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話] 양쯔강 침몰 유람선 인양, 세월호와 뭐가 달랐나?

입력 2015.06.09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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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쯔강 유람에 나선 ‘둥팡즈싱’(東方之星,동방의 별)호가 침몰하기 시작한 건 6월 1일 밤 9시 28분쯤이다. 칠흑 같은 어둠을 뚫고 456명을 태우고 운항하던 유람선은 강한 회오리바람과 폭우를 맞고 휘청이더니 이내 깊은 강물 속으로 침몰했다. 그 순간을 기억하듯 최근 인양된 유람선 조타실 시계도 그날 밤 9시 33분 10초에 멈춰서 있다. 그로부터 일주일이 지났다. 그 일주일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배는 인양됐고 사망자 434구의 시신이 수습됐다. 민관군이 참여한 추모 행사도 3분간의 묵념으로 마무리됐다. 이제 실종자 8명을 찾기 위한 수색작업만이 진행되고 있다.



취재에 나선 지난 2일 오전, 베이징을 떠나 후베이(湖北)성의 성도 우한(武漢)으로 향하는 비행기에서도, 공항에 내려 쏟아지는 장대비를 뚫고 사고 현장인 젠리(監利)현을 찾아가는 차량 안에서도 잠시도 머리를 떠나지 않는 것은 어떻게 1년 만에 또다시 ‘세월호’인가. 그것도 중국에서 말이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큰 관심사는 중국이라면 이번 일을 어떻게 처리할까 하는데 있었다. 물론 사고 선박도 다르고 바다와 강이라는 사고 발생 지역도 차이가 난다. 또 노인과 청소년이라는 탑승객도 다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어떻게 처리할까 하는데 관심이 컸던 데는 세월호 사고와 무관치 않다. 지난해 세월호 사고가 터진 뒤 중국 중앙 CCTV와 관영매체는 연일 세월호 소식을 전했다. 사고가 발생했을 때 반짝 2-3일 보도한 것이 아니고 한참 뒤 재판과정까지 중계 방송하듯 상세하게 보도했다. 최근까지도 세월호 속보가 이어졌다. 중국인이라면 한국에서 일어난 ‘세월호’ 사고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그런 중국의 관심을 생각한다면 사고 처리에 관심을 갖는 건 어쩌면 한국인으로서 자연스런 일일 것이다. 그런데 예상을 완전히 빗나가듯 중국은 일사천리로 사고를 처리했다. 그리고 사고 발생 1주일 만에 모두 일상으로 돌아가는 듯한 묘한 착각에 빠진다. CCTV를 비롯해 상하이의 둥팡위성, 장쑤위성, 장시위성 등 다수의 위성TV 방송들도 희생자들을 추도하기 위해 일부 오락 프로그램 방송을 중단했지만 2-3일이다. 이런 당국의 방침도 어제(8일)로 마무리됐다. 오히려 지금은 중국의 대학입시(가오카오, 高考) 뉴스와 한국의 메르스(MERS) 관련 뉴스가 점점 편집의 넓은 면을 차지해 가고 있다. ‘둥팡즈싱’호 처리 과정을 보면 중국은 작심하듯 이미 방침이 서있었던 것 같다. 한마디로 한국과는 다른 길을 가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바탕엔 세월호 사고를 많이 연구해 어딘지 모를 자신감 같은 것이 묻어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 중국이 선택한 구조 방식 3가지는?



‘둥팡즈싱 호’가 침몰했을 때 구조당국은 처음부터 3가지 구조 방안을 확정했다. 잠수요원을 동원한 수중 수색과 수면 위에 떠 있는 배 밑 바닥을 뚫고 구조하는 방안, 크레인선을 동원해 배를 통째로 인양하는 방안이다. 순서대로 구조가 진행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3가지 구조 방식이 동시에 진행됐다고 보는 편이 오히려 맞다. 모두 ‘골든타임’과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잠수 요원 13명이 현장에 도착한건 사고 발생 14시간이 지난 뒤인 6월 2일 오전 11시 20분쯤이다. 이날 오후가 되면서 중국 해군 북해 함대를 비롯해 동해 함대, 남해 함대, 해군 공대 등 여러 부대에서 파견한 구조 병력 약 230여 명이 침몰 현장으로 달려왔다. 이들은 주로 구조와 의료 지원 임무를 맡았다. 그 중에서 잠수 요원은 150여 명 정도다. 이들은 수중 작전을 펼치는 해군 잠수요원들로 음파탐지기를 비롯해 수중 탐색과 천공 장비 등 전문 구조 장비를 갖췄다. 하지만 이들도 막상 구조에 나서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양쯔강 구조현장 유속이 빠른데다 강물이 혼탁해 시계 확보가 어렵고 선체 내부가 변형돼 진입도 어려웠기 때문이다. 또한 선내 불순물이 많아 잠수요원들이 위험 상황에 직면하기도 했다. 하지만 초기 대응은 오로지 잠수요원의 수중 탐색에 의존해야 했다. 이런 가운데 해군 공대 잠수요원인 ‘관둥’(官東, 24)은 큰 성과를 냈다. 사고 발생 15시간 만에 65세 할머니 1명을 맨 처음 구했고 또다시 3시간 뒤엔 21살 선원을 물 밖으로 구조해 냈다. 최종 생환자 14명 가운데 2명이 뒤집힌 선박 안에서 잠수요원이 진입해 구조한 것이다. 나머지 12명은 배가 전복될 당시 헤엄쳐 뭍으로 올라오거나 강물에 표류하다 발견돼 구조된 사람들이다.

■ 구조당국, 선체 절단에 나선 배경은?



사고 발생 36시간이 지날 무렵인 3일 오전 9시, 생환자 14명, 사망자 14명으로 집계됐다. 나머지 탑승객 428명의 생사를 알 수 없는 상황. 애타는 가족들의 심정도 모른 채 시간만 흘렀다. 이날 오전, 침몰 현장에서 두 가지 구조 방안이 잠정 결정됐다. 선체에 구멍을 내는 절단과 선체를 통째로 들어 올리는 인양 방침이다. 하지만 잠수 요원은 선체로 계속 투입됐다. 골든타임 72시간이 경과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시점에서 선체를 절단하거나 인양에 나설 경우 자칫 배안에 있을 지도 모를 생존자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좀 더 확실하게 수중 수색에 나서 보자는 방침이었지만 더 이상 성과를 내지 못했다. 전날 구한 2명 이후 생존자 구조 소식은 들려오지 않았다. 사고 발생 48시간을 전후해 구조당국은 선체 절단과 인양 작업을 동시에 진행하기 시작했다. 중국 중앙 CCTV 보도에 따르면, 3일 오후부터 2척의 500톤급 대형 크레인선 와이어로 선체를 묶기 시작했다. 또 선체가 강 하류로 떠내려가는 것을 막기 위해 선체를 북쪽 강가에 고정하는 작업도 병행했다.

이와 동시에 선체 절개 작업이 이날(3일) 저녁에 바로 시작됐다. 사고 발생 48시간만이다. 구조당국은 전복돼 물 위에 드러난 선체 바닥 3곳의 절개 지점을 확정했다. 탑승자 생존 가능성이 높은 곳으로 추정되는 지점이다. 이날 밤 9시경 첫 번째 구멍을 절단했다. 구조 팀은 선체 바닥 중간 앞부분에 55.5cm×60cm 의 직사각형의 구멍을 내기 시작했다. 잠수 요원을 투입해 선내 탐사에 나서기 위해서다. 하지만 생존자는 발견되지 않았다. 탐색 이후 곧바로 절단면을 다시 봉합했다. 선내 공기가 구멍을 통해 빠져나가는 걸 막기 위해서다. 두 번째 탐사 구멍은 사고 발생 58시간이 지난 4일 오전 7시 20분 전후로 절개했다. 하지만 역시 생존자는 발견되지 않았다. 또다시 3번째 탐사 통로를 냈지만 생명의 흔적은 역시 찾지 못했다.

■ 왜 일찍 선체 절개에 나서지 않았나?



수상 구조에 나설 때, 구조대원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선체를 두드려 갇힌 사람의 반응을 듣는 일이다. 갇힌 사람의 위치를 파악하고 완전히 물에 잠기지 않은 공기층, 이른바 ‘에어포켓’의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서다. 에어포켓은 갇힌 사람에게 호흡이 가능하도록 공기를 제공한다. 이 때문에 생존자가 그 곳에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하지만 어디에 에어포켓이 있는지는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구조 전문가들은 구조요원도 마음대로 선체를 절개할 수 없다고 단언한다. 생존자들이 더 위험한 지경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급적 빨리 어디에 사람이 있고 어디에 사람이 없는 지를 판단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절개 이후 구조는 무의미한 일이 되고 만다. 오히려 더 큰 재앙을 가져다 줄 수도 있다. 무턱대고 물위에 떠 있는 배 밑바닥에 구멍을 내면 선내 공기가 새나가면서 배가 균형을 상실해 급속히 침몰할 수 있다. 또한 배 바닥에 있는 기름 저장탱크를 용접기로 구멍을 내다보면 자칫 선체 폭발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선박 전문 기술자들도 유람선 건조 도면을 면밀하게 검토해 절개 면적과 절개 위치를 정하는 것이다. 하지만 수중 수색이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선체 절개도 실패하면서 남은 카드는 선박 인양으로 모아졌다.

■ 침몰 나흘 만에 선체 인양에 나선 이유



4일 오전, 이미 침몰한 선박의 수중 부분 8개 지점에 와이어를 묶는 용접이 시작됐다. 선체를 인양하기 위한 준비작업이 시작된 셈이다. 이후 골든타임인 사고 발생 72시간이 막 지난 4일 밤 10시 무렵, 허젠종(何建中) 중국 교통운수부 부부장은 현장을 돌며 인양을 직접 지휘했다.

이날 밤부터 선체를 바로잡아 인양하는 작업이 진행됐다. 사실상 생존자가 없음을 선언한 셈이다. 일부 중국 네티즌들은 침몰 선박에 대해 왜 좀 더 일찍 인양하지 않았는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구조당국은 간접적으로 생존자가 없음을 역으로 설명했다. “배가 뒤집힐 당시 상층 선실은 모두 물에 잠겨 있었다. 하지만 아래층 선실은 공기와 공간이 남아 있었다. 만약 곧바로 선체를 바로 세웠다면 위층의 물이 아래층으로 쏟아졌고 선체 내부의 생존 공간은 악영향을 받았을 것이다.” 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사고가 막 일어났을 때 가장 중요 한 것은 선체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생존자들을 수색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 구조당국이 생각하는 ‘골든 타임 72 시간’은?



중국 구조당국은 생명선이라 불리는 ‘골든타임’ 72시간 안에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생존자를 구조하거나 생존자 존재 유무를 확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만약 사고 발생 72시간에 도달했는데도 아무 생명의 흔적을 찾지 못한다면 배를 다시 뒤집어 인양하는 것이 고귀한 생명을 존중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수중 구조는 육상 구조와 다르며 돌발적인 위험이 크고 구조가 훨씬 어렵다고 설명한다. 게다가 이번 사고 선박 구조는 노인들이 대부분이어서 시간을 다투는 고난도 작업이었다고 말한다. 사람이 수중에서 생명을 유지하기 힘든 것은 체온과 호흡, 두 가지가 어렵기 때문이다. 사람이 물에 빠지면 본능적으로 발버둥을 친다. 하지만 발버둥을 치면 칠수록 체온은 급격히 떨어진다. 저체온증에 의한 사망을 불러온다. 많은 사람들이 바다에 빠진 후 사실상 동사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보통 물에 빠진 사람이 5,6분이면 쇼크를 일으킨다고 한다. 하지만 현재 양쯔강 젠리(監利) 구간의 수온은 섭씨 18도 정도로 낮지 않아 생명 유지에 불리하지 않았다고 보았다. 또한 선체가 부딪쳐 전복된 것이 아니고 강한 바람과 폭우에 일시에 전복됐기 때문에 선체 내부 곳곳에 공기를 공급할 수 있는 공간이 존재했을 가능성이 높았을 것으로 판단했다. 그랬기 때문에 골든타임까지 구조를 지속할 수 있었다고 설명한다.

구조당국은 사건 발생 닷새째인 5일 오전 침몰 유람선을 인양했다. 인양하자마자 바로 선체 수색에 나서 사망자 시신을 대부분 수습했다. 그야말로 전광석화 같은 군사작전을 보는 듯하다. 한국의 세월호 사고를 보면서 중국은 이미 구조 매뉴얼을 가지고 사고 초기부터 대응한 듯 보였다. 한국의 ‘세월호’ 구조방식과 중국의 ‘둥팡즈싱 호’ 구조 방식은 너무나 큰 차이를 보였기 때문이다. 물론 어느 것이 낫다고 결론 내리기도 쉽지 않다. 처한 상황과 환경, 나라의 정책 등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특히 자신이 가보지 못한 길에는 진한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여기서 짚고 싶은 것은 중국은 과학적인 매뉴얼에 따라 구조를 진행했고 골든타임을 철저히 지켰다는 점이다. 구조에 자신감까지 느껴질 정도다. 우리는 현재 또 다른 재난에 직면해 있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MERS)다. 중국은 이미 2003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SARS)로 나라가 휘청거릴 정도로 직격탄을 맞았다. 우리가 당시 중국에게 무엇을 배웠을까? 그 당시 교훈 삼아 만든 처치 매뉴얼은 있을까. 메르스 발생 초기 대응에서부터 우왕좌왕하던 보건당국에 이를 기대하는 일은 정말 난망한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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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話] 양쯔강 침몰 유람선 인양, 세월호와 뭐가 달랐나?
    • 입력 2015-06-09 11:45:45
    중국話
양쯔강 유람에 나선 ‘둥팡즈싱’(東方之星,동방의 별)호가 침몰하기 시작한 건 6월 1일 밤 9시 28분쯤이다. 칠흑 같은 어둠을 뚫고 456명을 태우고 운항하던 유람선은 강한 회오리바람과 폭우를 맞고 휘청이더니 이내 깊은 강물 속으로 침몰했다. 그 순간을 기억하듯 최근 인양된 유람선 조타실 시계도 그날 밤 9시 33분 10초에 멈춰서 있다. 그로부터 일주일이 지났다. 그 일주일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배는 인양됐고 사망자 434구의 시신이 수습됐다. 민관군이 참여한 추모 행사도 3분간의 묵념으로 마무리됐다. 이제 실종자 8명을 찾기 위한 수색작업만이 진행되고 있다. 취재에 나선 지난 2일 오전, 베이징을 떠나 후베이(湖北)성의 성도 우한(武漢)으로 향하는 비행기에서도, 공항에 내려 쏟아지는 장대비를 뚫고 사고 현장인 젠리(監利)현을 찾아가는 차량 안에서도 잠시도 머리를 떠나지 않는 것은 어떻게 1년 만에 또다시 ‘세월호’인가. 그것도 중국에서 말이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큰 관심사는 중국이라면 이번 일을 어떻게 처리할까 하는데 있었다. 물론 사고 선박도 다르고 바다와 강이라는 사고 발생 지역도 차이가 난다. 또 노인과 청소년이라는 탑승객도 다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어떻게 처리할까 하는데 관심이 컸던 데는 세월호 사고와 무관치 않다. 지난해 세월호 사고가 터진 뒤 중국 중앙 CCTV와 관영매체는 연일 세월호 소식을 전했다. 사고가 발생했을 때 반짝 2-3일 보도한 것이 아니고 한참 뒤 재판과정까지 중계 방송하듯 상세하게 보도했다. 최근까지도 세월호 속보가 이어졌다. 중국인이라면 한국에서 일어난 ‘세월호’ 사고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그런 중국의 관심을 생각한다면 사고 처리에 관심을 갖는 건 어쩌면 한국인으로서 자연스런 일일 것이다. 그런데 예상을 완전히 빗나가듯 중국은 일사천리로 사고를 처리했다. 그리고 사고 발생 1주일 만에 모두 일상으로 돌아가는 듯한 묘한 착각에 빠진다. CCTV를 비롯해 상하이의 둥팡위성, 장쑤위성, 장시위성 등 다수의 위성TV 방송들도 희생자들을 추도하기 위해 일부 오락 프로그램 방송을 중단했지만 2-3일이다. 이런 당국의 방침도 어제(8일)로 마무리됐다. 오히려 지금은 중국의 대학입시(가오카오, 高考) 뉴스와 한국의 메르스(MERS) 관련 뉴스가 점점 편집의 넓은 면을 차지해 가고 있다. ‘둥팡즈싱’호 처리 과정을 보면 중국은 작심하듯 이미 방침이 서있었던 것 같다. 한마디로 한국과는 다른 길을 가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바탕엔 세월호 사고를 많이 연구해 어딘지 모를 자신감 같은 것이 묻어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 중국이 선택한 구조 방식 3가지는? ‘둥팡즈싱 호’가 침몰했을 때 구조당국은 처음부터 3가지 구조 방안을 확정했다. 잠수요원을 동원한 수중 수색과 수면 위에 떠 있는 배 밑 바닥을 뚫고 구조하는 방안, 크레인선을 동원해 배를 통째로 인양하는 방안이다. 순서대로 구조가 진행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3가지 구조 방식이 동시에 진행됐다고 보는 편이 오히려 맞다. 모두 ‘골든타임’과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잠수 요원 13명이 현장에 도착한건 사고 발생 14시간이 지난 뒤인 6월 2일 오전 11시 20분쯤이다. 이날 오후가 되면서 중국 해군 북해 함대를 비롯해 동해 함대, 남해 함대, 해군 공대 등 여러 부대에서 파견한 구조 병력 약 230여 명이 침몰 현장으로 달려왔다. 이들은 주로 구조와 의료 지원 임무를 맡았다. 그 중에서 잠수 요원은 150여 명 정도다. 이들은 수중 작전을 펼치는 해군 잠수요원들로 음파탐지기를 비롯해 수중 탐색과 천공 장비 등 전문 구조 장비를 갖췄다. 하지만 이들도 막상 구조에 나서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양쯔강 구조현장 유속이 빠른데다 강물이 혼탁해 시계 확보가 어렵고 선체 내부가 변형돼 진입도 어려웠기 때문이다. 또한 선내 불순물이 많아 잠수요원들이 위험 상황에 직면하기도 했다. 하지만 초기 대응은 오로지 잠수요원의 수중 탐색에 의존해야 했다. 이런 가운데 해군 공대 잠수요원인 ‘관둥’(官東, 24)은 큰 성과를 냈다. 사고 발생 15시간 만에 65세 할머니 1명을 맨 처음 구했고 또다시 3시간 뒤엔 21살 선원을 물 밖으로 구조해 냈다. 최종 생환자 14명 가운데 2명이 뒤집힌 선박 안에서 잠수요원이 진입해 구조한 것이다. 나머지 12명은 배가 전복될 당시 헤엄쳐 뭍으로 올라오거나 강물에 표류하다 발견돼 구조된 사람들이다. ■ 구조당국, 선체 절단에 나선 배경은? 사고 발생 36시간이 지날 무렵인 3일 오전 9시, 생환자 14명, 사망자 14명으로 집계됐다. 나머지 탑승객 428명의 생사를 알 수 없는 상황. 애타는 가족들의 심정도 모른 채 시간만 흘렀다. 이날 오전, 침몰 현장에서 두 가지 구조 방안이 잠정 결정됐다. 선체에 구멍을 내는 절단과 선체를 통째로 들어 올리는 인양 방침이다. 하지만 잠수 요원은 선체로 계속 투입됐다. 골든타임 72시간이 경과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시점에서 선체를 절단하거나 인양에 나설 경우 자칫 배안에 있을 지도 모를 생존자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좀 더 확실하게 수중 수색에 나서 보자는 방침이었지만 더 이상 성과를 내지 못했다. 전날 구한 2명 이후 생존자 구조 소식은 들려오지 않았다. 사고 발생 48시간을 전후해 구조당국은 선체 절단과 인양 작업을 동시에 진행하기 시작했다. 중국 중앙 CCTV 보도에 따르면, 3일 오후부터 2척의 500톤급 대형 크레인선 와이어로 선체를 묶기 시작했다. 또 선체가 강 하류로 떠내려가는 것을 막기 위해 선체를 북쪽 강가에 고정하는 작업도 병행했다. 이와 동시에 선체 절개 작업이 이날(3일) 저녁에 바로 시작됐다. 사고 발생 48시간만이다. 구조당국은 전복돼 물 위에 드러난 선체 바닥 3곳의 절개 지점을 확정했다. 탑승자 생존 가능성이 높은 곳으로 추정되는 지점이다. 이날 밤 9시경 첫 번째 구멍을 절단했다. 구조 팀은 선체 바닥 중간 앞부분에 55.5cm×60cm 의 직사각형의 구멍을 내기 시작했다. 잠수 요원을 투입해 선내 탐사에 나서기 위해서다. 하지만 생존자는 발견되지 않았다. 탐색 이후 곧바로 절단면을 다시 봉합했다. 선내 공기가 구멍을 통해 빠져나가는 걸 막기 위해서다. 두 번째 탐사 구멍은 사고 발생 58시간이 지난 4일 오전 7시 20분 전후로 절개했다. 하지만 역시 생존자는 발견되지 않았다. 또다시 3번째 탐사 통로를 냈지만 생명의 흔적은 역시 찾지 못했다. ■ 왜 일찍 선체 절개에 나서지 않았나? 수상 구조에 나설 때, 구조대원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선체를 두드려 갇힌 사람의 반응을 듣는 일이다. 갇힌 사람의 위치를 파악하고 완전히 물에 잠기지 않은 공기층, 이른바 ‘에어포켓’의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서다. 에어포켓은 갇힌 사람에게 호흡이 가능하도록 공기를 제공한다. 이 때문에 생존자가 그 곳에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하지만 어디에 에어포켓이 있는지는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구조 전문가들은 구조요원도 마음대로 선체를 절개할 수 없다고 단언한다. 생존자들이 더 위험한 지경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급적 빨리 어디에 사람이 있고 어디에 사람이 없는 지를 판단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절개 이후 구조는 무의미한 일이 되고 만다. 오히려 더 큰 재앙을 가져다 줄 수도 있다. 무턱대고 물위에 떠 있는 배 밑바닥에 구멍을 내면 선내 공기가 새나가면서 배가 균형을 상실해 급속히 침몰할 수 있다. 또한 배 바닥에 있는 기름 저장탱크를 용접기로 구멍을 내다보면 자칫 선체 폭발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선박 전문 기술자들도 유람선 건조 도면을 면밀하게 검토해 절개 면적과 절개 위치를 정하는 것이다. 하지만 수중 수색이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선체 절개도 실패하면서 남은 카드는 선박 인양으로 모아졌다. ■ 침몰 나흘 만에 선체 인양에 나선 이유 4일 오전, 이미 침몰한 선박의 수중 부분 8개 지점에 와이어를 묶는 용접이 시작됐다. 선체를 인양하기 위한 준비작업이 시작된 셈이다. 이후 골든타임인 사고 발생 72시간이 막 지난 4일 밤 10시 무렵, 허젠종(何建中) 중국 교통운수부 부부장은 현장을 돌며 인양을 직접 지휘했다. 이날 밤부터 선체를 바로잡아 인양하는 작업이 진행됐다. 사실상 생존자가 없음을 선언한 셈이다. 일부 중국 네티즌들은 침몰 선박에 대해 왜 좀 더 일찍 인양하지 않았는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구조당국은 간접적으로 생존자가 없음을 역으로 설명했다. “배가 뒤집힐 당시 상층 선실은 모두 물에 잠겨 있었다. 하지만 아래층 선실은 공기와 공간이 남아 있었다. 만약 곧바로 선체를 바로 세웠다면 위층의 물이 아래층으로 쏟아졌고 선체 내부의 생존 공간은 악영향을 받았을 것이다.” 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사고가 막 일어났을 때 가장 중요 한 것은 선체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생존자들을 수색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 구조당국이 생각하는 ‘골든 타임 72 시간’은? 중국 구조당국은 생명선이라 불리는 ‘골든타임’ 72시간 안에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생존자를 구조하거나 생존자 존재 유무를 확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만약 사고 발생 72시간에 도달했는데도 아무 생명의 흔적을 찾지 못한다면 배를 다시 뒤집어 인양하는 것이 고귀한 생명을 존중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수중 구조는 육상 구조와 다르며 돌발적인 위험이 크고 구조가 훨씬 어렵다고 설명한다. 게다가 이번 사고 선박 구조는 노인들이 대부분이어서 시간을 다투는 고난도 작업이었다고 말한다. 사람이 수중에서 생명을 유지하기 힘든 것은 체온과 호흡, 두 가지가 어렵기 때문이다. 사람이 물에 빠지면 본능적으로 발버둥을 친다. 하지만 발버둥을 치면 칠수록 체온은 급격히 떨어진다. 저체온증에 의한 사망을 불러온다. 많은 사람들이 바다에 빠진 후 사실상 동사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보통 물에 빠진 사람이 5,6분이면 쇼크를 일으킨다고 한다. 하지만 현재 양쯔강 젠리(監利) 구간의 수온은 섭씨 18도 정도로 낮지 않아 생명 유지에 불리하지 않았다고 보았다. 또한 선체가 부딪쳐 전복된 것이 아니고 강한 바람과 폭우에 일시에 전복됐기 때문에 선체 내부 곳곳에 공기를 공급할 수 있는 공간이 존재했을 가능성이 높았을 것으로 판단했다. 그랬기 때문에 골든타임까지 구조를 지속할 수 있었다고 설명한다. 구조당국은 사건 발생 닷새째인 5일 오전 침몰 유람선을 인양했다. 인양하자마자 바로 선체 수색에 나서 사망자 시신을 대부분 수습했다. 그야말로 전광석화 같은 군사작전을 보는 듯하다. 한국의 세월호 사고를 보면서 중국은 이미 구조 매뉴얼을 가지고 사고 초기부터 대응한 듯 보였다. 한국의 ‘세월호’ 구조방식과 중국의 ‘둥팡즈싱 호’ 구조 방식은 너무나 큰 차이를 보였기 때문이다. 물론 어느 것이 낫다고 결론 내리기도 쉽지 않다. 처한 상황과 환경, 나라의 정책 등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특히 자신이 가보지 못한 길에는 진한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여기서 짚고 싶은 것은 중국은 과학적인 매뉴얼에 따라 구조를 진행했고 골든타임을 철저히 지켰다는 점이다. 구조에 자신감까지 느껴질 정도다. 우리는 현재 또 다른 재난에 직면해 있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MERS)다. 중국은 이미 2003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SARS)로 나라가 휘청거릴 정도로 직격탄을 맞았다. 우리가 당시 중국에게 무엇을 배웠을까? 그 당시 교훈 삼아 만든 처치 매뉴얼은 있을까. 메르스 발생 초기 대응에서부터 우왕좌왕하던 보건당국에 이를 기대하는 일은 정말 난망한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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