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話] 묻지마 투자 ‘주식 마을’에 날벼락…농민들이 거리로?

입력 2015.07.06 (07:57) 수정 2015.07.06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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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부터 시작된 7개월간의 중국 증시 랠리는 거칠 게 없어 보였다. 중국인들은 자고 나면 뛰는 증시를 보며 열광했다. 너나 할 것 없이 주식 시장으로 달려갔고 돈 될 만한 것은 모두 팔아 주식을 샀다. 이런 열풍은 도시나 농촌이나 별 반 차이가 없었다. 대륙 전체가 홍역을 앓았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정도다.

■ 중국 증시 폭등 후 생긴 ‘주식 마을’

중국 증시 폭등 후 생긴 ‘주식 마을’중국 증시 폭등 후 생긴 ‘주식 마을’


산시성(陝西省) 성도 시안(西安)에서 차로 1시간 정도 달려가면 인근에 싱핑시(興平市)가 있다. 인구 62만 명의 작은 현(縣)급 도시다. 이곳에 있는 난리우촌(南留村)이 중국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 중국 언론뿐만이 아니라 미국과 독일 언론도 이 마을을 취재하기 위해 방문했다. 자그마한 시골 마을이 전 세계 언론의 관심을 모은 이유는 ‘주식’ 때문이다. 원래 이 마을은 사과를 주로 재배하는 궁벽한 시골 부락이다. 아직도 비단이나 삼베 등의 피륙을 짜는 베틀이 있고 전통 수공예와 바느질로 생계를 잇고 있다. 곳곳에 쓰러질 듯한 흙집도 그대로 남아있다. 그런데 이 마을 주민들이 대부분 주식 투자에 나서면서 유명해졌다. 이 마을 800여 가구 가운데 100여 명의 농민이 주식을 한다. 마을에서 젊은 축에 속하는 4,50대가 거의 주식을 한다고 보면 된다. 그래서 붙여진 별명이 ‘주식 마을’(炒股村)이다. 이들 농민들은 새벽에 일어나 농사일을 하고 낮에는 주식을 거래한다. 이 마을 사과밭에서 비료를 주던 한 농민을 만났다. 이 농민은 지난해 자신의 사과밭 1,800 제곱미터를 경작해 6만 위안(1,100 만 원) 정도의 수입을 올렸다고 말했다. 농촌에서 적지 않은 수입을 올리고 있지만 그 역시 주식에 투자하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일과를 이렇게 소개했다. “새벽에 일어나서 농사일을 좀 하다가 오전 9시에 집으로 돌아와서 아침밥을 먹고 주식을 합니다. 그리고 오후 1시부터 3시까지 주식을 하고 그 뒤에 밭에 나갑니다.” 그러면서 마을 주민 가운데는 스마트폰으로 주식 거래를 하기도 하고 어떤 농민은 집에서 컴퓨터로 거래를 한다고 귀띔해줬다.

■농민, 새벽에 일하고 낮에는 주식 투자

농민, 새벽에 일하고 낮에는 주식 투자농민, 새벽에 일하고 낮에는 주식 투자


이 농민은 자신의 스마트폰에서 현재 거래하고 있거나 관심 있는 종목 수십 개를 보여주었다. 자랑삼아 보여준 그의 스마트폰 주식 계좌에는 오른 주식이 더 많아 보였다. 하지만 자신은 주식을 절대로 전문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고 단지 부업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왜 주식을 하느냐는 질문에 그는 속삭이듯 나지막한 목소리로 작년부터 시작해 돈을 좀 벌었는데 은행이자가 너무 낮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래서 돈이 있으면 모두 주식에 투자한다고 말했다. 한해 농사로 번 수입도 모두 주식에 투자하고 있다. 자신도 주식이 위험하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것은 견딜 수 있는지 없는지 인내의 문제라며 크게 괘념하지 않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이 농민은 주식을 잘 이해하고 있으면 걱정할 필요가 없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주식은 원래부터 오름이 있으면 내림이 있다며 나름의 주식 철학을 덧붙였다. 그와의 인터뷰가 진행될 때 곁에서 지켜보던 아내는 이런 그의 말에 마뜩잖은 표정을 지었다. 아내는 걱정이 많았다. 그녀는 주식을 못하게 하지만 남편이 한사코 고집을 피워 어쩔 수 없었다고 말한다. 큰 손해를 볼 뻔한 일도 여러 번 겪었다고 얘기했다.

■농사일 잊고 빠져드는 묻지마 주식 투자

농사일 잊고 빠져드는 묻지마 주식 투자농사일 잊고 빠져드는 묻지마 주식 투자


이 농민 보다 훨씬 이른 지난 2005년부터 주식을 시작한 농민 리우쉬(刘旭)씨의 일과도 비슷하다. 동틀 무렵 새벽에 밭에 나가 일하고 오전 9시에 집으로 돌아와서 뉴스부터 챙겨 본다. 그리고 그날 주식 시장이 어떻게 열리는지 관심 있게 지켜본다. 뤼쉬 씨는 주식을 연구하기 위해 매일 매일 특징적인 주식 종목과 흐름을 노트에 꼼꼼히 기록하고 있다. 그는 자신의 주식 투자 철학은 정부 정책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투자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그는 정부가 추진 중인 신 실크로드 정책인 ‘일대일로’(一帶一路) 사업이라든지 최근 고속철 합병 소식을 주의 깊게 본다고 말한다. 주식 시장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재료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올해 같은 상승장(牛市)에서는 절대로 주식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에게는 농사보다 주식이 훨씬 돈을 빨리 벌게 해준다는 믿음이 있었다.

이 마을에 사는 65세의 난싱라오(南興牢) 씨는 원래 초등학교 교사로 일하다 은퇴했다. 그도 최근 마을 농민들이 주식으로 돈을 벌게 되자 퇴직금 일부인 3,500 위안(약 64만 원)을 주식에 투자했다. 처음에는 그의 아들과 며느리가 그가 주식하는 것을 반대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제는 아들, 며느리와 함께 주식을 한다. 난 씨는 주식한지 6개월 만에 2만 위안(약 370만 원)을 벌었다. 이 뿐만이 아니다. 마을에서 편의점을 하는 한 아주머니는 6개월 사이에 12만 위안(2,180 만 원)을 손에 쥐게 되었다. 그녀는 아들의 6개월 월급에 해당하는 돈을 벌었다며 흐뭇해했다. 주식을 한지 6개월 밖에 되지 않는 리우안(刘岩) 씨도 시진핑 주석이 시안에 왔을 때 시안 관광과 시안 음식 관련 주가가 폭등했다며 시 주석이 중국판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중관촌(中关村)에 시찰하러 갔을 때 중관촌 주식을 사서 재미를 보았다며 즐거워했다.

■촌 서기 집에 ‘주식 객장’까지 만들어

농사일 잊고 빠져드는 묻지마 주식 투자농사일 잊고 빠져드는 묻지마 주식 투자


이렇게 주식으로 한 몫 잡았다는 사람들이 하나둘 생겨나면서 마을 주민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주식에 뛰어들었다. 주식이 너무나 쉬워보였기 때문이다. 마을의 풍경도 달라졌다. 예전에는 동네 곳곳에서 농민들이 틈만 나면 마작으로 소일했다. 하지만 지금은 농민들이 경제 뉴스와 주식에 관한 토론을 더 선호한다. 세계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사건에도 관심이 생겼다. 모두 주가와 관련되기 때문이다. 이런 바람을 타면서 이 마을 촌 서기인 난둥량(南栋梁) 씨의 집에는 아예 ‘주식 객장’까지 만들어졌다. 예전에 사랑방 역할을 하던 10제곱미터 크기의 거실에 컴퓨터와 49인치 대형 모니터가 설치됐다. 이곳에서 농사일을 마치고 돌아온 농민들이 모니터를 보며 추세 선을 분석하고 주식 거래를 했다. 난 서기는 시골이라 인터넷이 안 되는 집이 많아 몇 천 위안의 자비를 들여 주식하는 농민들에게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많을 때에는 농민 20여 명이 이 곳에 와서 주식 토론을 한다. 난 서기는 2007년 당시엔 5~6명에 불과했는데 지난 2013년부터 마을 주민들이 주식을 시작하더니 지난해에는 많은 농민이 주식시장에 발을 들여 놓았다고 말한다. 지난해에 70~80개의 증권 계좌가 한꺼번에 개설되기도 했다. 잔첸롱(昝茜荣) 싱핑시 증권사 영업부장은 이 곳 농민들은 지난 1월 19일의 주가폭락을 모두 피했다고 말한다. 당시 전국의 많은 개인 투자자들이 주식을 팔지 못했지만 이들은 거의 전부 팔아 현금화했다며 이들 농민들의 안목을 놀라워했다.

■주식 폭락 이후...주민들 다시 폐품 주워

주식 폭락 이후...주민들 다시 폐품 주워주식 폭락 이후...주민들 다시 폐품 주워


그런데 최근 3주째 이어지는 증시 폭락을 이 주식 마을은 피할 수 있었을까?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지난 3일 기준으로 3주 연속 ‘검은 금요일’을 맞으면서 지난 6월 12일 연고점(5,166.35) 대비 28%나 급락했다. 지난 3주간 줄어든 상하이 증시의 시가총액은 2조 8천억 달러(약 3천 137조원)에 달했다. 중국 언론들은 6월 26일 ‘검은 금요일’ 이후 달라진 이 주식 마을을 크게 보도하고 있다. 증시 폭락 이후 마을 주민들이 예전에 하던 폐품과 쓰레기 줍는 일을 다시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또 한동안 사라졌던 마작하는 농민들도 하나 둘씩 다시 생겨나고 있다고 한다. 주식마을의 상징처럼 여겨지던 시끌벅적하던 주식 객장은 인적이 끊겼고 촌 서기는 문을 굳게 걸어 잠갔다. 마을 주민들도 주식에 대해 얘기하길 꺼린다. 그들이 꿈꿨던 부농의 꿈은 여름날 신기루처럼 허망하게 사라지고 말았다.

■수능 마친 고등학생, 증권사로 향해

수능 마친 고등학생, 증권사로 향해수능 마친 고등학생, 증권사로 향해


농민들뿐만 아니라 중국 증시 폭락으로 패닉에 빠진 이들이 또 있다. 상하이 종합지수가 7년 만에 연고점을 찍기 바로 직전인 6월 11일, 중국 인터넷에 오른 몇 장의 사진을 놓고 논쟁이 뜨거웠다. 사진을 보면 책가방을 멘 교복 차림의 앳된 고등학생 8명이 한 증권사를 찾아 상담하는 장면이다. 이들 고등학생들이 찾은 곳은 베이징에 있는 궈렌증권(国联证券) 영업부다. 새로 증권계좌를 개설하기 위해서다. 이들은 이제 막 대학 수능시험(가오카오, 高考)을 치른 학생들로 이전에 모의 주식 투자로 10%의 수익을 올린 학생들이었다. 그런데 이들이 주식이 활황세를 타면서 실전 투자에 나서겠다며 10만 위안(1,800만 원)을 들고 왔다. 이들은 1년 안에 100만 위안(1억 8천만 원)을 벌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어떻게 대학생도 아닌 고등학생이 주식 투자를 할 수 있냐며 정신 나간 미친 도박판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하지만 일부 학부모들 중에는 아이의 이재능력을 키울 수 있다면 주식이 꼭 나쁘다고 말할 수 없다는 반론도 나왔다. 해당 증권사 측은 만 18세 이상이면 계좌를 개설할 수 있다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증권사 직원은 요즘 대학 입시를 마치고 방학에 들어간 고등학생들이 계좌 개설을 위해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인터넷 공간에서 벌어지는 청소년 주식 투자 논쟁에 대해 대박도 쪽박도 모두 자신이 감당해야 할 몫이라고 선을 그었다. 중국 증시는 이런 논쟁을 뒤로 한 채 다음날 연고점을 찍고 내리막으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정확하게 상투를 잡은 이들 고등학생들에게 이번 여름은 분명 최악으로 기억될 게 뻔하다. 상하이 푸단대학교 경제학과 쑨리젠(孫立堅) 교수는 장기간 침체에 빠져있던 주식시장이 오르기 시작하면서 이전의 하락장을 겪지 않은 ‘바링허우’(80년대 생)와 ‘주링허우’(90년대 생)의 젊은이들이 주식시장에 앞장서 뛰어들었다고 분석했다. 일확천금을 꿈꾸며 여기 저기 돈을 끌어다 투자했을 개미들의 한숨이 깊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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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話] 묻지마 투자 ‘주식 마을’에 날벼락…농민들이 거리로?
    • 입력 2015-07-06 07:57:15
    • 수정2015-07-06 08:27:32
    중국話
지난해 11월부터 시작된 7개월간의 중국 증시 랠리는 거칠 게 없어 보였다. 중국인들은 자고 나면 뛰는 증시를 보며 열광했다. 너나 할 것 없이 주식 시장으로 달려갔고 돈 될 만한 것은 모두 팔아 주식을 샀다. 이런 열풍은 도시나 농촌이나 별 반 차이가 없었다. 대륙 전체가 홍역을 앓았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정도다.

■ 중국 증시 폭등 후 생긴 ‘주식 마을’

중국 증시 폭등 후 생긴 ‘주식 마을’


산시성(陝西省) 성도 시안(西安)에서 차로 1시간 정도 달려가면 인근에 싱핑시(興平市)가 있다. 인구 62만 명의 작은 현(縣)급 도시다. 이곳에 있는 난리우촌(南留村)이 중국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 중국 언론뿐만이 아니라 미국과 독일 언론도 이 마을을 취재하기 위해 방문했다. 자그마한 시골 마을이 전 세계 언론의 관심을 모은 이유는 ‘주식’ 때문이다. 원래 이 마을은 사과를 주로 재배하는 궁벽한 시골 부락이다. 아직도 비단이나 삼베 등의 피륙을 짜는 베틀이 있고 전통 수공예와 바느질로 생계를 잇고 있다. 곳곳에 쓰러질 듯한 흙집도 그대로 남아있다. 그런데 이 마을 주민들이 대부분 주식 투자에 나서면서 유명해졌다. 이 마을 800여 가구 가운데 100여 명의 농민이 주식을 한다. 마을에서 젊은 축에 속하는 4,50대가 거의 주식을 한다고 보면 된다. 그래서 붙여진 별명이 ‘주식 마을’(炒股村)이다. 이들 농민들은 새벽에 일어나 농사일을 하고 낮에는 주식을 거래한다. 이 마을 사과밭에서 비료를 주던 한 농민을 만났다. 이 농민은 지난해 자신의 사과밭 1,800 제곱미터를 경작해 6만 위안(1,100 만 원) 정도의 수입을 올렸다고 말했다. 농촌에서 적지 않은 수입을 올리고 있지만 그 역시 주식에 투자하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일과를 이렇게 소개했다. “새벽에 일어나서 농사일을 좀 하다가 오전 9시에 집으로 돌아와서 아침밥을 먹고 주식을 합니다. 그리고 오후 1시부터 3시까지 주식을 하고 그 뒤에 밭에 나갑니다.” 그러면서 마을 주민 가운데는 스마트폰으로 주식 거래를 하기도 하고 어떤 농민은 집에서 컴퓨터로 거래를 한다고 귀띔해줬다.

■농민, 새벽에 일하고 낮에는 주식 투자

농민, 새벽에 일하고 낮에는 주식 투자


이 농민은 자신의 스마트폰에서 현재 거래하고 있거나 관심 있는 종목 수십 개를 보여주었다. 자랑삼아 보여준 그의 스마트폰 주식 계좌에는 오른 주식이 더 많아 보였다. 하지만 자신은 주식을 절대로 전문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고 단지 부업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왜 주식을 하느냐는 질문에 그는 속삭이듯 나지막한 목소리로 작년부터 시작해 돈을 좀 벌었는데 은행이자가 너무 낮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래서 돈이 있으면 모두 주식에 투자한다고 말했다. 한해 농사로 번 수입도 모두 주식에 투자하고 있다. 자신도 주식이 위험하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것은 견딜 수 있는지 없는지 인내의 문제라며 크게 괘념하지 않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이 농민은 주식을 잘 이해하고 있으면 걱정할 필요가 없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주식은 원래부터 오름이 있으면 내림이 있다며 나름의 주식 철학을 덧붙였다. 그와의 인터뷰가 진행될 때 곁에서 지켜보던 아내는 이런 그의 말에 마뜩잖은 표정을 지었다. 아내는 걱정이 많았다. 그녀는 주식을 못하게 하지만 남편이 한사코 고집을 피워 어쩔 수 없었다고 말한다. 큰 손해를 볼 뻔한 일도 여러 번 겪었다고 얘기했다.

■농사일 잊고 빠져드는 묻지마 주식 투자

농사일 잊고 빠져드는 묻지마 주식 투자


이 농민 보다 훨씬 이른 지난 2005년부터 주식을 시작한 농민 리우쉬(刘旭)씨의 일과도 비슷하다. 동틀 무렵 새벽에 밭에 나가 일하고 오전 9시에 집으로 돌아와서 뉴스부터 챙겨 본다. 그리고 그날 주식 시장이 어떻게 열리는지 관심 있게 지켜본다. 뤼쉬 씨는 주식을 연구하기 위해 매일 매일 특징적인 주식 종목과 흐름을 노트에 꼼꼼히 기록하고 있다. 그는 자신의 주식 투자 철학은 정부 정책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투자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그는 정부가 추진 중인 신 실크로드 정책인 ‘일대일로’(一帶一路) 사업이라든지 최근 고속철 합병 소식을 주의 깊게 본다고 말한다. 주식 시장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재료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올해 같은 상승장(牛市)에서는 절대로 주식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에게는 농사보다 주식이 훨씬 돈을 빨리 벌게 해준다는 믿음이 있었다.

이 마을에 사는 65세의 난싱라오(南興牢) 씨는 원래 초등학교 교사로 일하다 은퇴했다. 그도 최근 마을 농민들이 주식으로 돈을 벌게 되자 퇴직금 일부인 3,500 위안(약 64만 원)을 주식에 투자했다. 처음에는 그의 아들과 며느리가 그가 주식하는 것을 반대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제는 아들, 며느리와 함께 주식을 한다. 난 씨는 주식한지 6개월 만에 2만 위안(약 370만 원)을 벌었다. 이 뿐만이 아니다. 마을에서 편의점을 하는 한 아주머니는 6개월 사이에 12만 위안(2,180 만 원)을 손에 쥐게 되었다. 그녀는 아들의 6개월 월급에 해당하는 돈을 벌었다며 흐뭇해했다. 주식을 한지 6개월 밖에 되지 않는 리우안(刘岩) 씨도 시진핑 주석이 시안에 왔을 때 시안 관광과 시안 음식 관련 주가가 폭등했다며 시 주석이 중국판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중관촌(中关村)에 시찰하러 갔을 때 중관촌 주식을 사서 재미를 보았다며 즐거워했다.

■촌 서기 집에 ‘주식 객장’까지 만들어

농사일 잊고 빠져드는 묻지마 주식 투자


이렇게 주식으로 한 몫 잡았다는 사람들이 하나둘 생겨나면서 마을 주민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주식에 뛰어들었다. 주식이 너무나 쉬워보였기 때문이다. 마을의 풍경도 달라졌다. 예전에는 동네 곳곳에서 농민들이 틈만 나면 마작으로 소일했다. 하지만 지금은 농민들이 경제 뉴스와 주식에 관한 토론을 더 선호한다. 세계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사건에도 관심이 생겼다. 모두 주가와 관련되기 때문이다. 이런 바람을 타면서 이 마을 촌 서기인 난둥량(南栋梁) 씨의 집에는 아예 ‘주식 객장’까지 만들어졌다. 예전에 사랑방 역할을 하던 10제곱미터 크기의 거실에 컴퓨터와 49인치 대형 모니터가 설치됐다. 이곳에서 농사일을 마치고 돌아온 농민들이 모니터를 보며 추세 선을 분석하고 주식 거래를 했다. 난 서기는 시골이라 인터넷이 안 되는 집이 많아 몇 천 위안의 자비를 들여 주식하는 농민들에게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많을 때에는 농민 20여 명이 이 곳에 와서 주식 토론을 한다. 난 서기는 2007년 당시엔 5~6명에 불과했는데 지난 2013년부터 마을 주민들이 주식을 시작하더니 지난해에는 많은 농민이 주식시장에 발을 들여 놓았다고 말한다. 지난해에 70~80개의 증권 계좌가 한꺼번에 개설되기도 했다. 잔첸롱(昝茜荣) 싱핑시 증권사 영업부장은 이 곳 농민들은 지난 1월 19일의 주가폭락을 모두 피했다고 말한다. 당시 전국의 많은 개인 투자자들이 주식을 팔지 못했지만 이들은 거의 전부 팔아 현금화했다며 이들 농민들의 안목을 놀라워했다.

■주식 폭락 이후...주민들 다시 폐품 주워

주식 폭락 이후...주민들 다시 폐품 주워


그런데 최근 3주째 이어지는 증시 폭락을 이 주식 마을은 피할 수 있었을까?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지난 3일 기준으로 3주 연속 ‘검은 금요일’을 맞으면서 지난 6월 12일 연고점(5,166.35) 대비 28%나 급락했다. 지난 3주간 줄어든 상하이 증시의 시가총액은 2조 8천억 달러(약 3천 137조원)에 달했다. 중국 언론들은 6월 26일 ‘검은 금요일’ 이후 달라진 이 주식 마을을 크게 보도하고 있다. 증시 폭락 이후 마을 주민들이 예전에 하던 폐품과 쓰레기 줍는 일을 다시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또 한동안 사라졌던 마작하는 농민들도 하나 둘씩 다시 생겨나고 있다고 한다. 주식마을의 상징처럼 여겨지던 시끌벅적하던 주식 객장은 인적이 끊겼고 촌 서기는 문을 굳게 걸어 잠갔다. 마을 주민들도 주식에 대해 얘기하길 꺼린다. 그들이 꿈꿨던 부농의 꿈은 여름날 신기루처럼 허망하게 사라지고 말았다.

■수능 마친 고등학생, 증권사로 향해

수능 마친 고등학생, 증권사로 향해


농민들뿐만 아니라 중국 증시 폭락으로 패닉에 빠진 이들이 또 있다. 상하이 종합지수가 7년 만에 연고점을 찍기 바로 직전인 6월 11일, 중국 인터넷에 오른 몇 장의 사진을 놓고 논쟁이 뜨거웠다. 사진을 보면 책가방을 멘 교복 차림의 앳된 고등학생 8명이 한 증권사를 찾아 상담하는 장면이다. 이들 고등학생들이 찾은 곳은 베이징에 있는 궈렌증권(国联证券) 영업부다. 새로 증권계좌를 개설하기 위해서다. 이들은 이제 막 대학 수능시험(가오카오, 高考)을 치른 학생들로 이전에 모의 주식 투자로 10%의 수익을 올린 학생들이었다. 그런데 이들이 주식이 활황세를 타면서 실전 투자에 나서겠다며 10만 위안(1,800만 원)을 들고 왔다. 이들은 1년 안에 100만 위안(1억 8천만 원)을 벌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어떻게 대학생도 아닌 고등학생이 주식 투자를 할 수 있냐며 정신 나간 미친 도박판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하지만 일부 학부모들 중에는 아이의 이재능력을 키울 수 있다면 주식이 꼭 나쁘다고 말할 수 없다는 반론도 나왔다. 해당 증권사 측은 만 18세 이상이면 계좌를 개설할 수 있다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증권사 직원은 요즘 대학 입시를 마치고 방학에 들어간 고등학생들이 계좌 개설을 위해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인터넷 공간에서 벌어지는 청소년 주식 투자 논쟁에 대해 대박도 쪽박도 모두 자신이 감당해야 할 몫이라고 선을 그었다. 중국 증시는 이런 논쟁을 뒤로 한 채 다음날 연고점을 찍고 내리막으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정확하게 상투를 잡은 이들 고등학생들에게 이번 여름은 분명 최악으로 기억될 게 뻔하다. 상하이 푸단대학교 경제학과 쑨리젠(孫立堅) 교수는 장기간 침체에 빠져있던 주식시장이 오르기 시작하면서 이전의 하락장을 겪지 않은 ‘바링허우’(80년대 생)와 ‘주링허우’(90년대 생)의 젊은이들이 주식시장에 앞장서 뛰어들었다고 분석했다. 일확천금을 꿈꾸며 여기 저기 돈을 끌어다 투자했을 개미들의 한숨이 깊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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