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절벽! 당신의 노후가 위험하다

입력 2015.05.18 (06:03) 수정 2015.05.18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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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훈의 대담한 경제 #27

■ 축복이 아닌 공포가 된 고령화

2010년 일본의 NHK가 방송한 ‘무연사회(無緣社會)’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가 일본 열도에 큰 충격을 주었다. 이 방송은 도쿄도(東京都)에 있는 다가구주택에서 양반다리를 하고 앞으로 쓰러져 오랫동안 부패한 상태에서 발견된 한 남성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가족도 찾아오는 사람도 없이 혼자 살던 사람이 거실에서 TV를 보다가 앉은 자세로 갑작스레 죽음을 맞이한 것이다.

NHK 취재팀은 초고령화 사회로 접어든 일본에서 이렇게 혼자 살다 숨진 무연사망자가 상당히 많을 것으로 보고 직접 확인하기 위해 일일이 전화를 했다. 그 결과 일본의 무연 사망자는 한 해에만 무려 3만 2000명 정도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숨진 뒤에도 오랫동안 아무에게도 발견되지 않는 경우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늘어난 수명에 대비해 충분한 생활비를 마련하지 못한 상당수 일본인들이 혼자 방 안에서 조용히 TV를 보며 노후를 맞이하고 있다. 먹고 사는 것조차 힘든 이들에게 바깥세상의 사회생활이나 문화생활은 사치나 다름이 없다. 이것이 바로 갑자기 닥쳐온 초고령화 사회에 미처 대비하지 못하고 ‘무연사(無緣死)’로 혼자 쓸쓸히 죽어가는 일본인들의 서글픈 단면이다.

■ 다가오는 초고령화 시대, 가장 큰 문제는 돈이다

일본은 이미 2005년에 세계 최초로 65세 이상 인구가 20%를 넘는 ‘초고령 사회’로 진입한 나라였다. 이 같은 현상은 전례가 없었기 때문에 일본은 초고령 사회의 심각성을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 때문에 정부는 물론 일본의 은퇴세대들도 아무런 대비없이 노후를 맞이하였다. 그 결과 현재 일본은 세계 제3위의 경제대국이라고 불리기에는 너무나 부끄러울 정도로 노후 대비가 되어 있지 않다. 실제로 일본의 노인 빈곤율은 무려 24%로, 경제협력기구(OECD) 회원국 평균인 12%의 두 배나 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다.

그런데 일본보다 노후 대비가 훨씬 더 심각한 나라가 바로 우리나라다. 우리는 바로 옆 나라인 일본이 이미 20년 전에 초고령 사회로 진입하면서 얼마나 큰 고통을 겪었는지를 적나라하게 목격하고도 아무런 대비도 하지 않는 우(愚)를 범하였다. 그 결과, 우리나라의 노인 빈곤율은 무려 49%로 일본의 2배가 넘고, OECD 회원국 중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불명예스러운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앞으로 노인 빈곤 문제는 더욱 심각한 상황에 빠질 것이다. 700만 명이라는 엄청난 인구를 차지하고 있는 베이비부머(1955~1963년 출생자)가 은퇴를 시작하였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유례가 없을 만큼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어, 2026년에는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하게 될 것이다. 곧 노후에 대한 공포가 우리 사회를 엄습하게 될 이 때에, 우리는 노후를 대비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혹자는 안전자산에만 머물러 있지 말고 더 위험한 투자를 해서라도 노후를 지켜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는 앞으로 닥쳐올 초고령 사회의 특징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시각이다. 이제는 경제 환경이 송두리째 바뀌기 때문에, 과거에 통했던 투자 전략을 고수했다가는 자칫 노후에 큰 낭패를 볼지 모른다. 앞으로 다가올 거대한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한 사람만이 자신의 노후를 지킬 수 있을 것이다.

■ 0%대 예금금리, 그 충격에 대비하라!

2012년 보건복지부의 조사 결과, 우리나라 40~50대 중에 노후 준비가 되어있는 경우는 고작 45%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은퇴 준비가 부실한 탓에 은퇴 후를 걱정하는 사람이라면 대부분 돈을 굴려 한 푼이라도 더 많은 노후자금을 마련하는 것을 꿈꾸어 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초고령 사회로 돌진해가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앞으로 돈을 굴려 돈을 버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 될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실질금리가 크게 떨어지면서 당장 돈을 굴릴 곳이 없다는 점이다. 은행연합회 공시 기준으로 이번 달 1년 정기예금 금리는 연 1.6%에 불과하다. 물론 저금리정책 기조로 인해 금리가 낮아진 측면이 있지만, 그렇지 않다 해도 개발경제 시대나 1990년대 후반과 같은 고금리시대가 다시 찾아오기를 기대하기란 이제 너무나 어려워졌다. 앞으로 찾아오게 될 초고령 사회의 가장 큰 특징이 바로 ‘저성장 저금리’이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한 나라의 실질금리 수준은 그 나라의 경제성장률을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 그런데 인구절벽이 본격화되고 초고령 사회가 시작되면 장기적으로 경제는 저성장의 늪에 빠지게 된다. 실제로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앞으로도 합계출산율이 1.19명 수준에 계속 머물 경우, 우리 경제성장률은 2030년대에 1.6%로 낮아지고 2040년대에는 0.74%로 추락할 것이라고 전망하였다.

물론 우리나라는 일본과 달리 대외경제 변수에 큰 영향을 받고 있는데다가 국내 자금 시장의 안정성도 취약하기 때문에, 유동성 위기가 오면 일시적으로 금리가 급등할 수는 있다. 특히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리고 유럽연합의 양적 완화가 마무리되면 분명 우리나라의 금리도 영향을 받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금리 인상이나 금융위기의 시기를 제외하면, 실질 금리는 고령화와 함께 장기적으로 하락세를 보이게 될 것이기 때문에 이자로 노후 생활을 계획하기는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다.

실제로 초고령화 사회가 된 일본의 정기예금 금리는 특판금리라 하더라도 고작 연 0.3%에 불과하며,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금리는 연 0.1%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때문에 일본에서 은행 예금의 역할은 돈을 굴리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단지 보관해두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이렇게 일본의 금리가 급격하게 떨어졌던 1990년대에 은행 이자로 생활하겠다고 은퇴 계획을 세웠던 일본의 고령층은 노후 빈곤에 빠지게 된 경우가 적지 않았다.

■ 인구절벽 앞에 이제 미다스(Midas)의 손은 없다

이처럼 예금금리가 계속 낮아지자, 많은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수익률이 높은 투자처를 찾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다. 하지만 인구절벽과 함께 초고령화 시대가 본격화되면 뾰족한 투자 대안을 찾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다. 특히 청년인구가 줄어드는 현 상황에서는 더 이상 주식투자도 노후를 위한 장기 투자의 대안이 되기는 어렵다.

예전에는 금리가 낮아지면 주식과 부동산에 돈이 몰릴 것이라고 보는 것이 보편적인 시각이었다. 때문에 최근 한국은행이 정책금리를 1%대로 낮추자 주가 상승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지난 4월에는 코스피가 2100선을 훌쩍 넘어서기도 하였다. 하지만 앞으로 인구절벽이 시작되면 아무리 금리가 낮아져도 주가가 대세 상승할 것을 기대할 수 없게 된다.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시장에 진입하는 청년들의 수가 줄어들면서 주식을 살 수 있는 수요기반이 무너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나라 유가증권시장의 시가총액에서 60대 이상 투자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2007년 26.3%에서 2013년에는 37.9%로 크게 늘어났다. 이에 비해 2030세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같은 기간 동안 16.3%에서 10.3%로 급감하였다.

더구나 앞으로 시간제 계약직을 전전하고 있는 우리 청년들이 주식시장에 진입할 종자돈을 마련하는 것조차 어렵게 된다면, 주식시장의 수요기반은 더욱 약화될 것이다. 실제로 2014년 한 해 동안 2030세대 가구의 소득증가율은 고작 0.7%에 불과해 50대 소득 증가율의 10분의 1에도 못 미쳤다.

이처럼 청년들의 숫자는 물론 소득까지 감소하게 되면, 아무리 기업이 좋은 물건을 만들어도 이를 팔 수 있는 시장이 형성되기 어렵다. 더구나 초고령 사회가 되면 경제 전체의 활력이 줄어들어 기업이 높은 이윤을 누리기가 쉽지 않게 되고, 이 같은 현상은 장기적으로 주가 상승을 제약할 가능성이 크다.

더구나 국회예산처의 전망대로 2031년부터 국민연금기금이 줄어들기 시작하면 국민연금은 천문학적으로 보유하고 있던 주식이나 채권을 지속적으로 팔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증권시장에 큰 부담이 될 것이다. 특히 2041년부터는 기금의 감소 속도가 더욱 빨라지기 때문에 주식시장이 극도로 불안해질 수 있다. 따라서 앞으로는 주식이나 주가 연계 상품에 대한 장기적인 투자로 은퇴 이후의 노후생활을 대비하는 것은 결코 좋은 생각이 아니다.

실제로 일본의 경우 1989년 3만 8,900선까지 치솟았던 일본의 닛케이 지수가 생산가능인구 비중 감소와 거의 동시에 주가 대폭락을 시작하여, 20년이 지난 2009년에는 7000대까지 떨어졌다. 그러다 아베 총리의 대대적인 돈 풀기 전략이 시작된 2012년 이후에야 주가가 본격적인 반등을 시작하여 지난 4월에 겨우 2만 선을 회복하였다. 1989년 주가의 절반 수준을 회복하는데 무려 26년이라는 엄청난 세월이 걸린 것이다.

■ 부동산에 건 대한민국의 노후, 과연 안전할까?

우리나라 사람들이 노후를 걸고 있는 가장 중요한 자산은 역시 부동산이다. 은퇴했거나 은퇴를 앞둔 세대가 전체 순자산 중 80~90%를 부동산에 묻어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믿고 의지하고 있는 부동산 시장의 전망도 결코 밝지 않다. 은퇴를 앞둔 고령층보다 새로 집을 마련해야 하는 청년층의 수가 턱없이 부족하고, 소득이 좀처럼 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제결제은행(BIS)의 엘로드 타카츠(Elod Takáts)가 22개 선진국 자료를 토대로 1970년부터 무려 40년에 걸친 데이터를 연구한 결과, 인구구조가 집값 결정에 중대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고령화는 집값을 떨어뜨리는 강력한 효과가 있다고 결론 내렸다. 그리고 이 같은 분석을 토대로 고령화가 시작된 22개 선진국에서 앞으로 40년 동안 집값이 크게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의 분석이 아니더라도 일단 고령화 사회로 진입한 나라 중에서 집값이 눈에 띄게 오른 나라를 찾기는 쉽지 않다. 세계 최초로 초고령 사회로 진입한 일본에서 부동산 시장이 붕괴되고 장기 침체가 시작되자, 처음에는 이를 일본만의 독특한 현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일본에 이어 고령화 사회로 진입한 다른 나라들이 연이어 집값 하락현상을 겪게 되자, 이제 집값 하락은 고령화에 따른 당연한 현상으로 보는 시각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지금 우리나라는 정부가 온갖 부동산 부양책을 융단폭격처럼 퍼부어서 가까스로 집값을 지키고 있긴 있지만, 청년들의 인구는 물론 소득까지 줄어드는 상황에서는 정부의 지원 없이 집값이 계속 유지되기는 쉽지 않다. 장기적으로 집값은 물가상승률 수준을 크게 벗어나기 어렵기 때문에, 각종 유지비용이 들어가는 ‘집’에 의지해 노후를 준비하는 것은 점점 더 불안한 대비책이 될 것이다.

앞으로 2~3년 뒤에 인구절벽이 시작되면 돈을 굴려 돈을 버는 것이 점점 더 힘들어지게 되는 만큼, 돈을 굴려서 얻는 기대수익률에 대한 눈높이를 낮추고 노후 준비를 더 앞당겨 시작할 필요가 있다. 또한, 앞으로 저성장·저금리 시대가 오게 되면 당신의 주머니를 노리고 당신을 현혹하는 경우가 더욱 늘어날 것이기 때문에, 여기에 넘어가지 않도록 그 어느 때보다 더욱 주의해야 한다. 일단 인구절벽에서 떠밀려 추락하기 시작한 경제에서 돈을 굴리는 것만으로 큰 돈을 벌 수 있기를 기대하는 것은 헛된 꿈이란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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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구절벽! 당신의 노후가 위험하다
    • 입력 2015-05-18 06:03:14
    • 수정2015-05-18 15:29:41
    대담한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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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훈의 대담한 경제 #27

■ 축복이 아닌 공포가 된 고령화

2010년 일본의 NHK가 방송한 ‘무연사회(無緣社會)’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가 일본 열도에 큰 충격을 주었다. 이 방송은 도쿄도(東京都)에 있는 다가구주택에서 양반다리를 하고 앞으로 쓰러져 오랫동안 부패한 상태에서 발견된 한 남성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가족도 찾아오는 사람도 없이 혼자 살던 사람이 거실에서 TV를 보다가 앉은 자세로 갑작스레 죽음을 맞이한 것이다.

NHK 취재팀은 초고령화 사회로 접어든 일본에서 이렇게 혼자 살다 숨진 무연사망자가 상당히 많을 것으로 보고 직접 확인하기 위해 일일이 전화를 했다. 그 결과 일본의 무연 사망자는 한 해에만 무려 3만 2000명 정도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숨진 뒤에도 오랫동안 아무에게도 발견되지 않는 경우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늘어난 수명에 대비해 충분한 생활비를 마련하지 못한 상당수 일본인들이 혼자 방 안에서 조용히 TV를 보며 노후를 맞이하고 있다. 먹고 사는 것조차 힘든 이들에게 바깥세상의 사회생활이나 문화생활은 사치나 다름이 없다. 이것이 바로 갑자기 닥쳐온 초고령화 사회에 미처 대비하지 못하고 ‘무연사(無緣死)’로 혼자 쓸쓸히 죽어가는 일본인들의 서글픈 단면이다.

■ 다가오는 초고령화 시대, 가장 큰 문제는 돈이다

일본은 이미 2005년에 세계 최초로 65세 이상 인구가 20%를 넘는 ‘초고령 사회’로 진입한 나라였다. 이 같은 현상은 전례가 없었기 때문에 일본은 초고령 사회의 심각성을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 때문에 정부는 물론 일본의 은퇴세대들도 아무런 대비없이 노후를 맞이하였다. 그 결과 현재 일본은 세계 제3위의 경제대국이라고 불리기에는 너무나 부끄러울 정도로 노후 대비가 되어 있지 않다. 실제로 일본의 노인 빈곤율은 무려 24%로, 경제협력기구(OECD) 회원국 평균인 12%의 두 배나 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다.

그런데 일본보다 노후 대비가 훨씬 더 심각한 나라가 바로 우리나라다. 우리는 바로 옆 나라인 일본이 이미 20년 전에 초고령 사회로 진입하면서 얼마나 큰 고통을 겪었는지를 적나라하게 목격하고도 아무런 대비도 하지 않는 우(愚)를 범하였다. 그 결과, 우리나라의 노인 빈곤율은 무려 49%로 일본의 2배가 넘고, OECD 회원국 중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불명예스러운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앞으로 노인 빈곤 문제는 더욱 심각한 상황에 빠질 것이다. 700만 명이라는 엄청난 인구를 차지하고 있는 베이비부머(1955~1963년 출생자)가 은퇴를 시작하였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유례가 없을 만큼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어, 2026년에는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하게 될 것이다. 곧 노후에 대한 공포가 우리 사회를 엄습하게 될 이 때에, 우리는 노후를 대비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혹자는 안전자산에만 머물러 있지 말고 더 위험한 투자를 해서라도 노후를 지켜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는 앞으로 닥쳐올 초고령 사회의 특징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시각이다. 이제는 경제 환경이 송두리째 바뀌기 때문에, 과거에 통했던 투자 전략을 고수했다가는 자칫 노후에 큰 낭패를 볼지 모른다. 앞으로 다가올 거대한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한 사람만이 자신의 노후를 지킬 수 있을 것이다.

■ 0%대 예금금리, 그 충격에 대비하라!

2012년 보건복지부의 조사 결과, 우리나라 40~50대 중에 노후 준비가 되어있는 경우는 고작 45%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은퇴 준비가 부실한 탓에 은퇴 후를 걱정하는 사람이라면 대부분 돈을 굴려 한 푼이라도 더 많은 노후자금을 마련하는 것을 꿈꾸어 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초고령 사회로 돌진해가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앞으로 돈을 굴려 돈을 버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 될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실질금리가 크게 떨어지면서 당장 돈을 굴릴 곳이 없다는 점이다. 은행연합회 공시 기준으로 이번 달 1년 정기예금 금리는 연 1.6%에 불과하다. 물론 저금리정책 기조로 인해 금리가 낮아진 측면이 있지만, 그렇지 않다 해도 개발경제 시대나 1990년대 후반과 같은 고금리시대가 다시 찾아오기를 기대하기란 이제 너무나 어려워졌다. 앞으로 찾아오게 될 초고령 사회의 가장 큰 특징이 바로 ‘저성장 저금리’이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한 나라의 실질금리 수준은 그 나라의 경제성장률을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 그런데 인구절벽이 본격화되고 초고령 사회가 시작되면 장기적으로 경제는 저성장의 늪에 빠지게 된다. 실제로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앞으로도 합계출산율이 1.19명 수준에 계속 머물 경우, 우리 경제성장률은 2030년대에 1.6%로 낮아지고 2040년대에는 0.74%로 추락할 것이라고 전망하였다.

물론 우리나라는 일본과 달리 대외경제 변수에 큰 영향을 받고 있는데다가 국내 자금 시장의 안정성도 취약하기 때문에, 유동성 위기가 오면 일시적으로 금리가 급등할 수는 있다. 특히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리고 유럽연합의 양적 완화가 마무리되면 분명 우리나라의 금리도 영향을 받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금리 인상이나 금융위기의 시기를 제외하면, 실질 금리는 고령화와 함께 장기적으로 하락세를 보이게 될 것이기 때문에 이자로 노후 생활을 계획하기는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다.

실제로 초고령화 사회가 된 일본의 정기예금 금리는 특판금리라 하더라도 고작 연 0.3%에 불과하며,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금리는 연 0.1%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때문에 일본에서 은행 예금의 역할은 돈을 굴리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단지 보관해두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이렇게 일본의 금리가 급격하게 떨어졌던 1990년대에 은행 이자로 생활하겠다고 은퇴 계획을 세웠던 일본의 고령층은 노후 빈곤에 빠지게 된 경우가 적지 않았다.

■ 인구절벽 앞에 이제 미다스(Midas)의 손은 없다

이처럼 예금금리가 계속 낮아지자, 많은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수익률이 높은 투자처를 찾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다. 하지만 인구절벽과 함께 초고령화 시대가 본격화되면 뾰족한 투자 대안을 찾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다. 특히 청년인구가 줄어드는 현 상황에서는 더 이상 주식투자도 노후를 위한 장기 투자의 대안이 되기는 어렵다.

예전에는 금리가 낮아지면 주식과 부동산에 돈이 몰릴 것이라고 보는 것이 보편적인 시각이었다. 때문에 최근 한국은행이 정책금리를 1%대로 낮추자 주가 상승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지난 4월에는 코스피가 2100선을 훌쩍 넘어서기도 하였다. 하지만 앞으로 인구절벽이 시작되면 아무리 금리가 낮아져도 주가가 대세 상승할 것을 기대할 수 없게 된다.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시장에 진입하는 청년들의 수가 줄어들면서 주식을 살 수 있는 수요기반이 무너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나라 유가증권시장의 시가총액에서 60대 이상 투자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2007년 26.3%에서 2013년에는 37.9%로 크게 늘어났다. 이에 비해 2030세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같은 기간 동안 16.3%에서 10.3%로 급감하였다.

더구나 앞으로 시간제 계약직을 전전하고 있는 우리 청년들이 주식시장에 진입할 종자돈을 마련하는 것조차 어렵게 된다면, 주식시장의 수요기반은 더욱 약화될 것이다. 실제로 2014년 한 해 동안 2030세대 가구의 소득증가율은 고작 0.7%에 불과해 50대 소득 증가율의 10분의 1에도 못 미쳤다.

이처럼 청년들의 숫자는 물론 소득까지 감소하게 되면, 아무리 기업이 좋은 물건을 만들어도 이를 팔 수 있는 시장이 형성되기 어렵다. 더구나 초고령 사회가 되면 경제 전체의 활력이 줄어들어 기업이 높은 이윤을 누리기가 쉽지 않게 되고, 이 같은 현상은 장기적으로 주가 상승을 제약할 가능성이 크다.

더구나 국회예산처의 전망대로 2031년부터 국민연금기금이 줄어들기 시작하면 국민연금은 천문학적으로 보유하고 있던 주식이나 채권을 지속적으로 팔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증권시장에 큰 부담이 될 것이다. 특히 2041년부터는 기금의 감소 속도가 더욱 빨라지기 때문에 주식시장이 극도로 불안해질 수 있다. 따라서 앞으로는 주식이나 주가 연계 상품에 대한 장기적인 투자로 은퇴 이후의 노후생활을 대비하는 것은 결코 좋은 생각이 아니다.

실제로 일본의 경우 1989년 3만 8,900선까지 치솟았던 일본의 닛케이 지수가 생산가능인구 비중 감소와 거의 동시에 주가 대폭락을 시작하여, 20년이 지난 2009년에는 7000대까지 떨어졌다. 그러다 아베 총리의 대대적인 돈 풀기 전략이 시작된 2012년 이후에야 주가가 본격적인 반등을 시작하여 지난 4월에 겨우 2만 선을 회복하였다. 1989년 주가의 절반 수준을 회복하는데 무려 26년이라는 엄청난 세월이 걸린 것이다.

■ 부동산에 건 대한민국의 노후, 과연 안전할까?

우리나라 사람들이 노후를 걸고 있는 가장 중요한 자산은 역시 부동산이다. 은퇴했거나 은퇴를 앞둔 세대가 전체 순자산 중 80~90%를 부동산에 묻어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믿고 의지하고 있는 부동산 시장의 전망도 결코 밝지 않다. 은퇴를 앞둔 고령층보다 새로 집을 마련해야 하는 청년층의 수가 턱없이 부족하고, 소득이 좀처럼 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제결제은행(BIS)의 엘로드 타카츠(Elod Takáts)가 22개 선진국 자료를 토대로 1970년부터 무려 40년에 걸친 데이터를 연구한 결과, 인구구조가 집값 결정에 중대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고령화는 집값을 떨어뜨리는 강력한 효과가 있다고 결론 내렸다. 그리고 이 같은 분석을 토대로 고령화가 시작된 22개 선진국에서 앞으로 40년 동안 집값이 크게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의 분석이 아니더라도 일단 고령화 사회로 진입한 나라 중에서 집값이 눈에 띄게 오른 나라를 찾기는 쉽지 않다. 세계 최초로 초고령 사회로 진입한 일본에서 부동산 시장이 붕괴되고 장기 침체가 시작되자, 처음에는 이를 일본만의 독특한 현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일본에 이어 고령화 사회로 진입한 다른 나라들이 연이어 집값 하락현상을 겪게 되자, 이제 집값 하락은 고령화에 따른 당연한 현상으로 보는 시각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지금 우리나라는 정부가 온갖 부동산 부양책을 융단폭격처럼 퍼부어서 가까스로 집값을 지키고 있긴 있지만, 청년들의 인구는 물론 소득까지 줄어드는 상황에서는 정부의 지원 없이 집값이 계속 유지되기는 쉽지 않다. 장기적으로 집값은 물가상승률 수준을 크게 벗어나기 어렵기 때문에, 각종 유지비용이 들어가는 ‘집’에 의지해 노후를 준비하는 것은 점점 더 불안한 대비책이 될 것이다.

앞으로 2~3년 뒤에 인구절벽이 시작되면 돈을 굴려 돈을 버는 것이 점점 더 힘들어지게 되는 만큼, 돈을 굴려서 얻는 기대수익률에 대한 눈높이를 낮추고 노후 준비를 더 앞당겨 시작할 필요가 있다. 또한, 앞으로 저성장·저금리 시대가 오게 되면 당신의 주머니를 노리고 당신을 현혹하는 경우가 더욱 늘어날 것이기 때문에, 여기에 넘어가지 않도록 그 어느 때보다 더욱 주의해야 한다. 일단 인구절벽에서 떠밀려 추락하기 시작한 경제에서 돈을 굴리는 것만으로 큰 돈을 벌 수 있기를 기대하는 것은 헛된 꿈이란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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