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과 유승민 원내대표, 인연인가 악연인가

입력 2015.06.25 (17:21) 수정 2015.06.25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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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 박근혜 대통령이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강한 어조로 비판하면서 정치권에 파란이 일고 있다.

박 대통령은 25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정치권의 존재 이유는 본인들의 정치생명이 아니라 국민에게 둬야 함에도 그것은 변하지 않는 것 같다"면서도 유 원내대표를 직접 거론하며 "여당의 원내 사령탑도 정부 여당의 경제살리기에 어떤 국회의 협조를 구했는지 의문이 가는 부분"이라고 직격타를 날렸다.

박 대통령과 유승민 원내대표간에 관계가 벌어졌다는 것은 이미 정치권엔 널리 알려진 얘기다. 하지만 대통령이 여당 원내대표를 공개석상에서 이처럼 강한 어조로 비판한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다.

박 대통령의 이러한 발언에 대해 정치권은 유 원내대표가 그동안 정부의 주요 국정과제나 정책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견지해왔다는 점과 여야 협상과정에서 야당의 연계전략을 수용해왔다는 점을 들어 불편한 심정을 표현한 것으로 보고 있다.

◆11년전 시작된 인연이 악연으로

악화 일로를 달리고 있는 두 사람의 관계는 11년전 시작됐다.

2004년말 당시 초선의원(17대 국회, 비례대표)의원으로 제3정책조정위원장을 맡고 있던 유 의원을 박근혜 당 대표가 비서실장으로 발탁했다. 당초 유 의원은 경제전문가(KDI 연구원) 출신으로 비례대표 의원이 됐는데 그에게 금배지를 달아준 사람은 이회창 총재였다.

유 의원의 업무 능력과 전문성을 지켜본 박근혜 대표가 비서실장을 맡기면서 그는 박 대표의 최측근 그룹으로 부상했다. 원박(원조 친박)의 대표적인 지략가로 꼽혔다.

지금은 청와대 문고리 권력 3인방으로 불리는 이재만, 정호성, 안봉근 청와대 비서관도 모두 그가 당 대표 비서실장 밑에 데리고 있던 인물들이다.

이런 유 의원이 박 대통령과 멀어진 계기에 대해서는 아직도 정치권에는 몇가지 설이 있다. 하지만 시점은 2012년 총선 무렵이라는 게 정설이다.

당시 박근혜 비대위원장 체제로 치러진 2012년 19대 총선을 앞두고 유 의원은 박 대표의 개혁방안과 비대위원 영입을 놓고 여러차례 반대 의견을 피력했다고 한다. 특히 새누리당 당명 변경을 두고 유 의원이 계속 반대하면서 박 대표의 심기를 불편하게 한 것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고 한다.

당시 상황을 잘 아는 정치권 관계자는 “당시 유 의원이 한 언론인터뷰에서 (박 비대위원장이) 의사 결정과정에서 다양한 의견을 듣지 않는다고 발언한 이후 두 사람의 관계는 매우 냉랭해졌다”고 회고했다.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도 이런 관계는 변하지 않았다. 유 의원은 정부 정책이나 인사에 대해‘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후에 성추문으로 물어난 윤창중씨의 청와대 대변인 임명에 대해서도 유 의원은 공개적인 반대 입장을 표하며 청와대를 불편하게 했다.

유 원내대표가 '친박'에서 '탈박'으로 정치적 명함이 바꿨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 2012년 7월의 국회 국방위원장 선거였다.

당시 유 의원이 국방위원장으로 굳혀지는 분위기 속에서, 뒤늦게 3성 장군 출신의 황진하 의원이 국방위원장에 의욕을 보이고 나섰다. 다른 모든 상임위원장이 의원간 조율이 돼 단수 후보가 확정됐지만 국방위원장 만큼은 두 사람간 의견차를 좁히지 못해 표대결을 했다.

유 의원이 표 대결에서 이겨 국회 국방위원장을 맡긴 했지만, 당시 두 사람의 표대결을 두고 청와대 의중을 읽은 친박 지도부의 유승민 견제용이라는 설이 파다했다.

◆ 원내대표 취임이후 거부감 강해져

박근혜 정부 3년차를 맞는 2015년초, 유 의원의 원내대표 당선은 집권층의 ‘균열’을 알리는 서곡이었다.

올해 2월초 유 원내대표 체제 출범 이후 당청관계는 증세·복지 논쟁,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공론화 논란 등으로 삐걱거리는 조짐을 보였다.

특히 박 대통령이 핵심 국정 과제로 내세운 공무원 연금 개혁 협상 과정에서 박 대통령은 유 원대대표의 협상 태도와 전략에 대해 강한 불만을 가졌다. 반면 유 원내대표는 공식 강연 등을 통해 현 정부의 경제 정책 등에 대해 비판 기조를 유지했다. 유 원내대표 언행에 대해 친박 내부에서도 거부감이 커졌다.

5월 19일 청와대 조윤선 정무수석이 지지부진한 공무원연금개혁 협상에 대해 책임을 지고 사퇴하는 일이 벌어졌다. 국회 협상 난항을 이유로 청와대 정무수석이 사임하는 일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정치권에서는 박 대통령이 야당에 끌려 다니는 유 원내대표에 대한 불만을 청와대 정무수석 경질로 보여준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5월 21일 황교안 법무장관이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된 직후 유 원대표는 “(앞서) 청와대 전화를 받았는데 제가 잘못 들었는지 약간의 해프닝이 있었다. 조금 이상한 일이 있었다”고 말했다. 더 이상의 진상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청와대와 친박 그리고 유 원내대표간에 뭔가 껄끄러운 일이 벌어지고 있음을 짐작케 하는 사건이었다.

껄끄러웠던 두 사람의 관계자는 국회법 개정안 통과를 계기로 더욱 멀어졌다.

청와대는 지난 2일 국회법 개정안을 합의처리해준 유 원내대표 등 새누리당 원내지도부를 겨냥해 "(여당과) 당정협의를 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당정협의 회의론'을 제기했다.

또한, 지난 4일 청와대 관계자는 "메르스 때문에 온 국민이 걱정하는 상황에서 새누리당 유 원내대표가 지난달 28일 국회법 개정안 처리 상황을 놓고 청와대와 진실공방을 벌이는 듯한 태도는 매우 안타깝고 부적절한 처사"라고 비판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유 원내대표는 "국회법 개정안이 위헌이 아니라는 학자가 다수"라면서 청와대의 주장을 정면 반박했다.

이런 가운데 박 대통령이 이날 원내대표를 직접 거명하며 날선 비판을 하면서 두 사람이 정치적으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얘기도 나온다.

특히, 박 대통령의 유 원내대표 비판은 당내 친박(친박근혜)계 의원을 향해 '궐기'를 촉구하고, 유 원내대표의 자진사퇴를 압박하는 의미도 담고 있다는 해석마저 나온다.

한 친박계 인사는 “유승민 의원이 원내대표로 취임할 때만해도 친박 내에서는 그의 성향이 맘에는 안들지만 '그래도 친박인데...' 라는 우호적인 생각은 있었다”며서 “하지만 대통령 생각은 애초부터 달랐던 것 같다. 박 대통령의 반감이 생각보다 심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 발언을 통해 유 원내대표 뿐 아니라 여의도 정치권도 강하게 질타했다.

박 대통령은 자신의 당 대표 및 비상대책위원장 시절 선거를 언급하며, "저도 결국 그렇게 당선의 기회를 달라고 당과 후보를 지원하고 다녔지만 돌아온 것은 정치적·도덕적 공허함만 남아있다", "신뢰를 어기는 배신의 정치는 결국 패권주의와 줄세우기 정치를 양산하는 것으로 반드시 선거에서 국민이 심판해주셔야 할 것" 이라며 여당에 핵펀치를 날렸다.

이런 박 대통령의 정치권 비판에 대해서 박 대통령이 공격하는 최종 타켓에는 유 원내대표 뿐 아니라 김무성 당 대표도 포함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차기 선거에서 공천권과 당권 등을 놓고 당·청간, 당내 계파간 한바탕 헤게모니 싸움이 임박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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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 대통령과 유승민 원내대표, 인연인가 악연인가
    • 입력 2015-06-25 17:21:37
    • 수정2015-06-25 17:34:16
    정치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 박근혜 대통령이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강한 어조로 비판하면서 정치권에 파란이 일고 있다.

박 대통령은 25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정치권의 존재 이유는 본인들의 정치생명이 아니라 국민에게 둬야 함에도 그것은 변하지 않는 것 같다"면서도 유 원내대표를 직접 거론하며 "여당의 원내 사령탑도 정부 여당의 경제살리기에 어떤 국회의 협조를 구했는지 의문이 가는 부분"이라고 직격타를 날렸다.

박 대통령과 유승민 원내대표간에 관계가 벌어졌다는 것은 이미 정치권엔 널리 알려진 얘기다. 하지만 대통령이 여당 원내대표를 공개석상에서 이처럼 강한 어조로 비판한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다.

박 대통령의 이러한 발언에 대해 정치권은 유 원내대표가 그동안 정부의 주요 국정과제나 정책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견지해왔다는 점과 여야 협상과정에서 야당의 연계전략을 수용해왔다는 점을 들어 불편한 심정을 표현한 것으로 보고 있다.

◆11년전 시작된 인연이 악연으로

악화 일로를 달리고 있는 두 사람의 관계는 11년전 시작됐다.

2004년말 당시 초선의원(17대 국회, 비례대표)의원으로 제3정책조정위원장을 맡고 있던 유 의원을 박근혜 당 대표가 비서실장으로 발탁했다. 당초 유 의원은 경제전문가(KDI 연구원) 출신으로 비례대표 의원이 됐는데 그에게 금배지를 달아준 사람은 이회창 총재였다.

유 의원의 업무 능력과 전문성을 지켜본 박근혜 대표가 비서실장을 맡기면서 그는 박 대표의 최측근 그룹으로 부상했다. 원박(원조 친박)의 대표적인 지략가로 꼽혔다.

지금은 청와대 문고리 권력 3인방으로 불리는 이재만, 정호성, 안봉근 청와대 비서관도 모두 그가 당 대표 비서실장 밑에 데리고 있던 인물들이다.

이런 유 의원이 박 대통령과 멀어진 계기에 대해서는 아직도 정치권에는 몇가지 설이 있다. 하지만 시점은 2012년 총선 무렵이라는 게 정설이다.

당시 박근혜 비대위원장 체제로 치러진 2012년 19대 총선을 앞두고 유 의원은 박 대표의 개혁방안과 비대위원 영입을 놓고 여러차례 반대 의견을 피력했다고 한다. 특히 새누리당 당명 변경을 두고 유 의원이 계속 반대하면서 박 대표의 심기를 불편하게 한 것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고 한다.

당시 상황을 잘 아는 정치권 관계자는 “당시 유 의원이 한 언론인터뷰에서 (박 비대위원장이) 의사 결정과정에서 다양한 의견을 듣지 않는다고 발언한 이후 두 사람의 관계는 매우 냉랭해졌다”고 회고했다.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도 이런 관계는 변하지 않았다. 유 의원은 정부 정책이나 인사에 대해‘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후에 성추문으로 물어난 윤창중씨의 청와대 대변인 임명에 대해서도 유 의원은 공개적인 반대 입장을 표하며 청와대를 불편하게 했다.

유 원내대표가 '친박'에서 '탈박'으로 정치적 명함이 바꿨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 2012년 7월의 국회 국방위원장 선거였다.

당시 유 의원이 국방위원장으로 굳혀지는 분위기 속에서, 뒤늦게 3성 장군 출신의 황진하 의원이 국방위원장에 의욕을 보이고 나섰다. 다른 모든 상임위원장이 의원간 조율이 돼 단수 후보가 확정됐지만 국방위원장 만큼은 두 사람간 의견차를 좁히지 못해 표대결을 했다.

유 의원이 표 대결에서 이겨 국회 국방위원장을 맡긴 했지만, 당시 두 사람의 표대결을 두고 청와대 의중을 읽은 친박 지도부의 유승민 견제용이라는 설이 파다했다.

◆ 원내대표 취임이후 거부감 강해져

박근혜 정부 3년차를 맞는 2015년초, 유 의원의 원내대표 당선은 집권층의 ‘균열’을 알리는 서곡이었다.

올해 2월초 유 원내대표 체제 출범 이후 당청관계는 증세·복지 논쟁,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공론화 논란 등으로 삐걱거리는 조짐을 보였다.

특히 박 대통령이 핵심 국정 과제로 내세운 공무원 연금 개혁 협상 과정에서 박 대통령은 유 원대대표의 협상 태도와 전략에 대해 강한 불만을 가졌다. 반면 유 원내대표는 공식 강연 등을 통해 현 정부의 경제 정책 등에 대해 비판 기조를 유지했다. 유 원내대표 언행에 대해 친박 내부에서도 거부감이 커졌다.

5월 19일 청와대 조윤선 정무수석이 지지부진한 공무원연금개혁 협상에 대해 책임을 지고 사퇴하는 일이 벌어졌다. 국회 협상 난항을 이유로 청와대 정무수석이 사임하는 일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정치권에서는 박 대통령이 야당에 끌려 다니는 유 원내대표에 대한 불만을 청와대 정무수석 경질로 보여준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5월 21일 황교안 법무장관이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된 직후 유 원대표는 “(앞서) 청와대 전화를 받았는데 제가 잘못 들었는지 약간의 해프닝이 있었다. 조금 이상한 일이 있었다”고 말했다. 더 이상의 진상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청와대와 친박 그리고 유 원내대표간에 뭔가 껄끄러운 일이 벌어지고 있음을 짐작케 하는 사건이었다.

껄끄러웠던 두 사람의 관계자는 국회법 개정안 통과를 계기로 더욱 멀어졌다.

청와대는 지난 2일 국회법 개정안을 합의처리해준 유 원내대표 등 새누리당 원내지도부를 겨냥해 "(여당과) 당정협의를 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당정협의 회의론'을 제기했다.

또한, 지난 4일 청와대 관계자는 "메르스 때문에 온 국민이 걱정하는 상황에서 새누리당 유 원내대표가 지난달 28일 국회법 개정안 처리 상황을 놓고 청와대와 진실공방을 벌이는 듯한 태도는 매우 안타깝고 부적절한 처사"라고 비판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유 원내대표는 "국회법 개정안이 위헌이 아니라는 학자가 다수"라면서 청와대의 주장을 정면 반박했다.

이런 가운데 박 대통령이 이날 원내대표를 직접 거명하며 날선 비판을 하면서 두 사람이 정치적으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얘기도 나온다.

특히, 박 대통령의 유 원내대표 비판은 당내 친박(친박근혜)계 의원을 향해 '궐기'를 촉구하고, 유 원내대표의 자진사퇴를 압박하는 의미도 담고 있다는 해석마저 나온다.

한 친박계 인사는 “유승민 의원이 원내대표로 취임할 때만해도 친박 내에서는 그의 성향이 맘에는 안들지만 '그래도 친박인데...' 라는 우호적인 생각은 있었다”며서 “하지만 대통령 생각은 애초부터 달랐던 것 같다. 박 대통령의 반감이 생각보다 심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 발언을 통해 유 원내대표 뿐 아니라 여의도 정치권도 강하게 질타했다.

박 대통령은 자신의 당 대표 및 비상대책위원장 시절 선거를 언급하며, "저도 결국 그렇게 당선의 기회를 달라고 당과 후보를 지원하고 다녔지만 돌아온 것은 정치적·도덕적 공허함만 남아있다", "신뢰를 어기는 배신의 정치는 결국 패권주의와 줄세우기 정치를 양산하는 것으로 반드시 선거에서 국민이 심판해주셔야 할 것" 이라며 여당에 핵펀치를 날렸다.

이런 박 대통령의 정치권 비판에 대해서 박 대통령이 공격하는 최종 타켓에는 유 원내대표 뿐 아니라 김무성 당 대표도 포함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차기 선거에서 공천권과 당권 등을 놓고 당·청간, 당내 계파간 한바탕 헤게모니 싸움이 임박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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