기한 언론들의 인식 전환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인터뷰> 김기태(세명대 디지털콘텐츠창작학과 교수) : "뉴스의 무가치한 확대 재생산에 따른 미디어 수용자들의 피로감이 가중되면서 머지않아 인터넷 공간 자체가 외면당한다거나, 아니면 대안언론이 등장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겠고요. 인터넷 사이트 그 자체가 어떻게 보면 쓸모없는 지식이나 정보로 가득 차 있는 거대한 쓰레기통처럼 여겨지는 그런 날이 올 지도 모르겠습니다."

뉴스 이용자들의 역할도 중요합니다.

우리 사회에서 꼭 필요하고 유익한 현안을 다루는 뉴스를 선택하는, 능동적인 뉴스 이용 문화가 확산된다면 조회 수만 노린 질 낮은 기사들을 인터넷 공간에서 퇴출시키는 데 적지 않은 힘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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