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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임금 인상 열풍…거꾸로 가는 한국
입력 2015.04.27 (06:12) 수정 2015.05.04 (09:47) 대담한 경제
세계는 임금 인상 열풍…거꾸로 가는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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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훈의 대담한 경제 #24]

25조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영업이익을 낸 삼성전자가 임금 동결을 선언한 이후,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기업들의 임금 인상률을 1.6% 이내로 제한할 것을 권고하였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그야말로 임금 인상 억제를 위한 총력전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이에 덧붙여 경총은 최저임금도 동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제 불황이 엄습하고 있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우선 기업부터 살아야 경제도 살아난다고 주장하고 있다. 더구나 최저임금을 올리면 일자리가 줄어들기 때문에 근로자에게도 손해라는 논리를 펴고 있다.

이처럼 임금 억제 총력전에 나선 한국 기업들과 달리, 우리의 주요 경쟁국에서는 극심한 경제 불황 속에서도 임금인상의 거센 열풍이 불고 있다. 특히 일본은 정부와 기업의 협력 속에서 임금을 속속 인상하고 있다. 일본의 게이단렌(経団連, 우리나라의 전경련에 해당)은 올해 임금 상승률이 평균 2.6%로, 1998년 이후 1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였다고 발표하였다. 중국은 지역마다 최저임금이 다른데, 18개 성(省)에서 올해 최저임금을 평균 14%나 올렸다. 독일 기업들도 올해 임금을 평균 3.5%나 올려, 1990년대 이후 20여년 만에 최대 폭의 임금 인상을 단행하였다. 불황이 한창이라는데 도대체 이들 나라들은 왜 일제히 임금을 올리고 있는 것일까?

■ 임금 인상 열풍…미국을 강타하다



미국에서 임금인상 열풍을 불러온 것은 바로 월마트였다. 지금까지 낮은 임금으로 유명한 월마트가 6년 동안 7달러 대로 동결해 왔던 최저시급을 이달 4월부터 9달러로 인상하고, 내년부터는 10달러로 올리겠다고 전격 발표하였다. 여기에 미국 최대의 패스트푸드 체인점인 맥도널드가 오는 7월부터 직영매장 직원 9만 명의 최저 시급을 9달러에서 9달러 90센트로 대폭 인상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임금 인상이 미국 전역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이 같은 기업들의 자발적인 임금 인상 열풍 속에서 오바마 미 대통령은 최저임금을 7달러 25센트에서 10달러 10센트로 무려 40%나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1월 20일 미 의회 연설에서 “여기 의원들 중에 아직도 최저임금 인상을 반대하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이 말을 해주고 싶습니다. 하루 8시간씩 꼬박꼬박 일하면서 1년에 1만 5천 달러(우리 돈 1600여만 원)도 안 되는 돈을 받고 가족을 부양할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렇다면 한 번 그렇게 살아보세요. 그게 아니라면 가장 어려운 처지에 있는 수백만 미국 노동자들의 임금을 올리는 데 표를 던지십시오!”라고 호소하였다.

이 같은 최저임금 인상안에 대해 미국 부자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미국의 유명한 투자컨설팅 업체인 스펙트렘 그룹(Spectrem Group)이 100만 달러가 넘는 자산을 가진 500명의 백만장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94%가 최저임금을 올려야 한다고 응답하였다. 더구나 전체 응답자의 62%는 최저임금을 40% 이상 올리는데 찬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경영자총협회는 최저임금을 올리면 경제가 더 악화된다는데, 왜 미국의 백만장자들은 그처럼 ‘경제에 악영향을 주는’ 최저임금 인상에 찬성하고 있는 것일까?

■ 왜 미국의 백만장자들은 최저임금 인상에 찬성할까?



미국에는 연방법에 따라 미국 전체에 적용되는 최저임금이 있지만, 이와 별도로 주(州)마다 달리 적용되는 최저임금이 있기 때문에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연구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한다. 데이비드 카드(David Card) 버클리 대학 교수와 앨런 크루거(Alan B. Krueger) 프린스턴 대학 교수는 1992년 뉴저지주가 최저임금을 4.25달러에서 5.05달러로 올린 데 비해, 바로 옆에 있는 펜실베이니아주에서는 4.25달러를 그대로 유지한 사례에 주목하였다.

만일 우리나라 경총의 주장대로 최저임금 인상이 일자리를 줄인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최저임금을 올린 뉴저지주의 일자리가 줄어야 했을 것이다. 그러나 놀랍게도 경총의 주장과 정반대의 현상이 일어났다. 최저임금 인상 전후를 비교한 결과, 최저임금을 올린 뉴저지의 패스트푸드 체인점이 펜실베이니아 체인점보다 고용을 더 늘린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최저임금이 오르면 고용이 줄어든다’는 지금까지의 통념을 완전히 뒤집는 결과였다.

이처럼 경제 이론과 달리 실증적인 연구에서는 최저임금 인상이 오히려 일자리를 늘린 사례가 종종 목격되고 있다. 영국에서 최저임금이 빠르게 인상된 시기였던 2004년과 2005년에 일자리 수가 가장 크게 늘어났다. 이를 토대로 영국정부 산하의 최저임금위원회는 2010년 3월 영국 의회에 ‘최저임금 인상으로 실업률이 높아지는 현상은 관찰되지 않았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제출하였다. 정책전문가들의 모임인 영국 정치연구학회(UK Political Studies Association)의 회원들은 지난 30년 간 수많은 영국정부의 정책 중에서 ‘최저임금제’가 가장 성공한 정책이라고 평가했다.

■ 최저임금 인상에도 일자리가 늘어난 이유

그렇다면 최저임금 인상에도 불구하고 왜 일자리가 늘어나는 현상이 나타나게 된 것일까? 그 해답 중 하나는 신자유주의의 총본산(總本山)이라고 할 수 있는 시카고 연방준비은행의 경제학자들이 제시하였다. 이들이 최저임금 인상과 가계지출의 데이터를 연구한 결과, 최저임금이 1달러 늘어나면 근로자 가구의 분기당 소비지출이 무려 800달러나 늘어나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또 미국 경제정책연구소(EPI)의 카이 필리언(Kai Filion)은 2008년부터 2010년까지 세 차례에 걸친 최저임금 인상으로 230만 세대의 가계 소득이 늘어나 미국에서 104억 달러의 소비지출이 늘어났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수백만 가구의 소비 지출이 대폭 늘어나면 기업의 투자가 활성화되고 나아가 다른 노동자들을 위한 일자리 창출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이처럼 놀라운 연구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미국에서는 경제학원론 교과서까지 뿌리째 뒤흔들고 있다. 미국에서 최소한 200만 명 이상이 읽은 경제학 원론서의 저자이자 미국 중앙은행 연구의 최고 권위자로 유명한 앨런 블라인더(Alan Blinder)가 1979년 처음 쓴 경제원론에서 ‘최저임금 인상은 반드시 실업률을 높인다’고 기술했지만, 2006년 출판한 10판에서는 ‘1990년대부터 놀라운 연구결과들이 나오면서, 최저임금 인상이 일자리를 줄인다는 믿음에 중대한 의문을 제기했다’는 내용으로 교과서 내용까지 바꾸었다.

이같은 거대한 흐름의 변화 속에서 2006년 미국에서는 650명이 넘는 저명한 경제학자들이 최저임금 인상 지지 성명에 참여했다. 이 성명에는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도 5명이나 포함되어 있었다. 성명에 참여한 경제학자들은 적절한 최저임금 인상은 경기를 위축시키거나 일자리를 줄이지 않고, 오히려 빈곤 퇴치와 소비 진작에 큰 도움이 된다고 주장하였다. 이처럼 미국에서는 최저임금 인상이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새로운 주장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 근로자가 가난한데도 경제가 살아날 수 있을까?

현재 우리나라 경제의 가장 큰 문제점은 소비가 살아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가계의 저축률은 이미 4% 수준으로 떨어져 세계적으로도 가장 낮은 편에 속한다. 이처럼 턱없이 낮아진 저축률로 볼 때, 우리 가계는 돈을 쓰지 않는 것이 아니라 아예 쓸 돈이 없다고 봐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앞으로 닥칠 불황에 대비한다며 기업이 계속 임금을 동결한다면 어떻게 될까? 소비는 더욱 위축되고, 그 여파로 기업은 물건 팔 소비자를 찾지 못해 경제는 더욱 심각한 불황에 빠지게 될 것이다.

물론 최저임금을 올리게 되면 당장 영세 자영업자들은 어려움에 처할 수도 있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그동안 우리나라는 경제 수준에 비해 임금이 턱없이 낮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영세 자영업자의 길을 택한 사람들이 많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의 자영업자 비중이 세계 최고 수준으로 높아져 포화상태가 된 탓에 수익성이 크게 악화되어 버린 것이다.

만일 임금이 우리 경제 수준에 걸맞게 올라간다면 이 같은 불균형이 자연스럽게 해소되면서 한계상황에 처해 있는 많은 영세업자들이 임금 근로자로 흡수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영세업자들의 수가 감소하면 과당 경쟁(Over-competition)이 해소되어 남은 업체들의 수익성이 개선되는 것도 기대할 수 있다. 특히 최저임금 근로자들의 소득이 늘어 소비가 늘어나는 현상과 맞물린다면 그 효과는 더욱 커질 것이다.

최저임금을 얼마나 올려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정답은 없다. 하지만 적어도 미국과 독일, 일본, 중국 등 우리의 경쟁국들이 극심한 경제 불황 속에서도 왜 이렇게 앞다투어 최저임금을 올리고 있는지 그 이유만이라도 면밀히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임금 인상 열풍 속에서 우리 기업들만 ‘왕따’를 자처하다가 자칫 경기 회복의 대열에서도 ‘왕따’를 당할까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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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는 임금 인상 열풍…거꾸로 가는 한국
    • 입력 2015.04.27 (06:12)
    • 수정 2015.05.04 (09:47)
    대담한 경제
세계는 임금 인상 열풍…거꾸로 가는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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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훈의 대담한 경제 #24]

25조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영업이익을 낸 삼성전자가 임금 동결을 선언한 이후,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기업들의 임금 인상률을 1.6% 이내로 제한할 것을 권고하였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그야말로 임금 인상 억제를 위한 총력전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이에 덧붙여 경총은 최저임금도 동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제 불황이 엄습하고 있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우선 기업부터 살아야 경제도 살아난다고 주장하고 있다. 더구나 최저임금을 올리면 일자리가 줄어들기 때문에 근로자에게도 손해라는 논리를 펴고 있다.

이처럼 임금 억제 총력전에 나선 한국 기업들과 달리, 우리의 주요 경쟁국에서는 극심한 경제 불황 속에서도 임금인상의 거센 열풍이 불고 있다. 특히 일본은 정부와 기업의 협력 속에서 임금을 속속 인상하고 있다. 일본의 게이단렌(経団連, 우리나라의 전경련에 해당)은 올해 임금 상승률이 평균 2.6%로, 1998년 이후 1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였다고 발표하였다. 중국은 지역마다 최저임금이 다른데, 18개 성(省)에서 올해 최저임금을 평균 14%나 올렸다. 독일 기업들도 올해 임금을 평균 3.5%나 올려, 1990년대 이후 20여년 만에 최대 폭의 임금 인상을 단행하였다. 불황이 한창이라는데 도대체 이들 나라들은 왜 일제히 임금을 올리고 있는 것일까?

■ 임금 인상 열풍…미국을 강타하다



미국에서 임금인상 열풍을 불러온 것은 바로 월마트였다. 지금까지 낮은 임금으로 유명한 월마트가 6년 동안 7달러 대로 동결해 왔던 최저시급을 이달 4월부터 9달러로 인상하고, 내년부터는 10달러로 올리겠다고 전격 발표하였다. 여기에 미국 최대의 패스트푸드 체인점인 맥도널드가 오는 7월부터 직영매장 직원 9만 명의 최저 시급을 9달러에서 9달러 90센트로 대폭 인상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임금 인상이 미국 전역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이 같은 기업들의 자발적인 임금 인상 열풍 속에서 오바마 미 대통령은 최저임금을 7달러 25센트에서 10달러 10센트로 무려 40%나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1월 20일 미 의회 연설에서 “여기 의원들 중에 아직도 최저임금 인상을 반대하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이 말을 해주고 싶습니다. 하루 8시간씩 꼬박꼬박 일하면서 1년에 1만 5천 달러(우리 돈 1600여만 원)도 안 되는 돈을 받고 가족을 부양할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렇다면 한 번 그렇게 살아보세요. 그게 아니라면 가장 어려운 처지에 있는 수백만 미국 노동자들의 임금을 올리는 데 표를 던지십시오!”라고 호소하였다.

이 같은 최저임금 인상안에 대해 미국 부자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미국의 유명한 투자컨설팅 업체인 스펙트렘 그룹(Spectrem Group)이 100만 달러가 넘는 자산을 가진 500명의 백만장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94%가 최저임금을 올려야 한다고 응답하였다. 더구나 전체 응답자의 62%는 최저임금을 40% 이상 올리는데 찬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경영자총협회는 최저임금을 올리면 경제가 더 악화된다는데, 왜 미국의 백만장자들은 그처럼 ‘경제에 악영향을 주는’ 최저임금 인상에 찬성하고 있는 것일까?

■ 왜 미국의 백만장자들은 최저임금 인상에 찬성할까?



미국에는 연방법에 따라 미국 전체에 적용되는 최저임금이 있지만, 이와 별도로 주(州)마다 달리 적용되는 최저임금이 있기 때문에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연구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한다. 데이비드 카드(David Card) 버클리 대학 교수와 앨런 크루거(Alan B. Krueger) 프린스턴 대학 교수는 1992년 뉴저지주가 최저임금을 4.25달러에서 5.05달러로 올린 데 비해, 바로 옆에 있는 펜실베이니아주에서는 4.25달러를 그대로 유지한 사례에 주목하였다.

만일 우리나라 경총의 주장대로 최저임금 인상이 일자리를 줄인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최저임금을 올린 뉴저지주의 일자리가 줄어야 했을 것이다. 그러나 놀랍게도 경총의 주장과 정반대의 현상이 일어났다. 최저임금 인상 전후를 비교한 결과, 최저임금을 올린 뉴저지의 패스트푸드 체인점이 펜실베이니아 체인점보다 고용을 더 늘린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최저임금이 오르면 고용이 줄어든다’는 지금까지의 통념을 완전히 뒤집는 결과였다.

이처럼 경제 이론과 달리 실증적인 연구에서는 최저임금 인상이 오히려 일자리를 늘린 사례가 종종 목격되고 있다. 영국에서 최저임금이 빠르게 인상된 시기였던 2004년과 2005년에 일자리 수가 가장 크게 늘어났다. 이를 토대로 영국정부 산하의 최저임금위원회는 2010년 3월 영국 의회에 ‘최저임금 인상으로 실업률이 높아지는 현상은 관찰되지 않았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제출하였다. 정책전문가들의 모임인 영국 정치연구학회(UK Political Studies Association)의 회원들은 지난 30년 간 수많은 영국정부의 정책 중에서 ‘최저임금제’가 가장 성공한 정책이라고 평가했다.

■ 최저임금 인상에도 일자리가 늘어난 이유

그렇다면 최저임금 인상에도 불구하고 왜 일자리가 늘어나는 현상이 나타나게 된 것일까? 그 해답 중 하나는 신자유주의의 총본산(總本山)이라고 할 수 있는 시카고 연방준비은행의 경제학자들이 제시하였다. 이들이 최저임금 인상과 가계지출의 데이터를 연구한 결과, 최저임금이 1달러 늘어나면 근로자 가구의 분기당 소비지출이 무려 800달러나 늘어나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또 미국 경제정책연구소(EPI)의 카이 필리언(Kai Filion)은 2008년부터 2010년까지 세 차례에 걸친 최저임금 인상으로 230만 세대의 가계 소득이 늘어나 미국에서 104억 달러의 소비지출이 늘어났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수백만 가구의 소비 지출이 대폭 늘어나면 기업의 투자가 활성화되고 나아가 다른 노동자들을 위한 일자리 창출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이처럼 놀라운 연구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미국에서는 경제학원론 교과서까지 뿌리째 뒤흔들고 있다. 미국에서 최소한 200만 명 이상이 읽은 경제학 원론서의 저자이자 미국 중앙은행 연구의 최고 권위자로 유명한 앨런 블라인더(Alan Blinder)가 1979년 처음 쓴 경제원론에서 ‘최저임금 인상은 반드시 실업률을 높인다’고 기술했지만, 2006년 출판한 10판에서는 ‘1990년대부터 놀라운 연구결과들이 나오면서, 최저임금 인상이 일자리를 줄인다는 믿음에 중대한 의문을 제기했다’는 내용으로 교과서 내용까지 바꾸었다.

이같은 거대한 흐름의 변화 속에서 2006년 미국에서는 650명이 넘는 저명한 경제학자들이 최저임금 인상 지지 성명에 참여했다. 이 성명에는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도 5명이나 포함되어 있었다. 성명에 참여한 경제학자들은 적절한 최저임금 인상은 경기를 위축시키거나 일자리를 줄이지 않고, 오히려 빈곤 퇴치와 소비 진작에 큰 도움이 된다고 주장하였다. 이처럼 미국에서는 최저임금 인상이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새로운 주장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 근로자가 가난한데도 경제가 살아날 수 있을까?

현재 우리나라 경제의 가장 큰 문제점은 소비가 살아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가계의 저축률은 이미 4% 수준으로 떨어져 세계적으로도 가장 낮은 편에 속한다. 이처럼 턱없이 낮아진 저축률로 볼 때, 우리 가계는 돈을 쓰지 않는 것이 아니라 아예 쓸 돈이 없다고 봐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앞으로 닥칠 불황에 대비한다며 기업이 계속 임금을 동결한다면 어떻게 될까? 소비는 더욱 위축되고, 그 여파로 기업은 물건 팔 소비자를 찾지 못해 경제는 더욱 심각한 불황에 빠지게 될 것이다.

물론 최저임금을 올리게 되면 당장 영세 자영업자들은 어려움에 처할 수도 있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그동안 우리나라는 경제 수준에 비해 임금이 턱없이 낮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영세 자영업자의 길을 택한 사람들이 많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의 자영업자 비중이 세계 최고 수준으로 높아져 포화상태가 된 탓에 수익성이 크게 악화되어 버린 것이다.

만일 임금이 우리 경제 수준에 걸맞게 올라간다면 이 같은 불균형이 자연스럽게 해소되면서 한계상황에 처해 있는 많은 영세업자들이 임금 근로자로 흡수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영세업자들의 수가 감소하면 과당 경쟁(Over-competition)이 해소되어 남은 업체들의 수익성이 개선되는 것도 기대할 수 있다. 특히 최저임금 근로자들의 소득이 늘어 소비가 늘어나는 현상과 맞물린다면 그 효과는 더욱 커질 것이다.

최저임금을 얼마나 올려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정답은 없다. 하지만 적어도 미국과 독일, 일본, 중국 등 우리의 경쟁국들이 극심한 경제 불황 속에서도 왜 이렇게 앞다투어 최저임금을 올리고 있는지 그 이유만이라도 면밀히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임금 인상 열풍 속에서 우리 기업들만 ‘왕따’를 자처하다가 자칫 경기 회복의 대열에서도 ‘왕따’를 당할까 우려된다.

☞ [대담한 경제] 부동산 황제의 교훈…집 살 때인가? 팔 때인가?

☞ [대담한 경제] 21세기 최고의 자원, ‘청년’ 쟁탈전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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