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잇단 학내 분규…어수선한 대학가

입력 2015.04.23 (08:30) 수정 2015.04.23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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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한 남성이 아찔한 높이의 조명탑 위에 올라 농성을 벌이고 있습니다.

철거나 파업 현장이 아닌, 서울의 한 대학교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입니다.

봄 개강을 맞았지만, 상당수의 대학들은 이렇게 학내 갈등으로 인해 심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이 학교들, 언제쯤 다시 일상의 평온을 찾을 수 있을까요?

오늘 뉴스따라잡기는 학내 분규로 몸살을 겪고 있는, 대학가를 찾아가 봤습니다.

<리포트>

중간고사가 한창인 서울의 한 사립 대학교입니다.

학교 안에 있는 15m 높이의 조명탑.

그 위로 한 남학생의 모습이 보입니다.

이 대학 대학원의 총학생회장입니다.

오늘로 사흘째, 위험한 고공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학생회장.

무슨 이유 때문인지 전화를 걸어 물어봤습니다.

<녹취> 최장훈(동국대 대학원 총학생회장) : "종단에서 총장(후보)을 지목해서 그 사람이 총장이 되게끔 본교 총장 선거에 노골적으로 종단의 이해를 대변하는 사람을 자꾸 이 학교의 주요 권한 자리에 선임하려고."

총장 선출 문제에 학교 종단측이 부당하게 개입하고 있다는 주장.

사실, 학교가 총장 선출을 둘러싼 내홍에 휩싸인지도 벌써 다섯 달이 지났습니다.

<녹취> 이운영(동국대 살리기 비대위 위원장) : "(지난해 12월에) 총장 추천위원회가 구성이 돼가지고 교수, 교직원, 학생대표, 동문대표, 불교계 대표해서 다양하게 구성이 돼서 3명을 비밀투표로 후보자를 선정을 했어요. 그런데."

문제는 이 세 명의 총장 후보자 가운데, 두 명이 돌연 사퇴를 하면서부터 였습니다.

사퇴한 후보자들에 대한 종단 측의 외압 논란이 불거진 겁니다.

<인터뷰> 이운영(동국대 살리기 비대위 위원장) : "이사회 개최되기 5일전에 다음 총장은 00스님으로 총장을 시킬 테니까 (해서) 결국 000 총장이 (후보) 사퇴를 하게 됐고, 3번 후보인 000교수도 사퇴를 하고"

물론 반론도 있습니다.

<녹취> 신재호(동국대학교 교수) : "외압설이라고 그분들이 표현하는 것은 어쩔 수 없죠. 예우 차원에서 현재 이사회에 가서는 당신이 (총장이) 될 수가 없습니다 라고 알려줬을 뿐인데 자기는 사퇴강요를 받았다고 하거든요."

논란은 혼자 남게 된 총장 후보의 논문 표절 의혹으로까지 확대됐습니다.

<인터뷰> 한만수(동국대학교 교수) : "다른 것은 잘 모르지만 (논문) 표절을 한 분이 총장이 된다는 것은 근본적으로 대학 교육의 근간을 허무는 일이다. 교수된 사람으로서 더 이상 부끄럽게 살 수 없다"

<인터뷰> 신재호(동국대학교 교수) : "그쪽에서 (표절이라고) 지적한 부분을 백 퍼센트 반론으로 재심의 요청을 했단 말이에요. 반론을 하나도 보지 않고, 징계해야 한다 하는 것은 말이 안 되죠."

종단의 총장 선출 개입 논란, 그리고 총장 후보자의 자격 여부를 놓고, 내홍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

일부 교수들이 단식 투쟁에까지 돌입하면서, 학내 갈등은 극에 달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장보배(재학생) : "저희가 편히 공부를 하려면, 학교가 안팎으로 시끄러우니까 불편한 것도 있고, 옳지는 않지만 언젠가 한번은 해결해야 되는 문제인 것 같아요."

사실, 분규를 겪고 있는 건, 이 대학만의 얘기는 아닙니다.

어제 서울의 또 다른 사립대학교.

<녹취> 김누리(교수/중앙대 교수대표 비대위 위원장/기자회견) : "박용성 전 이사장은 법적 책임을 지고, 이용구 총장은 즉각 사임하라. (재단 이사장은) 백 년 전통의 중앙대학교를 공적 기능을 수행하는 고등교육기관으로 보지 않고, 개인 소유의 사유물처럼 제멋대로 농락해왔다."

교수들이 기자회견을 연 건, 이사장의 막말 파문 때문이었습니다.

학과 구조 개편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심각한 의견 대립을 겪어 왔다는 학교.

이 과정에서 이사장이 재단의 정책에 반대하는 일부 교수들에게 막말과 함께, 보복성 인사를 하겠다는 이메일을 보낸 것으로 알려지면서, 파문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누리(교수/중앙대 교수대표 비대위 위원장) : "교수를 새머리라고 한다거나, 비상대책위원회, 비대위 라는 것을 화장실 변기를 뜻하는 '비데'를 써서 조롱한다거나, 교수들을 향해서 목을 치겠다는 그런 막말을 했다는 사실을 듣고 너무 놀랐고, 이것이 대체 있을 수 있는 일인지······."

문제가 확산되자, 이사장은 이사장직을 포함한 모든 직책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는데요.

<녹취> 중앙대 관계자(음성변조) : "보도자료 나간 것처럼 중앙대학교 이사장직과 대한 체육협회 명예회장 등 모든 자리에서 물러나겠다. 공식적으로 이사장직을 사퇴하셨고요."

하지만, 갈등은 여전히 진행형입니다.

교수들은 이사장에 대한 법적 책임과 함께, 총장 퇴진 등을 요구하고 있어 학내 진통은 당분간 쉽사리 사그라들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인터뷰> 김누리(교수/중앙대 교수대표 비대위 위원장) : "대학인 전체에 대한 모독이고, 이것은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일이고 그래서 저는 여기에 대해서는 이런 모욕죄, 협박죄로 반드시 책임을 법적으로 묻겠다 이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수도권의 이 대학은 재단 측의 낙하산 인사 논란을 둘러싼 학내 분규를 겪고 있고, 지방의 이 사립 대학은 재단과 이사회의 퇴진을 요구하는 학생들이 단식농성과 함께 장외 집회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렇게 상당수의 대학이 재단과 학내 구성원 사이의 불신과 갈등으로, 진통을 겪고 있는 상황.

일부에선 정상적인 학교 운영까지 차질을 빚을 정도입니다.

<인터뷰> 노중기(교수/전국교수노동조합위원장) : "근본적으로 대학의 공공성이 실종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대학의 공공성을 높여야 되고요. 이사회에 공적인 분들이 참여해서 소유주와 관련이 덜 한 분들 또는 대학 내의 주체들이 참여해서 민주적으로 운영하는 대학 시스템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죠."

봄이 왔지만, 적지 않은 대학들이 심각한 학내 분규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이 몸살을 딛고 더 건강한 조직으로 거듭날 수 있을지 여부는 전적으로 이들 구성원들의 손에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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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잇단 학내 분규…어수선한 대학가
    • 입력 2015-04-23 08:33:59
    • 수정2015-04-23 10: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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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한 남성이 아찔한 높이의 조명탑 위에 올라 농성을 벌이고 있습니다.

철거나 파업 현장이 아닌, 서울의 한 대학교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입니다.

봄 개강을 맞았지만, 상당수의 대학들은 이렇게 학내 갈등으로 인해 심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이 학교들, 언제쯤 다시 일상의 평온을 찾을 수 있을까요?

오늘 뉴스따라잡기는 학내 분규로 몸살을 겪고 있는, 대학가를 찾아가 봤습니다.

<리포트>

중간고사가 한창인 서울의 한 사립 대학교입니다.

학교 안에 있는 15m 높이의 조명탑.

그 위로 한 남학생의 모습이 보입니다.

이 대학 대학원의 총학생회장입니다.

오늘로 사흘째, 위험한 고공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학생회장.

무슨 이유 때문인지 전화를 걸어 물어봤습니다.

<녹취> 최장훈(동국대 대학원 총학생회장) : "종단에서 총장(후보)을 지목해서 그 사람이 총장이 되게끔 본교 총장 선거에 노골적으로 종단의 이해를 대변하는 사람을 자꾸 이 학교의 주요 권한 자리에 선임하려고."

총장 선출 문제에 학교 종단측이 부당하게 개입하고 있다는 주장.

사실, 학교가 총장 선출을 둘러싼 내홍에 휩싸인지도 벌써 다섯 달이 지났습니다.

<녹취> 이운영(동국대 살리기 비대위 위원장) : "(지난해 12월에) 총장 추천위원회가 구성이 돼가지고 교수, 교직원, 학생대표, 동문대표, 불교계 대표해서 다양하게 구성이 돼서 3명을 비밀투표로 후보자를 선정을 했어요. 그런데."

문제는 이 세 명의 총장 후보자 가운데, 두 명이 돌연 사퇴를 하면서부터 였습니다.

사퇴한 후보자들에 대한 종단 측의 외압 논란이 불거진 겁니다.

<인터뷰> 이운영(동국대 살리기 비대위 위원장) : "이사회 개최되기 5일전에 다음 총장은 00스님으로 총장을 시킬 테니까 (해서) 결국 000 총장이 (후보) 사퇴를 하게 됐고, 3번 후보인 000교수도 사퇴를 하고"

물론 반론도 있습니다.

<녹취> 신재호(동국대학교 교수) : "외압설이라고 그분들이 표현하는 것은 어쩔 수 없죠. 예우 차원에서 현재 이사회에 가서는 당신이 (총장이) 될 수가 없습니다 라고 알려줬을 뿐인데 자기는 사퇴강요를 받았다고 하거든요."

논란은 혼자 남게 된 총장 후보의 논문 표절 의혹으로까지 확대됐습니다.

<인터뷰> 한만수(동국대학교 교수) : "다른 것은 잘 모르지만 (논문) 표절을 한 분이 총장이 된다는 것은 근본적으로 대학 교육의 근간을 허무는 일이다. 교수된 사람으로서 더 이상 부끄럽게 살 수 없다"

<인터뷰> 신재호(동국대학교 교수) : "그쪽에서 (표절이라고) 지적한 부분을 백 퍼센트 반론으로 재심의 요청을 했단 말이에요. 반론을 하나도 보지 않고, 징계해야 한다 하는 것은 말이 안 되죠."

종단의 총장 선출 개입 논란, 그리고 총장 후보자의 자격 여부를 놓고, 내홍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

일부 교수들이 단식 투쟁에까지 돌입하면서, 학내 갈등은 극에 달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장보배(재학생) : "저희가 편히 공부를 하려면, 학교가 안팎으로 시끄러우니까 불편한 것도 있고, 옳지는 않지만 언젠가 한번은 해결해야 되는 문제인 것 같아요."

사실, 분규를 겪고 있는 건, 이 대학만의 얘기는 아닙니다.

어제 서울의 또 다른 사립대학교.

<녹취> 김누리(교수/중앙대 교수대표 비대위 위원장/기자회견) : "박용성 전 이사장은 법적 책임을 지고, 이용구 총장은 즉각 사임하라. (재단 이사장은) 백 년 전통의 중앙대학교를 공적 기능을 수행하는 고등교육기관으로 보지 않고, 개인 소유의 사유물처럼 제멋대로 농락해왔다."

교수들이 기자회견을 연 건, 이사장의 막말 파문 때문이었습니다.

학과 구조 개편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심각한 의견 대립을 겪어 왔다는 학교.

이 과정에서 이사장이 재단의 정책에 반대하는 일부 교수들에게 막말과 함께, 보복성 인사를 하겠다는 이메일을 보낸 것으로 알려지면서, 파문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누리(교수/중앙대 교수대표 비대위 위원장) : "교수를 새머리라고 한다거나, 비상대책위원회, 비대위 라는 것을 화장실 변기를 뜻하는 '비데'를 써서 조롱한다거나, 교수들을 향해서 목을 치겠다는 그런 막말을 했다는 사실을 듣고 너무 놀랐고, 이것이 대체 있을 수 있는 일인지······."

문제가 확산되자, 이사장은 이사장직을 포함한 모든 직책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는데요.

<녹취> 중앙대 관계자(음성변조) : "보도자료 나간 것처럼 중앙대학교 이사장직과 대한 체육협회 명예회장 등 모든 자리에서 물러나겠다. 공식적으로 이사장직을 사퇴하셨고요."

하지만, 갈등은 여전히 진행형입니다.

교수들은 이사장에 대한 법적 책임과 함께, 총장 퇴진 등을 요구하고 있어 학내 진통은 당분간 쉽사리 사그라들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인터뷰> 김누리(교수/중앙대 교수대표 비대위 위원장) : "대학인 전체에 대한 모독이고, 이것은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일이고 그래서 저는 여기에 대해서는 이런 모욕죄, 협박죄로 반드시 책임을 법적으로 묻겠다 이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수도권의 이 대학은 재단 측의 낙하산 인사 논란을 둘러싼 학내 분규를 겪고 있고, 지방의 이 사립 대학은 재단과 이사회의 퇴진을 요구하는 학생들이 단식농성과 함께 장외 집회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렇게 상당수의 대학이 재단과 학내 구성원 사이의 불신과 갈등으로, 진통을 겪고 있는 상황.

일부에선 정상적인 학교 운영까지 차질을 빚을 정도입니다.

<인터뷰> 노중기(교수/전국교수노동조합위원장) : "근본적으로 대학의 공공성이 실종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대학의 공공성을 높여야 되고요. 이사회에 공적인 분들이 참여해서 소유주와 관련이 덜 한 분들 또는 대학 내의 주체들이 참여해서 민주적으로 운영하는 대학 시스템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죠."

봄이 왔지만, 적지 않은 대학들이 심각한 학내 분규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이 몸살을 딛고 더 건강한 조직으로 거듭날 수 있을지 여부는 전적으로 이들 구성원들의 손에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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