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 벗은 ‘특수활동비’

입력 2015.05.24 (23:20) 수정 2015.05.25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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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녹취> 홍준표(경남지사) : "나한테 넘어오면 내 돈 아닙니까. 그거 집에 갖다주는게 무슨 그게..."

<녹취> 국회사무처 관계자 : "특수 활동비 자체가 세부적이고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지 않고 서로에 대한 신뢰 속에서 (집행이) 이뤄졌다고 볼 수 있는 건데"

<녹취> "그냥 용돈에 넣어서 활용을 했습니다."

<녹취> 심상정(의원) : "그런 돈은 대한민국에서 세금으로서는 있을 수 없는 쓰임새에요"

<오프닝>

국민의 대표, 국회의원들의 월급, 어느 정도일까요?

평균 천백만원 정도 됩니다.

그런데 이와는 별도로 받는 돈들이 있습니다.

그 중 기밀 유지가 필요한 특수한 업무에 쓰라고 주는 돈이 있는데 월급처럼 현금으로 나옵니다.

일단 받으면 어디에다 썼는지 증빙도 필요가 없습니다.

그게 한 해 80억 원이 넘습니다.

과연 제대로 쓰고 있을까요?

<리포트>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와 관련해 홍준표 경남지사가 검찰 조사를 받았습니다.

수사 과정에서 본인 계좌에 출처가 명확하지 않은 돈 1억 2천만 원이 입금된 사실이 드러나자, 홍 지사는 기자 간담회를 자청했습니다.

불법 자금 수수 의혹을 해명하기 위해서 홍지사가 밝힌 돈의 출처는 이른바 국회 대책비였습니다.

<인터뷰> 홍준표(경남지사) : "원내대표는 국회 대책비가 나옵니다. 내 활동비 중에서 남은 돈은 집에 생활비로 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준 돈을 전부 집사람이 현금으로 모은 모양입니다."

입법을 대가로 현금과 상품권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새정치민주연합 신계륜 의원.

지난 18일 재판에서 그는, 국회 환경노동위원장 시절 받은 직책비를 아들의 유학 자금으로 썼다고 진술했습니다.

직책비는 개인적인 용도로 써도 된다고 해서 부인에게 생활비로도 줬다고 했습니다.

홍 지사와 신 의원이 받았다는 국회 대책비와 직책비, 이 돈은 뭐길래 매달 현금으로 입금되고 영수증 없이 마음대로 쓸 수 있는 것일까?

<녹취> 국회 관계자(변조) : "말 그대로 어디서 제공하기도 힘든 정보를, 판도라 상자를 열었다는 것과 똑같은 거죠. 이건 어디서도 정확한 정보가 나오긴 힘들 것 같습니다."

국회사무처에서 제출받은 국회의원의 월급 명세섭니다.

매달 봉급이 천백만 원 정돕니다.

1년에 두 차례씩 상여금과 명절 휴가비가 나옵니다.

여기에다 국회의장과 부의장, 각 상임위원장과 양당 원대대표에게는 각종 활동비와 직책 수당이 추가로 지급됩니다.

특수 활동빕니다.

홍 지사와 신 의원이 받아서 생활비로 썼다고 주장하는 돈이 바로 이 돈입니다.

여당 원내대표는 월 5천만원, 야당 원내대표는 월 4천만원, 상임위원장 등은 평균 천만원 안팎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돈은 일단 통장에 들어오면 아무도 그 사용처를 따지지 않습니다.

<녹취> 국회사무처 관계자(변조) : "특수 활동비 자체가 세부적이고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지 않고 국정활동 전반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목적이 있는 것이기 때문에 서로에 대한 신뢰 속에서 (집행이) 이뤄졌다고 볼 수 있는 건데"

특수 활동비는 원래 국정원과 경찰 등 업무상 기밀 유지가 필요한 정보와 수사 활동에 쓰도록 책정해 놓은 예산입니다.

사용처가 밝혀지면 경비 집행의 목적 달성에 현저히 지장을 받을 우려가 있는 경우에 한해 증빙을 생략할 수 있다고 감사원 지침에 명시돼 있습니다.

국회는 지난 2009년 99억 원, 2013년 87억 원 등 매년 80억 원이 넘는 특수활동비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의정 지원 등 막연한 지출 항목만 공개될 뿐, 이 돈이 구체적으로 어디에 쓰여졌는지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녹취> 국회 관계자(변조) : "국회 대책비라는 표현이 됐든 아니면 뭐 특수 활동비라고 되었던 간에 아는 사람들, 관계되는 사람들의 아주 소수만 그렇게 해서 진행되는 부분이라..."

취재파일팀은 현재 특수 활동비를 받고 있는 국회의장과 부의장, 여야 원내대표와 18개 상임위원장에게 긴급 질의서를 보냈습니다.

그러나 답변을 보내온 건 단 2명 뿐입니다.

<녹취> 의원실 관계자(변조) : "답변 드리기는 좀 그런 것 같은데요. 일단 상황을 좀 봐야할 것 같은데요. 주변에 어떻게 하나."

여야 원내대표들을 직접 찾아가 물었습니다.

<인터뷰> 유승민(새누리당 원내대표) : "저는 운영위원장하고 원내대표로서 일하는 걸 위해서 그 돈을 지출합니다."

<인터뷰> 이종걸(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 : "당 의원들이 워크숍을 한다던지 어디 행사를 위해서 이동해야 된다던지 이런 것에 필요한 비용들을,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서.."

국회에서도 불투명한 특수 활동비에 대한 문제 제기는 계속 돼 왔습니다.

<녹취> 유대운(새정치민주연합) : "여기 뭐 특수 정보 하는데도 아니고 특수 수사 하는데도 아닙니다. 두 가지입니다. 예산이 너무 많고요. 첫째는 예산 집행 내역이 행정부보다 나을 것이 없다는 겁니다."

지난해에는 국회의원이 특별 활동비를 어떻게 사용했는지 그 내역을 제출하도록 하는 법안이 발의됐지만, 법안 처리는 흐지부지된 상탭니다.

<인터뷰> 심상정(의원) : "직책수당이 본봉 규모만한 직책수당이 어디 있으며 그러면 또 세금도 내야죠. 근데 이거는 뭐 사사로이 쓸 수 있기도 하고 직책수당같은 성격으로 받아들여지면서 그러면서 정작 세금은 안 내는 그런 돈이고 그런 돈은 대한민국에서 세금으로서는 있을 수 없는 쓰임새에요."

일단 배정받아 쓰고 나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특수 활동비.

중앙부처들도 한 해 적게는 몇천만 원에서 많게는 수백억 원까지 쓰고 있습니다.

물론 내역은 모두 비공갭니다.

지난 2013년, 22개 국가기관이 지출한 특수 활동비는 모두 8,290억 원.

이후 더 늘어 올해는 8,800억 원이 편성됐습니다.

정부의 예산안 편성 지침을 보면 특수 활동비의 경우, 다른 예산으로는 업무 수행이 어려운 예외적인 경우에 한해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요구하라고 돼 있습니다.

하지만 세부 내역 없이 총액만 올리는 방식이고 예산안 심사에서 제대로 걸러지지도 않습니다.

<녹취> 박완주(예결위 의원) : "근거가 없기 때문에 뭐 삭감 이유에 대해서 저희가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상황이 전혀 고려되지 않고 있다. 한마디로 깜깜이 예산입니다."

그렇다면 각 부처로 들어간 특수활동비는 어디에 어떻게 쓰이고 있는 걸까?

2013년 청와대의 결산 보고섭니다.

특수 활동비 256억 원 가운데 경호행사 지원 명목으로 118억 원을 쓰고 나머지 138억 원은 국정운영 지원에 썼다고 돼 있습니다.

국회는 대통령실의 특수 활동비 집행이 불투명하다며 개선 필요성을 밝혔지만, 이후에도 특수활동비는 계속 늘었습니다.

취재파일팀은 특수활동비의 구체적인 집행 실태를 알아보기 위해 각 정부부처에 정보 공개를 청구했습니다.

국무총리실에서 보내온 답변 자룝니다.

기본 경비와 국무총리 국정활동수행, 국민과의 소통 강화에 해마다 10억 원 이상을 썼습니다

모호한 분류만 있을 뿐 더 이상의 세부 내역은 없습니다.

<녹취> 국무총리실 관계자(변조) : "저희가 국회에 내거나 그럴 때에도 따로 지출 내역을 만들거나 그러진 않고 각 부처에서 알아서 판단해서 쓰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지난 2010년 국무총리실의 민간인 사찰 의혹을 폭로한 장진수 전 주무관.

당시 부서로 내려온 특수 활동비 일부를 청와대에 정기적으로 상납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인터뷰> 장진수(전 주무관) : "회계 담당자니까 제가 은행에서 찾죠. 국고금 엄밀히 말하면 국고금 계좌는 아닙니다. 관서 운영 경비 계좌라고 하는데 관서 운영 경비 (계좌)에 돈이 들어와 있으니까 그것을 매월 찾아서 우리 과장님한테 드리면 과장님이 청와대로 직접 들고 가서 갖다주고..."

이 때문에 담당 과장은 업무상 횡령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사용하고 남은 특수 활동비는 직원들끼리 나눠갖기도 했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장진수 : "통장에 들어와 있으면 이게 뭐 사실 특수 활동비로 들어왔고 이거는 급여로 들어왔지만 결국에는 어쨌든 그냥 통장에 있는 돈 아닙니까. 그냥 밥 먹는데 쓴다거나..."

부적절하게 특수 활동비를 썼다가 문제가 됐던 사례도 많습니다.

지난 2010년 신재민 당시 문화부 장관 후보자는 차관 시절 특수 활동비 1억여 원을 유흥비와 골프 접대비로 썼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일었습니다.

<녹취> 최문순(당시 민주당 의원) : "골프 접대에 쓴 거죠? 무슨 책 사주는 데도 쓰셨습니까?"

<녹취> 신재민(당시 문화장관 후보) : "특수 활동비 사용 내역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도록 원래 특수 활동비의 설치 목적이 그렇게 돼 있습니다. 예산의 설치 목적에 따라서 정당하게 사용된 것이고 그 예산의 범위 내에서 사용된 것입니다."

또 김준규 전 검찰총장은 기자들과 검찰 간부들에게 특수 활동비 돈 봉투를 돌려 물의를 빚었습니다.

심지어 정상문 전 청와대 비서관은 대통령의 특수 활동비 12억5천만 원을 차명 계좌로 빼돌렸다가 구속되기도 했습니다.

<인터뷰> 정창수(나라살림연구소) : "정말로 기밀인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을 좀 분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나 국정원을 제외한 나머지 기관들에 대해서는 특수 활동이라고 하는게 사실 기밀을 요하는 일들이 아니라 사실상 업무 추진비 같은 성격이기 때문에 그런 부분들은 명확하게 판단을 해서 대부분 없애는 게 옳다고 봅니다."

실제로 문화부는 신재민 전 차관의 유용 의혹 등이 불거지자 2011년부터는 특수 활동비를 없애고 업무 추진비로 전환했습니다.

<인터뷰> 박선규(2010년 당시 문화부 차관) : "영수증을 첨부할 이유도 없는데 굉장히 유혹받기 쉬운 조건이거든요. 거기서 이른바 투명성 문제에 대해서 의심을 받게 됐고 이 고리를 끊지 않고는 사실은 나가기가 어렵다고 생각했어요."

홍준표 지사와 신계륜 의원이 국회 특수활동비를 생활비로 썼다고 해명한 데 대해 이것이 사실이라면 공금횡령이 아니냐는 문제가 제기됐습니다.

비판 여론이 높아지자 정치권은 부랴부랴 개선책을 마련하겠다고 나섰습니다.

<인터뷰> 유승민 : "여당의 원내대표로서 의장님을 찾아 뵙고 이 문제를 국회 차원에서 어떻게 개선해 나갈지..."

<인터뷰> 이종걸 : "국회 특수활동비를 전체 점검하고 투명성을 제고하는 제도 개선 대책단을 발족하겠습니다."

국회 뿐 아니라 다른 권력기관 장들도 특수 활동비를 사적인 용도로 쓰고 있다면 이 또한 예산 유용, 횡령이 아닌지 조사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동안 묻지도 따지지도 않았던 공직자의 특수활동비를 검증하고 개선하는 일이 재정개혁의 시급한 과제가 됐습니다.


[연관 기사]

☞ ‘묻지마 예산’ 특수활동비, 국회가 88억 원 사용

☞ ‘기밀유지’ 예산 특수활동비, 청와대 사용액 계속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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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베일 벗은 ‘특수활동비’
    • 입력 2015-05-24 23:21:04
    • 수정2015-05-25 10:19:44
    취재파일K
<프롤로그>

<녹취> 홍준표(경남지사) : "나한테 넘어오면 내 돈 아닙니까. 그거 집에 갖다주는게 무슨 그게..."

<녹취> 국회사무처 관계자 : "특수 활동비 자체가 세부적이고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지 않고 서로에 대한 신뢰 속에서 (집행이) 이뤄졌다고 볼 수 있는 건데"

<녹취> "그냥 용돈에 넣어서 활용을 했습니다."

<녹취> 심상정(의원) : "그런 돈은 대한민국에서 세금으로서는 있을 수 없는 쓰임새에요"

<오프닝>

국민의 대표, 국회의원들의 월급, 어느 정도일까요?

평균 천백만원 정도 됩니다.

그런데 이와는 별도로 받는 돈들이 있습니다.

그 중 기밀 유지가 필요한 특수한 업무에 쓰라고 주는 돈이 있는데 월급처럼 현금으로 나옵니다.

일단 받으면 어디에다 썼는지 증빙도 필요가 없습니다.

그게 한 해 80억 원이 넘습니다.

과연 제대로 쓰고 있을까요?

<리포트>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와 관련해 홍준표 경남지사가 검찰 조사를 받았습니다.

수사 과정에서 본인 계좌에 출처가 명확하지 않은 돈 1억 2천만 원이 입금된 사실이 드러나자, 홍 지사는 기자 간담회를 자청했습니다.

불법 자금 수수 의혹을 해명하기 위해서 홍지사가 밝힌 돈의 출처는 이른바 국회 대책비였습니다.

<인터뷰> 홍준표(경남지사) : "원내대표는 국회 대책비가 나옵니다. 내 활동비 중에서 남은 돈은 집에 생활비로 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준 돈을 전부 집사람이 현금으로 모은 모양입니다."

입법을 대가로 현금과 상품권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새정치민주연합 신계륜 의원.

지난 18일 재판에서 그는, 국회 환경노동위원장 시절 받은 직책비를 아들의 유학 자금으로 썼다고 진술했습니다.

직책비는 개인적인 용도로 써도 된다고 해서 부인에게 생활비로도 줬다고 했습니다.

홍 지사와 신 의원이 받았다는 국회 대책비와 직책비, 이 돈은 뭐길래 매달 현금으로 입금되고 영수증 없이 마음대로 쓸 수 있는 것일까?

<녹취> 국회 관계자(변조) : "말 그대로 어디서 제공하기도 힘든 정보를, 판도라 상자를 열었다는 것과 똑같은 거죠. 이건 어디서도 정확한 정보가 나오긴 힘들 것 같습니다."

국회사무처에서 제출받은 국회의원의 월급 명세섭니다.

매달 봉급이 천백만 원 정돕니다.

1년에 두 차례씩 상여금과 명절 휴가비가 나옵니다.

여기에다 국회의장과 부의장, 각 상임위원장과 양당 원대대표에게는 각종 활동비와 직책 수당이 추가로 지급됩니다.

특수 활동빕니다.

홍 지사와 신 의원이 받아서 생활비로 썼다고 주장하는 돈이 바로 이 돈입니다.

여당 원내대표는 월 5천만원, 야당 원내대표는 월 4천만원, 상임위원장 등은 평균 천만원 안팎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돈은 일단 통장에 들어오면 아무도 그 사용처를 따지지 않습니다.

<녹취> 국회사무처 관계자(변조) : "특수 활동비 자체가 세부적이고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지 않고 국정활동 전반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목적이 있는 것이기 때문에 서로에 대한 신뢰 속에서 (집행이) 이뤄졌다고 볼 수 있는 건데"

특수 활동비는 원래 국정원과 경찰 등 업무상 기밀 유지가 필요한 정보와 수사 활동에 쓰도록 책정해 놓은 예산입니다.

사용처가 밝혀지면 경비 집행의 목적 달성에 현저히 지장을 받을 우려가 있는 경우에 한해 증빙을 생략할 수 있다고 감사원 지침에 명시돼 있습니다.

국회는 지난 2009년 99억 원, 2013년 87억 원 등 매년 80억 원이 넘는 특수활동비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의정 지원 등 막연한 지출 항목만 공개될 뿐, 이 돈이 구체적으로 어디에 쓰여졌는지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녹취> 국회 관계자(변조) : "국회 대책비라는 표현이 됐든 아니면 뭐 특수 활동비라고 되었던 간에 아는 사람들, 관계되는 사람들의 아주 소수만 그렇게 해서 진행되는 부분이라..."

취재파일팀은 현재 특수 활동비를 받고 있는 국회의장과 부의장, 여야 원내대표와 18개 상임위원장에게 긴급 질의서를 보냈습니다.

그러나 답변을 보내온 건 단 2명 뿐입니다.

<녹취> 의원실 관계자(변조) : "답변 드리기는 좀 그런 것 같은데요. 일단 상황을 좀 봐야할 것 같은데요. 주변에 어떻게 하나."

여야 원내대표들을 직접 찾아가 물었습니다.

<인터뷰> 유승민(새누리당 원내대표) : "저는 운영위원장하고 원내대표로서 일하는 걸 위해서 그 돈을 지출합니다."

<인터뷰> 이종걸(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 : "당 의원들이 워크숍을 한다던지 어디 행사를 위해서 이동해야 된다던지 이런 것에 필요한 비용들을,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서.."

국회에서도 불투명한 특수 활동비에 대한 문제 제기는 계속 돼 왔습니다.

<녹취> 유대운(새정치민주연합) : "여기 뭐 특수 정보 하는데도 아니고 특수 수사 하는데도 아닙니다. 두 가지입니다. 예산이 너무 많고요. 첫째는 예산 집행 내역이 행정부보다 나을 것이 없다는 겁니다."

지난해에는 국회의원이 특별 활동비를 어떻게 사용했는지 그 내역을 제출하도록 하는 법안이 발의됐지만, 법안 처리는 흐지부지된 상탭니다.

<인터뷰> 심상정(의원) : "직책수당이 본봉 규모만한 직책수당이 어디 있으며 그러면 또 세금도 내야죠. 근데 이거는 뭐 사사로이 쓸 수 있기도 하고 직책수당같은 성격으로 받아들여지면서 그러면서 정작 세금은 안 내는 그런 돈이고 그런 돈은 대한민국에서 세금으로서는 있을 수 없는 쓰임새에요."

일단 배정받아 쓰고 나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특수 활동비.

중앙부처들도 한 해 적게는 몇천만 원에서 많게는 수백억 원까지 쓰고 있습니다.

물론 내역은 모두 비공갭니다.

지난 2013년, 22개 국가기관이 지출한 특수 활동비는 모두 8,290억 원.

이후 더 늘어 올해는 8,800억 원이 편성됐습니다.

정부의 예산안 편성 지침을 보면 특수 활동비의 경우, 다른 예산으로는 업무 수행이 어려운 예외적인 경우에 한해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요구하라고 돼 있습니다.

하지만 세부 내역 없이 총액만 올리는 방식이고 예산안 심사에서 제대로 걸러지지도 않습니다.

<녹취> 박완주(예결위 의원) : "근거가 없기 때문에 뭐 삭감 이유에 대해서 저희가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상황이 전혀 고려되지 않고 있다. 한마디로 깜깜이 예산입니다."

그렇다면 각 부처로 들어간 특수활동비는 어디에 어떻게 쓰이고 있는 걸까?

2013년 청와대의 결산 보고섭니다.

특수 활동비 256억 원 가운데 경호행사 지원 명목으로 118억 원을 쓰고 나머지 138억 원은 국정운영 지원에 썼다고 돼 있습니다.

국회는 대통령실의 특수 활동비 집행이 불투명하다며 개선 필요성을 밝혔지만, 이후에도 특수활동비는 계속 늘었습니다.

취재파일팀은 특수활동비의 구체적인 집행 실태를 알아보기 위해 각 정부부처에 정보 공개를 청구했습니다.

국무총리실에서 보내온 답변 자룝니다.

기본 경비와 국무총리 국정활동수행, 국민과의 소통 강화에 해마다 10억 원 이상을 썼습니다

모호한 분류만 있을 뿐 더 이상의 세부 내역은 없습니다.

<녹취> 국무총리실 관계자(변조) : "저희가 국회에 내거나 그럴 때에도 따로 지출 내역을 만들거나 그러진 않고 각 부처에서 알아서 판단해서 쓰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지난 2010년 국무총리실의 민간인 사찰 의혹을 폭로한 장진수 전 주무관.

당시 부서로 내려온 특수 활동비 일부를 청와대에 정기적으로 상납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인터뷰> 장진수(전 주무관) : "회계 담당자니까 제가 은행에서 찾죠. 국고금 엄밀히 말하면 국고금 계좌는 아닙니다. 관서 운영 경비 계좌라고 하는데 관서 운영 경비 (계좌)에 돈이 들어와 있으니까 그것을 매월 찾아서 우리 과장님한테 드리면 과장님이 청와대로 직접 들고 가서 갖다주고..."

이 때문에 담당 과장은 업무상 횡령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사용하고 남은 특수 활동비는 직원들끼리 나눠갖기도 했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장진수 : "통장에 들어와 있으면 이게 뭐 사실 특수 활동비로 들어왔고 이거는 급여로 들어왔지만 결국에는 어쨌든 그냥 통장에 있는 돈 아닙니까. 그냥 밥 먹는데 쓴다거나..."

부적절하게 특수 활동비를 썼다가 문제가 됐던 사례도 많습니다.

지난 2010년 신재민 당시 문화부 장관 후보자는 차관 시절 특수 활동비 1억여 원을 유흥비와 골프 접대비로 썼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일었습니다.

<녹취> 최문순(당시 민주당 의원) : "골프 접대에 쓴 거죠? 무슨 책 사주는 데도 쓰셨습니까?"

<녹취> 신재민(당시 문화장관 후보) : "특수 활동비 사용 내역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도록 원래 특수 활동비의 설치 목적이 그렇게 돼 있습니다. 예산의 설치 목적에 따라서 정당하게 사용된 것이고 그 예산의 범위 내에서 사용된 것입니다."

또 김준규 전 검찰총장은 기자들과 검찰 간부들에게 특수 활동비 돈 봉투를 돌려 물의를 빚었습니다.

심지어 정상문 전 청와대 비서관은 대통령의 특수 활동비 12억5천만 원을 차명 계좌로 빼돌렸다가 구속되기도 했습니다.

<인터뷰> 정창수(나라살림연구소) : "정말로 기밀인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을 좀 분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나 국정원을 제외한 나머지 기관들에 대해서는 특수 활동이라고 하는게 사실 기밀을 요하는 일들이 아니라 사실상 업무 추진비 같은 성격이기 때문에 그런 부분들은 명확하게 판단을 해서 대부분 없애는 게 옳다고 봅니다."

실제로 문화부는 신재민 전 차관의 유용 의혹 등이 불거지자 2011년부터는 특수 활동비를 없애고 업무 추진비로 전환했습니다.

<인터뷰> 박선규(2010년 당시 문화부 차관) : "영수증을 첨부할 이유도 없는데 굉장히 유혹받기 쉬운 조건이거든요. 거기서 이른바 투명성 문제에 대해서 의심을 받게 됐고 이 고리를 끊지 않고는 사실은 나가기가 어렵다고 생각했어요."

홍준표 지사와 신계륜 의원이 국회 특수활동비를 생활비로 썼다고 해명한 데 대해 이것이 사실이라면 공금횡령이 아니냐는 문제가 제기됐습니다.

비판 여론이 높아지자 정치권은 부랴부랴 개선책을 마련하겠다고 나섰습니다.

<인터뷰> 유승민 : "여당의 원내대표로서 의장님을 찾아 뵙고 이 문제를 국회 차원에서 어떻게 개선해 나갈지..."

<인터뷰> 이종걸 : "국회 특수활동비를 전체 점검하고 투명성을 제고하는 제도 개선 대책단을 발족하겠습니다."

국회 뿐 아니라 다른 권력기관 장들도 특수 활동비를 사적인 용도로 쓰고 있다면 이 또한 예산 유용, 횡령이 아닌지 조사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동안 묻지도 따지지도 않았던 공직자의 특수활동비를 검증하고 개선하는 일이 재정개혁의 시급한 과제가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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