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퍼] 공포의 미세먼지 한반도 상륙…절반은 중국 아닌 ‘한국’원인

입력 2015.04.05 (09:00) 수정 2015.04.07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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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반도를 뒤덮은 공포의 미세먼지.

지난달 22일, 심한 미세먼지와 황사가 찾아왔습니다. 며칠 뒤, 한 대학병원의 호흡기 내과를 찾았습니다. 환자들로 발디딜 틈이 없었습니다. 미세먼지가 온 뒤에는 호흡기 내과 환자 숫자가 20~30% 가량 증가합니다. 소아과도 사정은 마찬가지. 따뜻한 봄날, 부모들과 함께 나들이를 했다가, 감기에 단단히 걸려 콜록거리는 아이들로 소아과 안이 북적였습니다. 지난 2007년 이후 다소 감소세를 보이던 국내 미세먼지가, 지난 2013년부터는 증가세로 돌아섰습니다. 외출을 최대한 삼가라는 처방은 더 이상 해결책이 아닙니다. ‘기침이 발작적으로 나온다.’‘아침에 눈을 뜨면 머리가 아프고, 하루 종일 목이 잠겨있다’는 시민들의 토로가 이어집니다. 이제 미세먼지는 몸의 건강뿐만 아니라, 마음의 건강까지 위협하고 있습니다. 미세먼지 농도가 37.82 ㎍/㎥ 증가할 때 마다 자살률이 3%넘게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미세먼지가 신경계 전달물질에 영향을 줘, 우울한 감정을 강화시킨다는 겁니다.

■ 미세먼지의 절반 이상은 국내에서 온다.


미세먼지가 오면 일반적으로 ‘중국 탓’부터 합니다. 하지만, 미세먼지 원인 분석 결과를 보면 중국 탓만 하기는 어렵습니다. 정부는 미세먼지 원인의 50~70%가 국내에서 기인하고, 나머지 30~50% 만이 중국에서 오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자동차, 화석연료 사용 공장, 발전소 등 미세먼지의 원인은 아주 다양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하지만, 이런 원인들을 항목별로, 정확하게 분석한 결과는 아직 없습니다. 이러 저러한 분야에서 어느 정도 발생한 것이라고 ‘추정’ 만 할 뿐, 원인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모른다는 얘깁니다.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중국발 미세먼지. 이게 꼭 맞는 말도 아니고, 틀린 말도 아니다. 중국에서 일부 올 수도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절반 이상 생긴다. 심증은 가는데 물증이 없는 상태. 이게 우리나라 미세먼지 분석의 현주소다.’

■ 우리나라 대기질은 전 세계 꼴찌



지난해 발표된 세계환경평가지수에서 우리나라는 미세먼지 노출정도에서 전 세계 178개국 가운데 171위를 차지했습니다. 사실상 전 세계 꼴찌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미세먼지 안전 지표는 다른 나라보다 훨씬 느슨합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미세먼지 권고 기준은 24시간 평균으로 100㎍/㎥, 초미세먼지는 50㎍/㎥입니다. WHO 권고 기준의 두 배에 가깝습니다. 시민들은 묻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호흡기는 전 세계 평균보다 두 배 더 튼튼한 것이란 말이냐?’

취재를 하면서 서울 시내 곳곳의 미세먼지 농도를 재봤습니다. 남산 터널 안 미세먼지 농도가 119.8 ㎍/㎥ 였습니다. 서울 시내 미세먼지 농도는 자주 110 ㎍/㎥를 넘나듭니다. 미세먼지가 온 날, 우리는 터널 안 공기와 비슷한 수준의 공기를 마시며 거리를 걷고 있는 셈입니다. 현재 수준의 대기질이 계속되면 해마다 호흡기 질환자는 1만여 명, 기관지염 환자는 80만여 명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예보 시스템을 강화해 시민들에게 미세먼지가 왔음을 알리고, 원인을 제대로 분석해 국내외에서 다각도로 오염원 차단에 나서지 않는다면, 우리 모두가 미세먼지의 피해자가 될 날이 멀지 않았습니다.

[연관 기사]
☞ [취재파일K] 죽음의 사신, 미세먼지

※ 이 기사는 4월 5일 (일) 밤 11시 20분 취재파일K에서 방송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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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15-04-07 15:3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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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반도를 뒤덮은 공포의 미세먼지.

지난달 22일, 심한 미세먼지와 황사가 찾아왔습니다. 며칠 뒤, 한 대학병원의 호흡기 내과를 찾았습니다. 환자들로 발디딜 틈이 없었습니다. 미세먼지가 온 뒤에는 호흡기 내과 환자 숫자가 20~30% 가량 증가합니다. 소아과도 사정은 마찬가지. 따뜻한 봄날, 부모들과 함께 나들이를 했다가, 감기에 단단히 걸려 콜록거리는 아이들로 소아과 안이 북적였습니다. 지난 2007년 이후 다소 감소세를 보이던 국내 미세먼지가, 지난 2013년부터는 증가세로 돌아섰습니다. 외출을 최대한 삼가라는 처방은 더 이상 해결책이 아닙니다. ‘기침이 발작적으로 나온다.’‘아침에 눈을 뜨면 머리가 아프고, 하루 종일 목이 잠겨있다’는 시민들의 토로가 이어집니다. 이제 미세먼지는 몸의 건강뿐만 아니라, 마음의 건강까지 위협하고 있습니다. 미세먼지 농도가 37.82 ㎍/㎥ 증가할 때 마다 자살률이 3%넘게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미세먼지가 신경계 전달물질에 영향을 줘, 우울한 감정을 강화시킨다는 겁니다.

■ 미세먼지의 절반 이상은 국내에서 온다.


미세먼지가 오면 일반적으로 ‘중국 탓’부터 합니다. 하지만, 미세먼지 원인 분석 결과를 보면 중국 탓만 하기는 어렵습니다. 정부는 미세먼지 원인의 50~70%가 국내에서 기인하고, 나머지 30~50% 만이 중국에서 오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자동차, 화석연료 사용 공장, 발전소 등 미세먼지의 원인은 아주 다양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하지만, 이런 원인들을 항목별로, 정확하게 분석한 결과는 아직 없습니다. 이러 저러한 분야에서 어느 정도 발생한 것이라고 ‘추정’ 만 할 뿐, 원인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모른다는 얘깁니다.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중국발 미세먼지. 이게 꼭 맞는 말도 아니고, 틀린 말도 아니다. 중국에서 일부 올 수도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절반 이상 생긴다. 심증은 가는데 물증이 없는 상태. 이게 우리나라 미세먼지 분석의 현주소다.’

■ 우리나라 대기질은 전 세계 꼴찌



지난해 발표된 세계환경평가지수에서 우리나라는 미세먼지 노출정도에서 전 세계 178개국 가운데 171위를 차지했습니다. 사실상 전 세계 꼴찌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미세먼지 안전 지표는 다른 나라보다 훨씬 느슨합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미세먼지 권고 기준은 24시간 평균으로 100㎍/㎥, 초미세먼지는 50㎍/㎥입니다. WHO 권고 기준의 두 배에 가깝습니다. 시민들은 묻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호흡기는 전 세계 평균보다 두 배 더 튼튼한 것이란 말이냐?’

취재를 하면서 서울 시내 곳곳의 미세먼지 농도를 재봤습니다. 남산 터널 안 미세먼지 농도가 119.8 ㎍/㎥ 였습니다. 서울 시내 미세먼지 농도는 자주 110 ㎍/㎥를 넘나듭니다. 미세먼지가 온 날, 우리는 터널 안 공기와 비슷한 수준의 공기를 마시며 거리를 걷고 있는 셈입니다. 현재 수준의 대기질이 계속되면 해마다 호흡기 질환자는 1만여 명, 기관지염 환자는 80만여 명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예보 시스템을 강화해 시민들에게 미세먼지가 왔음을 알리고, 원인을 제대로 분석해 국내외에서 다각도로 오염원 차단에 나서지 않는다면, 우리 모두가 미세먼지의 피해자가 될 날이 멀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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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재파일K] 죽음의 사신, 미세먼지

※ 이 기사는 4월 5일 (일) 밤 11시 20분 취재파일K에서 방송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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