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과 세습] ③ 재벌 후계자 경영 능력 성적표…1등은?

입력 2015.03.10 (11:38) 수정 2015.03.11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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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는 좀 빼주시면 안 돼요? 말을 꺼내기가 너무 조심스러워서요”
“만나시는 건 거의, 아니 100% 불가능합니다”

재벌에서 승계라는 단어는 금기어였다. 재벌 3세들을 취재하기 위해 만난 그룹 홍보담당자들은 마치 약속이나 한 듯 똑같은 말들을 쏟아냈다. 이른바 '왕 회장님'이 계신데 임원으로 근무하는 자녀의 그룹 승계를 꺼낸다는 것 자체가 '불충(不忠)'이라는 것이었다. 결국 단 한명의 재벌 3세도 직접 만날 수는 없었다.

그러나 재벌 3세들은 미래의 '회장님'이다. 직원들의 일자리는 물론, 우리에게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의 최고 경영자가 될 사람들이다. 기업의 미래는 물론, 대한민국의 미래가 이들에게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연 이들은 경영능력이 있는가? 우리의 미래를 이끌 수 있는가?

■ 재벌 3세를 평가하다

KBS 탐사보도팀은 경제개혁연구소와 함께 재벌3세의 경영능력을 평가했다. 전문가 50명에게 설문조사했다. 기업지배구조를 연구해 온 9개 대학 교수 18명, 증권사 애널리스트와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 20명, 공공과 민간 연구소 12명이다. 애널리스트와 펀드매니저는 회사측의 추천을 받았고, 대기업 산하 연구소들도 포함시켰다.

조사대상은 이른바 총수가 있는 30대 재벌그룹 중 경영승계가 본격화되고 있는 재벌들을 추렸다. 경영능력을 제대로 평가하기 위해 임원으로 승진한지 5년이 안 되는 3세들은 제외했다. 재벌3세 11명을 정했다. 삼성 이재용, 현대차 정의선, 롯데 신동빈, 한진 조원태, 두산 박정원, 신세계 정용진, 금호 박세창, 대림 이해욱, 현대 정지이, OCI 이우현, 효성 조현준 (2014년 4월 기준 자산 규모순, 직함은 생략)



■ 이들의 경영능력 점수는?

전문가들의 답변을 5개 항목으로 정리했다. ① 지금의 위치까지 오면서 투명한 검증이나 경쟁을 거쳤는지 [승계 정당성], ② 임원으로서 조직을 장악하고 주요 결정을 내리는지 [장악력] ③기업을 이끌만한 전문성을 갖고 있는지[전문성] ④사회 갈등으로 확산되는 노사 문제에대해 합리적 시각을 갖고 있는지[노사관] ⑤ 이들이 승계하는 회사가 발전할 것인가[회사 발전 전망] 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그리고 이 5개 부문을 각각 100점 만점씩으로 하는 오각형 그래프로 나타냈다.



이들의 평균 점수는 승계 정당성이 28점으로 가장 낮았고, 조직 장악력이 47점으로 가장 높았다. 전문성과 노사관, 회사 발전 전망은 40점 미만이었다. 승계 정당성 점수가 낮다는 건 그만큼 이들의 승계과정에 편법과 꼼수, 심지어 불법이 있었다는 뜻이다. 반면 조직 장악력 점수가 상대적으로 높았는데, 이는 회사내 위계질서를 반영한 점수로 해석된다.





재계1위 삼성의 가장 유력한 후계자 이재용 부회장의 오각형 그래프다. 승계 과정에서 많은 논란을 낳았던만큼 승계 정당성 점수가 낮았다. 장악력 부문에서만 50점을 간신히 넘겼다. 전문가 50명은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능력에 많은 의문을 표시하고 있었다. 현대차 정의선 부회장은 조직 장악력과 회사 발전 전망에서 50점을 넘겼다. 역시 승계 정당성은 점수가 낮았다.



승계과정이 정당했는지와 회사 발전 전망만을 따로 추려 표시했다. 다시 말해 과거 승계과정상의 문제가 미래 회사 발전 가능성과의 상관 관계를 분석한 것이다. X축의 빨간선이 승계 정당성의 평균 점수다. 28점...매우 박한 점수다. 회사 발전 전망은 평균 39점으로 정당성보단 높긴 하지만 역시 긍정적이진 않다.

승계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은 롯데 신동빈 회장과 두산 박정원 회장은 회사 발전 전망도 평균보다 높았다.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 현대차 정의선 부회장은 승계 정당성 점수가 평균 정도였지만 회사 발전 전망 점수가 상대적으로 높았다. 다시 말해 과거 승계과정에 문제는 있었지만 지금은 어느 정도 의심이 해소됐다는 뜻이다.

삼성 이재용, OCI 이우현, 대림 이해욱, 금호 박세창 등 3세들은 평균 점수 근처에 몰려있다. 효성 조현준, 현대 정지이, 한진 조원태 등 3세들은 두 부문 점수가 모두 평균 밑이었다. 특히 대한항공 조원태 총괄부사장은 두 부문에서 최하점을 받았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11명 모두가 그래프에서 왼쪽 아래에 몰려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두 부문의 평가 점수가 50점도 안 된다는 것이다.



이처럼 점수가 박한 이유에 대한 궁금증은 전문가들이 직접 작성한 주관식 답변에서 풀렸다. 크게 보이는 단어들은 그만큼 많이 언급됐다는 뜻이다. 검증미흡, 성과미흡 같은 부정적 단어가 눈에 띈다. 3세들의 검증이 미흡했고, 경영에 참여하면서 눈에 띄는 성과도 거의 없었다는 평가들이 많았다는 얘기다. 미래에 대한 판단을 유보한다는 답도 많았다.

삼성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답변지에는 편법 승계, 검증 미흡, 황태자와 같이 승계 과정이 정당하지 않았다는 언급이 유독 많았고, 능력 인정, 시스템 운영 같은 긍정적 평가도 있다. 현대차 정의선 부회장은 검증미흡 같은 부정적 의견과 능력을 인정한다는 긍정 답변이 함께 있었다. 아버지의 그늘 아래 있어 판단이 어렵다는 답변도 상당수 있었다.

전문가들이 매우 냉정하게 재벌 3세를 평가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이번 조사를 총괄한 김우찬 경제개혁연구소장(고려대 경영대학 교수)는 “조사 대상 대부분이 낙제점을 받은 것은 첫째 경영능력을 가시적으로 보여 준 3세들이 없었고, 둘째 상당수의 3,4세들이 불법 등 도덕성 문제와 연루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 [재벌과 세습] ① ‘삼성은 이건희의 것인가?’

▶ [재벌과 세습] ② 부(富)의 증식 목적은 ‘기업 세습’

▶ [재벌과 세습] ③ 재벌 3세 경영능력은 몇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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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벌과 세습] ③ 재벌 후계자 경영 능력 성적표…1등은?
    • 입력 2015-03-10 11:38:56
    • 수정2015-03-11 13:5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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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시는 건 거의, 아니 100% 불가능합니다”

재벌에서 승계라는 단어는 금기어였다. 재벌 3세들을 취재하기 위해 만난 그룹 홍보담당자들은 마치 약속이나 한 듯 똑같은 말들을 쏟아냈다. 이른바 '왕 회장님'이 계신데 임원으로 근무하는 자녀의 그룹 승계를 꺼낸다는 것 자체가 '불충(不忠)'이라는 것이었다. 결국 단 한명의 재벌 3세도 직접 만날 수는 없었다.

그러나 재벌 3세들은 미래의 '회장님'이다. 직원들의 일자리는 물론, 우리에게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의 최고 경영자가 될 사람들이다. 기업의 미래는 물론, 대한민국의 미래가 이들에게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연 이들은 경영능력이 있는가? 우리의 미래를 이끌 수 있는가?

■ 재벌 3세를 평가하다

KBS 탐사보도팀은 경제개혁연구소와 함께 재벌3세의 경영능력을 평가했다. 전문가 50명에게 설문조사했다. 기업지배구조를 연구해 온 9개 대학 교수 18명, 증권사 애널리스트와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 20명, 공공과 민간 연구소 12명이다. 애널리스트와 펀드매니저는 회사측의 추천을 받았고, 대기업 산하 연구소들도 포함시켰다.

조사대상은 이른바 총수가 있는 30대 재벌그룹 중 경영승계가 본격화되고 있는 재벌들을 추렸다. 경영능력을 제대로 평가하기 위해 임원으로 승진한지 5년이 안 되는 3세들은 제외했다. 재벌3세 11명을 정했다. 삼성 이재용, 현대차 정의선, 롯데 신동빈, 한진 조원태, 두산 박정원, 신세계 정용진, 금호 박세창, 대림 이해욱, 현대 정지이, OCI 이우현, 효성 조현준 (2014년 4월 기준 자산 규모순, 직함은 생략)



■ 이들의 경영능력 점수는?

전문가들의 답변을 5개 항목으로 정리했다. ① 지금의 위치까지 오면서 투명한 검증이나 경쟁을 거쳤는지 [승계 정당성], ② 임원으로서 조직을 장악하고 주요 결정을 내리는지 [장악력] ③기업을 이끌만한 전문성을 갖고 있는지[전문성] ④사회 갈등으로 확산되는 노사 문제에대해 합리적 시각을 갖고 있는지[노사관] ⑤ 이들이 승계하는 회사가 발전할 것인가[회사 발전 전망] 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그리고 이 5개 부문을 각각 100점 만점씩으로 하는 오각형 그래프로 나타냈다.



이들의 평균 점수는 승계 정당성이 28점으로 가장 낮았고, 조직 장악력이 47점으로 가장 높았다. 전문성과 노사관, 회사 발전 전망은 40점 미만이었다. 승계 정당성 점수가 낮다는 건 그만큼 이들의 승계과정에 편법과 꼼수, 심지어 불법이 있었다는 뜻이다. 반면 조직 장악력 점수가 상대적으로 높았는데, 이는 회사내 위계질서를 반영한 점수로 해석된다.





재계1위 삼성의 가장 유력한 후계자 이재용 부회장의 오각형 그래프다. 승계 과정에서 많은 논란을 낳았던만큼 승계 정당성 점수가 낮았다. 장악력 부문에서만 50점을 간신히 넘겼다. 전문가 50명은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능력에 많은 의문을 표시하고 있었다. 현대차 정의선 부회장은 조직 장악력과 회사 발전 전망에서 50점을 넘겼다. 역시 승계 정당성은 점수가 낮았다.



승계과정이 정당했는지와 회사 발전 전망만을 따로 추려 표시했다. 다시 말해 과거 승계과정상의 문제가 미래 회사 발전 가능성과의 상관 관계를 분석한 것이다. X축의 빨간선이 승계 정당성의 평균 점수다. 28점...매우 박한 점수다. 회사 발전 전망은 평균 39점으로 정당성보단 높긴 하지만 역시 긍정적이진 않다.

승계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은 롯데 신동빈 회장과 두산 박정원 회장은 회사 발전 전망도 평균보다 높았다.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 현대차 정의선 부회장은 승계 정당성 점수가 평균 정도였지만 회사 발전 전망 점수가 상대적으로 높았다. 다시 말해 과거 승계과정에 문제는 있었지만 지금은 어느 정도 의심이 해소됐다는 뜻이다.

삼성 이재용, OCI 이우현, 대림 이해욱, 금호 박세창 등 3세들은 평균 점수 근처에 몰려있다. 효성 조현준, 현대 정지이, 한진 조원태 등 3세들은 두 부문 점수가 모두 평균 밑이었다. 특히 대한항공 조원태 총괄부사장은 두 부문에서 최하점을 받았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11명 모두가 그래프에서 왼쪽 아래에 몰려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두 부문의 평가 점수가 50점도 안 된다는 것이다.



이처럼 점수가 박한 이유에 대한 궁금증은 전문가들이 직접 작성한 주관식 답변에서 풀렸다. 크게 보이는 단어들은 그만큼 많이 언급됐다는 뜻이다. 검증미흡, 성과미흡 같은 부정적 단어가 눈에 띈다. 3세들의 검증이 미흡했고, 경영에 참여하면서 눈에 띄는 성과도 거의 없었다는 평가들이 많았다는 얘기다. 미래에 대한 판단을 유보한다는 답도 많았다.

삼성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답변지에는 편법 승계, 검증 미흡, 황태자와 같이 승계 과정이 정당하지 않았다는 언급이 유독 많았고, 능력 인정, 시스템 운영 같은 긍정적 평가도 있다. 현대차 정의선 부회장은 검증미흡 같은 부정적 의견과 능력을 인정한다는 긍정 답변이 함께 있었다. 아버지의 그늘 아래 있어 판단이 어렵다는 답변도 상당수 있었다.

전문가들이 매우 냉정하게 재벌 3세를 평가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이번 조사를 총괄한 김우찬 경제개혁연구소장(고려대 경영대학 교수)는 “조사 대상 대부분이 낙제점을 받은 것은 첫째 경영능력을 가시적으로 보여 준 3세들이 없었고, 둘째 상당수의 3,4세들이 불법 등 도덕성 문제와 연루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 [재벌과 세습] ① ‘삼성은 이건희의 것인가?’

▶ [재벌과 세습] ② 부(富)의 증식 목적은 ‘기업 세습’

▶ [재벌과 세습] ③ 재벌 3세 경영능력은 몇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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