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똑똑] 걷기만 하면 절대 안 빠지는 뱃살, 왜?

입력 2015.05.15 (06:01) 수정 2015.05.25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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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클럽에 가면 느긋하게 신문을 보면서 자전거를 타거나 설렁설렁 트레드밀 위를 걷는 사람을 볼 수 있습니다. 숨이 차보이지도, 얼굴에 땀방울이 맺혀 있지도 않습니다. 이 분들은 매일 헬스클럽에서 마주치는데도 체형은 그대로입니다. 뱃살이 불룩 튀어나온 채로 말입니다. “매일 운동을 하는데도 뱃살이 안 빠지고 변하는 게 하나도 없어!”이런 사람들이 습관적으로 하는 얘기입니다.

걸어도 뱃살은 안 빠지는데 왜 1년 내내 트레드밀 위에서 걷기만 할까요? 뱃살을 빼는 데 가장 좋은 운동이 걷기라고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잘못된 의학상식 중 하나죠. 운동 강도에 따른 지방 연소 이론이 바로 그것입니다. 체지방을 태우는 데는 달리기보다 걷기가 더 효과적이라는 이론 말입니다.

체지방은 운동 강도가 낮을수록 에너지원으로 사용되는 비율이 늘어납니다. 운동 강도가 높아지면 숨이 차 산소를 충분히 이용할 수 없기 때문에 산소가 덜 필요합니다. 무산소 운동으로 전환되는 것입니다. 무산소 상태에선 체지방보다 탄수화물이 에너지원으로 더 많이 쓰입니다. 운동의 강도가 셀수록 에너지원으로 사용되는 체지방이 줄고 탄수화물의 비중이 늘어납니다. 운동 강도가 최대심박수의 70%를 넘어서면서부터 체지방보다 탄수화물이 에너지원으로 더 많이 쓰입니다. 운동 강도가 최대 심박수에 가까워지면 전체 소모 열량 중 체지방으로부터 연소되는 열량은 10퍼센트 미만으로 떨어집니다. 여기까지 설명을 들으면 낮은 강도나 중등도 강도의 운동이 지방 연소에 훨씬 유리한 것처럼 생각될 것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절반의 진실입니다. 체지방이 낮은 강도의 운동에서 더 많은 비율로 연소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연소되는 양을 따져보면 전혀 다른 결론에 이릅니다. 운동의 강도가 셀수록 소모되는 총 에너지 양이 많아지기 때문에 연소되는 체지방의 비율이 좀 낮다고 해도 더 많은 체지방을 태울 수 있습니다.

체중이 60킬로그램인 남성을 예로 들어보죠. 첫째 날은 체지방 연소에 가장 좋다는 최대심박수의 60%의 강도, 즉 걷기 운동을 30분간 했습니다. 이 경우 분 당 4.86kcal가 소모돼 모두 146kcal를 씁니다. 이튿날 이 남성은 운동 강도를 높여 최대심박수의 80%, 즉 달리기를 30분간 했습니다. 그 결과 분 당 6.86kcal를 소모해 206kcal를 썼습니다. 체지방은 낮은 강도에선 약 50%가 에너지원으로, 높은 강도에선 40%가량이 에너지원으로 쓰입니다. 그럼 계산을 해보죠. 첫날은 73kcal의 지방이 연소됐고, 이튿날은 82kcal의 지방이 쓰였습니다. 에너지원으로 쓰인 지방의 비율은 첫째 날이 더 높지만, 실제 체지방은 고강도 운동에서 더 많이 쓰입니다. 이처럼 고강도 운동은 소비하는 전체 열량이 훨씬 높기 때문에 더 많은 체지방을 태웁니다. 체지방의 연소량은 운동 강도가 높을수록 더 늘어나는 것입니다. 운동을 하는 동안 주요 에너지원으로 체지방을 쓰느냐 탄수화물을 소비하느냐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은 양의 열량을 소비하느냐 입니다. 고된 운동을 할수록 에너지 소모가 많고 결국 더 많은 열량을 소비하게 됩니다. 유산소 운동은 어느 정도 힘에 부치고 얼굴에 땀방울이 맺힐 정도가 되어야 체지방을 빼는 데 효과적입니다.

체지방 연소에 관한 오해가 한 가지 더 있습니다. 유산소 운동을 시작해 적어도 20분은 지나야 체지방 연소의 스위치가 켜진다는 이론입니다. 운동을 시작한 뒤 체지방이 타려면 정말 20분이 걸리는 걸까요? 이게 사실이라면 짬짬이 시간을 내 20분 이하로 운동하는 것은 체지방을 태우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입니다. 없는 시간을 쪼개 조금씩 걷거나 계단을 오르는 것은 체지방 연소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운동을 시작해 얼마 지나지 않아선 산소가 충분히 공급되지 않아 빨리 가져다 쓸 수 있는 탄수화물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비율이 높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탄수화물만 사용된다는 의미도, 지방이 전혀 쓰이지 않는다는 말도 아닙니다. 우리 몸은 가만히 앉아 있을 때도 끊임없이 체지방과 탄수화물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다만, 운동 시간이 길어질수록 체지방이 에너지원으로 쓰이는 비율이 더 높아질 뿐입니다. 10분간 운동을 할 때에도 20분 이상 운동을 하는 것에 비해 덜 쓰이기는 하지만, 체지방이 연소됩니다. 20분이 아니더라도 일상생활에서 많이 움직이려는 노력은 당신의 뱃살을 줄여줍니다. 시간을 정해 운동을 하지 못할지라도 시간 날 때마다 몸을 움직여야 합니다. 시간이나 운동 강도에 상관없이 몸을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무조건 체지방은 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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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5-15 06:01:11
    • 수정2015-05-25 16:16:30
    건강똑똑
헬스클럽에 가면 느긋하게 신문을 보면서 자전거를 타거나 설렁설렁 트레드밀 위를 걷는 사람을 볼 수 있습니다. 숨이 차보이지도, 얼굴에 땀방울이 맺혀 있지도 않습니다. 이 분들은 매일 헬스클럽에서 마주치는데도 체형은 그대로입니다. 뱃살이 불룩 튀어나온 채로 말입니다. “매일 운동을 하는데도 뱃살이 안 빠지고 변하는 게 하나도 없어!”이런 사람들이 습관적으로 하는 얘기입니다.

걸어도 뱃살은 안 빠지는데 왜 1년 내내 트레드밀 위에서 걷기만 할까요? 뱃살을 빼는 데 가장 좋은 운동이 걷기라고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잘못된 의학상식 중 하나죠. 운동 강도에 따른 지방 연소 이론이 바로 그것입니다. 체지방을 태우는 데는 달리기보다 걷기가 더 효과적이라는 이론 말입니다.

체지방은 운동 강도가 낮을수록 에너지원으로 사용되는 비율이 늘어납니다. 운동 강도가 높아지면 숨이 차 산소를 충분히 이용할 수 없기 때문에 산소가 덜 필요합니다. 무산소 운동으로 전환되는 것입니다. 무산소 상태에선 체지방보다 탄수화물이 에너지원으로 더 많이 쓰입니다. 운동의 강도가 셀수록 에너지원으로 사용되는 체지방이 줄고 탄수화물의 비중이 늘어납니다. 운동 강도가 최대심박수의 70%를 넘어서면서부터 체지방보다 탄수화물이 에너지원으로 더 많이 쓰입니다. 운동 강도가 최대 심박수에 가까워지면 전체 소모 열량 중 체지방으로부터 연소되는 열량은 10퍼센트 미만으로 떨어집니다. 여기까지 설명을 들으면 낮은 강도나 중등도 강도의 운동이 지방 연소에 훨씬 유리한 것처럼 생각될 것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절반의 진실입니다. 체지방이 낮은 강도의 운동에서 더 많은 비율로 연소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연소되는 양을 따져보면 전혀 다른 결론에 이릅니다. 운동의 강도가 셀수록 소모되는 총 에너지 양이 많아지기 때문에 연소되는 체지방의 비율이 좀 낮다고 해도 더 많은 체지방을 태울 수 있습니다.

체중이 60킬로그램인 남성을 예로 들어보죠. 첫째 날은 체지방 연소에 가장 좋다는 최대심박수의 60%의 강도, 즉 걷기 운동을 30분간 했습니다. 이 경우 분 당 4.86kcal가 소모돼 모두 146kcal를 씁니다. 이튿날 이 남성은 운동 강도를 높여 최대심박수의 80%, 즉 달리기를 30분간 했습니다. 그 결과 분 당 6.86kcal를 소모해 206kcal를 썼습니다. 체지방은 낮은 강도에선 약 50%가 에너지원으로, 높은 강도에선 40%가량이 에너지원으로 쓰입니다. 그럼 계산을 해보죠. 첫날은 73kcal의 지방이 연소됐고, 이튿날은 82kcal의 지방이 쓰였습니다. 에너지원으로 쓰인 지방의 비율은 첫째 날이 더 높지만, 실제 체지방은 고강도 운동에서 더 많이 쓰입니다. 이처럼 고강도 운동은 소비하는 전체 열량이 훨씬 높기 때문에 더 많은 체지방을 태웁니다. 체지방의 연소량은 운동 강도가 높을수록 더 늘어나는 것입니다. 운동을 하는 동안 주요 에너지원으로 체지방을 쓰느냐 탄수화물을 소비하느냐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은 양의 열량을 소비하느냐 입니다. 고된 운동을 할수록 에너지 소모가 많고 결국 더 많은 열량을 소비하게 됩니다. 유산소 운동은 어느 정도 힘에 부치고 얼굴에 땀방울이 맺힐 정도가 되어야 체지방을 빼는 데 효과적입니다.

체지방 연소에 관한 오해가 한 가지 더 있습니다. 유산소 운동을 시작해 적어도 20분은 지나야 체지방 연소의 스위치가 켜진다는 이론입니다. 운동을 시작한 뒤 체지방이 타려면 정말 20분이 걸리는 걸까요? 이게 사실이라면 짬짬이 시간을 내 20분 이하로 운동하는 것은 체지방을 태우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입니다. 없는 시간을 쪼개 조금씩 걷거나 계단을 오르는 것은 체지방 연소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운동을 시작해 얼마 지나지 않아선 산소가 충분히 공급되지 않아 빨리 가져다 쓸 수 있는 탄수화물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비율이 높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탄수화물만 사용된다는 의미도, 지방이 전혀 쓰이지 않는다는 말도 아닙니다. 우리 몸은 가만히 앉아 있을 때도 끊임없이 체지방과 탄수화물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다만, 운동 시간이 길어질수록 체지방이 에너지원으로 쓰이는 비율이 더 높아질 뿐입니다. 10분간 운동을 할 때에도 20분 이상 운동을 하는 것에 비해 덜 쓰이기는 하지만, 체지방이 연소됩니다. 20분이 아니더라도 일상생활에서 많이 움직이려는 노력은 당신의 뱃살을 줄여줍니다. 시간을 정해 운동을 하지 못할지라도 시간 날 때마다 몸을 움직여야 합니다. 시간이나 운동 강도에 상관없이 몸을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무조건 체지방은 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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