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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똑똑] 3대가 있어야 먹었다…평양냉면
입력 2015.06.30 (06:01) 수정 2015.08.04 (09:50) 건강똑똑
[건강똑똑] 3대가 있어야 먹었다…평양냉면
차가운 육수에 담긴 찰진 면발, 향긋한 메밀 향, 냉면 한 그릇에 한여름 더위를 날립니다. 평양냉면은 본래 겨울 음식으로 발달했습니다. 냉면 마니아들은 찬바람이 옷깃을 스치는 겨울에 냉면을 즐깁니다. 평양냉면은 이불을 뒤집어쓰고 덜덜 떨면서 먹어야 제 맛이라는 뜻에서 ‘평양 덜덜이’라고도 불립니다. 실제로 평양에선 살을 에는 듯한 겨울밤, 냉면으로 출출한 속을 달랬다고 합니다. 어머니가 아궁이에 장작불을 지펴 메밀 면을 삶습니다. 살얼음이 둥둥 뜬 동치미 국물에 말은 냉면을 온 가족이 나눠 먹는 모습, 눈에 그려지시죠?

메밀은 가을에 수확합니다. 메밀의 은은한 향이 살아있는 계절이 겨울입니다. 사계절 중 가장 맛이 좋다는 겨울 무로 동치미를 담그면 톡 쏘는 맛이 일품입니다. 두 재료가 만나 최고의 맛으로 거듭난 음식이 바로 평양냉면입니다. 냉면을 즐겨 먹은 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차가운 국수라는 뜻의 ‘냉면(冷麵)’이 문헌에 처음 나오는 건 17세기 초입니다. 인조 때 활동한 장유의 ‘계곡집(谿谷集)’에 나옵니다.

<자줏빛 육수는 노을빛처럼 비치고 옥색가루는 눈꽃으로 흩어진다. 젓가락을 입에 넣으니 맛이 입속에서 살아나고 옷을 더 입어야 할 정도로 차가운 기운이 온몸을 뚫는다.> 자줏빛 육수라는 표현이 눈에 띄죠. 조선시대에는 ‘소도살 금지령’이 내려져 있었습니다. 소가 농사를 짓는 귀한 조력자였기 때문입니다. 쇠고기가 워낙 귀했기에 요즘처럼 쇠고기 국물로 냉면 육수를 만드는 건 상상하기 어려웠습니다. 조선시대에는 냉면 육수로 동치미나 오미자 국물을 썼습니다. 열을 낮추고 피로 회복에 좋다는 오미자가 냉면 육수로 많이 쓰여 자줏빛이 된 것입니다.

현재 우리가 먹는 평양냉면이 그 모습을 갖춘 건 언제일까요? 19세기 초에 저술된 동국세시기에 평양냉면과 유사한 표현을 찾을 수 있습니다. <무김치나 배추김치에 메밀국수를 말고 여기에 돼지고기를 섞은 것을 냉면이라고 하고, 냉면은 관서지방의 냉면이 최고다.> 하지만, 냉면은 만만한 음식이 아니었습니다. 노력과 정성이 담긴 귀한 음식이었습니다. 통 메밀의 껍질은 맷돌로 벗깁니다. 한 번에 말끔하게 벗길 수 없어 여러 차례 같은 과정을 반복해야 메밀가루를 얻을 수 있습니다. 요즘 같으면 기계로 쉽게 얻을 수 있는 메밀가루지만, 이전에는 일일이 사람의 손을 거쳐야 했습니다. 게다가 메밀가루는 점성이 별로 없어 뜨거운 물로 익반죽해야 합니다. 익반죽은 웬만한 덩치의 장정이 아니면 할 수 없을 정도로 힘이 많이 듭니다. 힘을 실어 한 시간 정도 주물러야 반죽에 찰기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면을 뽑는 건 더 힘들었습니다. 여자들은 엄두도 못 내고 덩치 큰 장정 두세 명이 분틀 안에 넣고 눌러야 메밀가락이 모습을 드러냈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냉면은 할아버지, 아들, 손자까지 남자 3대가 있어야 먹을 수 있는 귀한 음식이라고 했습니다.

요즘 평양냉면 한 그릇은 만 원이 넘습니다. 비싼 고기 육수를 사용하기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즐겨 먹기엔 부담스러운 가격입니다. 쫄깃한 맛을 더하기 위해 메밀가루에 전분을 섞습니다. 많이 먹으면 살이 찔 수 있는 겁니다. 그래도 3대가 있어야 먹을 수 있었던 귀한 음식을 한여름에 즐길 수 있다는 사실이 새삼 고맙습니다.
  • [건강똑똑] 3대가 있어야 먹었다…평양냉면
    • 입력 2015.06.30 (06:01)
    • 수정 2015.08.04 (09:50)
    건강똑똑
[건강똑똑] 3대가 있어야 먹었다…평양냉면
차가운 육수에 담긴 찰진 면발, 향긋한 메밀 향, 냉면 한 그릇에 한여름 더위를 날립니다. 평양냉면은 본래 겨울 음식으로 발달했습니다. 냉면 마니아들은 찬바람이 옷깃을 스치는 겨울에 냉면을 즐깁니다. 평양냉면은 이불을 뒤집어쓰고 덜덜 떨면서 먹어야 제 맛이라는 뜻에서 ‘평양 덜덜이’라고도 불립니다. 실제로 평양에선 살을 에는 듯한 겨울밤, 냉면으로 출출한 속을 달랬다고 합니다. 어머니가 아궁이에 장작불을 지펴 메밀 면을 삶습니다. 살얼음이 둥둥 뜬 동치미 국물에 말은 냉면을 온 가족이 나눠 먹는 모습, 눈에 그려지시죠?

메밀은 가을에 수확합니다. 메밀의 은은한 향이 살아있는 계절이 겨울입니다. 사계절 중 가장 맛이 좋다는 겨울 무로 동치미를 담그면 톡 쏘는 맛이 일품입니다. 두 재료가 만나 최고의 맛으로 거듭난 음식이 바로 평양냉면입니다. 냉면을 즐겨 먹은 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차가운 국수라는 뜻의 ‘냉면(冷麵)’이 문헌에 처음 나오는 건 17세기 초입니다. 인조 때 활동한 장유의 ‘계곡집(谿谷集)’에 나옵니다.

<자줏빛 육수는 노을빛처럼 비치고 옥색가루는 눈꽃으로 흩어진다. 젓가락을 입에 넣으니 맛이 입속에서 살아나고 옷을 더 입어야 할 정도로 차가운 기운이 온몸을 뚫는다.> 자줏빛 육수라는 표현이 눈에 띄죠. 조선시대에는 ‘소도살 금지령’이 내려져 있었습니다. 소가 농사를 짓는 귀한 조력자였기 때문입니다. 쇠고기가 워낙 귀했기에 요즘처럼 쇠고기 국물로 냉면 육수를 만드는 건 상상하기 어려웠습니다. 조선시대에는 냉면 육수로 동치미나 오미자 국물을 썼습니다. 열을 낮추고 피로 회복에 좋다는 오미자가 냉면 육수로 많이 쓰여 자줏빛이 된 것입니다.

현재 우리가 먹는 평양냉면이 그 모습을 갖춘 건 언제일까요? 19세기 초에 저술된 동국세시기에 평양냉면과 유사한 표현을 찾을 수 있습니다. <무김치나 배추김치에 메밀국수를 말고 여기에 돼지고기를 섞은 것을 냉면이라고 하고, 냉면은 관서지방의 냉면이 최고다.> 하지만, 냉면은 만만한 음식이 아니었습니다. 노력과 정성이 담긴 귀한 음식이었습니다. 통 메밀의 껍질은 맷돌로 벗깁니다. 한 번에 말끔하게 벗길 수 없어 여러 차례 같은 과정을 반복해야 메밀가루를 얻을 수 있습니다. 요즘 같으면 기계로 쉽게 얻을 수 있는 메밀가루지만, 이전에는 일일이 사람의 손을 거쳐야 했습니다. 게다가 메밀가루는 점성이 별로 없어 뜨거운 물로 익반죽해야 합니다. 익반죽은 웬만한 덩치의 장정이 아니면 할 수 없을 정도로 힘이 많이 듭니다. 힘을 실어 한 시간 정도 주물러야 반죽에 찰기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면을 뽑는 건 더 힘들었습니다. 여자들은 엄두도 못 내고 덩치 큰 장정 두세 명이 분틀 안에 넣고 눌러야 메밀가락이 모습을 드러냈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냉면은 할아버지, 아들, 손자까지 남자 3대가 있어야 먹을 수 있는 귀한 음식이라고 했습니다.

요즘 평양냉면 한 그릇은 만 원이 넘습니다. 비싼 고기 육수를 사용하기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즐겨 먹기엔 부담스러운 가격입니다. 쫄깃한 맛을 더하기 위해 메밀가루에 전분을 섞습니다. 많이 먹으면 살이 찔 수 있는 겁니다. 그래도 3대가 있어야 먹을 수 있었던 귀한 음식을 한여름에 즐길 수 있다는 사실이 새삼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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