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째 결론 안 나는 한명숙 재판…도대체 왜?
입력 2015.05.18 (06:03)
수정 2015.05.18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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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경상남도 지사와 이완구 의원(전 국무총리)이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사법처리될 위기에 처한 가운데 검찰의 성완종 리스트 수사도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거액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한 야당 중진 의원의 사건의 경우 5년째 재판에 계류중이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한명숙 의원 얘기다.
한 의원은 새정치민주연합의 대표적인 여성 정치인이다. 3선 의원에 여성부 장관과 환경부 장관을 역임했고, 노무현 정부 시절 국무총리를 지낸 친노파 정치인이다. 2010년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해 오세훈 시장에 불과 0.6%포인트 차로 석패했다. 현역 여성 정치인 중에 경력으로는 그를 따라갈 사람 많지 않다.
그런 한 의원이 지금은 엄연한 형사 피고인 신세다.
검찰은 2010년 7월 그녀를 불법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국무총리로 재직할 때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로부터 9억여원을 받았다는 것이다.
검찰 기소 내용에 따르면 한 의원은 2007년 3~8월 한만호 전 대표로부터 대통령 경선비용 명목으로 달러화 32만 7500달러와 4억 8000만 원, 그리고 1억 원짜리 자기 앞 수표 1장 등 모두 9억 4000만 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에 대해 한 의원은 금품 수수 사실은 사실 무근으로 검찰이 표적 수사를 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형사 사건에서 원고인 검찰과 피고측이 유무죄를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이는 것은 흔한 일이다. 법원은 양측의 주장을 충분히 듣고 사건을 검토해 결론을 내리면 된다.
하지만 이 사건은 무려 5년 가까이 최종 결론이 나오지 않고 있다.
1심은 한 의원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한만호 전 대표의 진술이 신빙성이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반면 2심인 서울고법 형사 6부는 유죄를 선고했다. 2심은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했지만, 현역 의원임을 감안해 법정 구속은 하지 않았다. 한 의원은 즉각 상고했고, 이후 이 사건은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이 때가 2013년 9월 16일이다. 이후 1년 8개월 동안 이 사건은 대법원에서 '낮잠'을 자고 있다.
현행 소속 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21조에는 판결의 선고 기간을 정하고 있다. 소송의 지연을 방지하고, 국민의 권리와 의무의 신속한 실현을 도모하기 위한 법이다. 이에 따르면 판결은 1심의 경우 공소가 제기된 날부터 6개월이내, 항소심과 상고심은 기록을 송부받은 날부터 4개월이내 처리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즉 법 규정을 지킨다면 한명숙 의원 사건은 1년2개월 정도에는 마무리돼야 했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기소 이후 4년 10개월동안 결론이 나지 않고 있다.
이처럼 대법원이 법정처리 기간을 상습적으로 어기고 있다는 지적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법률소비자연맹이 2014년 사법연감을 분석한 결과 2013년 대법원에서 선고된 형사 사건 피고인 1만9280명 중 법정처리 기한(4개월)을 넘겨 선고한 피고인은 총 3546명(18.39%)나 됐다. 특히 이중에는 구속 피의자도 151명이나 됐다.
민사사건 역시 대법원이 민사소송법에서 규정한 처리기한(5개월)을 다수 어기고 있다. 2013년 처리된 1만1552건 중 87%정도만 5개월이내 처리됐다는게 법률소비자 연맹의 분석이다. 나머지 13% 사건은 기한을 넘겼다는 얘기다.
이중에는 8년이 넘은 사건도 있다. 2007년 2월 대법원에 접수된 ‘노동조합설립신고서 반려처분취소’사건의 경우 아직도 낮잠을 자고 있다. 2008년 7월 10일에 접수된 손해배상 사건도 아직 계류중이다.
이에 대해 법원은 소송 처리기간을 정한 규정은 강행규정이라기 보다는 훈시 규정으로 볼 수 있고, 사건마다 특수성이 있어 일괄적으로 소송을 기한내 처리하기는 어렵다고 말한다. 특히 대법원의 경우 대법관 1인당 연간 3934건을 처리하는 살인적인 격무에 시달리고 있다고 해명한다.
법원 관계자는 “당사자가 합의를 위해 재판 연기를 신청하는 경우도 있고, 의료 소송이나 다수 당사자 소송같이 장시간 시간이 소요되는 경우도 많다”며 “소송을 기한내에 처리하도록 노력하는 게 법원 책무지만,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은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명숙 의원 사건의 경우 법원이 처리 지연의 사유로 드는 어떤 것에도 해당되지 않는다. 당사자가 다수이거나, 재판연기 신청 등 지연 사유가 없다. 쟁점도 별로 복잡하지 않다.
한명숙 의원 같은 현역의원의 경우 정치자금법 위반을 했을 때는 벌금 100만원만 선고받으면 의원직을 잃는다. 그날로 국회의원에게 부여되는 모든 혜택과 권한이 상실된다.
원외시절이던 2010년 7월 기소된 한 의원은 2011년 국회의원(비례대표)에 당선되고, 재판이 길어지면서 내년 5월이면 임기 4년을 온전히 마치게 된다. 물론 한 의원이 무죄라면 하루빨리 형사 피고인의 굴레로부터 벗어나게 해줘야 한다.
한국대학생포럼과 교육과 학교를 위한 학부모연합 등 시민단체들도 최근 성명을 내고 한명숙 의원에 대해 법원은 하루 속히 결론을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성완종 리스트 수사가 확대되고 있지만, 정작 5년 전에 기소된 현역의원 불법 정치자자금 사건은 지지부진해 19대 국회 임기가 이제 1년 밖에 안남았다”며 “혹시나 법원의 정치권 눈치보기 때문이라면 국가적으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한 의원은 새정치민주연합의 대표적인 여성 정치인이다. 3선 의원에 여성부 장관과 환경부 장관을 역임했고, 노무현 정부 시절 국무총리를 지낸 친노파 정치인이다. 2010년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해 오세훈 시장에 불과 0.6%포인트 차로 석패했다. 현역 여성 정치인 중에 경력으로는 그를 따라갈 사람 많지 않다.
그런 한 의원이 지금은 엄연한 형사 피고인 신세다.
검찰은 2010년 7월 그녀를 불법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국무총리로 재직할 때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로부터 9억여원을 받았다는 것이다.
검찰 기소 내용에 따르면 한 의원은 2007년 3~8월 한만호 전 대표로부터 대통령 경선비용 명목으로 달러화 32만 7500달러와 4억 8000만 원, 그리고 1억 원짜리 자기 앞 수표 1장 등 모두 9억 4000만 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에 대해 한 의원은 금품 수수 사실은 사실 무근으로 검찰이 표적 수사를 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형사 사건에서 원고인 검찰과 피고측이 유무죄를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이는 것은 흔한 일이다. 법원은 양측의 주장을 충분히 듣고 사건을 검토해 결론을 내리면 된다.
하지만 이 사건은 무려 5년 가까이 최종 결론이 나오지 않고 있다.
1심은 한 의원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한만호 전 대표의 진술이 신빙성이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반면 2심인 서울고법 형사 6부는 유죄를 선고했다. 2심은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했지만, 현역 의원임을 감안해 법정 구속은 하지 않았다. 한 의원은 즉각 상고했고, 이후 이 사건은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이 때가 2013년 9월 16일이다. 이후 1년 8개월 동안 이 사건은 대법원에서 '낮잠'을 자고 있다.
현행 소속 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21조에는 판결의 선고 기간을 정하고 있다. 소송의 지연을 방지하고, 국민의 권리와 의무의 신속한 실현을 도모하기 위한 법이다. 이에 따르면 판결은 1심의 경우 공소가 제기된 날부터 6개월이내, 항소심과 상고심은 기록을 송부받은 날부터 4개월이내 처리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즉 법 규정을 지킨다면 한명숙 의원 사건은 1년2개월 정도에는 마무리돼야 했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기소 이후 4년 10개월동안 결론이 나지 않고 있다.
이처럼 대법원이 법정처리 기간을 상습적으로 어기고 있다는 지적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법률소비자연맹이 2014년 사법연감을 분석한 결과 2013년 대법원에서 선고된 형사 사건 피고인 1만9280명 중 법정처리 기한(4개월)을 넘겨 선고한 피고인은 총 3546명(18.39%)나 됐다. 특히 이중에는 구속 피의자도 151명이나 됐다.
민사사건 역시 대법원이 민사소송법에서 규정한 처리기한(5개월)을 다수 어기고 있다. 2013년 처리된 1만1552건 중 87%정도만 5개월이내 처리됐다는게 법률소비자 연맹의 분석이다. 나머지 13% 사건은 기한을 넘겼다는 얘기다.
이중에는 8년이 넘은 사건도 있다. 2007년 2월 대법원에 접수된 ‘노동조합설립신고서 반려처분취소’사건의 경우 아직도 낮잠을 자고 있다. 2008년 7월 10일에 접수된 손해배상 사건도 아직 계류중이다.
이에 대해 법원은 소송 처리기간을 정한 규정은 강행규정이라기 보다는 훈시 규정으로 볼 수 있고, 사건마다 특수성이 있어 일괄적으로 소송을 기한내 처리하기는 어렵다고 말한다. 특히 대법원의 경우 대법관 1인당 연간 3934건을 처리하는 살인적인 격무에 시달리고 있다고 해명한다.
법원 관계자는 “당사자가 합의를 위해 재판 연기를 신청하는 경우도 있고, 의료 소송이나 다수 당사자 소송같이 장시간 시간이 소요되는 경우도 많다”며 “소송을 기한내에 처리하도록 노력하는 게 법원 책무지만,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은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명숙 의원 사건의 경우 법원이 처리 지연의 사유로 드는 어떤 것에도 해당되지 않는다. 당사자가 다수이거나, 재판연기 신청 등 지연 사유가 없다. 쟁점도 별로 복잡하지 않다.
한명숙 의원 같은 현역의원의 경우 정치자금법 위반을 했을 때는 벌금 100만원만 선고받으면 의원직을 잃는다. 그날로 국회의원에게 부여되는 모든 혜택과 권한이 상실된다.
원외시절이던 2010년 7월 기소된 한 의원은 2011년 국회의원(비례대표)에 당선되고, 재판이 길어지면서 내년 5월이면 임기 4년을 온전히 마치게 된다. 물론 한 의원이 무죄라면 하루빨리 형사 피고인의 굴레로부터 벗어나게 해줘야 한다.
한국대학생포럼과 교육과 학교를 위한 학부모연합 등 시민단체들도 최근 성명을 내고 한명숙 의원에 대해 법원은 하루 속히 결론을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성완종 리스트 수사가 확대되고 있지만, 정작 5년 전에 기소된 현역의원 불법 정치자자금 사건은 지지부진해 19대 국회 임기가 이제 1년 밖에 안남았다”며 “혹시나 법원의 정치권 눈치보기 때문이라면 국가적으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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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경상남도 지사와 이완구 의원(전 국무총리)이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사법처리될 위기에 처한 가운데 검찰의 성완종 리스트 수사도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거액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한 야당 중진 의원의 사건의 경우 5년째 재판에 계류중이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한명숙 의원 얘기다.
한 의원은 새정치민주연합의 대표적인 여성 정치인이다. 3선 의원에 여성부 장관과 환경부 장관을 역임했고, 노무현 정부 시절 국무총리를 지낸 친노파 정치인이다. 2010년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해 오세훈 시장에 불과 0.6%포인트 차로 석패했다. 현역 여성 정치인 중에 경력으로는 그를 따라갈 사람 많지 않다.
그런 한 의원이 지금은 엄연한 형사 피고인 신세다.
검찰은 2010년 7월 그녀를 불법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국무총리로 재직할 때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로부터 9억여원을 받았다는 것이다.
검찰 기소 내용에 따르면 한 의원은 2007년 3~8월 한만호 전 대표로부터 대통령 경선비용 명목으로 달러화 32만 7500달러와 4억 8000만 원, 그리고 1억 원짜리 자기 앞 수표 1장 등 모두 9억 4000만 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에 대해 한 의원은 금품 수수 사실은 사실 무근으로 검찰이 표적 수사를 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형사 사건에서 원고인 검찰과 피고측이 유무죄를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이는 것은 흔한 일이다. 법원은 양측의 주장을 충분히 듣고 사건을 검토해 결론을 내리면 된다.
하지만 이 사건은 무려 5년 가까이 최종 결론이 나오지 않고 있다.
1심은 한 의원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한만호 전 대표의 진술이 신빙성이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반면 2심인 서울고법 형사 6부는 유죄를 선고했다. 2심은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했지만, 현역 의원임을 감안해 법정 구속은 하지 않았다. 한 의원은 즉각 상고했고, 이후 이 사건은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이 때가 2013년 9월 16일이다. 이후 1년 8개월 동안 이 사건은 대법원에서 '낮잠'을 자고 있다.
현행 소속 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21조에는 판결의 선고 기간을 정하고 있다. 소송의 지연을 방지하고, 국민의 권리와 의무의 신속한 실현을 도모하기 위한 법이다. 이에 따르면 판결은 1심의 경우 공소가 제기된 날부터 6개월이내, 항소심과 상고심은 기록을 송부받은 날부터 4개월이내 처리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즉 법 규정을 지킨다면 한명숙 의원 사건은 1년2개월 정도에는 마무리돼야 했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기소 이후 4년 10개월동안 결론이 나지 않고 있다.
이처럼 대법원이 법정처리 기간을 상습적으로 어기고 있다는 지적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법률소비자연맹이 2014년 사법연감을 분석한 결과 2013년 대법원에서 선고된 형사 사건 피고인 1만9280명 중 법정처리 기한(4개월)을 넘겨 선고한 피고인은 총 3546명(18.39%)나 됐다. 특히 이중에는 구속 피의자도 151명이나 됐다.
민사사건 역시 대법원이 민사소송법에서 규정한 처리기한(5개월)을 다수 어기고 있다. 2013년 처리된 1만1552건 중 87%정도만 5개월이내 처리됐다는게 법률소비자 연맹의 분석이다. 나머지 13% 사건은 기한을 넘겼다는 얘기다.
이중에는 8년이 넘은 사건도 있다. 2007년 2월 대법원에 접수된 ‘노동조합설립신고서 반려처분취소’사건의 경우 아직도 낮잠을 자고 있다. 2008년 7월 10일에 접수된 손해배상 사건도 아직 계류중이다.
이에 대해 법원은 소송 처리기간을 정한 규정은 강행규정이라기 보다는 훈시 규정으로 볼 수 있고, 사건마다 특수성이 있어 일괄적으로 소송을 기한내 처리하기는 어렵다고 말한다. 특히 대법원의 경우 대법관 1인당 연간 3934건을 처리하는 살인적인 격무에 시달리고 있다고 해명한다.
법원 관계자는 “당사자가 합의를 위해 재판 연기를 신청하는 경우도 있고, 의료 소송이나 다수 당사자 소송같이 장시간 시간이 소요되는 경우도 많다”며 “소송을 기한내에 처리하도록 노력하는 게 법원 책무지만,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은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명숙 의원 사건의 경우 법원이 처리 지연의 사유로 드는 어떤 것에도 해당되지 않는다. 당사자가 다수이거나, 재판연기 신청 등 지연 사유가 없다. 쟁점도 별로 복잡하지 않다.
한명숙 의원 같은 현역의원의 경우 정치자금법 위반을 했을 때는 벌금 100만원만 선고받으면 의원직을 잃는다. 그날로 국회의원에게 부여되는 모든 혜택과 권한이 상실된다.
원외시절이던 2010년 7월 기소된 한 의원은 2011년 국회의원(비례대표)에 당선되고, 재판이 길어지면서 내년 5월이면 임기 4년을 온전히 마치게 된다. 물론 한 의원이 무죄라면 하루빨리 형사 피고인의 굴레로부터 벗어나게 해줘야 한다.
한국대학생포럼과 교육과 학교를 위한 학부모연합 등 시민단체들도 최근 성명을 내고 한명숙 의원에 대해 법원은 하루 속히 결론을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성완종 리스트 수사가 확대되고 있지만, 정작 5년 전에 기소된 현역의원 불법 정치자자금 사건은 지지부진해 19대 국회 임기가 이제 1년 밖에 안남았다”며 “혹시나 법원의 정치권 눈치보기 때문이라면 국가적으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한 의원은 새정치민주연합의 대표적인 여성 정치인이다. 3선 의원에 여성부 장관과 환경부 장관을 역임했고, 노무현 정부 시절 국무총리를 지낸 친노파 정치인이다. 2010년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해 오세훈 시장에 불과 0.6%포인트 차로 석패했다. 현역 여성 정치인 중에 경력으로는 그를 따라갈 사람 많지 않다.
그런 한 의원이 지금은 엄연한 형사 피고인 신세다.
검찰은 2010년 7월 그녀를 불법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국무총리로 재직할 때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로부터 9억여원을 받았다는 것이다.
검찰 기소 내용에 따르면 한 의원은 2007년 3~8월 한만호 전 대표로부터 대통령 경선비용 명목으로 달러화 32만 7500달러와 4억 8000만 원, 그리고 1억 원짜리 자기 앞 수표 1장 등 모두 9억 4000만 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에 대해 한 의원은 금품 수수 사실은 사실 무근으로 검찰이 표적 수사를 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형사 사건에서 원고인 검찰과 피고측이 유무죄를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이는 것은 흔한 일이다. 법원은 양측의 주장을 충분히 듣고 사건을 검토해 결론을 내리면 된다.
하지만 이 사건은 무려 5년 가까이 최종 결론이 나오지 않고 있다.
1심은 한 의원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한만호 전 대표의 진술이 신빙성이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반면 2심인 서울고법 형사 6부는 유죄를 선고했다. 2심은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했지만, 현역 의원임을 감안해 법정 구속은 하지 않았다. 한 의원은 즉각 상고했고, 이후 이 사건은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이 때가 2013년 9월 16일이다. 이후 1년 8개월 동안 이 사건은 대법원에서 '낮잠'을 자고 있다.
현행 소속 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21조에는 판결의 선고 기간을 정하고 있다. 소송의 지연을 방지하고, 국민의 권리와 의무의 신속한 실현을 도모하기 위한 법이다. 이에 따르면 판결은 1심의 경우 공소가 제기된 날부터 6개월이내, 항소심과 상고심은 기록을 송부받은 날부터 4개월이내 처리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즉 법 규정을 지킨다면 한명숙 의원 사건은 1년2개월 정도에는 마무리돼야 했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기소 이후 4년 10개월동안 결론이 나지 않고 있다.
이처럼 대법원이 법정처리 기간을 상습적으로 어기고 있다는 지적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법률소비자연맹이 2014년 사법연감을 분석한 결과 2013년 대법원에서 선고된 형사 사건 피고인 1만9280명 중 법정처리 기한(4개월)을 넘겨 선고한 피고인은 총 3546명(18.39%)나 됐다. 특히 이중에는 구속 피의자도 151명이나 됐다.
민사사건 역시 대법원이 민사소송법에서 규정한 처리기한(5개월)을 다수 어기고 있다. 2013년 처리된 1만1552건 중 87%정도만 5개월이내 처리됐다는게 법률소비자 연맹의 분석이다. 나머지 13% 사건은 기한을 넘겼다는 얘기다.
이중에는 8년이 넘은 사건도 있다. 2007년 2월 대법원에 접수된 ‘노동조합설립신고서 반려처분취소’사건의 경우 아직도 낮잠을 자고 있다. 2008년 7월 10일에 접수된 손해배상 사건도 아직 계류중이다.
이에 대해 법원은 소송 처리기간을 정한 규정은 강행규정이라기 보다는 훈시 규정으로 볼 수 있고, 사건마다 특수성이 있어 일괄적으로 소송을 기한내 처리하기는 어렵다고 말한다. 특히 대법원의 경우 대법관 1인당 연간 3934건을 처리하는 살인적인 격무에 시달리고 있다고 해명한다.
법원 관계자는 “당사자가 합의를 위해 재판 연기를 신청하는 경우도 있고, 의료 소송이나 다수 당사자 소송같이 장시간 시간이 소요되는 경우도 많다”며 “소송을 기한내에 처리하도록 노력하는 게 법원 책무지만,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은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명숙 의원 사건의 경우 법원이 처리 지연의 사유로 드는 어떤 것에도 해당되지 않는다. 당사자가 다수이거나, 재판연기 신청 등 지연 사유가 없다. 쟁점도 별로 복잡하지 않다.
한명숙 의원 같은 현역의원의 경우 정치자금법 위반을 했을 때는 벌금 100만원만 선고받으면 의원직을 잃는다. 그날로 국회의원에게 부여되는 모든 혜택과 권한이 상실된다.
원외시절이던 2010년 7월 기소된 한 의원은 2011년 국회의원(비례대표)에 당선되고, 재판이 길어지면서 내년 5월이면 임기 4년을 온전히 마치게 된다. 물론 한 의원이 무죄라면 하루빨리 형사 피고인의 굴레로부터 벗어나게 해줘야 한다.
한국대학생포럼과 교육과 학교를 위한 학부모연합 등 시민단체들도 최근 성명을 내고 한명숙 의원에 대해 법원은 하루 속히 결론을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성완종 리스트 수사가 확대되고 있지만, 정작 5년 전에 기소된 현역의원 불법 정치자자금 사건은 지지부진해 19대 국회 임기가 이제 1년 밖에 안남았다”며 “혹시나 법원의 정치권 눈치보기 때문이라면 국가적으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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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희 기자 thepla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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